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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보드게임한 이야기 - 2022년 9월

2,944 조회

2022.10.06 08:40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에서 살면서 가족들과 소소하게 취미로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주로 세 아이들 (6학년 아들, 5학년 딸, 2학년 딸)과 보드게임을 하고 간간히 지인들 & 와이프와 간단한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혹은 지인들과 즐긴 게임들을 남겨두고 후에 아이들이 크면 찾아보고 싶어서 남겨놓는 후기입니다.

오늘은 2022년 9월에 플레이한 게임들 이야기입니다.

포 세일 (3인, 1회)

첫 게임부터 사진이 없네요. 아직 아이들이 개학하기 전, 여름방학 마지막 날이자 레이버 데이라는 공휴일날, 첫째, 둘째와 3인플로 플레이했습니다. 각자 돈을 가지고 시작해서 오픈비딩으로 집을 구매하고 클로즈 비딩으로 집을 팔아서 돈을 버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원래는 아이들과 플레이하기보다는 손님들 왔을 때 식사 후 간단히 플레이하는 용도로 구비해둔 게임인데, 이 날은 다른 자녀가 있는 한인가족들과 밖에서 만나서 놀기로 계획이 되어서 아침에 짧게 플레이했습니다. 사실 이 날은 포세일 말고도 다른 게임도 플레이했었는데요, 이건 할 얘기가 많아서 조금 밑에서 쓰도록 할게요.

언더다크의 폭군들 (2인, 1회)

지난달에 구매해서 플레이를 시작한 언더다크의 폭군들도 큰아들과 다시 한 번 플레이했습니다. 지난번에는 제가 크게 이겨서 아들이 이번에는 꼭 이기겠다고 다시 게임을 들고왔는데, 제가 또 상당한 격차로 이겨버렸습니다. 아들이 선턴으로 게임을 시작했고 종료조건을 발동했었는데, 아들이 얼추 보기에도 점수 차이가 많이 났었는지 제 마지막 턴도 플레이 못 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각자 점수계산중에 슬쩍 제 승점토큰과 군대토큰 점수를 빼고 계산했더니 아들이 딱 1점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면서도 제가 한 턴을 덜 했기 때문에 제가 이긴거나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사실 아빠가 많이 이겼어…). 언젠가 딸아이와도 함께 플레이하면 좋겠는데 딸아이는 카드에 나오는 그림들을 무서워해서 한동안은 무리일 것 같고, 그래도 아직 못돌려본 카드들이 워낙 많고 아들이 워낙 좋아하다 보니 앞으로도 쭉 플레이하게 될 것 같네요.

이스탄불 다이스 (4인, 1회)

아이들 셋 모두와 함께 간단한 주사위게임인 이스탄불 다이스도 플레이했습니다. 막내딸은 아직 어려서 게임 룰은 이해하더라도 이상한 전략으로 진행을 하곤 하는데요, 이번에는 턴마다 리라를 3개씩 주는 모스크 타일 2개를 구매하고, 매턴마다 굴리는 주사위도 계속 리라만 받아서 모으더니 오직 리라로만 루비를 계속 구매하는 전략으로 게임을 하더라구요. 웃기게도 다른 사람들이 리라 모으는 속도를 못 따라가다 보니 다른곳에서 경쟁하면서만 루비를 구해서, 막내딸이 게임 종료시점까지 루비를 4개나 모으더라구요. 저렇게 기상천외한 플레이방식으로 플레이해도 점수가 크게 차이가 안 나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저희가 플레이를 잘 못하는 걸까요? ㅎㅎ

자이푸르 (2인, 수회플?)

9월 둘째 주 토요일에 딸아이 친구 생일파티가 있었습니다. 와이프는 같은 날 한글학교 입학식이 있어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었고, 저는 친구와 함께 딸아이를 내려주고, 남는 시간동안 잠시 쇼핑몰에 들렀습니다. 이 친구는 처음 알게 된 이후로 제가 보드게임을 영업해서 이제는 아이들 외에 유일하게 전략게임을 함께 플레이해주는 소중한 친구인데요, 친구가 아들과 할 간단한 보드게임을 하나 사고 싶다고 하길래 잠시 보드게임샵에 들려서 고민 끝에 자이푸르를 구매했습니다. 그 후 푸드코트 테이블에서 개봉후에 바로 몇 판 플레이했는데, 간단한 셋콜렉션 게임인데도 상당히 재밌더라구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높은 상품들 (루비, 금, 은) 가치가 너무 높아서 본인 턴에 어떤 카드가 나오는지 운빨이 좀 센 것 같기는 했는데, 짧은 플레이타임에 이정도 재미의 게임이라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 (2인, 1회)

자이푸르를 플레이한 같은 날, 딸아이 생일파티가 끝나고 한글학교가 끝난 후에, 또 다른 지인분 가족의 집에 친구 가족과 저희 가족까지 세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분은 제가 아는 분들 중에 저를 빼고 유일하게 보드게임을 취미로 즐기시는 분인데, 각자 서로 겹치지 않는 보드게임을 구매해서 서로 게임을 빌려서 플레이하고 그 후에 재밌는 게임을 서로 구매하게 만드는(?) 그런 분입니다. 지난번에 저에게 오부족을 빌려주신 분이기도 하고, 그 외에 수많은 보드게임들을 덕분에 플레이해보고 있습니다. 하여튼 그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여자들은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지인분 남편분은 부재중이셨어서 저랑 친구랑 둘이서 아르낙을 플레이했습니다. 이건 원래 제 게임인데 제가 지인분께 빌려드린 상태였고 (지금은… 제걸로 플레이해본 후에 구매하셨습니다), 친구도 저랑 몇 번 플레이해본 게임이라 금방 플레이가 가능했네요. 제가 이길 줄 알았는데 친구가 마지막 라운드에 자원을 쥐어짜내면서 엄청나게 점수를 벌어오더니 제가 졌습니다. 아르낙은 상당히 많이 플레이해봤는데도 항상 재미가 있고 친구도 좋아하고 아들도 좋아하는 게임이라 조만간 꼭 확장도 껴서 플레이해보고 싶네요.

워 체스트 (2인, 1회)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나니 확실히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할 시간이 줄어든걸 느낍니다. 낮시간이야 제가 일을 해야 하니 방학이어도 어차피 함께 놀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방학 중에는 저녁 시간에 조금 늦게까지 보드게임을 하더라도 다음날 아이들이 늦잠을 잘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는데, 이제는 평일 저녁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략게임들을 플레이하기가 많이 부담스러워졌네요. 그래서 한판한판이 짧은 간단한 게임들을 많이 플레이했는데, 그 중에 하나인 워체스트입니다. 백빌딩의 운빨이 있다고는 하지만, 전략적으로 어느정도 토큰의 확률을 조절할 수 있고, 본판만 가지고 있는데도 다양한 병종들이 있어서 상당히 많이 플레이했는데도 꾸준한 재미를 주는 게임입니다. 2:2 팀전의 4인플도 그렇게 재밌다고 하던데, 아직 막내가 이정도의 게임은 어려워해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아들과 플레이하면 상당히 박빙의 승부가 나오는 게임인데, 이 날은 상당한 차이로 제가 이겼네요.

퍼레이드 (2인, 1회)

워체스트 플레이 직후에 아들이 너무 아쉬워해서 플레이한 퍼레이드 입니다. 세팅이 간단하고 플레이 타임도 짧은 카드게임중에서는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게임인데요, 카드 드로우의 운빨을 “어떤 색깔의 카드를 많이 모을 것인가"의 전략으로 상쇄해 나가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이날도 초반에 카드운이 망해서 아들이 벌점카드를 한장도 안 먹는 동안에 저 혼자서만 7~8장이 넘는 카드를 먹었는데요, 끝끝내 마지막 검정 카드를 먹지 않으면서 게임을 질질 끌고가서 결국에는 아들에게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언제 해도 제 기준으로 기본 이상의 재미를 주는 게임이라 좋은 것 같습니다.

산토리니 (2인, 1회)

워체스트와 퍼레이드로 2연패 이후에 도저히 잠을 청하지 못한 아들과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산토리니 입니다. 이미 상당히 늦은 시간이었어서 랜덤으로 각자 신 카드를 한장씩 골라서 번갈아가면서 2번 플레이했습니다. 둘 다 건설능력에 강점이 있는 헤스티아 / 모르페우스 카드로 플레이했는데요, 아들과 저와 각각 1승씩, 두번 다 모르페우스가 이겼습니다. 아들이 야금야금 블록을 모아서 한번에 3층탑을 3개 완성시키는 전략으로 첫게임을 이겼는데, 제가 같은 전략으로 2번째 게임을 이겼더니 아들이 엄청 웃으면서 좋아했네요. 그나저나 산토리니는 게임 플레이 후에 지어진 건물을 보는 재미가 중요한 게임인데 정작 게임 플레이 후 사진은 없고 텅 빈 보드만 찍어놨네요… 반성합니다.

킹도미노 (4인, 1회)

마찬가지로 개학의 여파로 플레이하게 된 짧은 플레이 타임의 보드게임 킹도미노입니다. 제가 보드게임에 입문하면서 극초창기에 구매한 게임인데 아직도 아이들과 즐겁게 플레이가 가능한 걸 보면 확실히 라이트하면서도 굉장히 좋은 게임인 것 같습니다. 이 보드게임이 잘 팔려서 여러가지 파생작이 나온걸로 알고있는데, 저는 본판만으로도 충분히 포지션 내에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변주를 원하면 다른 게임을 하면 되니까요.

다빈치 코드 (4인, 1회)

킹도미노 플레이에 이어서 아이들과 다같이 플레이한 다빈치 코드입니다. 이 게임은 저한테 정말 특별한 게임인데요, 아주 먼 옛날 제가 아직 학생이었던 시절에 (2003~2005년 사이 언젠가쯤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친구들과 살면서 처음으로 가 본 보드게임 카페에서 처음으로 해본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제 인생 최초의 보드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 당시에 너무 재밌게 플레이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서 후에 다른 보드게임 카페에서 이 게임을 다시 찾아보려고 엄청 노력했었는데 그당시 일하시던 분이 이 게임을 모르셨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게임 이름을 기억 못해서 “검정색과 하얀색 숫자 타일을 가지고 상대방의 타일을 먼저 맞추는 게임" 이라고 설명했던 것 같은데 그런 게임은 모른다고 하시면서 루미큐브를 가져다 주시더라구요… 먼 훗날 제가 보드게임 취미에 입문하게 되면서 검색을 통해 게임 이름을 마침내 알게 되었으나, 캐나다에서는 이 게임을 구할 방법이 없어서 한국에 방문하시는 아는 분께 부탁을 드려서 겨우겨우 구매한 그런 게임입니다. 지금에야 워낙 재밌는 게임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으니 자주 플레이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그냥 상자만 보더라도 옛날 생각이 나게 하는 그런 추억의 게임이네요. 하여튼, 게임 추억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 날의 게임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사진을 찍는 사이에 큰아들이 제 뒤로 와서 사진 찍는 걸 구경하는 척 하면서 제 타일 숫자를 다 보고가서 한판 다시했습니다. 큰아들이 선턴으로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제 타일 세개를 다 맞추더라구요 ㅋㅋ

브라스: 버밍엄 (2인, 2.6회?)

제가 보드게임 취미에 입문한지 이제 약 4년정도가 된 것 같은데요, 제가 취미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정말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노플상태의 게임을 최대한 줄이는 겁니다. 솔직히 1~2회플만 해본 상태인 게임은 상당히 많긴 하지만, 그래도 구매한 게임은 가능한 한 빨리 한번이라도 꼭 게임을 플레이해보려고 하고, 보드게임들을 보면서 오랫동안 플레이 안 된 게임이 있으면 그것도 종종 꺼내서 한번씩 플레이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 저의 보유 콜렉션중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개봉노플 상태로 남아있던 게임이 있는데 그게 바로 브라스 버밍엄입니다. 작년 말 박싱데이즈음에 구매한 게임이니 거의 9개월 가까이 방치되어 있었네요. 사실 아예 플레이 못해본건 아니고 구매하고 얼마 후에 큰아들과 바로 플레이를 시도했었는데 룰설명의 어려움 + 긴 플레이 시간 때문에 운하시대도 못 끝내보고 말그대로 맛만 보고 말았었네요. 사실 게임 구매를 하면서도 높은 웨이트때문에 아들이 플레이하기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은 했었지만, 룰영상과 룰북만 보더라도 재밌을 것 같은 그런 느낌 (+ 재고가 하나 남았었습니다)에 충동적으로 구매한 게임이라 더더욱 오래 노플상태로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9월초 레이버 데이날 (글 맨 위에서 포세일을 플레이한 바로 그 날입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만나서 노는 시간에 친구집에서 친구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서 룰영상을 다시 한 번 시청한 후에 (저의 영원한 룰마스터 로드니 스미스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조심스럽게 브라스를 들고갔습니다.

그리고 룰설명 포함 약 3시간의 시간이 지나서 저의 소감은…

정말 제 예상대로 엄청난 게임이었습니다. 처음 운하시대가 끝난 후에 중간 점수를 계산하고 텅 빈 보드를 볼때만 하더라도 “이게 지금 맞게 플레이 중인건가" 내지는 “이렇게 다 새로 시작해야하면 어떻게 철도시대에 점수를 내는가" 등등의 의문이 들었으나, 고단계 건물들이 주는 높은 수입, 한 턴에 철도 두 개 놓기 등등의 시너지가 쌓여서 마지막 점수 계산 때는 제 예상보다 훨씬 높은 점수로 게임이 마무리가 되더라구요. 거의 똑같은 룰로 플레이했을 뿐인데 운하시대와 철도시대의 발전속도의 차이를 플레이중에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게다가 게임 진행 중에도 몇 턴 후를 미리 생각해서 어디에 무엇을 놓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플레이를 하다보니, 게임이 종료된 이후에는 “재밌었다"라는 기분과 “또 하고싶다" 라는 기분이 함께 드는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소감은 친구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지금 당장 한 번 더 하고싶다" 라고 하더라구요. 첫 게임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아이들도 밖에서 노는 시간이 끝나서 아쉽게도 게임을 접는… 줄 알았으나, 브라스를 잊지 못한 친구는 가족들과 다 같이 저희 집으로 놀러오게 되었고 그렇게 두번째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녁식사 후에 시작된 게임은 아쉽게도 끝을 보지 못하였고, 다음날 아이들의 개학을 준비해야 했던 두 사람은 철도시대 초입에 게임을 접고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9월 중순의 어느 주말, 다시 한 번 놀러온 친구와 함께 기어이 한 번 더 브라스를 돌리게 되었고, 변함없이 깊은 재미를 느꼈네요. 아직까지는 전략이라고 할 것도 없고 게임을 잘 하지 못하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계속해서 플레이하고 싶은 그런 게임입니다. 언젠가는 큰 아들과도 함께 (더 먼 미래에는 딸들도 함께) 꼭 플레이하고 싶네요.

그리고 말입니다…

전 사실 보드게임 취미를 하면서 컴포 업글은 평생 안 할 줄 알았습니다. 다이스 트레이라던가, 카드 홀더라던가 기능적으로 도움이 되는 악세사리는 몇몇 구비해뒀지만, 컴포 업글은 “그거 살 돈으로 다른 보드게임을 하나 더 산다" 라는 마음이 있어서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지요. 하지만 브라스를 플레이한 이후에 룰영상에서 보았던 아이언 클레이 토큰이 계속해서 눈 앞에 아른거렸고, 결국은 “한 번 사면 다른 게임에도 다 쓸 수 있으니까" 라는 자기합리화와 함께 아이언클레이 200 토큰을 구매하게 됐습니다. 아직 이걸로 브라스는 플레이해보지 못했지만 조만간 꼭 아이언클레이와 함께 플레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스컬킹 (4인, 1회)

비록 아이언클레이로 브라스는 플레이해보지 못했지만, 제가 구매결정(합리화)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저희 가족 공식게임 스컬킹입니다. 마이너스 점수를 감안해서 시작점수를 150점씩 주고 시작해서 플레이했는데, 아이들도 점수가 직접 눈에 보이니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앞으로는 종이와 펜 없이도 쭉 스컬킹을 플레이 할 수 있겠네요.

코바야카와 (4인, 2회)

토큰을 구매한 김에 젝스님트 카드를 이용해서 코바야카와도 한 번 플레이해봤습니다. (사진을 분명 찍은 것 같은데 없네요ㅠ) 몇 년 전에 아이들과 딱 한 번 플레이해보고 이번에 처음 해봤는데 너무 간단해서 다시 플레이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뭔가 블러핑도 하고 대화를 더 나눠야 조금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아이들은 정직하게 본인 카드로 바로바로 비딩을 하다보니 많이 심심했습니다.

레즈 아르카나 (2인, 1회)

큰 아들은 본인 취향에 맞는 게임이 아니면 어지간하면 첫 플레이 이후에 게임을 잘 안 하려고 하는 편인데요, 레즈 아르카나도 그런 게임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주어진 카드풀로 엔진을 만들어서 자원을 모으고 점수를 내는 메카닉이 상당히 좋다고 느꼈었는데, 아들은 딱히 큰 감흥이 없었는지 처음 플레이 이후에 다시 안하려고 하더라구요. 아들은 스플렌더나 윙스팬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카드 위주의 엔진빌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계속해서 들이민 결과 다시 한 번 플레이한 레즈 아르카나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는데요, 이번엔 아들이 카드풀이 상당히 잘 나와서 (아들이 싫어해서 드래프팅 룰 없이 랜덤으로 8장 카드 뽑고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의 엔진이 완성되었고, 그걸로 라운드마다 많은 수의 자원을 생산해서 점수로 치환하는 과정을 굉장히 즐기더라구요 (이게 바로 엔진빌딩의 맛인데!). 제가 게임을 폭망해서 아들이 크게 이겨서 더 좋아한 걸 수도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아들이 좋아했으니 다음에도 한 번 더 플레이 해볼 수 있겠네요. 이렇게 조금씩 하다보면 언젠가는 좀 더 복잡한 엔진빌딩 게임도 같이 할 수 있겠죠?

스몰 월드 (2인, 1회)

아들이 예전부터 너무 해보고 싶어했던 게임인 스몰월드입니다. 아무래도 2인플은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아들은 계속 하고 싶어했지만 구매는 보류중이었던 게임인데, 지인분께서 빌려주셔서 플레이 해 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아들이 크게 좋아하지는 않았네요. 일러스트나 제목만 보고 본인이 상상했던 재미와는 많이 달랐던 게임이라고 하네요. 확실히 2인플로 순수 영향력 게임에서 재미를 찾는 건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딸들까지 끼워서 다인플로 플레이하면 뭔가 바뀔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직까지 딸아이들은 너무 강한 인터렉션이 있는 게임은 싫어해서 무리일 것 같습니다. 구매하지 않고 플레이해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정령섬 (1인/2인/3인 2.3회?)

최근에 구매해서 이번달에 처음 플레이해 본 정령섬입니다. 코옵 게임이다 보니, 저까지 첫플부터 헤매게 되면 큰아들에게 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우선 기본이 되는 초심자 룰로 1인플을 진행해 보았는데, 1인플 만으로도 상당히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인플 진행 이후에 아들과의 첫 플레이를 준비하던 와중, 둘째딸이 자기도 해보고 싶다고 해서 3인플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3인플 게임은 사진이 없네요.) 그런데 제가 룰 설명이 부족했던 탓인지 초반부터 두 아이들이 상당히 고생을 하더라구요. 전 제가 미리 플레이를 해보면 아이들도 충분히 도와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제 섬에 오는 침략자들만 막는것도 버거웠고 세명 모두 1인분을 못하면 이기기 힘들겠더라구요. 게다가 큰아들은 첫플이면서 쉬운 정령중에 그나마 제일 어려운 공포특화 정령(불꽃처럼 깜박이는 그림자)을 고르는 바람에 (반성합니다, 제가 다른 정령을 고르게 했어야 했는데…) 아직 게임의 이해도가 부족했던 아들은 슬로우 파워나 침략자들을 이동시키는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초반부터 계속해서 공격을 받게 됐습니다. 되려 둘째딸이 나름대로 몇 번 침략자들을 무사히 막아내면서 선방을 하더군요. 하지만 결국 게임은 극초반부터 터져버렸고, 평일 저녁의 늦은 시간과 (두번째 실수입니다. 이런 게임은 주말에 꺼냈어야 했는데…)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맞물려서 게임을 중간에 접었어야 했네요.

하지만 얼마 후 저의 꾸준한 노력으로 다시 한 번 큰아들과 주말에 2인플을 할 기회를 잡게 되었고, 이번에는 아들에게 가장 직관적인 번개 정령을 쥐어줘서 무사히 2인플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들의 게임 이해를 돕기 위해 아들이 전에 플레이했던 정령을 골랐습니다. 지금까지 플레이 해 본 소감으로는 정령섬 정말 좋은 코옵 게임인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오픈되어 있는 카드를 보면서 공격받을 지역과 건설이 될 지역을 보고 어느곳을 내어주고 어느곳을 방어할지 (제가 실력이 부족한 탓인지 초반에는 모든 곳을 막기는 힘들더라구요) 계획을 해야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계속해서 정령을 강화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모든 지역을 방어하면서 추가로 침략자들도 파괴할 수 있게 되고, 점점 깨끗해지는 섬을 보면 만족감이 크더군요. 보드게임긱에서 웨이트만 보고 게임이 많이 복잡할 것 같아서 많이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룰 자체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더라구요. 아마 나중에 난이도가 올라가면 훨씬 더 어려워지겠지만, 그건 먼 훗날의 이야기일 것 같고 지금도 충분히 많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둘째에게 번개정령을 쥐어주고 3인플로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네요.

버건디의 성 (1인, 1회)

전 사실 1인플 보드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제대로 1인플로 보드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해야겠네요. 애초에 보드게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 자체도 가족들과 함께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였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혼자서 보드게임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죠. 아마 지금까지 해본 유일한 1인플 경험은 언락 시나리오 2개 정도를 혼자서 플레이 한 게 전부일겁니다. 제가 일이 바빠서 아들이 절 기다리다가 혼자서 플레이해 버렸거든요 ㅎㅎ 그런데 이번에 정령섬을 플레이 하게 되면서 1인플 보드게임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또 혼자서 보드게임을 하고 있으니 와서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더 대화도 하게 되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가지고 있는 게임 리스트중에 1인플이 가능한 게임을 찾아보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제가 많이 좋아하는 게임인 버건디의 성을 플레이 해 보았습니다. 두 가지 1인플 보드중에 더 쉬운 기본 버전으로 플레이했는데도 불구하고 중간까지는 “이거 절대 못 깨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었는데, 마지막 라운드에서 영지를 채우는데 속도가 엄청나게 붙더니 2턴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클리어했네요. 영지 한 종류를 다 채울때마다 보드에서 타일을 하나 가져와서 바로 채울 수 있는 룰이 정말 강력하더라구요. 한 번 보드가 차기 시작하니까 속도가 붙으면서 순식간에 보드가 채워지는데 너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종종 다양한 게임들의 1인플을 경험해 볼 것 같습니다.

센추리 끝없는 세계: 골렘 에디션 (3인, 1회)

큰아들, 막내딸과 함께 3인플로 센추리 3을 플레이했습니다. 옛날에 일꾼놓기 입문용 게임을 찾아보다가 아그리콜라 패밀리 에디션을 구매했던 적이 있는데, 아직 너무 어렸던 아이들 + 너무 빡빡했던 밥먹이기 + 점수 내는 방법이 직관적이지 않음 이라는 단점이 겹쳐져서 딱 한번 플레이 후에 지금까지도 방치되어 있는데요, 그래서 당시에 더더욱 쉬운 입문자용 일꾼놓기 게임을 찾다가 구매하게 된 것이 센추리3 골렘 에디션입니다. 지금은 큰아들의 경우는 너무 간단해서 잘 플레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요, 막내딸과 셋이서 플레이할 간단한 게임을 찾다가 플레이하게 됐습니다. 막내딸은 이번에도 가장 높은 가치의 핑크색 보석만 왕창 모으는 독특한 전략으로 플레이를 하였고 (어느 순간에는 핑크색 보석만 6개를 들고있었습니다…) 카드 8장은 큰아들이 먼저 모았지만 게임의 끝이 가까워지는걸 직감한 제가 상급 보석들로 인벤토리를 꽉꽉 채워두면서 2점차이로 승리했네요. (가장 낮은 등급의 노란색 보석을 제외한 다른 보석들은 게임 종료시 1점의 가치를 가집니다) 게임보드판만 아주 살짝 퀄리티가 더 좋았다면 훨씬 더 자주 플레이했을텐데, 벌써부터 보드중에 하나가 상당히 구겨져 있어서 너무 아쉬운 게임입니다.

서머너 워즈: 2판 (마스터 셋 + 스타터 셋) (2인, 3회)

정령섬과 함께 구입해서 이번달에 플레이한 서머너 워즈입니다. 저는 사실 이런 대전류의 게임보다는 유로스타일 게임이 더 좋은데 큰아들이 이런류의 게임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세 번이나 플레이했네요. 세 번 모두 다른 팩션으로 총 6가지 다른 팩션을 플레이해봤는데, 각자 팩션이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고, 게임을 할때마다 항상 한쪽이 압도하지 않고 나름대로 팽팽하게 게임이 진행되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주사위로 진행되는 전투가 자꾸만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어내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불호였고, 어느 팩션으로 게임을 하던 제가 원하는 플레이 타임보다 훨씬 길게 플레이가 되는 점이 아쉬웠네요. 더욱 플레이 횟수가 쌓이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거의 항상 소환사를 뒤에 세워두고 계속해서 소모전으로 플레이를 하다가, 먼저 덱이 떨어진 쪽이 패배하는 식으로만 게임이 진행되는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조금 더 소환사를 공격적으로 사용할만한 메리트가 있다면 소환사를 더더욱 전진배치 시키고 더불어서 게임 플레이 타임도 짧아질텐데, 제가 뭔가 잘못 플레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게임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큰아들이 너무 좋아해서 앞으로도 꾸준히 플레이하게 될 게임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평가로는 나쁜 게임은 아닌데, 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이면 다른 게임을 하고 싶은 그런 게임이네요. 제가 세번중에 두 게임이나 져서 그런걸까요?

사족:

1. 아이들이 학교를 시작하고 나니 확실히 플레이 타임이 짧고 가벼운 게임들 위주로 많이 플레이 하게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사자의턱을 한번도 플레이 하지 못한게 너무 아쉽습니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는 꼭 캠페인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가능할런지 모르겠네요…

2. 후기글을 남기기 시작하고 사진을 찍다 보니 오래된 테이블이 자꾸 눈에 밟히네요. 예전에 식탁으로 쓰던 테이블인데 이미 15년도 넘은 물건이라서 이제는 여기저기 많이 데미지를 입었는데, 사진을 찍다 보니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안그래도 사진 찍는 실력도 부족해서 말이죠.. 이제와서 새로 테이블을 사기는 그렇고, 보드게임 플레이매트를 살까 싶은데 이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아직은 고민중입니다만 언젠가는 뭔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최근에는 소비가 너무 많았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

3.얼마전에 아크노바,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2판), 아르낙 확장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은 보드게임 구매를 안하리라 다짐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