"불량"이라는 단어의 사용에 대해서는 한가지 먼저 생각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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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01:00

안녕하세요. Deep입니다.

사실 오늘글은 보시는 분들에게 '하필' 이런 타이밍이라서 안좋게 보여질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만, 생각난김에 적어봐야지... 하고 묵혔던 주제인데 이대로 있다가는 계속 묵힐 것 같아서 오늘 생각난김에 한번 작성해볼까 싶습니다.

약간 개인에 따라서는 저격이 아니냐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특정 개인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특별한 의식없이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보라의 현 상황이기 때문에 특정 개인을 염두에 두고 쓰는글은 아닙니다.

음. 사실 핵심부터 적어보자면 '불량품'이라는 단어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기준'을 알아야 불량품.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뜻이 명확해진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불량품이라고 하는 것은 양품의 반대말이죠. 양품은 최종적으로 공장에서 출하 가능한 제품을 의미하며 불량품은 폐기되어야할 제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두가지를 가르는 것은 명확한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어떤 보드게임 컴포넌트 제품의 길이가 20mm여야한다고 가정합시다. 이 제품의 길이를 가지고 양품이냐 불량이냐를 가를려면 선행되어야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명확한 기준'입니다.

길이가 20mm여야하는데, 가령 어느날은 18mm를 목표로, 어느날은 22mm를 목표로 하면 안되겠죠. 20mm라는 중심치가 명확해야합니다. 또한 공차도 명확히 지정되어야합니다. 사실 20mm를 측정을 했는데 이 측정이라는 것은 측정기계의 분해능에 따라서 20.00001mm 이런 측정치가 나올 수도 있겠죠. 그럼 이 길이를 20mm가 아니라고 해서 불량품이라고 판단해야할까요? 아닙니다. 왜냐고요? 보드게임을 하면서 0.00001mm 라는 길이의 차이는 거의 무의미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0.01mm는 유의미할까요? 0.1mm는 유의미할까요? 1mm는요? 각 개인은 제품을 바라보는 품질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합니다. 예를들면 20mm +/- 1mm 이런 기준말이죠.

어떤 제품든 제조공정상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길이의 편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19.99mm, 19.98mm, 20.01mm 20.00mm 이런식으로 미세한 편차라도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편차는 '길이 차이'라는 현상으로 표현할 수 있겠죠. 네 이런건 현상입니다. 현상을 놓고 명확히 설정해둔 기준에 부합하는지 하지 않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불량품.이라는 표현을 쓸 수가 있는 것입니다. 현상만을 놓고 바로 이게 양품이냐 불량품이냐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 소비자로써 그럼 어떤 특정 현상이 있는 제품을 보았을 때는 그런 현상들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없는게 제일 좋지만, 실제로 거슬린다면 그것을 제조측과 확인할 필요가 있긴합니다. 왜냐면 일반적으로 개인소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잣대를 가지고 있지 않게 마련이죠. 사실 회사도 아니고 그런게 없는게 정상이기는 할테니까요.

예를들어서 기준이 높은 소비자가 있습니다. 타일이 아주 조금이라도 밀리면 거슬린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거 내가 보기에는 밀려있어. 불량품이야"

물론 밀림현상이 존재하느냐. 안하는냐라고 따진다면 나름 명확하리라 생각하지만 그럼 얼마나 밀려야 불량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그 개인도 정확한 기준을 남에게 설명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1mm 밀리면 불량으로 해야할까요. 2mm밀리면 불량으로 해야할까요. 3mm밀리면 불량으로 해야할까요. 딱부러지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한편, 회사가 가진 기준과는 또 상이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번에 보드피아에서 밝힌 기준을 보면 밀림에 대해서는 인쇄 유격을 아예 벗어나지 않는 이상은 다 양품이라고 판단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게 일반적인 제조공정이 가지는 한계라는 설명과 함께요.

보드피아에서 밀림에 대해 밝히기 전에는 업계사람들이 아니고서야 타일 밀림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고 있었던것 같고, 그 기준을 밝힌 업체는 보드피아였었죠. 다른 회사의 경우에는 또 다를 수도 있긴 한 상황이고, 그 기준을 모르고서야 불량품이라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게 됩니다. 선행되어야할 기준이 없으니 말이죠.

사실 카드 뒷면 색상 차이, 찍힘, 긁힘. 이런건 아직 기준을 몰라서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은 듭니다. 거슬리느냐하는 것과는 별개로 불량품이냐 아니냐.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이르지 않나... 싶고 말이죠. 물론 심하다고 하는건 당연히 현상이 심하니까 심하다고 이야기하시는것이겠지만요.

사실 개인적으로, 올라온 몇몇 타일 밀림 사진 보고 있으면 '뭐 저래 많이 밀렸지.' 하며 놀라긴 했습니다.

어찌되었건 이번에 발생한 현상들에 대해서 업체의 대응이 궁금해지기는 한 상황이네요. 최악의 케이스는 메탈코인에서 봤으니 그런 결과는 다시 안봤으면 싶긴하고요.

민감한 시점에 민감한 이야기를 해서 글쓰기 버튼을 누르고 글을 마치는 이 시점에서 벌써부터 약간 무섭긴 하네요. ㅠㅜ 그래도 생각해보니 지난번 촐킨 빅박스 때 써봐야지 했던거라 그냥 올려봅니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