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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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3 16:32

시작 전 잡설 하나.

룰북 대강대강 읽고 가서 전체적인 이해가 어려웠는데 다행히 한 분이 매우 꼼꼼하게 읽고 오셔서(그러고보니 어느 분이 어느 분인지 딱히 확인을 안 했군요.) 시작할 때 편했습니다. 역시 모임을 하면 이런 게 참 좋네요(...)

1. 우선 평을 하자면...파고들 요소는 많아보이고 연대기 시스템을 통해서 재플레이 욕구를 상승시키면서 조금씩 다른 경험을 시키는 건 좋았습니다만 1회차 하고도 전체적인 시스템이랑 룰이 한 방에 다가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잘한 룰이 많고 용어가 불분명한 느낌입니다. 큰 줄기나 게임 승리 조건 이해는 안 어려운데 진행 시스템 자체가 잔룰에 상당히 의존하는 면이 있어서 그 부분들을 세세하게 따져야 하는데(특히나 군사작전) 일단 룰북이 너무 불친절하고 설명이 명쾌하지가 않습니다. 하다 못해 제국 유물함 시스템 같은 거 보드게임 게임 몇 번 돌려봤으면 당연히 제국 유물을 추방자에게 줬을 때 행동 패턴 변경이라고 자연스럽게 인식을 할 수 있지만 정작 룰북에는 진짜 깨알같이 한 마디 써져 있고 제국유물함 자체에도 제국 유물 줬을 때 변경된 규칙 적용 같은 한 줄이 안 써져 있는 등 얼핏 보면 알기 쉬워보이지만 실제로는 이게 맞나? 싶은 장면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가장 은밀한 비밀이라던가 전투시의 행동 카드 사용이라던가 등등등.

보통 이렇게 잔룰에 의존하는 게임은 오히려 자유도가 높게 마련인데 이 게임은 별로 그렇지도 않다는 게 색다른 느낌이라면 느낌이네요.

2. 이번 모임은 3명이었는데 제가 재상으로 한 번, 추방자로 한 번 하고서 느낀 게 있다면 4인 미만은 그냥 재상을 오토로 돌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오토를 써보진 않았지만 루트때에도 고양이를 오토 돌려도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본은 할 거 같아요. 3인 이하일때는 재상이 시민을 만들 이유가 크게 없습니다. 제가 추방자로 한 판에서는 시민이 나왔지만 이건 좀 컨셉플레이(...)스러운 시츄였던지라 그냥 게임뇌적 손익만 감안하면 어지간히 탐색패가 꼬이거나 추방자들이 잘하지 않는 한 재상 플레이 자체가 좀 지루하고 반복적이게 됩니다. 특히나 패권이 목표라면 그냥 병사 모으고 싸운다가 전부라.

3. 4인 이상일 경우에는 재상이 재밌어질 것 같습니다. 누구를 시민으로 만들건지, 승리목표를 뭐로 할건지 등등 좀 고려할 요소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거든요.

이에 반해 4인 이상일때 추방자의 경우는 알듯말듯 한데 다른 게 아니라 승리조건인 예지카드 장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3인일 때에는 처음 한두개는 어지간하면 당장 목표로 내세우긴 어렵지만 반대로 4인 이상일 때에는 한 번 버려지고 나면 내 승리조건을 찾기조차 어려워지니 일단 손에 들어오면 최소 자문단에 넣어서라도 보유는 할 거 같습니다.

4. 결국 결론은 '더 해봐야 알겠다'. 1에서도 말했지만 이 게임 분명히 파고들 요소도 있고 팟 만들어서 한 대여섯번 정기적으로 하는 식으로 하면 분명히 괜찮을 것 같긴 한데...사람수도 타고 뭣보다 룰이 굉장히 비직관적으로 들어오는게 입문 난이도가 높아보입니다. 루트 때에는 각 종족마다 전혀 다른 플레이스타일에 익숙해져야 했다면 이건 행동 자체는 다 동일한데 그 행동 패턴 파악 자체가 까다로워보입니다. 제가 유사하게 느낀 건 마찬가지로 룰 잡다한 편인 여명의 제국인데 여명의 제국보다도 게임 진행이 머릿속에 잘 안 박히네요.

유감스럽게도 첫 만족도는 루트보다는 낮습니다. 게임 진행 자체가 루트와는 많이 다르다보니까 동일선상 비교가 부당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루트 만든 데에서 만든 거니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네요.

나중에 4인 이상 팟으로 연대기 시스템 활용해서 두어판 돌려본 다음에 다시 평을 적어볼까 합니다. 언제 될 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