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 - 별의 기록: 우주 - 이중 계획의 묘미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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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9 오전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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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20년
게임 타입 : 카드게임, 셋콜렉션
플레이 타임 : 30분
플레이 인원 :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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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름달이 휘영청 떠있을 때가 있습니다.

한 여름 밤엔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아먹고, 맹추위의 겨울엔 붕어빵을 한입 베어먹으며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보면 달의 얼룩덜룩한 표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죠.

그런 날이면 잠시 오도카니 서서, '천체 망원경을 사면 더 또렷히 볼 수 있겠는걸... 얼마나 할까?'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오늘은 그런 로망을 조금이나마 충족 시켜줄 것 같은 게임.

그러나 실제로는 천체이고 뭐고 머리 쓰느라 눈이 돌아가는 게임.

별의 기록: 우주를 리뷰합니다.

* 이번 리뷰는 너굴너굴님의 자금 지원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덕분에 좋은 게임을 접했습니다. 감사한 말씀을 전합니다.

* 맞아요. 내돈내산 리뷰입니다 ㅋㅋㅋㅋㅋㅋ

* 깔끔한 한글판 박스커버 이미지를 찾을 수가 없네요. 찾는 대로 교체 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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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냐면요

별의 기록: 우주는 꽤나 간단한 진행 방식을 가진 게임입니다. 자신의 앞에 놓인 망원경 영역과 연구 일지 영역에 천체 카드를 모아가며 상대방보다 높은 득점을 하는게 목표죠.

스타팅 카드 5장 중에서 무작위로 두 장을 골라 영역마다 하나씩 배치하고, 남은 1장과 덱을 잘 섞습니다. 이제 2장의 카드를 무작위로 나눠주면 준비 끝!

전체적인 배치 구도는 이렇습니다.

자신의 차례에 4가지 행동을 반복하면 되는데요.

1. 카드 공급처에서 카드 가져오기
2. 손에서 카드 한장을 망원경/연구일지 영역에 놓기
3. 내려놓은 카드의 번호와 일치하는 위치의 카드를 공급처에서 가져와 나머지 영역에 내려놓기 <--- 아주 중요해요!
4. 덱에서 카드를 뽑아 공급처 채우기 입니다.

게임 내내 보게 될 시야죠.

거대한 탑처럼 보이는 망원경 영역은 주요 점수 공급처입니다.

이곳에 카드를 놓을땐 기존에 놓인 동종의 천체에서 뻗어나가야 해요. 만약 없다면 아무데나 천체를 하나 설치 할 수 있죠.

만약 놓을 곳이 없다면 카드를 뒤집어서 설치하는데, 이럴 경우 가치도 3으로 고정되고 나중에 종류별로 계산할 때 없는 것으로 치기 때문에 매우 불리해집니다.

별도로 카드를 겹쳐 놓는 곳은 연구일지 영역이예요. 색상별로 스트레이트를 만들면, 나중에 망원경 영역에 놓인 동종의 천체가 가진 까만 별 갯수와 함께 곱해져 큰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순서가 오름차/내림차 순일 필요는 없어요.

게임에는 두 가지 특수 카드가 있습니다. 천체 별로 6이나 0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한장. 그리고 숫자별로 하나씩 위성카드가 존재해요.

위성 카드는 어떤 천체로도 인정되지 않지만, 그만큼 아무데나 쓸 수 있기 때문에 잘만 쓰면 꽤나 유용합니다.

11턴 이후 게임이 끝나면 3가지 기준으로 점수가 매겨집니다.

1. 구역별로 상단/중단/하단으로 나누어 천체 카드의 가치가 더 높은 사람이 각 10점씩.
2. 색깔별로 망원경 영역에 놓인 천체의 까만 별 숫자 X 연구일지에 놓인 동일 색상의 "연속된" 카드 갯수
3. 모든 카드를 종류별로 모았다면 추가로 10점.

모두 합쳐서 더 높은 쪽이 승리해요.

어렵지 않죠?

자, 그럼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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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계획의 묘미

<얘를 여기에 쓰면 쟤가 저기에 가고... 저기에 쓰면 쟤가 여기에 오고...>

별의 기록: 우주를 처음 하시면 첫 수만에 멈칫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손에 든 건 카드 세장 뿐인데 머리 위에 ? 핑이 계속 찍히죠.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머리를 굴려야 하거든요.

간단한 룰 설명만으론 왜 그런 상황이 오는지 가늠하기 어렵죠? 여러분이 가장 친숙한 게임으로 함께 상상 해봅시다.

좋아하는 셋콜렉션 게임을 떠올려보세요. 잘 모르겠다면 스플렌더처럼 유명한 게임도 좋습니다. 이제 박스에서 콤포넌트를 꺼내세요. 그리고 여러분 앞에 2인분치 세팅을 하시면 됩니다. 좌우에 하나씩 준비하면 돼요.

자, 조건이 있습니다.

앞으로 턴마다 행동은 한 번만 하되 두 개의 개인보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합니다.
효과 적용은 공급처 상황에 따라 양쪽에 다르게 됩니다.
좌측보드에 자원을 가져오면 우측보드에 공급처 상황에 따른 카드가 추가될 거예요.
우측보드에 카드를 놓으면 공급처 상태에 따라 좌측에 보석 토큰이 생길겁니다.
게임이 종료되면 두 보드의 결과를 함께 계산하여 승패를 가립니다.

친숙한 게임으로 치환해보니 어떤가요? 완벽하게 1:1로 대비되는 예는 아니지만 어떤 고민이 생길지 가늠 할 수 있나요?

별의 기록: 우주에선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는 두 가지 영역(망원경 영역 + 연구일지 영역)을 행동 하나로 동시에 관리해야 합니다. 망원경 영역에선 점수을 확보하기 위해 천체을 뻗어가느라 바쁘고, 연구일지 영역에선 점수를 뻥튀기 시키느라 숫자를 연결하기 바쁘죠.

<다행입니다... 손패가 이렇게 많았다간 머리가 너무 아팠을거예요. 실제론 3장을 가지고 매 턴마다 6가지 결과를 비교하게 됩니다.>

전 이걸 이중 계획이라 부릅니다. 별의 기록: 우주가 가진 고유한 매력이죠.

내 직접적인 행동이 간접적인 행동을 불러 일으켜 반대 영역에 즉시 영향을 주다보니 하나의 수로 둘을 관리하는 다차원적인 생각방식이 필요합니다. 양쪽 보드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절묘한 답을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아요. 직접적 행동과 간접적 행동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죠.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는 천체 조합들!>

A를 했더니 B를 준다. 이런 일방통행 흐름은 다른 게임에도 많습니다.

하지만 별의 기록: 우주처럼 A를 해서 B를 주거나 B를 해서 A를 주는 두 개의 선택지를 주는 게임은 흔치 않아요. 똑같은 행동인데도 어디에 하냐에 따라 다른 한쪽이 크게 영향 받는 진행은 어느 게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죠.

별의 기록: 우주는 수많은 리뷰어들이 보기보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게임이라며 호평하는데요. 그럴만한 이런 이유가 바로 여기 있죠.

그래도 너무 무서워하진 마세요. 생각의 방법을 깨우치는 순간 아주 빠른 속도로 두뇌가 회전하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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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인줄 알았죠? 생각할게 더 있어요

이제 게임의 특징을 알았으니 조금 더 깊게 들어가봅시다. 주 득점루트인 망원경 영역. 보조역할인 연구일지 영역를 살펴보도록 해요.

망원경 영역은 두 가지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코스모스 저편에서 느껴지는 개망 스멜...>

하나는 공간적인 고민거린데요. 동종의 천체끼리는 붙어서 놓아야 한다는 점. 설치 불가시 천체을 뒤집어 놓는다는 점. 두 가지 제약 때문에 차곡차곡 조심스럽게 천체카드를 뻗어나가야 합니다. 공간에 대한 고민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운영하다간 높은 가치를 가진 카드를 뒤집어 설치하며 피눈물을 흘릴 수 있죠.

또 하나는 카드 가치의 딜레마입니다. 높은 숫자의 카드는 최다 구역 점수를 먹기 편하지만 연구 일지과 곱하기 가중치에 쓰일 별이 적은 문제가 있습니다. 낮은 숫자의 카드는 상대방과의 최다 구역 점수 싸움에서 밀리지만 대신 별이 많이 붙어있어 점수 뻥튀기가 편하죠. 이렇게 상대방이 모으는 카드를 보며 두 카테고리 모두 이기도록 겨루어야 하는데 턴마다 계속 생각해야 할게 쏟아져서 쉽진 않아요.

연구일지 영역도 소소하지만 유의미한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보라색 카드가 쌓이고 있지만, 저 많은 가중치 별은 망원경 영역에 있어야 빛을 발합니다. 계획이 어긋나고 있죠.>

연구일지 쪽에 꾸준히 투자하며 스트레이트를 길게 만들수록 점수가 더 뻥튀기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에 집중하면 천체 카드가 연구일지 쪽으로 몰리며 망원경 영역에 놓일 동종의 천체 카드가 부족해집니다. 심지어 상대방도 같은 카드를 모으면 더 힘들어지죠.

이를 의식해서 반대로 망원경 영역에만 힘을 너무 주면 연구일지 영역이 부실해지며 점수를 부풀리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위성 같은 특수카드로 적당히 부족한 면을 보강해주며 양쪽 밸런스를 잡아주는게 중요하죠.

특수카드도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6/0으로 쓸 수 있는 천체카드는 매칭되는 공급처 숫자가 없기에 덱에서 카드를 뽑아야 하는 부담이 있어요. 위성 카드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급처에 깔린 카드를 싹 치워버리고 새로 뽑을 기회를 주기 때문에 주도권을 주는 느낌을 줄 수 있죠.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게임은 눈에 보이는 대로 카드를 집어가고 사용하는 그런 게임이 아니예요. 그 순간엔 편하겠지만 그런식으로 해선 절대로 상대방을 이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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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게임인데 적은 3명.

별의 기록: 우주는 2인 게임입니다. 그런데 나를 견제하는 3명(?)의 적이 존재합니다. 1. 멍청한 나 2. 문제를 던지는 카드 공급처 3. 나를 훼방놓는 상대방이죠.

일반적인 보드게임은 공급처에서 카드를 가져가는 행위가 별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났다' 정도가 전부이려나요? 그러나 별의 기록: 우주는 다릅니다.

<아.. 4번 카드를 괜히 가져왔다...>

잘 생각해보세요. 제가 행동을 하면 공급처에 있는 카드가 내 보드로 날아와 꽂히죠? 그런데 매 라운드마다 카드를 1장 가져가야 하니 일단 한장이 빠진 채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유효한 수가 줄어든 건 둘째 치더라도, 공급처에서 카드를 잘못 가져갔다간 카드를 내려놓을 차례 때 해당 공급칸이 텅 비어있어 덱에서 랜덤 카드를 설치하게 되는데요. 이건 확률적으로 너무 위험합니다. 스스로를 갉아먹는 자충수가 되고 말지요.

또한 자주 벌어지는 실수는 '가지고 싶은 카드가 있다'는 이유로 덥석 카드를 가져오는 행동이예요. 게임은 고작 11턴만 줍니다. 내려놓고 싶은 카드가 있다고 손에 가져가면 1턴. 내려놓는데 또 1턴. 2턴이나 낭비하죠. 다음 턴을 바라보며 필요한 카드를 가져오되, 기존의 손패를 이용하여 당장 원하던 카드를 곧바로 설치하는 1턴이 더 효율적이예요.

이렇게 탐욕에 눈이 머는 순간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멍청한 나야말로 게임에서 가장 위험한 적이지요.

당연하지만 다양한 카드를 깔아주는 카드 공급처도 공략해야 할 적입니다. '얘를 여기내면 쟤를 가져와서 여기두고... 얘를 저기내면 쟤를 여기에 두고... 만약 쟤를 내면 얘를 가져오고...' 하고 쉴새없이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안일하게 플레이하면 의도치 않은 카드가 보드에 이리저리 꽂히며 망원경 영역은 좁아터져서 천체을 놓을 곳이 없고, 연구일지 영역은 스트레이트가 뚝뚝 끊기며 영양가 없는 점수만 주게 되죠.

마지막 적은 상대방이예요. 말할 것도 없이 1번부터 5번까지 2장씩 밖에 없는 중요한 카드를 열심히 잘라먹으며 저를 괴롭히겠죠.

<게임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런 참사가 납니다. 두번째 판은 정신을 차려서인지 점수가 크게 높아졌네요.>

이렇게 별의 기록: 우주는 2인 게임인데 바보 같은 나를 스스로 견제(?) 하랴, 공급처가 발목을 잡지 않게 하랴, 상대방이 견제를 신경쓰랴. 아주 바쁜 게임입니다.

이제 특징에 대해 충분히 알았으니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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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약한 테마

<엄청나게 화려한 카드 덕분에 눈이 즐겁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일러스트에 대해 많은 칭찬을 남깁니다. 바닥에 레이아웃을 잡아주는 소년 그림이 아름답다. 배치되는 천체카드가 멋지다. 블랙홀 카드가 화려하다 (그와중에 블랙홀은 육안으로 볼 수 없다며 팩트를 지적하는 이공계인들... 멋져요 *-_-*). 이런 평을 남기곤 해요.

<사진만 봤는데 브금이 재생된다면 여러분의 주민번호 앞자리는 0이 아닐겁니다>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다소 노골적으로 보이는 천체의 모습 때문에 후뢰시맨 변신 장면이 생각나지만(ㅋㅋ), 소년의 모습은 인류가 가진 우주를 향한 호기심과 열정을 보이는 듯 하고, 천체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룰 땐 웅장함도 보이죠,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블랙홀 카드도 멋지고요.

다만 이런 칭찬은 어디까지나 시각적인 요소에서 끝입니다. 테마와 시스템은 완전히 따로 놀고 있어요. 왜 천체을 모아다 탑을 쌓아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똑같은 행성이 여러개 있는지. 왜 연구일지를 위해 스트레이트를 만들어야 하는지. 왜 간접행동을 통해 카드를 1장 더 가져와야 하는지. 테마를 가지고 시스템의 그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죠.

<소년의 로망을 잘 보여주지만 게임에서 하는 역할은 그냥 레이아웃 잡아주는게 전부예요.>

테마만 보고 게임에 관심을 가지신다면 아주 잠깐만이라도 시스템에 초점을 맞춰보세요. 별의 기록: 우주는 게임성으로 승부하는 작품 입니다. 단순히 예쁘니까 산다. 이런 것도 좋지만 게임은 재밌게 즐길 수 있어야 의미가 더 크겠죠? 테마를 떠나 내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인지 생각해보고 지갑을 여시는걸 추천합니다.

저처럼 예쁜 박스 커버만 보고 샀다가 상당한 게임성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만족도가 두 배로 높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취향이란건 천차만별이라 늘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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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공간차지

<내 앞까지 뻗어나온 상대방의 보드를 보는건 꽤 낯설어요>

별의 기록: 우주는 제가 여지껏 본 게임 중에 가장 기묘한 각도로 다른 사람의 보드를 봐야합니다.

폭이 널널한 테이블에선 비스듬히 상대방의 보드를 보게 되고, 폭이 좁고 긴 테이블에선 옆을 바라봐야 하죠. 피라미드 같은 거대한 탑을 서로 어긋나게 배치하는게 문제 입니다.

개인 보드가 망원경의 다리나 첨성대 같은 탑의 형태를 띄는 상징성은 이해 합니다만... '재미는 있는데 이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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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성의 부족

<그냥 하나 가져오고 카드 놓는게 전부 아니냐고요?>

누누히 언급하지만 별의 기록: 우주는 생각보다 굉장히 잘 만들어진 2인 전용 게임 입니다. 비슷한 게임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고유한 개성이 강해요. 이를 증명하듯 검색해보면 대부분의 구매자가 상당한 호평을 남기고 있으며 게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글은 찾아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요. 신기할 정도로 보드게임긱을 포함한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어요. 뭐가 문제인가 싶어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게임의 직관성이 부족하여 매력 전달이 제대로 안되고 있단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한국이야 코보게의 파주 슈필 같은 이벤트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언급이 잘 안되고 있다고 칩시다. 해외의 보드게임긱에서도 평점은 무려 7.4로 쟁쟁한 유명 2인 전용게임과 어깨를 당당히 하고 있음에도 포럼이 활발하지 않아요.

게임이 너무 깔끔하고 명료해서 딱히 할 말이 없거나, 소수에게 높은 충성도를 보이지만 대중은 인식조차 못하고 있단 뜻이겠죠. (어쩌면 영문판의 너무 특징없는 이름 때문에 딕싯 유니버스의 동명 게임. 스텔라에 묻힌걸지도요.)

<게임의 재미에 비해 꽤나 단촐한 구성>

이 게임의 최대 약점은 룰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직관적으로 어떤 딜레마가 오는지 느끼기 어렵다보니, 룰만 보면 "아- 그냥 카드 내려놓으면 그 효과로 공급처에서 하나 더 놓는구나" 하고 별거 아닌 게임으로 치부하기 쉬워요. 그 간단한 규칙 하나에서 나오는 딜레마의 깊이, 이중 계획의 묘미는 손패를 직접 받아보지 않는 한 느끼기 쉽지 않거든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재미있는 시스템을 탑재했지만 전달하기 쉽지 않은 부작용이 있는 셈이죠.

가장 큰 매력이 전달이 잘 안된다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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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고민으로 채워지게 될 개인보드!>

이 게임을 접한 것은 올해 초였습니다. 당시 제 리뷰 전담 파트너 개굴개굴님과 게임을 함께 해보았죠. 그 날의 기억은 대부분 흐릿한데 유독 별의 기록: 우주(전 영문판으로 했기에 당시엔 스텔라)를 즐기던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납니다. 정확히는 두 기억이 아직도 또렷한데요.

하나는 개굴개굴님이 게임 내내 "이걸 여기다 놓으면 저걸 저기에 놔야하고... 저걸 저기에 놓으면 이걸 여기에 놔야하고..." 하고 중얼거리며 수읽기 과정에서 혼미해지는 정신을 유지하려고 애썼다는 것 ㅋㅋㅋㅋ

또 하나는 설명 직후 첫 게임에서 카드를 나눠받고 펼치는 순간. "와, 뭐 이런 게임이 있어?" 라고 중얼거렸던 제 자신입니다.

"와, 뭐 이런게 있어?"

텍스트로 보면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말이지만, 사실 아주 만족스러운 게임을 발견했을 때 저도 모르게 내뱉는 표현 입니다.

최근에 베가스의 제왕들을 하며 플레이어에게 대놓고 도박으로 삥을 뜯어가는(...) 시스템을 보고 "뭐 이런 게임이 다 있죠?" 하고 너무 신기해하며 웃었던 적이 있어요. 언던티드에서 덱이 찢겨나가는걸 규칙을 보고, 탑텐 TV의 순위 매기기를 보고 놀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죠. 글룸헤이븐과 배틀콘에서 카드 두 장을 함께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봤을 때, 천일야화의 행동 선택에 따라 온갖 엄청난 상황들이 벌어질 때, 장난꾸러기 나방에서 플레이어를 속이며 카드를 폐기하는걸 봤을 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호평하는데 쓰는 습관적인 말투인데, 별의 기록: 우주에서는 손패를 받자마자 내뱉었어요. 턱을 괸채로 손패를 뚫어져라 보며 '와... 이거 까다롭다... 다 유효한 수로 보여... 어떻게 첫 수를 시작하지?' 하고 생각하며 게임이 숨기고 있던 이중 계획의 묘미를 피부로 확 느꼈거든요. 앞으로 11턴 동안 얼마나 다양한 조합을 비교하고 판단해야 할지 보이더라고요.

당연히 예상대로 즐거운 딜레마가 계속 찾아오는 재밌는 경험을 했고 만족스러운 생각과 함께 게임의 뚜껑을 닫을 수 있었습니다.

테마가 따로 놀고 테이블 공간을 잡아먹는 단점은 있으나 게임이 가진 특유의 진행 방식이 그 단점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소리 없이 묻혀버리기엔 아쉬운 2인 게임입니다.

리뷰만 보고 구입여부를 판단하기 보단 여기저기 조금씩 남아있는 찐팬들의 후기를 다시금 읽어보라 말씀 드리고 싶어요.

리뷰를 통해서 게임에 대해서 잘 알게 된 지금, 후기를 남겼던 분들의 생각을 훨씬 더 잘 이해 할 수 있을거예요.

'재밌어 보이는데? 왜 내가 이 게임을 그냥 지나쳤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제가 느꼈던 즐거움을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달 할 수 있었단 뜻이니 저는 아주 기쁠 것 같네요 :)

P.S.

1. 반대로 리뷰조차 쓰기 어려운 참담한 게임을 만났을 땐... 이런 게임은 "좋은 시도가 많이 보이네요. " 하며 미소 짓습니다.

2. "딴건 모르겠지만 애는 착하다." 정도의 멘트라 생각하시면 어떤 뉘앙스인지 단번에 아시겠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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