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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간다면 - 골라서 10개 가져가기 vs 랜덤 200개 가져가기

3,296 조회

2023.02.21 11:49

무인도에 친구 셋과 함께 표류한다면?

골라서 10개 가져가기 vs 랜덤 게임 200개 가져가기

보드게임 MBTI에 들어갈 법한 질문이죠? 무엇을 고르셨나요?

여러분의 선택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망설임 없이 베스트 10 입니다. 새로운 게임에 대한 욕망보다도 이미 아는 게임을 다시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큽니다.

신작 리뷰는 늘 감사하지만, 이런 구작 게이머는 어떤 게임을 하는지도 가끔은 궁금해요. 그래서 직접 써봅니다.

구작 게이머

- 2023년 1월 -

지난 한달 간 플레이한 게임을 재미 순으로 요약해 볼게요. 총 22게임입니다.

💣

"재미라는게 없다"

도스피 카드게임 따위가 받는 평점인데, 1월에는 없네요.

물천사님 보고 계시다면 세나겜 후보로 도미넌트 스피시즈 카드게임 강추합니다.

🤔

"아쉽다"

뒤죽박죽 서커스 ×2

수 년 전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꽤 빵 터지는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만취 상태가 아닌~~ 성인이 이 악물고 플레이하면 웬만하면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러면 젠가가 아니라 블록 옮기기 놀이가 돼버림...

슈퍼라이노 ×2

공교롭게도 같은 젠가류 보드게임이 박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카드를 접어서 올려놓는다는 기믹, 코뿔소 미플을 젠가처럼 놓았다 뺐다 하는 스릴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규칙의 만듦새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우노(UNO)처럼 각종 특수 카드를 쓸 수 있는데 딱히 유의미한 선택이랄 게 없어서 젠가보다 낫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아동용 게임이라 그렇겠죠?

🥉

"좋은 게임"

노 터치 크라켄 ×3

수 년 전 플레이했던 기억으로 거짓말 부담이 좀 적은 마피아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해보니 딱히 그렇지는 않더군요. 마피아에 약한 사람은 역시 힘듭니다. 장점은 오히려 미니멀한 구성으로 쫄깃한 게임성을 뽑아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디럭스는 굳이…

빌라봉 레이스 ×1

딱 게임올로지에서 좋아하는, 알렉스 랜돌프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리코셰 로봇 같은 퍼즐게임과 DNA를 공유하지만 상호작용 강한 레이싱 게임이라는 점이 독특하죠.

사실 한동안 방출 목록에 있던 게임입니다. 근데 단돈 9천원에도 팔리지 않았을 뿐이에요....ㅠ 당시에는 파티를 기대했는데 너무 정적이라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동실화)

근데 지난달에 어머니와 해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없던 파티성이 생긴건 아닙니다. 바뀐건 제 마음가짐이죠. 같은 입문자용 게임이라 하더라도 부모님과 하기 좋은 게임과 친구와 하기 좋은 게임은 다르지 않나? 그럼 어떻게 다르지? 라는게 제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자고로 좋은 파티게임은 exciting해야 합니다. 업되다 못해 욕지거리가 절로 나오는 게임이 가장 좋죠. 근데 가족끼리 그럴 순 없잖아요? 라스베가스는 갓겜이지만 집에서 꺼내기는 다소 꺼림칙합니다. 도박이라는 테마의 문제도 있겠지만요.

그러니까 가정집 테이블에는 너무 다이나믹해서 방방 뛰고 멱살잡는 게임보다는 다소 조용한 게임이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근데 그렇다고 상호작용이 없는, 내 할것만 하는 게임은 아쉽죠. 가족끼리 모인 귀중한 시간에 대화를 이끌어낼 수 없잖아요.

주제로 돌아와서, 빌라봉은 정적인데 상호작용은 강해요. 이 조합 덕분에 가족 게임으로서 빛납니다. 과하게 흥분하지는 않은 텐션으로, 내가 엄마를 밀어줬네~ 동생이 비키질 않네~ 양념 쳐가면서 재밌게 즐겼습니다. 퍼즐 게임이라 발생하는 장고는 괴롭지만 엄마의 장고는 행복하더라고요.

할리갈리 ×1

흔히 할루젠으로 평가절하 당하지만, 간단한 룰에 빠른 재미를 주는 좋은 게임이 맞습니다. 근데 저는 정말 못합니다. 누구랑 해도 질 자신 100%

재치와 눈치 패밀리 ×1

상식 계열 게임의 조상님입니다. 요즘엔 21세기 답게 스마트 10, 도전 골든벨 OX, 사운드 퀴즈쇼같이 기계를 이용하는 게 대세죠. 조만간 AI 챗봇을 이용한 게임이 나올지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돌 VS 인간이라는 아날로그 게임이 쌔빠지게 웃깁니다. 영어제목은 ‘당신은 상자에 든 돌보다 멍청한가? (Are You Dumber Than a Box of Rocks?)’ 인데, 자존심이 상하다가도 한번만 플레이해보면 돌갓에 대한 간증이 쏟아집니다.

재치와 눈치 얘기로 돌아오면, 역시 찍어 맞춰야 하는 문제들이 나오는 것은 유사합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이 내놓은 답을 보고 내 답을 수정할 수 있어요. 이 눈치게임이 신선하긴 한데 기본적으로 상식 퀴즈로서의 재미가 9할이고,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2인 팀전으로 플레이하는 게 재밌기 때문에, 5인 게임이지만 사실은 10명까지 플레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돌대인간은 기껏해야 4명까지라서, 그 이상의 인원에서는 재치눈치로 대체할 만합니다.

젝스님트 ×4

입문자가 다수인 동호회에서 꺼냈습니다. ‘규칙이 은근히 헷갈리지 않나?’ 싶은 생각에 걱정 반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터졌습니다. 인원이 비교적 많을 때 (>7인) 전략성이 옅어지는 것은 아쉽고 6인 내외에서는 흠잡을 데 없습니다.

스플렌더 대결 ×3

입문자에게 바로 들이밀기는 어렵습니다. 규칙양이 스플렌더 본판의 2배쯤 되고, 7원더스 대결과는 비슷해요. 하지만 스플렌더 규칙을 이미 잘 아는 사람에게는 그 차이만 설명해주면 되기 때문에 해볼 만합니다. 스플렌더를 질릴 만큼 했다는 커플에게 강추.

게임 자체는 스플렌더보다 훨씬 전략적입니다. 점수 루트도 3가지가 있고요. 종종 플레이할 것 같습니다.

🥈

"재밌다!"

미크로 마크로 ×8

‘월리를 찾아라’ 보드게임 버전. 입문자들의 평이 아주 좋았는데, ‘이 게임은 현대미술’이라는 평까지 들었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한 그림에 표현한 점이 인상깊다고 하더군요.

포켓팜 ×3

한국의 떠오르는 샛별, 홍승재 (Eric Hong) 작가님의 2인용 퍼즐게임입니다. 2×2 타일을 하나 골라서 배치하는 심플한 규칙인데, 당장의 비용 지불과 미래를 위한 빌드업, 점수, 견제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페스타에서 프로토타입을 8천원에 (!) 구매해서 즐겼는데, 오늘 이런 이미지를 찾았습니다.

가까운 시일에 팝콘/만두게임즈에서 한층 귀여워진 일러와 함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좋은 게임은 금세 빛을 보는 법.

황금의 땅 엘도라도 ×3

크니지아 박사님은 다른 사람의 게임을 딱히 플레이 안하기로 유명한데, 덱빌딩 메커니즘은 어떻게 접하셔서 이렇게 찰떡같이 소화하셨을까요? 덱빌딩의 기본 재미를 바탕으로 레이싱이 어우러졌습니다. 마치 맛있는 오리엔탈 샐러드처럼...

클랭크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소감으로는 전혀 결이 다른 게임입니다. 클랭크가 상당히 여러가지 요소가 섞인 찌개라면, 엘도라도는 딱 레이싱에 집중한 일품요리에 가깝습니다.

카드풀이 고정인 게 가장 아쉬운데, 대신 모듈형 맵이 리플레이성을 커버해주리라 생각합니다.

타임라인: 발명 ×1

유명한 발명품이 적힌 카드를 연도순에 맞춰서 내려놓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웬 교육용 게임? 하시겠지만 제가 손에 꼽는 상식 게임입니다. 앞서 말한 재치눈치, 돌대인간과 재미 포인트는 비슷합니다만, 뭔가 들어본 발명품들이 나오니 좀더 썰을 풀기 좋습니다.

“칫솔이랑 치약은 한세트 아닐까? 바로 옆에 놔봐”

- 칫솔 발명 1498년 / 치약 발명 1896년

“야 금고 디자인 봐, 무조건 중세다 이거ㅋㅋㅋ”

- 금고 발명 1844년

듀플릭 ×2

텔레스트레이션을 잇는 그림그리기 갓겜입니다. 그림을 보고 1분내로 설명하면 다른 사람들은 들은대로 그립니다. 근데 그림이 일단 괴상망측한데다 채점 기준도 까다로워서 대환장 파티가 쉽게 벌어집니다.

(같은그림 다른해석. 심지어 아래 그림은 1점인게 킬포)

무엇보다 소규모 인원이 가능한 그림그리기 게임이 많지 않아요. 6~8인이 텔레스트레이션이라면 그 이하 3~5인은 이 게임으로 커버해도 좋습니다. 픽토매니아도 비슷한 포지션이긴 한데 듀플릭이 더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이스 크루 ×5

첫플은 갓겜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막상 몇 판 더 해보니 생각보다 뻔한듯도 하고? 원래 트릭테이킹을 즐기지 않다 보니 아직 적응이 덜 됐나봅니다. 어쨌든 더 해볼 게임.

캐스캐디아 ×1

끝내주는 퍼즐 게임이었습니다만 제가 사랑하는 또 다른 퍼즐게임 패치워크보다는 룰의 복잡성 대비 고민거리의 비가 낮다고 느꼈습니다. 상급자용 규칙을 플레이해보고, 거기서 더 큰 재미가 온다면 평점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갓-겜"

CV ×2

야찌식으로 주사위 굴리고, 그 주사위로 카드를 사와서 엔진 빌딩을 합니다. 근데 컨셉이 인생이고, 카드는 ‘박사 과정’, ‘결혼’, ‘쌍둥이 출산’, ‘보드게임 수집’ 등 과몰입 안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나만의 작은 갓겜 같은 느낌인데,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습니다. 아, Gossip 확장을 넣었을 때 한 번 크게 실망.

더 게임 ×4

연달아 3판을 아쉽게 망하고, 4판째에 기막힌 협동과 표현력으로 클리어했습니다. 게임명을 ‘갓 게임’으로 개명해야 합니다.

“나는 어께 정도?”

“그래? 나는 쇄골이니까 먼저 낼게!”

– 86 vs 87

포 세일 ×4

심플한 룰과 구성물로 말 그대로 컴팩트한 재미를 전달합니다. 크니지아 게임도 그렇지만 고전게임 특유의 맛이에요. 4~6인을 커버한다는 점도 좋고, 게다가 한국 한정 최고의 테마 부동산 경매 게임이라니. 美-味-

카르카손 ×3

고전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대표적인 고전 카탄(1995)은 이제 놓아줄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소신발언). 분명 재밌지만 게임이 너무 깁니다. 이제는 더 짧고 쉬운데 비슷한 재미를 주는 게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옳은 고전들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젝스님트, 리코셰 로봇 같은 게임들이 그렇고 카르카손도 저에겐 그래요. 여전히 최고의 패밀리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어머니(또는 다른 가족)와 플레이할 때는 수도원장이나 강 타일은 빼고, 개정판의 기본 규칙에 따라 농부까지 빼고 플레이해야 합니다. 농부는 카르카손에서 가장 이질적인 기믹이에요. 쌀국수에 고수 같은 존재랄까? 먹어본 사람은 없이 못살지만,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일단은 빼고 내갑시다. 파란통이니 빨간통이니 하는 확장들은 손도 대지 마시고요.

이렇게 한가지만 조심한다면 카르카손은 가족용 갓겜이 맞습니다. 재미를 금세 느끼도록 되어있고, 빌라봉과 마찬가지로 정적이면서도 상호작용이 강합니다. 한판 후에 적응하는 모양을 봐서 룰을 추가해 나가시면 됩니다.

리코셰 로봇 ×2

앞서 빌라봉, 카르카손과 달리 리코셰는 좋은 가족게임이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숙련자와 비숙련자의 차이가 엄청난데다가 순발력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세트(SET)와도 비슷하네요. 하지만 퍼즐 게임으로서의 고점이 빌라봉이나 세트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갓겜 칭호가 붙지요. 16을 외친 상대 앞에서, 1초 남은 모래시계를 멈추고 15수 경로를 시연하는 경험은 정말 짜릿합니다. 머리좀 쓴다 하는 공대생이라면 시켜봐야 하는 게임.

🏆

"명예의 전당"

제가 긱 평점을 열심히 매깁니다. 갓겜은 우선 9점을 주고, 한판 더해도 여전히 갓겜이면 0.1점씩 올려줍니다. 예전만 못하면 깎고요. 그렇게 최소 10번의 추가 검증을 통과하면 10점에 도달할 수 있고, 이때부터는 그냥 고정합니다. 명예의 전당인 셈이죠. 딱 3개의 게임이 여기 있습니다.

버건디의 성 ×9

말해 뭐해, 주사위 갓겜 버건디입니다. 첫판부터 재밌는데 파고들 깊이도 무한합니다. 아레나 승률이 94% (618판 중 31번만 패배) 인 괴물 아저씨가 있는데, 대체 뭘 어떻게 하는건지 리플레이를 봐도 감이 안와요. 바둑으로 치면 전성기의 이창호 보는 느낌이 이럴까?

자세한 내용은 예전에 썼던 글로 대신할게요.

100판 해보고 쓰는 리뷰 - 버건디의 성은 과연 갓겜인가?

글룸헤이븐 ×6

현업과 지리의 제약으로 PC로만 하고 있는 글룸입니다. 2~4인플로 대면과 TTS를 전환해가면서 1회차를 클리어 했었고, 2회차는 TTS로만 했었는데요. 3회차는 PC steam 앱을 활용 중인데 퀄리티도 좋고 편의성도 훌륭합니다. 게다가 PC 한정으로 향상 비용이 저렴하고, 되팔 수도 있어서 향상뽕이 차오릅니다. 개발자가 원래 구현하려던 방향은 이쪽이었는데 아날로그의 한계였다고 하더군요.

모두 글룸하세요. 안하면 손해야 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