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웨트 아르헨티나, 우드크래프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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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6 14:53

한글판으로 나온다는 소식이 있는 우드크래프트와 소식은 아직 못 들은 것 같지만 무조건 나오기는 나올 그웨트 아르헨티나 두 개를 했습니다.

써 놓고 보니 글이 너무 기네요 ㅠㅠ 둘 나눠서 후기를 올리까 하다가 그냥 같이 올립니다. 회사에서 퇴고 없이 올리는 거라 오타나 비문이 있어도 양해를 부탁합니다 또르르...

한 줄 요약
- 그웨트 아르헨티나 : 역시 그웨트는 그웨트. 재밌다!!
- 우드크래프트 : 와 대꿀잼, 개인적으로 블라디미르 수치 최고작이 언워시라고 생각해왔는데, 그에 버금가게 재밌다!!

1. 그웨트 아르헨티나

기본적으로는 그웨트 본판과 거의 같습니다. 어찌 보면 기차역 배송 시스템과 인디언/재난 타일 두 개 정도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꾼 것 빼면 똑같은 수준이기 때문에 그냥 모듈형 확장인가 싶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처음 룰만 들었을 때는 그웨트 본판에서 북부행철도 달았을 때 정도의 변화 수준이라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둘이 바뀌면서 게임의 전략 구성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특히 아주 다양한 부분에서 밸런스가 만져졌고, 그래서 새로운 전략들이 굉장히 많이 생기게 될 것 같아요.

아르헨티나에서 소를 몰아 항구로 보내고, 소를 배에 싣고, 다른 나라에 도착한 배들의 소를 그 지역 곳곳에 배달한다는 테마로 바뀌었구요, 기존의 인디언/재난 타일들은 농부로 바뀌었습니다. 돈을 내고 인디언과 교섭을 하거나 재난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농부들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즉 아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카우보이/건축가/기관사 기존 3개의 일꾼에 더불어 농부라는 일꾼이 추가된 겁니다.

이 농부가 중요한 이유는 소들의 먹이가 되는 곡식이라는 새로운 자원을 제공하기 때문인데요, 이 곡식은 소들을 배에 싣고 다른 나라에 배가 도착했을 때 그 지역에서 소를 배송하기 위한 필수 자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소를 배에 실을 때는 곡식 대신 돈을 내도 되지만, 도착지에서 지역 내 소 배송할 땐 돈으로 대체가 안되기 때문에 곡식 없인 게임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관사로 기차를 밀 때 새로운 요소가 생겼는데요, 기존 북부행 철도에서 기차가 멀리 가야 지점 설립이 가능했던 반면 아르헨티나에서는 지점 개념이 없어졌기 때문에 기차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게 바로 골인 지점 단축입니다. 기차가 멀리 가면 갈 수록 맵을 덜 돌고 내 기차가 있는 곳으로 빠져 나가 골인할 수가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맵 뒤로 갈수록 함정(농부) 칸들이 빼곡히 나오기 때문에, 기차를 밀지 않으면 돈과 이동력을 엄청 빼앗깁니다.

결국 적절하게 기차를 밀어서 골인 지점을 조금씩 앞당기고, 농부를 적절히 고용해서 곡식을 마련해야 하고, 소카드를 적절히 많이 사서 높은 점수의 배에 소를 싣고 배송해야합니다. 이런 엔진을 만들려면 당연히 효율적인 건축이 필수적일 거구요.

결국 개인적인 인상으로는 본판과 북부행보다 더 유기적으로 전략을 짜야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한 건 3인플로 하고 모두 초플이었는데, 셋다 끝나고 나서 느낀 점이 바로 이거였습니다. 본판처럼 하나만 밀어서 되는 게임이 아니구나.

저는 익숙한 게 카우보이다보니 그냥 카우보이 주구장창 고용해서 소카드만 계속 사서 1등을 하긴 했는데, 그나마 최소한의 농부 고용과 건축으로 곡식을 수급할 수 있어서 이게 가능했던 거 같습니다. 기차를 진짜 하나도 안 밀었었는데, 그래서 후반에는 이동력과 돈을 엄청 손해봤습니다. 체감상 다른 친구들 세 바퀴 돌 때 저는 두 바퀴도 못 돌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 건축가 테크는 아무도 가질 않아서 건축 밸런스와 효율은 어떤지 파악은 못했는데요, 본판에서는 아무래도 건축가가 제일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빌드였다 보니 적절히 조정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웨트를 좋아하신다면 강력히 추천할 수 있습니다. 본판과 거의 같지만, 본판과 정말 다릅니다.

2. 우드크래프트

아르헨티나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우드크래프트는 더 좋았습니다! 언워시 처음 해봤을 때 와 진짜 잘 뽑았다 싶었는데, 프라하와 메시나 모두 전 아주 재밌게 플레이했지만 언워시만큼은 아니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건 정말 대단히 잘 뽑은 것 같아요!!

기존 수치의 작품들도 사실(특히 최근 작품으로 올수록) 이 시스템 저 시스템 섞어섞어 느낌이 많이 들었었는데, 이번 우드크래프트도 이건 마찬가지입니다. 게임하면서 이건 여기서 가져왔네 저건 여기서 가져왔네 이 말들을 계속 하면서 했어요.

액션 선택은 기본적으로 프라하와 거의 같은데, 선택 안 된 액션들에 대해서는 그만큼 보너스로 보정을 충분히 해주기 때문에 밸런스가 잘 잡혔다고 생각했어요. 액션마다의 효율이 당연히 균등하게 같을 수가 없는데, 이걸 절묘하게 보너스로 맞추었습니다.

평판 트랙은 오를레앙이 떠올랐습니다. (달성한 계약서 X 전진시켜서 확보한 계수) 로 점수 계산이 되거든요. 계약서 달성은 마르코폴로 버라지 등등 쓰이는 게임이 너무 많구요. 조수 고용해서 톱니바퀴 굴리는 건 로렌초 공장 돌리는 느낌도 났습니다. 라운드 진행과 시대 수입 받는 방식은 언더워터시티즈와 거의 같습니다. 설비타일 사서 시대당 한 번 쓰는 것도 언더워터시티즈에 같은 역할을 하는 액션카드들이 있었죠. 주사위 성장도 테티칸 느낌이 살짝 나긴 하구요. 공구 타일 모아서 보너스 얻는 건 메시나 느낌도 났습니다. 점수트랙은 카르카손과 디자인 자체가 똑같습니다 ㅎㅎ

결국 새로운 기믹이나 진짜 신선하다! 이런 시스템은 사실상 없었어요. 그런데 아는 맛들을 절묘하게 잘 섞어서 완벽한 비빔밥 한 그릇이 나온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나무그릇을 곁들인...

위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액션 선택이 덜되는 액션에 충분한 보너스를 제공해서 결국 선택하게 만드는 것과 같이, 기존에 있었지만 더 발전시킨 시스템들이 정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계약서 달성만 봐도 계약서 달성 유효기간을 다 다르게 만들어서, 어려운 계약서를 깔고 바로 달성했을 때 충분한 보상을, 쉬운 계약서는 짧은 유효기간을 줘서 쉽지만 급박히 달성하게 하는 긴장을 줍니다. 마폴이나 버라지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시스템 발전이었습니다.

액션 중에 확실히 화분 액션이 효율 좋아보이긴 한데, 말씀 드린 것처럼 충분한 보정이 되면서 다른 전략들도 가능성이 다양해 보이기 때문에 필승젼락이 있을까 싶긴 합니다. 저는 초반에 설비 타일들을 최대한 사서 주사위를 성장시키는 것보다는 톱밥으로 주사위눈을 높이고 톱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진행해서 2등을 하고, 1등을 한 친구는 주사위를 효율적으로 계속 비싸게 팔아서 돈으로 점수를 계속 사고 조수를 고용해서 점수를 엄청 땡겼어요. 오히려 계약서는 최초 받은 계약 4개만 딱 달성했는데도 저보다 20점쯤 점수가 더 나더라구요. 저희 둘 다 추가 화분은 안 사고 게임했구요.

테마와 일러스트도 다 마음에 듭니다. 요정들도 너무 귀엽고 나무로 만든 제품들도 다들 엄청 귀여워요. 딱하나, 보드판이나 컴포들의 퀄리티가 요즘 게임답지 않게 아주 단순한 편이어서, 아 이건 무조건 듀얼레이어 업그레이드나 컴포 업그레이드 나오겠구나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플라스틱 트레이를 선호하지 않아서 트레이가 없는 건 상관 없는데, 그래도 요즘 시대에 이렇게까지 컴포넌트 안 비싸게 만든 게임이라니 의외더라구요 ㅎ 물론 그래서 한글판도 가격이 비교적 쌀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