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인] 9/12 재빠른 나무늘보, 보틀임프미니, 사자심왕 리차드, 아키올로지, 어둠의 복도, 피드더크라켄, 아틀란틱스타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9월 12일 [보통인] 모임 후기 공유합니다.
1. 재빠른 나무늘보 (Fast Sloth)
첫 번째 게임은 프리드만 프리제의 재빠른 나무늘보입니다.
게임은 캐쥬얼한 레이싱(+픽업&딜리버) 게임이고, 나무늘보가 여러 가지 동물을 타고 이동해서 나뭇잎을 모은다는 테마입니다. 자기 턴마다 동물카드를 여러 장 획득해서 카드를 모으고 핸드카드에서 한 종류의 동물을 사용함으로써 그 동물을 이동시키면 되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서정적인 아트웤은 나름 괜찮았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아이들과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게임 같았습니다. 코끼리를 타고 가면 코끼리가 슝하고 저를 던져주고, 유니콘 등을 타고 숲을 지나고, 독수리를 콜택시 마냥 불러서 저 멀리까지 한번에 갈 수 있거든요.
반면 하드게이머가 즐기기엔 infant 한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탈 동물부터 움직이게 되니까 누구 거 견제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견제 우선 한다면 턴이 부족해서 절대 우승은 할 수 없을 거고요. 한 수 부족해서 밀리게 되더라도 극적으로 역전할 요소가 크게 안 보이고 결국 누구에게 흐름이 잘 들어오냐 그런 느낌이라서요.
2. 보틀임프 미니
한번 해볼 만한 특이한 테이킹 규칙이 있어서 트릭테이킹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간단히 룰을 말씀드리자면, 1~37까지 카드가 있고 트릭에서 큰 수가 이기지만(물론 수트는 따라야함) 보틀임프로 설정된 수보다 작은 수를 내도 트릭을 딸 수 있다. 단 그럴 경우 보틀임프를 들고 가야 하며 그 숫자가 다음 보틀임프의 수가 된다. 보틀을 끝까지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는 승리할 수 없다.
다른 분이 오시기 전에 15분 정도 시간이 있어, 룰 설명하고 후딱 한판 필러로 돌렸습니다.
3. 사자심왕 리처드 (Richard the Lionheart)
라마커스 알드리지님이 솔로플 후기를 남기신 적이 있죠. <링크>
십자군 원정으로 유명한 리처드 왕의 테마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게임 속 플레이는 존 왕자와 로빈훗 테마였습니다. 앗 로빈훗?? 저의 유년 시절에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수없이 리메이크가 나올 정도로 로빈훗 이야기가 매우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기억 저편에 묻히게 된 로빈훗을 이렇게 보게 되니 꽤나 반갑더군요. (리틀존이나 수도승 터크도 나옵니다.) 어느덧 나이가 든 저에게는 로빈훗은 잊히고 십자군 원정대로 유명한 리처드1세와 암군이라 마그나카르타에 서명 할 수밖에 없었던 존 왕의 이야기만 남게 되었죠.
암튼 이 게임은 그런 역사적 인물과 설화의 인물 (로빈훗과 그의 동료들)이 버무려진 '팀배반' 게임이었습니다. '팀배반'이 무엇이냐고요? 게임은 팀으로 나뉘어서 진행되어서 팀이 이겨야 하는데, 팀 내에서도 승점이 높은 사람이 승리하는 경쟁구조로써 내가 승점을 얻는 행위들은 전부 팀이 승리하는데 기여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팀배반' 게임이라고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
게임 방식은 간단합니다. 자기 차례에 맵의 한 지역으로 이동하면 그 자리에 표기된 액션을 수행합니다. 카드받기, 돈받기, 카드내고 승점받기 등 카드/돈/승점과 관련된 내용이고요. 카드는 매 라운드 종료단계에서 각자 2장씩 비공개로 제출해서 모은 후 카드 전부를 공개해서 팀별 다양한 승리트랙을 전진하는 방식인데요. 즉 우리팀 카드를 많이 제출하면 승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승점은 카드를 팔거나 모아서 버는 방식이라 그렇게 하면 당연히 우리 편이 이길 확률이 줄어들죠.
오늘 게임은 5인플였는데 상당히 재밌게 즐겼습니다. 일단 랜덤하게 카드 운으로 팀이 정해졌는데, 제 맘속 기피1호 로열가드님이 같은 팀이 되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다른분들은 저희 둘이 팀이 된 것을 환상의 배신 콤비쯤으로 보던데요. 저는 협잡 할 줄 모릅니다만?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시작과 동시에 승점부터 쭈욱 모으는 로얄가드님... 저는 우선은 팀이 이기도록 필요한 카드들을 제출하고 승점을 쫓아가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물론 로얄가드님도 그렇다고 스스로 얘기했지만, 그렇게 하면 승점을 그렇게 모을 수 있지 않거든요?ㅎㅎ 같은 편끼리 카드를 뺏고 뺏기면서... 저쪽 존 왕자팀은 도우면서 잘하던데 우린 투닥 거리면서도 그래도 저희가 이겼습니다. 사실 중립인 마리가 어마어마하게 강하던데 존 왕자 팀에서 조용히 시나브로 저희 쪽 카드를 계속 내준 모양입니다. 처음에 10점 이상 차이 나던 로열가드님과의 승점을 후반에 계속 따라잡아 갔는데 결국 아쉽게 2등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네요.
중세 배경의 일러스트도 너무 취향저격이고 피규어도 테마 몰입감을 높여줘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즐겁게 게임 하였습니다. 게다가 저의 케릭은 추억 속의 로빈훗!
카드 공개 때 운이 좀 작용하는데 상대팀 경우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몰아 나오는 바람에 저희가 운이 좀 따랐던거 같네요.
4.아키올로지 : 사막의 폭풍
부산에서 연휴를 마치고 오시는 K님이... 교통체증으로 늦어지자 기다릴겸 필러게임으로 열은 아키올로지:사막의 폭풍!
핸드를 밀고 나가자니 폭풍과 도둑이 판을 치고, 여기서 핸드를 털고 바꾸자니 아깝고... 아 한턴만 더 참아?? 분명 이 게임을 푸쉬유어럭으로 고안하지는 않았을 텐데 사람이 많으니까 푸쉬유어럭이 되어 버리네요.
저는 운이 좋아서 계속 도둑과 지도를 뽑고, 핸드에서 유물이 고점으로 완성되고 그랬는데, 진짜 황금손은 다른분이었네요! 2도둑으로 2지도를 뽑고 원턴에 3지도를 모아서 8카드를 들고 고점메타를 빵빵 터뜨린 황금손... 오늘 덕분에 이 게임까지 네 게임에서 세 판을 2등을 하게 되었네요. 운이 좀 따르나 싶었더니 결국은 거기까지였어.. (한판은 보틀임프를 쥐게되어 꼴등)
5. 어둠의 복도 (Fearsome Floor)
네... 하루에 2프리드만 프리제 하였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프리드만 프리제에 대해 억까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최초의 FF게임이 파워그리드였고(엄청 좋았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도 개인적으로 아주 훌륭한 파티전략주식 게임이라 생각하고 후지플러시도 괜찮았고 파이윰도 괜찮을 것 같았거든요(개봉노플 ㅜㅜ)
하지만 최근에 FF게임을 많이 하면서 많은 유저들이 억까를 한게 아니었다고 다시 생각을 고쳤습니다. 정말 실험정신이 강한 작가라고 여겼고요. 저는 그 실험에 참여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괴물이 사는 집에 우르르 들어가서 반대쪽 문으로 통과해야 합니다. 플레이어당 3개의 가족 말(pawn)을 움직여야 하는데, 각 가족 말은 낮 형태와 밤 형태가 앞 뒷면이 다르고 그에 따라 이동력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낮에 사람 형태 일 땐 이동력이 2였다가 밤엔 늑대인간 형태가 되어서 이동력이 5가 된다 라던가 (예시 입니다)
그렇게 각기 이동력이 다른 말들을 자기 차례에 이동시켜서 AI반자동 로봇같은 괴물을 피해서 탈출 해야 합니다. 이 게임의 묘미는 잘 피하는게 아니고, 내 말을 적진(?)에 던져서 괴물을 꼬드겨서 적들을 몰살 시키는 알싸한 재미라는 것을 극 후반에 깨달아서 몇 번 못 꼬드기고 게임이 끝났네요. 담에 왁자지껄 하게 할 기회가 있다면 제대로 해보고 싶긴 합니다만 가급적이면 차분한 전략 게임을 하고 싶네요.
6. 피드 더 크라켄 (Feed the Kraken)
7인이라서 3~4인으로 나누어 유로게임을 돌리고 싶었지만 약간은 이른 감이 있어서 다인플로 평이 좋았던 피드 더 크라켄을 돌려보았습니다. 저는 마피아 게임을 좋아 하지 않는데요. 사실 싫어하는 축에 속하죠... 억지로 접대용으로 참석 정도만 하는데요. 하지만 이 게임은 역시나 꿀잼 이었습니다. 추리하는 맛이 있고, 한 턴 한 턴 지날 때마다 양파 껍질 까듯 윤곽이 드러나면서 기승전결로 가는 듯한 묘한 스토리 전개로 리얼타임 드라마가 열리기 때문이죠. 오늘의 슈퍼 크리티컬 드라마틱 포인트는 광신도 교주가 저의 손을 터치하고 제가 눈을 떴을 때 상상치도 못한 분이 광신도 교주였다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같군요~ 와우 어메이징. 그리고 저는 곧이어 선장이 되었고 광신도 교주를 크라켄에게 바치면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룰 : 각자는 선원/해적/광신도의 신분을 숨긴 채 선장/부관/항해사 역할을 돌아가면서 맡아 비밀리에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카드를 제출하고 각자의 골인지점으로 배를 이끌고 가면 승리. 단 광신도 교주가 크라켄의 희생양이 되면 광신도가 승리한다. 광신도 교주는 처음엔 한명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여러 신도를 거느리게 된다. (특정 이벤트에서 모두 눈을 감고 교주가 누군가의 손을 터치하면 그는 광신도 부하가 됨)
첫 판 끝나고 나니 초플인 L님이 너무 재밌다고 "한 판 더"를 외치셔서 결국 두 판을 돌리게 되었네요. 두번째 판에서는 초반에 두 분이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초반부터 강력한 경쟁구도가 열렸는데 갈수록 오리무중이 되어 또 다른 흥미진진함을 열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선원을 깜쪽같이 연기한 해적팀 P함장님의 승리. 그러고 보니 P함장님은 전 판에도 광신도 교주로서 승리하셨군요. 역시 바다의 사나이? 피더켄 오늘의 승자네요.
7. 아틀란틱 스타 (Atlantic Star)
아쉽게도 한 분이 귀가 하시어 두 테이블 쪼개기도 어중간하여 6인플 게임을 찾아보았습니다. 밤도 늦고 앞서 두편의 드라마에서 고군분투 했던지라 빡센 게임을 하기엔 체력이 달려서 적당한 초중급을 찾다가 아틀란틱 스타를 하게 되었습니다.
초플은 비교적 담백하게 진행 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각자 호화 유람선을 매입해서 정해진 항로에 투입하며 노선의 가치를 높여 점수를 버는 게임인데요. 굳이 메커니즘을 따지자면 오픈 드래프트+손패관리+셋콜렉션+비딩?
시장에 선박카드가 4장 깔리면 그중에 한 장을 살 수 있습니다. 각 선박마다 투입 가능한 노선이 있고요. 이 노선들은 태평양, 대서양, 지중해, 발틱해로 나뉘어져 있고, 핸드에서 한 노선의 카드들을 모아서 등록을 할 때 핸드에 반드시 2장 이하로 남아야 하기 때문에 손패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선박마다 2~9등급이 있는데요. 그 등급이 높을수록 호화노선이 되어 비싼 노선이 됩니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선 그냥 배 카드와 색깔과 기호만 남아서 테마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등록한 노선은 딱 한번 그 등급을 떨어뜨려 투자금을 받을수 있는데요. 노선당 한 번만 가능한 대출같은 느낌 이었습니다. 여기서 비딩요소가 생기는데 결국 노선별 가장 큰 승점을 누가 먹느냐를 각자 자기가 등록하고 대출이 끝난 노선의 등급으로 정해지기 때문이죠. 즉 제가 대서양에 5척으로 총합 30의 노선을 지었고 거기서 10을 땡기면 (10*1천 마르크) 결국 저의 대서양 노선 파워는 20이 되죠. 누군가 그보다 높은 등급의 대서양 노선을 유지한다면 그 사람이 저보다 등수가 높아지고 등수가 높아질수록 승점이 커지게 됩니다.
첫 판은 6인 5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마칠 시간이 애매해져서 한 판 더 했더니 거의 100분 정도 한 것 같네요. 왜냐면 좋은 카드만 사기 위해서 대출(?)을 한가득 땡겨서 시장의 선박카드 "refresh"를 계속 했거든요. 즉 이 게임은 카드 갈갈이 게임이었던 것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보여주었죠. 물론 제가 두째판 첫 플레이 부터 남들은 대서양 태평양 노선을 모을 때 가장 금방 완성할 수 있는 발틱해 노선으로 적당히 진입하고 풀대출 2만마르크 정도 땡겨서 바로 다음 차례에 갈갈갈 카드를 갈아버렸죠(refresh) 사람들이 감명을 받았는지 그 다음부턴 돈을 무지막지하게 써대시더군요. 특히 우리 방장님은 실생활에도 손이 큰데, 카드 갈갈이때도 멈추지 않는 질주를~!! (게임 종반에 망했던 듯. 여러분 무리한 대출은 인생을 좀 먹습니다)
그렇게 다들 카드 갈갈이에 열중해서 두째판은 6명이서 거의 100분정도 했던것 같네요. 이렇게 길게 끌면 안될 것 같은 게임인데... 첫 판에 승리하신 L님이 기억에 남네요. "아.. 아까 전에는 카드 운이 무지하게 좋았던 거였구나"
오늘도 즐겁게 다양한 게임을 마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