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보드게임한 이야기 - 2022년 11월

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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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7 오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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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에서 살면서 가족들과 소소하게 취미로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주로 세 아이들 (6학년 아들, 5학년 딸, 2학년 딸)과 보드게임을 하고 간간히 지인들 & 와이프와 간단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혹은 지인들과 즐긴 게임들을 남겨두고 후에 아이들이 크면 찾아보고 싶어서 남겨놓는 후기입니다.

오늘은 2022년 11월에 플레이한 게임들 이야기입니다.

11월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게임을 거의 못했습니다. 짧은 후기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

라비린스 (4인)

10월말부터 11월초까지 회사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집에 도착한 날 저녁에 바로 아이들과 플레이한 라비린스입니다. 출장 가 있는 동안에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었는데 정작 집에 도착했더니 환승 + 기다리는 시간 포함 12시간 가까이 걸려서 돌아오고 나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임은 도저히 못 하겠더군요. 짐풀다 말고 방바닥에 아이들과 다같이 앉아서 가볍게 라비린스를 플레이했습니다. 아이들과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중에서 이정도면 정말 괜찮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텔레스트레이션 (6인) (사진이 없어서 긱에서 가져왔습니다)

와이프 친구가 집에 놀러온 날이 있었습니다. 그 때 아이들까지 껴서 다같이 텔레스트레이션을 플레이했는데, 지난번에도 느낀거지만 정말 재밌더라구요. 승패를 내는 게임이 아니라서 아이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하고, 계속해서 그림을 넘기면서 모두가 그리고 있으니 다운타임도 없고, 무엇보다 와이프가 좋아합니다. 저보다 먼저 나서서 같이 하자고 하더군요. 게임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제가 게임 내내 막내 단어 읽는걸 도와주고 있었는데, 막내가 “Watermelon” 키워드를 보고 “음, 나 이거 잘 알아. 우리 여기 엄청 자주 가잖아(?)” 라고 했던게 기억나네요. 처음에는 막내가 머리를 써서 다른 사람들이 본인 그림을 예상 못하게 훼이크를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월마트를 그려놨더군요 ㅎㅎ. 이걸 사진을 찍어놨어야 됐는데, 그당시에는 엄청 웃었는데 이걸 말로 설명하려니 영 재미가 없네요 ㅠㅠ

포 세일 / 스크래블 / 스킵보 (4인) (사진이 없어서 긱에서 가져왔습니다)

텔레스트레이션의 효과일까요? 며칠후에 와이프가 아이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자고 합니다. 막내가 이 때 아팠어서 첫째 둘째와 함께 넷이서 포세일, 스크래블, 그리고 스킵보 를 플레이했습니다. 포세일은 뭐 제가 너무 좋아하는 경매게임이라서 자주 후기에 나왔었죠. 와이프랑 함께 플레이를 할때면 와이프는 항상 본인이 이기기 위한 비딩보다는 저를 망하게 하기위한 비딩을 넣곤 합니다. 이날도 저랑 같이 투닥투닥 비딩을 하다가 아이들은 아직 돈을 반도 안썼는데 저랑 와이프는 돈을 거진 탕진해버려서 아주 괴로운 후반전을 진행했네요. 하지만 포세일이 재밌는점은 전반전 오픈비딩을 망해도 후반전 눈치싸움으로 1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위권의 성적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포 세일 플레이 이후에는 정말 오랜만에 스크래블을 꺼냈습니다. 이 게임, 전형적인 와이프만 좋아하는 게임인데요. 저는 아무리 캐나다에 오래 살았어도 좀 늦게 온 편이라 그런지 단어 스펙트럼이 좀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알파벳에서 영단어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런 게임은 아주 젬병이에요. 끽해봐야 3~4글자의 단어밖에 못 만들어내는데, 와이프는 또 이런게임을 참 잘합니다. 어떻게 저런 단어를 찾아내나 싶을정도로요. 다만 이날은 아이들이 죄다 3글자 단어를 남발하는 바람에 뭐 제대로 게임을 해보지도 못하고 금방 끝났네요. 아마 한동안은 또 플레이할 일이 없지 않을지 생각해봅니다. (차라리 쿼클을 하고 싶은데..)

마지막으로 스킵보 라는 카드게임을 플레이했는데요. 저랑 와이프랑 연애시절부터 친구들과 종종 했었던 게임이라서 나름대로 추억의 게임입니다. 5장의 손패와, 추가로 각자 앞에 카드를 쌓아놓고, 손패 + 카드스택을 숫자 오름차순으로 내려놓으면서 먼저 쌓여있는 카드를 털어내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이날은 같은 편의 카드스택을 사용할 수 있는 2:2 팀전으로 플레이를 헀는데요, 저희팀 와이프팀 나란히 한 번씩 이기고 끝났습니다. 세 게임 모두 아주 간단한 게임이고 제가 좋아하는 게임들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게임들입니다만,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건 좋은 것 같습니다. (배우자와 전략게임 돌리시는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ㅠㅠ)

그리고 잃어버린 1주일…
11월 중순 즈음부터 최근까지 막내를 시작으로 저랑 와이프까지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아팠습니다ㅠ 검사를 해봐도 코로나는 아니었고, 병원에서 듣기로는 코로나 락다운 이후에 다들 면역력이 약해져서 올해 유독 사람들이 많이 아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11월은 출장 + 병 + 회사일이 겹쳐서 게임을 이렇게 못한 것 같네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장미전쟁 (2인, 2회)

간단한 추상전략 게임 장미전쟁을 큰아들과 플레이했습니다. 장미전쟁은 추상전략이라기에는 카드 운빨을 꽤 많이 받는 편입니다만, 게임 특유의 점수 시스템 (영토의 크기 ^ 2) 에 4장 사용할 있는 필살 카드가 합쳐지면 생각보다 팽팽한 역전극이 잘 나와서 재밌는 것 같습니다. 이번달에 2번 플레이했는데, 첫 게임에는 제가 이기고 있다가 아들이 막판에 저의 제일 큰 영토를 두토막내면서 승리했고, 두번째는 제가 반대로 아들 영토를 갈라놓으면서 승리했네요. 짧은 플탐에 적절한 재미를 주는 게임이라 좋습니다만, 단점이 있다면 서로의 카드패가 공유되기 때문에 제가 몰래 아들한테서 져주기가 좀 힘든 게임이네요. 뻔히 보이는 좋은 수를 안보고 모른척 넘어가려고 하면 아들이 먼저 나서서 훈수를 해주네요.

익스플로딩 키튼 (4인)

이번달에도 어김없이 막내가 좋아하는 익스플로딩 키튼이 돌아갔습니다. 이번에 게임을 하면서 느낀건데요, 제가 이 게임을 못 이기는 이유는 아이들이 합심해서 저만 공격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첫턴에 카드더미에서 디퓨즈 카드를 먹으면서 디퓨즈를 두장 들고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저한테서만 카드를 가져가서 결국엔 디퓨즈도 다 뺐기고 처음으로 죽었네요ㅠ

샤즈 오브 인피니티 (2인)

제가 보드게임에 입문했을 시절에 처음 구매한 덱빌딩 게임 샤즈 오브 인피니티 입니다. 한글판이 없어서 한국에서는 많이 유명하지 않은 게임인데, 각자의 50의 체력을 가진 캐릭터로 시작해서 먼저 상대방의 체력을 0으로 만들면 승리하는 스타렐름 / 히어로 렐름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는 게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에 이 게임과 히어로 렐름 사이에서 많이 고민을 했었는데, 히어로 렐름은 직업별로 카드팩 확장을 따로 구매해야 하는 형식인데 비해서 이 게임은 작은 확장 하나에 캐릭터 별 특성이 다 포함되어 있어서 대신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풀확장이 되었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히어로 렐름을 사도 될 뻔 했습니다...) 이 날은 제가 카드패가 많이 꼬이는 바람에 아들에게 처참히 패배했네요…

스컬킹 (4인)

저희 가족 공식게임 스컬킹! 지난달에만 해도 막내가 안한다고 했었지만 뭐 별 문제 없이 이번달에도 플레이했습니다. :)

스시고: 파티 (4인)

입문용 드래프팅 게임 하면 저는 스시고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세븐원더스도 좋은 게임입니다만, 세븐원더스 수준만 되도 막내는 아직 플레이를 힘들어하더라구요. 점수계산 방식이 직관적이라서 아이들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이날은 둘째가 첫 두 라운드를 이기고 있었는데 마지막 라운드에서 와사비 + 3점짜리 초밥 콤보를 2개나 만들어낸 큰아들이 막판 뒤집기로 이겼습니다.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 (2인, 2회)

리스트를 쭉 보시면 느끼셨을텐데 이번달에는 전략/유로 게임을 아예 플레이를 못했습니다ㅠ 그나마 브레인 버닝을 할만한 게임이 2 시나리오를 플레이한 사자의 턱 이었네요.

얼마전에 글룸헤이븐의 전투 시스템을 베이스로 한 D&D 같은 RPG 세트가 나온다는 뉴스를 봤는데 엄청 기대중입니다. 저는 뭐 GM역할 같은건 잘 못합니다만, 글룸헤이븐 시스템으로 유저들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시나리오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또 해 봅니다.

시나리오는 2개를 플레이했지만, 스토리상 진행은 전혀 없었습니다. 갑자기 도시 이벤트에서 서브 시나리오가 연속으로 나와주더라구요 (처음에 카드를 덜 섞었나 봅니다…) 제가 해본 RPG류 보드게임 중에서는 글룸헤이븐의 카드 시스템이 최고네요. 저는 빨리 캠페인을 끝내고 본판을 하고싶은데, 아들은 저보다도 글룸헤이븐에 더 빠져있어서 캠페인이 끝나면 아직 플레이 못해본 나머지 두 직업으로 2회차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1회차때 선택해보지 않은 선택지를 골라가면서요. 이래서야 내년에라도 글룸헤이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할 게임이 많은 건 즐거운 일이긴 합니다만…

그나저나 데몰리셔니스트 5레벨 카드는 위 액션이 정말 좋아보였는데, 밑에 액션도 엄청나게 좋더군요. 이동 후에 루팅 기능이 달려있다보니 저는 뭐 돈을 먹을 기회도 별로 없더라구요. 아들이 데몰리셔니스트는 시작 카드 장수가 적다는 이유로 카드를 바로 사용하기보다는 중후반까지 아껴놨다가 클라이막스 부분에 사용하는데, 아들이 전략을 세우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걸 보면 뿌듯하더군요. 아직 아이들이 사춘기가 오지 않아서 언제까지 저랑 이렇게 보드게임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동안에 최대한 같이 시간을 보내보려고 합니다.

번외:

플레이한 게임들이 너무 적어서 아쉬운 마음에, 이번 블랙 프라이데이때 구매한 게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대략적으로 구매하게 된 이유와, 플레이 전 기대하고 있는 점들에 대해서 나눠볼게요.

위대한 로렌초: 마스터 에디션

제가 이번에 구매하면서 제일 기대한 게임입니다. 시모네 작가의 정말 유명한 게임이지요. 제가 아직까지 해본 시모네 게임은 마르코폴로 2 하나뿐인데, 이번에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과 로렌초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구했습니다. 그오호 대신에 로렌초를 택한 이유는 뭐 별거 없습니다. 로렌초가 더 세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언젠가 딸아이들이 더 크면 다함께 유로게임을 할 수도 있으니 (라는 망상과 함께) 다인플이 더 좋다고 알려진 로렌초를 구매한 것도 있습니다. 듣기로는 본판만으로는 상당히 빡빡하다고 들었는데, 우선 본판을 플레이 해 보고 확장도 또 넣어서 플레이 해 보고 싶습니다.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라 너무 기대가 됩니다.

팔레오

로렌초가 저의 원픽이었다면 팔레오는 아들의 원픽입니다. 아들이 협력게임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서 다양한 모듈을 오랫동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구매했습니다. 아직은 룰북만 읽어봤는데, 확실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딸아이들도 함께 다인플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서로 오픈된 정보가 많은 편이라서 알파게이밍이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막내딸에게도 어느정도 가이드를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4인이 플레이 할 수 있는 협력게임으로 기대중입니다. 다만 룰북에서 첫플 4인플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떨지 고민이긴 하네요.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유리나 박스

정말 오랫동안 제 위시리스트에 있었던 게임이고, 또 얼마전에 제 후기에서 다른분이 추천해 주시기도 했던 벚꽃결투입니다. 한국에서는 22명의 여신들의 포함된 큰 박스 버전이 판매됐던 것 같은데, 북미지역에는 3개의 박스에 6명씩 여신을 담아서 3개의 작은 박스로 발매됐습니다. 원래는 박스 3개를 전부 구매할 생각이었으나, 로렌초가 세일을 하는 바람에 우선 찍먹용으로 제일 초보자용 이라고 하는 유리나 박스 하나만 구매했습니다. 일단 플레이 해 보고 마음에 들면 나머지 버전들도 구매할 생각입니다. (그떄까지 물량이 남아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6가지 여신으로도 충분한 리플레이성이 나와주길 바라는 중입니다.

리프트포스 + 확장

최근에 발매된 리프트 포스 라는 게임을 구매했습니다. 이 게임은 영문판 벚꽃결투 리뷰를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게임인데, 간단한 룰에 나름 깊이있는 전략이 있다는 평이 있어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2인 전용 게임인데, 플레이어는 각자 4가지 종류의 엘리먼트를 드래프팅 룰로 고른 후에 각 엘리먼트에 속한 숫자 카드들을 섞어서 덱을 만듭니다. 배틀라인 처럼 여러개의 구역으로 나눠진 공간에 (이 게임의 경우는 5개의 구역) 각자의 엘리먼트 카드를 내려놓고, 각자 엘리먼트의 특수 능력을 쓰면서 상대 카드를 공격하고 먼저 12점을 내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에어, 랜드, 씨 라는 보드게임과도 비슷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 확장의 경우에는 본판에서 약간 아쉬운 엘리먼트 들을 더 추가해주고 (본판 10개 / 확장 8개) 3~4인용 룰이 추가되는 데다가 솔로 모드까지 추가해 줘서 필수 확장이라는 판단하에 같이 구매하게 됐습니다. 숨은 보석같은 게임을 찾았다고 생각중인데, 실제 플레이 후에도 그런 평가가 이어질지 두고봐야 할 것 같네요. 이 게임, 보라에 아직 글이 없더라구요. 작은 회사에서 나온 첫 보드게임이라 한글판이 나올런지는 모르겠지만 언어적 요소가 매우 적은 게임이라서 필요하다면 나중에 리뷰라도 적어볼까 고민중입니다.

필름을 감아

필름을 감아는 좋은 평가가 많아서 예전부터 계속 해보고 싶었습니다. 북미지역에서는 영 구할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Photograph 라는 제목으로 2021년에 북미에 발매가 됐던 모양이더라구요. 이번에 구매하면서 재고가 있길래 함께 구매했습니다. 뭐 워낙에 유명한 게임이고 검증된 게임이라 구매결정은 너무 쉬웠구요, 손패의 카드 순서를 바꿀 수 없는 게임은 아직 플레이 해 본 적이 없는데 (십수년 전에 보난자를 한 번 해봤는데 너무 오래되서 까먹었습니다...), 어떤 재미를 줄지 기대중입니다.

11월에 플레이한 게임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달에도 후기글 남기러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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