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님과는 안돼)가족 게임, 요람에서 무덤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드엠의 가족 게임 브랜드 ‘블룸게임즈’의 미니 카드 게임 라인의 문을 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처음 이 게임을 본 것은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게임의 제목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리고 세 분의 게임 디자이너 성함이었습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사람의 일생을 다루는 내용의 게임인가? 싶었구요. 디자이너분들의 성함을 보곤 호락호락하진 않은 게임이겠다~ 싶었습니다.
얼마간 마음만 찍어두고 어서 공개되길 기다렸구요, 런칭 이벤트로 다른 분들 보다 먼저 접해 볼 수 있게되었습니다. 고마워요, 보드엠!
‘요람-무덤’을 해보고 느낀 게임의 인상은
1. 간단한 규칙을 통해 웃음과 고민을 자아낸다.
2.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가족 구성원(조부모님과는 안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주제를 가진 게임! 입니다.(어울린다는 표현은 마음과 몸 모두를 뜻합니다. 와 진짜 한 대 칠)
3명의 디자이너분들이 뭉쳐서 만들어낸 게임이니 자잘한 세부 규칙이나 오묘한 승부처 등을 떠올렸는데요, 제 선입견이었습니다.
(간단명료한 규칙과 매차례가 승부처입니다.)
디자이너분들은 아마도 여러 연령층의 모임인 ‘가족’ 안에서 공통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셨고, 그것에 유쾌하게 풀어내셨습니다.
누구나 거절할 명분이 없는 테마 선택이면서, 또 평소 관심이 많은 테마잖아요. 나이.
(한번 하면 또 하고 싶을 겁니다. 분명히. 옆 사람 늙어 죽는 거 보려구요.)
‘요람-무덤’은 천천히 나이들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바꿔서 말하면 다른 사람들 보다 빨리 늙어버리면 이 게임에서 지게 됩니다.
당연히 내 나이는 내가 정할 수가 없죠. 바로 내 옆에 앉은 사람이 내 나이를 정해 줍니다.
(매 차례마다 꾸역꾸역 나의 나이를 한살~한살 올려줍니다.)
나이먹음이 그렇잖아요?
어쩔때는 한도없이 늘어지는 것이 시간인데, 또 갑자기 빠르게 흘러가기도 하구요. ‘요람-무덤’에서는 이 시간의 속도가 빛에 버금갑니다.
손에 받아든 6장의 카드 중 숫자 0을 제외한 나머지 2개의 숫자로 자신의 시작 나이를 정합니다
그리고 손에 남은 카드 4장을 이용해 내 옆에 앉은 사람의 나이를 사정없이 올려줍니다.
‘정확히 1 차이’가 나는 상대의 십의 자릿수나 일의 자릿수 카드 위에 내 카드 1장을 올려 덮습니다!
분명 방금 전까지 17살이었는데, 27살 청년이 됩니다. 그리고 내 옆 사람의 카드가 날 37살로 만듭니다.
아, 30대면 아직 한창이지! 하는 순간 47세가 되고 곧 환갑을 맞이합니다.
나이는 가만히 숨만 쉬어도 늘어난다는 걸 게임을 통해 재발견합니다.
세월은 흐르고, 91살이 넘으면 ‘저승 초대장’을 확인합니다. 모두가 손을 보충하는 카드 더미에서 카드를 한 장 공개하여 현재 나이와 더해 100살이 넘으면 저승으로 가게 됩니다
한 분이 돌아가시면 즉시 이번 생은 모두 마감하고 자신의 나이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모두 환생! 다시 한번 시간 싸움을 벌이죠.
2번의 환생과 3번의 죽음(누군가의)을 거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게임이 모두 마무리 됩니다. 기록된 나이가 가장 적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자신의 카드 등급을 더 높은 등급으로 올리는/만드는 래더 클라이밍 매커니즘을 공격적이고 아주 장난스럽게 변주한 부분이 전 마음에 듭니다.
나이 먹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계속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 가족, 친구, 애인 등등등… 반려동물도 있네요.
하지만! 먼저 보내고 싶은 사람도 생깁니다. 살다보면요.
내 물건 말도 없이 몰래 쓰는 사람, 치킨 안남겨준 남동생, 기념일 나몰라라 하는 남편-남친, 사소한 걸로 죽자사자 하는 직장상사, 꼭 내 침대에 오줌싸는 강아지/고양이 등 말이죠.
‘요람-무덤’은 게임 규칙에서 ‘공격’을 당연히 조장합니다. 오~ 공격 당하면 승부욕 때문에 표정을 감출 수 없다고요? 당신 차례에 그 사람 나이를 10년씩 늘릴 수도 있습니다.
“재미를 위해… 게임 중 현재 나이에 따라 서로 존대말과 반말을 하는 규칙을 적용해 보세요!”라고 규칙에 명시해 놓았습니다.
네. 디자이너 3분은 여러분의 가족, 친구, 애인, 반려동물 등등등 소중한 생명에게 시간을 던지는 처절한 승부 게임을 만든 겁니다. (와 이분들 진짜)
나이 먹는 걸 방지하는 특수 카드도 있습니다.
자릿수를 바꾸는 특수 카드, 신께 남은 수명을 맡기는 십 자릿수 덮기 카드, 멈추라면 멈춰라! 카드, 그리고 숫자 ‘0’카드가 있죠.
정말 미묘하게 시달린다! 싶은 카드가 바로 숫자 ‘0’ 카드입니다. 나이로 쓸 수는 없지만, ‘9’카드를 덮을 수 있는 유일한 특수 카드입니다.
막강합니다만, 아끼면 똥이 됩니다. (이걸 쓰려고 99세까지 갔다가 그냥 초대장 받고 죽었습니다. 빨리 쓰세요.)
‘요람-무덤’과 같은 래더-클라이밍(클라이밍) 카드 게임들은 트릭-테이킹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게임의 맛이 있습니다.
트릭-테이킹 게임이 어느 정도 상대의 패를 읽고 눈치를 잘 봐야 한다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그런거 없고 재빨리 옆 사람을 늙게 만드십시요! 당신이 죽을 수 있습니다. 죽는다고요! 제발!
쓰고 나니 가족 게임은 분명하지만 직장상사분들과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재밌습니다. 자꾸 떠오릅니다! 내가 준 카드 보고 웃는 내 가족, 내 친구, 내 애인, 내 지인들…
한번 해보세요.^^
아마도 보드게이머 여러분들은 모두 창의력대대장님이니 존대-반대 말고 색다른 ‘재미를 위한’ 추가 규칙을 만들며 즐기실 겁니다.
(그리고 이건 디자이너분들이 킥킥거리며 상상하던 모습일 것 같네요.)
분명히 웨이트 포지션은 가족 게임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 가만히 안둔다 진짜!)
근데 진짜 온가족이 화목하게 웃으며 하하하하하 사랑해~! 이러면서 할 가족 게임 범주는 아니에요.^^
달무티 해본지 오래 되었는데... '요람에서 무덤까지'도 괜찮지 않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