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보드게임 후기(클랭크! 레거시, 캐스캐디아, 메르카두 드 리스보아)
인스타에서 복사한 거라 반말입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클랭크레거시
네 달 동안 세 번의 모임만에 마침내, 엔딩을 봤다. 지금까지 레거시 게임은 팬데믹 레거시 0&1, 사이드: 펜리스의 부상 정도밖에 안 해봤지만 개중엔 최고의 경험이었다.
클랭크! 레거시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아주 적절한 밸런스에 있는 것 같다. 본 게임이 파티성이 강한 가벼운 전략 게임이라 일단 여러 판을 하더라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여기에 플레이어들이 같은 주식회사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라는 설정이라 스토리상 자연스레 협력을 유도하기도 하는데 놀랍게도 진짜 협력을 하게 된다. 때로는 이달의 직원이 되기 위해 서로 공을 세우려고 경쟁도 하고 다시 조별 과제 하듯 이거저거 분담해서 퀘스트를 해결하다가 결국엔 서로 다른 사람 큐브 뽑으면서 하하호호 하게 되는 아주 유쾌한 게임이었다.
레거시 게임 특성상 게임 중간중간 스티커 붙이고 시나리오 읽으면서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은데 복잡한 룰이 왕창 추가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그런지 방해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어떤 내용, 어떤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됐다. 그리고 확실히 이런 레거시 게임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 환경과 스토리에 몰입하는 멤버들이 있어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이날의 재미: 5/5]
#캐스캐디아
내가 생각하는 레거시 게임의 최대 단점이 다른 게임을 못한다는 점인데, 역시나 클랭크! 레거시를 시작하면서 이 멤버로는 네 달 동안 다른 게임을 전혀 못했다. 그래서 엔딩 본 다음 그냥 가기 아쉬웠는데 시간은 또 별로 없어서 모두가 룰을 아는 ’다른 게임‘ 캐스캐디아를 빠르게 돌렸다. 대부분의 보드게이머들은 이 작가의 이전작인 캘리코보다 이 작품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는 캘리코가 더 취향이다. 난 자유도가 높아서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것보다는 아주 제한된 선택지 내에서 그나마 최선을 찾는 편이 더 재밌다. 그리고 테마와 아트웍의 어우러짐 측면에서도 캘리코가 좀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뭐 캘리코 칭찬만 했지만 이날 엄청 간발의 차이로 1등 해서 기분은 좋았다. [이날의 재미: 3.5/5]
#메르카두드리스보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딸의 흑역사라고 생각하는 메르카두 드 리스보아. 우리나라에 출시될 당시 내가 유일하게 여행해 본 유럽 나라가 포르투갈이기도 했고 리스보아의 여왕 프로모 카드도 준다고 해서 무지성으로 샀으나 딱 두 판 해보고 나조차도 재미가 애매해서 계속 봉인했었다. 그렇다고 중고로 팔지도 않은 이유는 (아마 잘 팔리지도 않았겠지만) 여러 번 해보면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 같은 게 있어서였는데, 최근 아레나에서 고정 멤버와 3인플을 여러 번 해본 결과, 꽤 재밌다!
이 게임은 마치 셋이서 하는 오목 같다. 누군가에게 네 명 손님 각을 주면 바로 게임이 터져버리기 때문에 견제를 하는 게 필수가 돼버리는데 이게 딱 오목이 주는 재미와 일맥상통한다. 때문에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현재 플레이어들이 들고 있는 가게 타일과 대기하고 있는 손님 타일들을 잘 고려해서 나만 이득 보는 타이밍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또 너무 욕심을 부리다 보면 진짜 개털이 될 수도 있어서 눈치싸움이 굉장히 치열해진다. 이런 심리전을 고려하면 실제 오프라인에서 협상(내가 포도 손님 줄 테니깐 토마토 손님은 건드리지 말아 줘)을 시도하면서 하면 확실히 더 재밌을 것 같다. 아레나 멤버들과 오프에서 돌릴 날만을 기다리면서 팔지 말고 가지고 있어야지(어차피 안 팔림). [이날의 재미: 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