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 본 머더 미스터리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서스펙트 게임을 시작으로 머더 미스터리 게임을 나름
집중적으로 플레이했더니, 어느새 새로 플레이할 게임은 없고
펀딩한 작품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더라구요. 그래서,
아쉬움을 달래고자 그동안 썼던 후기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기로 했습니다.
2인용 크라임씬게임 ‘보랏못 리라이트’ 리뷰 (feat. 서스펙트 게임)
머더 미스터리 "Y의 장례식" 간단 후기. 저는 별로;
우선, 이 장르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보면요...
1. 재미가 보장되는 장르
저는 머더 미스터리를 (게임에 따라)
추리+역할극(마피아) 혹은 추리+역할극(마피아)+협상
으로 보는데, 마피아게임만 해도 재미가 보장돼서 그런지
(세어 보니 마피아게임만 스무 개 넘게 했던데
다 재밌었거든요) 마피아에 뭔가를 더 추가한
머더 미스터리는 웬만하면 다 재밌더군요. 제가 후기에서
아쉽다고 얘기한 게임들조차 말이죠.
2. 달라지는 플레이 경험
하지만,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장르라 그런지
(같은 1회플 게임인 추리나 방탈출과 비교해도) 플레이어마다
플레이 경험이 많이 다르더군요. 그동안 후기 150개를 쓰면서,
늘 다른 분들이 쓰신 후기나 한줄평을 참조했었는데,
머더 미스터리 만큼 종잡을 수 없는 장르도 없었습니다.
3. 밸런스
이런 차이는 범인과 다른 플레이어 사이 밸런스가
좋지 않을 때 특히 많이 생기지 않나 싶습니다. 범인을 맡은
플레이어가 살짝 실수하거나 플레이어 중에 코난을
즐겨 보는 분이 있다던지 해서, 게임이 갑자기 기울어지고
급기야 범인을 특정하게 되면, 작가가 의도한
플레이 경험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머더 미스터리는 웬만하면 재밌다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는, 밸런스만 좋아도 게임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게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들도 그렇게 생각한 건지, 여러 게임에서
밸런스 붕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볼 수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다른 플레이어의 추궁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범인에게 충분히 많은 사전 정보를 제공하거나 혹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플레이하라는 플레이 가이드를
미리 제공하거나, 추리나 토론을 할 물리적 시간 자체를
처음부터 줄여 버리거나, 각 캐릭터에게 개인 미션을 줘서
범인 검거에 몰두할 수 없도록 만드는 거죠.
이런 이유로, 이 글에서는 주로 밸런스라는 관점에서
게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4. 네 부류
제가 해 본 게임은 플레이한 순서에 따라
(1) 서스펙트 게임,
(2) 머더 미스터리 미니 시리즈인 보랏못 리라이트,
시체와 온천, 웬디,
(3) 미스터리 파티 시리즈인 푸른 달,
(4) 카드캐슬 시리즈인 Y의 장례식, 목 베는 마을
이렇게 총 네 부류로 나눠 볼 수 있어, 이 순서대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5. 서스펙트 게임
먼저, 제 머더 미스터리 첫사랑인 서스펙트 게임은
정말 재밌는 게임이었습니다. 일단 역할극이 너무 재밌었고,
추리게임을 좋아해서 그런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읽은
개인 시나리오만으로 범인에 대해 상당 부분을 추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처음부터 범인을 몰아세우는 재미가 굉장했거든요.
하지만, 범인을 맡은 플레이어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 탓에
“범인을 맡은 플레이어의 희생으로 나머지 세 명이 즐거운 게임”
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었는데요 (당시에 저는 범인을
한 번도 해 보지 못 했습니다), 실제로 이후에 다른 게임을
해 보며 비교해 보니 (특히 범인 역할을 해 보니)
서스펙트 게임은 밸런스를 위한 장치가 전혀 없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토리가 풍부하고 개연성이 좋으며 가성비가 굉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게임이라기 보다는 추리소설을
한 편 써 놓고 그 텍스트를 캐릭터별 개인 시나리오와
단서 카드에 분배해 놓기만 했다고나 할까요?
6. 머더 미스터리 미니 시리즈
이 시리즈에 속하는 세 게임은 일단 하나같이 개성이
강해서 좋았습니다. 보랏못 리라이트는 신기하게도
2인용 머더 미스터리이고, 시체와 온천은 엄청 미니멀한
게임이며, 웬디는 (갓겜인 걸 떠나) 스토리가 진짜 신기했죠.
거기다 개연성은 당연하고 밸런스도 좋아,
‘아, 웰메이드 머더 미스터리는 이런 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7. 미스터리 파티 시리즈
이 시리즈에 속하는 게임은 푸른 달밖에 못 해 봤지만,
이 게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을 하고 나서
“와, 이거지. 머더 미스터리는 바로 이런 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거든요. 머더 미스터리 미니 시리즈가
추리게임에 좀 더 가까웠다면, 푸른 달은 예능에서 봤던
크라임씬에 좀 더 가까웠기 때문이죠. 개연성, 밸런스, 스토리,
파티성 중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건 당연하구요.
8. 카드캐슬 시리즈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는 웬디나 푸른 달과 같은 갓겜들을
플레이하고 난 뒤라 그랬겠지만, 구성물의 조악함이나
신뢰 가지 않는 번역, 게임이 끝나고 밀려드는 아쉬움
등으로 만족도가 떨어졌습니다. 밸런스가 붕괴됐고,
개연성도 떨어졌거든요. 그나마 스토리는 괜찮아서 다행이었네요.
9. 추천 vs 비추천?
정리하자면, 제가 보기엔 서스펙트 게임이나
카드캐슬 시리즈는 아직 완성도 높은 머더 미스터리 게임들이
소개되기 전이었던 예전이라면 몰라도, 이제 와서 굳이
찾아서 플레이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10. 플레이 순서
라고 쓰고 싶었지만, 워낙에 플레이 경험이 다를 수 있는
장르라 자신이 없네요. 그래서, 그 대신에 이 게임들이
가진 재미를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해 어떤 게임을
어떤 순서로 플레이할지 제안해 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게임을 전부 플레이하신다면, 제일 먼저
카드캐슬 시리즈인 ‘Y의 장례식’을, 그 다음엔
‘목 베는 마을’을 권해 드립니다. 제가 보기에 두 게임은
개인 시나리오만 열심히(!) 읽으면 게임이 상대적으로
덜 복잡하고, 플레이하다 보면 범인이 누군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규칙도 간결한 편이구요.
그 다음은 서스펙트 게임이 어떨까 합니다.
서스펙트 게임은 텍스트가 꽤 많고 앞의 두 게임에 비해
더 복잡해, 범인은 쉽게 잡아도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더라구요.
이렇게 두 부류의 게임은 입문게임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구요...
남아 있는 머더 미스터리 미니 시리즈와
미스터리 파티 시리즈는 제가 아직 많이 플레이하지 못 해
순서까지 제안하진 못 하겠지만, 웬디나 푸른 달은
워낙 좋은 게임이라 플레이를 좀 뒤로 미루는 게
어떨까 합니다. 장르에 충분히 익숙해진 다음에
플레이해야 재미를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고나 할까요?
저같은 경우, 웬디는 모임원들이 추리게임에 숙련돼서
재미를 다 뽑아낼 수 있었지만, 푸른 달은 (다른 분들은
플레이를 잘 했지만 저는) 게임이 복잡해 제대로
플레이 못 했다는 아쉬움이 남았거든요. 이번에 MTS에서
펀딩하는 게임 중에 난이도 별 하나인 나머지 두 게임과
달리 난이도 별 두 개이기도 하니까요.
11. 마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을 때, 마침 페리페리님이
비슷한 글을 올리셔서
이제껏 해본 머더 미스터리 시리즈 개인적인 순위와 리뷰모음
읽어 보니,
‘내가 겨우 요 정도 게임 해 보고 이 글을 올려도 될까?’
라는 자괴감이 들지만, 두 글을 비교해 읽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져 보며 글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