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보드게임한 이야기 - 2022년 Top 5

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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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5 오후 2:58

IP: 209.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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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에서 살면서 가족들과 소소하게 취미로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주로 세 아이들 (6학년 아들, 5학년 딸, 2학년 딸)과 보드게임을 하고 간간히 지인들 & 와이프와 간단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혹은 지인들과 즐긴 게임들을 남겨두고 후에 아이들이 크면 찾아보고 싶어서 남겨놓는 후기입니다.

조금 늦었지만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한 해동안 플레이했던 약 70여종의 게임들중에 아이들이랑 각자 재밌게 즐긴 게임을 5개씩 뽑아봤습니다.

처음에는 보라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재미로 아이들에게 물어봤었는데, 아무래도 글을 남겨놓는게 좋을 것 같아서 늦게나마 글을 남기러 왔습니다. 아이들이 고른 게임들에는 자기들이 생각했던 재미있는 이유를 짧게 쓰고, 제 의견도 살짝 추가하도록 할게요.

아마 거진 다 아시는 게임들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단한 리스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막내 5위 - 텔레스트레이션

고른이유: 그림을 보고 답을 맞추는게 재밌다. 그림을 그리는것도 재밌다. 나중에 다 그리고 보면 웃기다.

한 해 동안 파티게임으로 많이 즐긴 텔레스트레이션입니다. 특히 보드게임을 즐기지 않으시는 분들이 보였을 때 꺼낼때마다 실패가 없는 게임이었네요. 달무티나 포세일같은 간단한 카드게임도 꺼리는 그룹에서도 실패하지 않은 좋은 게임입니다. 아이들이 셋 다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저희 아이들에게 유독 더 잘 먹힌 기분도 드네요.

둘째 5위 - 스페이스 크루

고른이유: 협력게임이라서 좋다. 카드패를 보고 전략을 짜는게 재밌고 어려운 미션을 깼을 때 성취감이 좋다. 사람들이 잘못된 미션을 고르거나 카드를 플레이해서 실패할 때 웃기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스페이스 크루가 둘째의 5위입니다. 저는 대학생 때 친구들과 유커 라는 트럼프 트릭테이킹 게임을 많이 즐겼었고 지금도 트릭테이킹 게임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해 본 트릭테이킹 게임들 중에서 가장 재밌는 게임이 스페이스 크루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후반부 미션으로 갈수록 저의 패와 남들이 플레이하는 카드를 보면서 현재 상황을 예상하고 그에 맞는 카드를 내면서 미션을 성공할 때의 쾌감이 대단한 것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 작은 단점이 있다면 시나리오를 쭉 깨려면 고정적으로 함께 플레이 할 그룹이 필요하다는 점, 후반부 미션이 너무 어려워서 끝까지 끝내지 못하고 계속 정체되어 있다는 점 이네요. 올해 상반기에 정말 많이 했었는데 30번 미션에서 수십판 넘게 실패하다 보니 막내가 흥미를 잃어서 요새는 잘 못 돌리고 있습니다ㅠ

첫째 5위 - 장미전쟁

고른이유: 2인전용 게임인데 룰이 간단해서 재밌다. 약간 체스/오델로하는 기분이 든다.

아이들 리스트를 들으면서 제일 놀란 게임입니다. 장미전쟁은 제가 크게 기대하고 산 게임이 아니고 우연찮게 들어간 가게에서 엄청 싸게 세일중이길래 아무생각없이 사온 게임이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집에 있는 수많은 2인 전용 내지는 2인 베스트 게임들을 물리치고 장미전쟁이 5등에 올라서 좀 당황했습니다. 아들은 아무래도 보드에 토큰을 놓으면서 땅따먹기 식으로 영토를 늘려가는 점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보통 영향력 게임은 2인으로 플레이하기가 힘든데 장미전쟁은 2인전용에 기물을 놓은 영향력의 요소도 있어서 더 추가점수를 받은 점도 있겠네요.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계속 묻다가 “그냥 재밌는 걸 어떡해요" 라는 답을 들었네요. 하긴 그냥 그만큼 재밌고 기억에 남았으니 리스트에 오른 거겠죠? 이 게임이 2023년에도 아들의 탑 리스트에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덜키 5위 - 버건디의 성

제가 고른 5위 게임은 버건디의 성 입니다. 저는 어지간하면 일꾼도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주사위를 굴려서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수를 찾아서 보드판을 채워나가는 액션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는 5라운드 안에 많은 걸 못 할 것 같지만 계속해서 콤보를 만들어 가면서 후반부에 거진 다 채워진 개인판을 보면 뿌듯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타일의 기능만 알고있다면 본인의 턴에 할 수 있는 액션이 몇 개 안 되고 매우 간단해서 쭉쭉 플레이 할 수 있는 점도 너무 좋아합니다. 2021년까지만 해도 훨씬 더 많이 플레이했었는데 작년에는 새로운 게임들에 밀려서 별로 플레이를 못 했네요. 올해에는 둘째를 가르쳐서 한번 시도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막내 4위 - 익스플로딩 키튼

고른이유: 예상치 못할 때 폭탄카드를 뽑을 때 웃기다 (예: 폭탄카드를 보고 덱을 섞었는데 다시 폭탄카드를 뽑았을 때). 아빠한테서 해체카드를 훔쳐올 때 재밌다.

막내가 유독 좋아하는 익스플로딩 키튼이네요 ㅎㅎ 개인적으로는 운빨이 너무 강한 게임이라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만큼 파티파티한 분위기로 즐기기에는 또 상당히 괜찮은 게임이기도 합니다. 플레이 타임이 워낙 짧다보니 다른 보드게임을 하기전에나 시간이 아주 조금밖에 없을 때에 부담없이 한 판씩 할 수 있는점도 좋은 것 같아요.

둘째 4위 -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

고른이유: 보석을 모으는 걸 보면 누가 이기는 지 보이는게 좋다. 주사위가 잘 나오면 좋다. 보석이 이뻐서 보석을 모으는 게 좋다.

이스탄불: 주사위 게임 (이하 이탄주)도 라이트하게 즐기기엔 참 좋은 게임이죠. 보드게임 입문 포지션으로 저희집에서는 스플렌더보다 이탄주가 더 많이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막내까지 4인플로 다 같이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게임인점도 좋구요. 둘째는 주사위 운이 좋은편인데 이탄주를 플레이 할때마다 거의 항상 둘째가 이기곤 합니다. 4인플 기준으로 지금까지 승률이 한 6~70%는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유독 둘째가 사랑하는 게임이 아닐까 싶네요.

첫째 4위 - 스컬

고른이유: 5~6명까지 커버가 되서 친구들이랑 다 같이 할 수 있어서 좋다. 마지막 한 장의 패를 뒤집을 때 긴장감이 좋다.

12월에 아이들에게 혜성같이 등장한 스컬입니다. 다 같이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웃으면서 즐기기에 참 좋은 게임인 것 같아요. 어지간하면 한 판이 금방금방 끝나는 편이라서 마찬가지로 여러번 플레이하기에도 좋고, 보드게임을 경험이 거의 없는 아이들이 놀러왔을 때에도 쉽게쉽게 돌아가지더라구요. 원래는 어른들끼리 하려고 구매했던 게임이라 오랫동안 몇 번 플레이를 못했었는데, 아이들에게 소개해준 뒤에 12월 한달동안 평생 할 스컬을 몰아서 다 플레이 한 기분입니다…

덜키 4위 - 패치워크

아이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저만 유독 좋아하는 게임 스타일은 타일놓기 게임인데요, 간단한 게임으로는 킹도미노, 베런파크, 카르카손 부터 해서 캘리코처럼 퍼즐을 풀듯이 머리아픈 타일놓기 게임도 좋아합니다. 아쉽게도 아직 캐스캐디아는 플레이를 못 해봤네요. 패치워크는 2인 전용 게임으로 자주 들었던 게임이지만 차마 기회가 닿지 않다가 작년 12월에 구매해서 해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라이트한 타일놓기류 게임중에는 패치워크를 제일 자주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베런파크처럼 테트리스식 퍼즐게임인데 베런파크보다 세팅타임이 확연하게 줄어서, 사실 2인용 타일놓기류 게임중에는 패치워크만큼 좋은 게임이 있을까 싶네요. 이건 눈치보다가 와이프한테 한 번 슬쩍 들이밀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 었습니다. 단추 / 시간 / 타일의 모양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타일을 골라야 하는 점도 재밌었어요. 저는 보통 조금 더 헤비한 게임을 좋아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최근에 한 게임이고 좋은 인상이 남아서 순위권에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에도 탑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을지 봐야겠네요.

막내 3위 - 팔레오

고른이유: 서로서로 도와야 하는 게 좋다. 음식을 찾아서 헤매고 모으는 게 재밌다. 어려워서 더 도전하고 싶다.

막내의 3위 팔레오입니다. 아직 1회플밖에 안해봤는데도 무려 3번째로 골랐네요. 막내의 1등 2등은 제가 예상하고 있던 게임들이라서 사실상 고정게임들 빼면 1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막내는 플레이 시간이 짧고 파티파티한 게임을 좋아하는 성향이라서 팔레오가 이정도 순위에 뽑힌점에는 저도 좀 놀랐네요. 저에게도 가족이 다 같이 할 수 있는 협력게임이라서 추가 가산점이 있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4명이 다 같이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내서 게임하기가 쉽지가 않고, 그런 시간이 나올때에도 짧은 게임을 2~3개씩 돌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원하는 만큼 플레이 할 기회가 오질 않고 있습니다. 빨리 다양한 모듈들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둘째 3위 - 스컬킹

고른이유: 사람들이 서로 망치게 하려는 게 재밌다. 이미 예상에 실패한 사람들이 서로 도와서 다 같이 망할 때 재밌다. 특수카드들이 재밌다.

제가 보드게임 플레이 횟수 기록을 시작한 이후로 압도적으로 플레이 횟수 1위를 달리는 스컬킹입니다. 시간이 애매할때도 스컬킹, 시간이 많아도 필러로 스컬킹, 시도때도 없이 돌아가는 갓겜이죠. 이미 한 번 갈아낀 두번째 슬리브도 너덜너덜해지고, 게임에 딸려온 시트지를 다 쓰고, 할때마다 종이에 점수를 계산하다가 올 해 아이언클레이를 구매한 이후로는 토큰으로 점수를 계산하고 있네요. 제가 아이언클레이를 살때 100개가 아니라 200개를 구매하게 한 주범이기도 합니다. (100개는 점수를 10점당 1포인트로 환산하지 않으면 칩이 모자라더라구요) 둘째의 평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하도 많이 플레이하다보니 그냥 이제는 그 누구도 승리에 집착하지 않고 서로서로 망하게 하는 낙으로 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신판에 추가된 특수카드중에 크라켄이 정말 예상외의 상황을 많이 만들어줘서 너무 재밌어요. 저도 또 트릭테이킹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앞으로도 몇년동안 꾸준히 돌아갈 게임이 아닌가 싶네요.

첫째 3위 - 사이드

고른이유: 군대/전쟁 테마가 좋다. 게임을 하면서 땅을 점령하다 보면 진짜 왕국을 건설하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영토가 늘어나는 걸 보는 게 좋다.

첫째가 사랑하는 몇 안되는 유로게임 사이드입니다. 이번에 리스트를 만들면서 느낀건데 첫째는 일꾼놓기처럼 보드에서 액션만 선택하고 개인판으로 엔진을 만드는 게임을 많이 안좋아하더라구요. 반대로 본인의 기물이나 토큰이 실제로 보드에 놓이면서 영향력 요소가 조금 있는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아쉽게 6위로 순위에 들지못한 보드게임도 영향력 요소가 있는 언더다크의 폭군들이었구요. 얼추 알고있긴 했지만 이렇게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보니 아들 취향이 더 확실히 보이는 느낌입니다. 사이드의 경우 2인플로 대결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게임마다 한쪽이 전투를 이기기 시작하면 상대방이 아무것도 못하거나, 서로 전투가 거의 없이 평화롭게 반대쪽에서 땅 먹고 농사짓다가 끝나는 양상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그래서 둘째를 곧 사이드를 가르쳐서 3인플을 하거나, 오토마 쓰는 법을 배워서 오토마 하나를 넣어서 3인플을 하거나 해야할지 고민중이네요. 저는 사이드보다는 인터랙션이 조금 더 적은 게임이 좋은데 이렇게 게임취향이 어긋나 버리는군요 ㅎㅎ

덜키 3위 - 브라스: 버밍엄

제가 최근에 보드게임을 취미로 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보드게임을 취미로 시작한 이상 취향에 맞던 안맞던 브라스는 꼭 한 번 해보세요." 제가 해본 게임들 중에 최고의 유로게임은 브라스인것 같습니다. 아직 2인플밖에 못해봤지만, 아직 전략도 모르고 그냥 수박 겉핥기식으로 몇 게임 해본 수준에 불과하지만, 한 게임 한 게임의 경험이 너무 재밌었고 3~4인플로 게임하는걸 상상만 해도 너무 즐겁습니다. 브라스 덕분에 평생 컴포업글 같은건 안할 줄 알았던 제가 아이언클레이까지 사게 되었지요. 어떻게 이렇게 (웨이트에 비해) 간단한 룰로 이런 게임이 나오는지 참… 이런 극찬에도 불구하고 브라스가 1위가 아닌 3위에 위치하게 된 이유는 아이들이 아직 저랑 해주지 못하는 게임이라서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룰 자체는 이해하는 것 같은데, 게임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산업 테마도 아이들이 선호하는 테마가 아니다 보니 영 플레이할 기회를 잡기가 힘드네요. 이렇게 아무래도 맘껏 플레이할 상황이 안 나오다 보니 더 높은 순위를 주기가 힘들더라구요. 아무리 좋은 게임도 돌리지를 못하면 의미가 없잖아요…ㅠ 오늘도 저는 아이들이 조금만 더 커서 첫째 둘째와 함께 3인플을 하는 날을 기대합니다.

막내 2위 - 스컬킹

고른이유: 내가 예상한 숫자를 맞출 때 기분이 좋다. 0을 예상한 사람이 첫 트릭부터 이길 때 웃기다. 내가 마이너스 점수를 받더라도 재밌다.

막내도 역시나 스컬킹이 순위에 올랐습니다. 막내는 다같이 보드게임 할 기회가 될때마다 "스컬킹!!"을 외치면서 앞장서서 게임을 셋업하곤 합니다. 스페이스 크루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스컬킹만 유독 좋아하는 걸 보면 트릭테이킹 자체보다는 게임에서 나오는 빵터지는 상황을 더 즐기는 것 같습니다. 저의 소감은 위에서 썼으니 생략할게요.

둘째 2위 - 스컬

고른이유: 서로 무슨 패를 냈는지 모를 때 블러핑하는게 재밌다. 게임이 짧아서 여러 번 할 수 있어서 좋다.

둘째도 스컬이 순위에 올랐네요. 저희 아이들이 스컬킹을 하면서 유독 서로 뭔가 실패하고 내가 망하더라도 상대방도 망하게 하는 그런 걸 좋아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스컬이 엄청나게 핫했습니다. 저의 소감은 마찬가지로 위에 썼으니 생략할게요.

첫째 2위 -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고른이유: 캐릭터를 두 개 섞고 카드를 보고 고르는 과정이 재밌다. 전투 메커니즘이 신선하다. 그냥 점수만 내는 게임에 비해서 샤즈 오브 인피니티나 서머너 워즈처럼 서로 체력이 보여서 현재 상황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다.

벚꽃결투가 큰아들의 2위 게임으로 뽑혔습니다. 저는 사실 처음에 게임을 구매할 때 아들이 카드를 보고 덱을 준비하는 과정을 귀찮아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기우였습니다. 아직은 저랑 아들 둘 다 게임에 익숙치가 않아서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지만, 아마 게임을 계속 반복할 수록 더더욱 금방 플레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게임 진행도 예열 과정없이 완성된 덱으로 시작하다 보니 시작부터 전투가 벌어지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들이 게임을 맘에 들어한다는 건 알았지만 2등을 줄 정도로 좋아했는지는 몰랐네요. 이쯤되면 여신을 6개만 구매한 게 패착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사이 박스 하나가 품절이 되어 버렸거든요 ㅠㅠ 재입고가 언제나 될런지… 아무래도 이런 상황 때문에 보드게임은 유독 더 지출이 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안 사면 다시 못 구할 수 있다는 그 불안감때문에 조금 더 쉽게 지갑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덜키 2위 -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

제가 고른 2위 게임은 아르낙입니다. 2022년에는 아직 본판밖에 플레이를 못해봤는데, 테마도 그렇고 게임의 웨이트도 그렇고 아이들과 즐기기 딱 좋은 게임인 것 같아요. 처음에 룰을 볼때는 할 수 있는 액션이 많아보였는데, 결국 크게 보면 상점에서 아이템 구매 / 일꾼놓기 및 탐험 / 조사트랙 으로 3가지 액션중에 골라서 진행하는 게임이라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생각보다도 훨씬 간단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큰아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게임이고, 주변에서도 좋아하는 게임이라 상대적으로 돌릴 기회가 많다 보니 가산점이 있었습니다. 확장을 구매해 놓고 아직 끼워서 플레이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확장까지 플레이하게 된다면 올해에도 계속 높은 순위에 있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아직 둘째는 아르낙을 해본 적이 없는데, 올해에는 한번 가르쳐볼 생각이에요. 올해가 2인플 위주의 유로게임에서 3인플 위주로 넘어갈 수 있는 분기점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1위입니다.

막내 1위 - 스컬

고른이유: 계속 연기를 해야하는 점이 재밌다. 다른 사람들이 내 말에 속아서 실패할 때 재밌다.

스컬이 결국 아이들 셋 모두의 리스트에 뽑히는 3관왕을 달성했네요. 스컬이 12월에 갑자기 몰아서 워낙 많이 돌아가다 보니 최근에 제일 재밌게 즐긴 게임이라서 아이들에게 인상이 좋게 남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아이들이 블러핑류의 게임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기회였네요.

둘째 1위 - 스키티아의 침략자

고른이유: 부족원들을 모으는 게 재밌고 침략을 가서 점수랑 자원을 얻어오는 게 좋다. 점수를 올리는 게임이 계산하기 쉬워서 좋다. 그림이 이쁘다. 부족을 열심히 키워서 그리스를 약탈할 때 성취감이 좋다.

둘째가 고른 올해의 1위 게임은 스키티아의 침략자 입니다. 아주 간단한 일꾼놓기 게임인데, 일꾼을 놓고 회수하면서 액션을 하는 방식이 상당히 특이해서 저도 나쁘지 않게 생각하는 게임입니다. 둘째도 마찬가지로 12월에 처음 배운 게임인데, 1위를 줄 정도로 재미가 있었던 것 같네요. 이번에 순위를 매기면서 깨닫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첫째보다는 되려 둘째가 유로게임 유전자가 더 있을 것 같다는 겁니다. 첫째는 흔히 유로게임에서 나오는 승점내기 방식의 게임을 선호하지 않고 조금 더 직접적인 인터랙션이 있는 게임을 좋아하는 데 비해 둘째의 경우는 되려 승점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게임을 좋아하더라구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2인플 게임을 할때도 첫째는 서머너 워즈 나 워체스트 처럼 공격을 하면서 상대방과 직접적으로 전투하는 게임을 좋아하고, 둘째는 좀 더 승점 위주로 승부를 볼 수 있고 간접적인 인터랙션이 있는 세븐 원더스 듀얼을 좋아했었네요. 올 해 제게 생긴 작은 목표가 있다면 둘째에게 조금 더 많은 유로게임을 가르쳐주고 올해말즈음에는 같이 아크노바/그웨트/로렌초 같은 게임도 즐길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 1위 / 덜키 1위 -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

고른이유: 하나의 캐릭터를 골라서 시나리오를 계속 플레이하는게 좋다. 카드를 플레이하는 방식이 신선하다. 캐릭터의 경험치나 골드를 계속 저장하고 레벨업하는 부분이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저랑 아들이 나란히 1등으로 뽑은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입니다. 같은 게임이니 한번에 몰아서 쓸게요. 저같은 경우는 Top 5를 고르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이미 1등으로 놓고 시작한 순위였고 큰아들도 당연히 사자의턱을 뽑겠거니 생각했었습니다. 2022년 4월에 구매한 후에 한 해 동안 15개의 시나리오를 플레이했고 한 게임당 보통 2~3시간이 걸리니 약 40시간 가까이 플레이한게 되네요. 좋게 생각하면 아들과 꾸준히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올 해 아들과 유로게임을 많이 플레이하지 못하게 된 원흉이기도 합니다. 조금 길게 템포를 가져갈 수 있으면 우선 사자의 턱을 꺼내곤 했으니까요.

원래 글룸헤이븐 이전에 아이들과 함께 플레이할 시나리오 베이스 테마게임으로 반지의 제왕: 가운데 땅 여정을 구매했었는데요,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전투의 비중이 적었고 랜덤으로 나오는 이벤트 위주로 플레이를 하는 어드벤쳐성이 더 강하게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약 5개 시나리오를 진행한 후에 더 진행을 못하고 멈춘 상태인데요, 반면에 사자의턱은 스토리는 텍스트 위주로 진행되고, 시나리오 자체는 카드를 이용해서 전투에 집중한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저랑 아들 둘 다 취향을 대만족시킨 게임이었어요. 전투도 흔한 주사위 굴리기식 게임이 아니라 카드로 플레이하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능력을 얻고 캐릭터가 강해지는 느낌도 아주 강하게 받을 수 있는점이 좋았습니다. 중간중간 너무 큰 실수가 나오면 살짝씩 무르면서 진행하기는 했지만 한 해 동안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1회차가 거의 끝나가는 중인데, 원래는 게임을 끝내고 나면 글룸헤이븐 본판을 플레이할 예정이었으나, 최근에 둘째가 살짝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아직 안해본 새로운 캐릭터를 잡고 둘째도 가르칠겸 2회차를 한 번 해야할지 고민중이네요. 글룸헤이븐을 시작하기 전에 가능하다면 처음부터 둘째랑 같이 3인플로 시작하는 게 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요. 확실한 건 사자의 턱이건 글룸헤이븐 본판이건 올해에도 꾸준히 즐길 게임이라는건 변함이 없다는 점이고, 올해말에도 아마 굉장히 높은 순위에 자리할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처음 튜토리얼 시나리오를 통해서 천천히 게임을 배울 수 있는 점부터 해서 글룸헤이븐 본판을 하기 전에 구매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판부터 했으면 되려 볼륨과 룰에 압도되어서 지금만큼 푹 빠지지 못했을 것 같아요. 혹시라도 아직 글룸헤이븐을 해볼 기회가 없으셨던 분들, 취향에 맞을지 고민중인 분들이 있으시다면 사자의 턱부터 시작해 보시길 아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2022년 저희 가족의 Top 5 리스트가 끝났습니다.
짧게 코멘트로만 쓰려고 노력했고 겹치는 게임이 꽤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쓰는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네요. 매년마다 탑 리스트를 작성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시는지 한번 더 느끼게 되네요. 비록 5개씩만 고른 리스트지만, 저 나름대로 아이들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는 경험이었어서 올해말에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더 리스트를 만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욕심이 있다면 올해는 조금 더 게임을 많이 플레이 해서 연말에 Top 10으로 리스트를 만들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5개밖에 못 고르다 보니 엄청 고민하다가 뺀 게임들이 많았거든요.

그러면 2월초에 2023년 1월에 플레이한 게임들 후기글 남기러 또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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