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스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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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0 01:53

1. 호평

일단 이 얘기부터 하고 싶어요. 이 게임은 거의 최고의 게임입니다.

최고라는 게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요. 어떤 의미에서 최고냐면... 일단 보드게임 하나도 모르는 사람에게 들이밀어도 대충 성공할 수 있는 쉬움. 그러면서도 알면 알수록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전략성, 매 판 미묘하게 바뀌는 전략. 훌륭한 아트,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게임성, 모두가 동일한 횟수의 액션을 가지므로 거의 비슷하게 끝나는 플레이타임...

적어도 '가벼우면서' '전략성이 있고' '운의 요소도 적지 않은' 게임 중에서는 이게 거의 최고고, 새라는 주제 하나만 봐도 최고입니다. 이 게임의 모든 부분이 좋아요.

불만을 가지는 건 사실 좀 다른 부분입니다.

2. 불만

음... 사실 전 이 게임이 뭔지 하나도 모르고 올확장을 행사 때 구매했습니다만, 몇 판 해보면서 느꼈고, 한 50판 넘게 해본 지금 생각이 변함이 없어요.

한마디로 이 게임 확장팩이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향상되는 게 없어요. 게임 플레이를 개선하지도 않고, 그냥 옆그레이드에 불과합니다.

아니 물론, 모두가 호평해 마지않는 오세아니아 확장은 의미가 큽니다. 아예 보드판을 바꾸고, 당밀이라는 신자원을 추가했으니까요. 당밀은 게임 내에서 가장 효율이 낮았던 먹이 얻기 행동을 급격히 향상시켰고, 거꾸로 효율이 과도하게 좋았던 알낳기 및 무지성 알낳기 전략을 너프하고 초반 빌드업을 편하게 해주어서 더 풍족하고 새로운 경험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나머지가 좀 많이 별로에요.

유럽 확장은 거의 카드만 있는 확장이죠. "신규 메커니즘! 라운드 종료 시 효과 발동!"이라는 요소가 사실 게임을 그렇게 훌륭하게 향상시키나요? 저 잘 모르겠는데... 그냥 이렇게 쉬운 메커니즘이 본판에 왜 없었지. 같은 느낌밖에 안 들어요.

오세아니아 확장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아무 불만이 없습니다.

아시아 확장, 정확히는 스탠드 얼론이죠. 이것의 경우는 2인플 경험을 정말 놀라울 정도로 향상시키고(듀엣 모드는 2인플이면 무조건 넣어야 할 정도) 6~7인에서 할 수 있게 해주는 점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 그게 3인플 하는 사람에겐 정말 의미가 없단 말이죠?

매 확장마다 신규 새 카드, 신규 보너스 카드, 신규 라운드 목표가 나오지만 이게 게임을 향상하거나 개선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좀 안 좋아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3. 확장이 더 추가되면 감당 가능한가?

요컨대 말입니다. 윙스팬이라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엔진 빌딩 게임인데, 엔진 빌딩 게임은 기본적으로 '자원을 추가로 얻는 메커니즘'과 '자원을 소모해서 점수를 얻는 메커니즘'의 적절한 조화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이 게임에 경우 자원은 행동 큐브, 먹이, 알, 새 카드고 점수는 말 그대로 점수죠. 새들은 기본적으로 자원을 소모해서 내면 행동 효율을 향상시켜주면서 점수를 주니 양쪽 모두의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 중에서 어떤 카드는 먹이나 알 카드를 직접적으로 더 주고 어떤 카드는 그걸 거꾸로 소모해서 점수를 내고요.

근데 말이죠. 이게 확장마다 동일 비율로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동일 비율로 들어가야죠. 그런데 말이에요. 비율은 동일 비율이라도 이미 아시아 확장까지 넣은 시점에서 카드가 446장이나 된단 말이죠? 그리고 윙스팬이 게임 도중에서 실제로 앞면으로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3인플 기준으로 한 60~70장 되나?

그러면 조금 운이 안 좋아서 새 카드가 겹치면, 자원을 더 주는 새만 줄창 나오거나 자원을 소모하는 카드가 한 전체의 90%이상으로 줄창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전자는 괜찮아요. 새를 그냥 많이 내려놓을 수 있고, 그렇게 많이 내려놓은 새에 알을 모조리 채우는 건 아무리 그래도 힘든 일이죠.

문제는 후자의 경우죠. 이 경우 '별생각 없이' 자원을 추가로 가져가는 새를 얻은 플레이어는 이후 남들보다 나은 자원으로 게임을 풍족하게 지내는데, 나머지 모든 플레이어는 부족한 자원에 허덕이면서 밟혀 버릴 겁니다. 이게 기본판, 혹은 유럽, 거기에 오세아니아까지 더하면 그래도 당밀이라는 만능 자원도 있고 카드 수 자체도 적다보니 그럭저럭 괜찮은데 아시아 확장까지 넣으면 이게 좀... 터져버린 것 같단 말이죠.

물론 아시아까지도 그럭저럭 괜찮고, 게임이 저렇게 터지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만. 이 게임 앞으로 확장팩이 3개 더 예정되어 있습니다. 기본판이 (아마도) 북미, 그리고 확장팩으로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가 있고, 네스팅 박스에서 제공한 차후 확장의 경우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남극'이라는 확장이 예정되어 있어요.

과연 이 세 개의 확장이 게임의 경험을 그렇게 향상할까요? 저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확장이 있는 게임은 확장을 다 사모으는 주의라 하긴 할 거지만, 의아한 거예요. 확장마다 새가 80장씩만 나온다고 해도 3개 확장이면 680장. 만약 더 들어가면 700장 이상인데, 이 중에서 200장 정도가 '자원을 소모해서 점수 주는 카드'일 테니, 카드를 엄청나게 잘 섞더라도, 혹은 잘 섞음으로써 앞서 말한 고통스러운 판의 빈도도 대폭 늘어날 겁니다. 이걸 대체 어떻게 극복할 생각일까요?

4. 우려와 기대.

사실 확장이 세 개 나왔는데 그중 하나만 명작이고 하나는 카드 늘리기 확장, 다른 확장은 2인플,다인플용 스탠드 얼론이라는 게 조금 선택이 미묘한 것 같긴 합니다. 적어도 오세아니아 이후 확장이 아예 액션의 종류를 늘리거나 행동 큐브 외의 별도의 행동 자원을 추가하는 정도는 나와주길 바랐는데 말이죠.

과연 윙스팬이 다음 확장에서 극적인 게임 플레이 개선을 제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도대체 남극 확장에서 '습지'에서 '물고기' 먹는 새 외에 도대체 뭘 낼 작정인지... 기대도 되고 우려도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