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 수십 판 해 본 사람의 후기
이전에도 몇 번 이 게임의 후기들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군대에서의 보드라이프 -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7962&tb=community_post
군대에서의 보드라이프3 - https://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0019&tb=community_post
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이 처음 해외에 리테일로 풀렸을 때 사실 무슨 게임인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그냥 재밌어 보여서 샀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직구도 해본 적이 없어서 배대지 어쩌구 하는게 넘 귀차나서 그냥 미국 유학가있는 친구한테 응애해서 친구가 받아서 배송해줬습니다ㅋㅋㅋ
사진에 있는 네 개의 게임을 질렀지만 대략 5~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중에서 제 책장에 남아있는 게임은 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밖에 없습니다.
가이아, 푸체거, 카네기와 같은 유로게임을 좋아하는 제가 웨이트 낮은 주사위게임을 이렇게 오랜 시간 소장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이미 진작부터 평생 소장할 게임으로 점찍어 두었었고, 언젠가 한글판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드디어 나왔더라구요.
사실 처음 피아에서 독립투사 테마로 리테마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개인적으로는 그냥 리테마 하지 않기를 바랬었는데,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제 바램대로 리테마 되지 않고 원래 테마를 유지하고 아주 알찬 구성으로 나왔더라구요 이건 못참지
<소박했던 제 소장게임의 변천사.. 이게 몇 년 전이고 지금은 또 완전히 다르지만 정리가 엉망이라..ㅋㅋ> - 항상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
<테니스 동아리의 동아리방 한 켠에 박혀있는 보드게임들. 보시다시피 가벼운 게임들만 가져다 놨는데 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는>
이 게임을 소장한 이후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수십 판을 즐겼습니다. 네임드 썩은물 분들은 물론 루미큐브밖에 안해본 청정수들까지. 부정적인 반응은 거의 못봤고 특히 초심자들의 반응은 독보적으로 좋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정말 영업용으로 이만한 게임이 없었어요. 석기시대, 스키티아, 북해, 워터딥 등등 비슷한 웨이트와 포지션에서 거론되는 많은 게임들 중 만약 하나를 소장해야 한다면 저는 무조건 이 게임을 소장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로 장점을 좀 꼽아보자면,
1. 일러스트가 예쁩니다
- 이 부분은 취향을 탈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큼직한 메인보드와 전체적인 일러 분위기가 시각적으로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초보자들에게도, 특히 여성분들에게도 잘 먹혔던 것을 보면 이부분에서 불호하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 규칙이 쉬우면서도 전략적으로 직관적입니다.
- 입문전략이라는 점에서, 웨이트가 낮고 규칙이 쉽더라도 처음하는 사람이 어떻게 플레이해야할지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영업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허나 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은 주사위를 모으고, 그 주사위로 몬스터를 잡는다. 라는 직관적인 전략적 방향성이 보이기 때문에 처음하는 사람도 헤매지 않고 스스로 플레이 하는 데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령, 석기시대에서 초보자들이 일꾼을 늘려야하는지, 도구를 얻어야하는지 이것들의 향후 가치가 어느정도인지, 문명카드는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지 규칙을 이해했더라도 우선순위를 설정하거나 구체적인 전략 플랜을 수립하는 것에서는 어려움을 느끼거나 혹은 아주 비효율적인 행동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죠. 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은 장기적인 플랜보다 라운드 마다 최선의 효율적인 선택을 하면 되다보니 숙련자와 비숙련자의 갭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고 이부분이 생각보다 입문자들에게 큰 메리트가 되더라구요.(제 주사위가 망할 때마다 좋아 죽습니다 아주) 테마적으로도 단순히 자원모으고 점수로 치환하는 석기시대나, 그냥 보이지 않는 상대한테 꼬라박고 혼자 상처입는 스키티아 등보다 훨씬 와닿습니다. 내가 잡은 몬스터의 보상을 얻고, 해당 몬스터 카드를 수집하는 셋콜렉션 요소까지 있으니 말이죠.
3. 주사위라는 요소가 가진 본연의 재미
- 이 부분은 전략게이머들에게 불호요소가 될 수 있지만, 어차피 대놓고 주사위를 쓰는 가벼운 게임의 포지션이라면 어중간하게 전략성 챙기는 것보다 주사위로 인해 울고 웃는 상황이 더 자주 나오는게 훨씬 재밌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점에서 몬스터를 잡거나 or 내가 전멸하거나 라는 노빠꾸 바이킹 스타일의 전투 시스템이 재미 요소를 아주 증폭시킵니다. 주사위가 망해서 나무 3개 얻을 것을 1개 얻은 것과, 내 병력이 전멸하고 빈털털이로 집에 돌아오는 것은 임팩트가 전혀 다르달까요ㅎㅎ
<오늘 오랜만에 열어본 미드가르드의 챔피언들 영문판. 오랜만에 한 판 하고싶네요 오늘 보드게이머들이랑 엠티가는데 들고갈까 고민즁..>
결코 단점이 없는 게임은 아니기에 단점을 적어보자면
1. 주사위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 주사위가 주는 본연의 재미를 즐기면서, 내가 망하면 망하는대로 허허 웃으면서 즐길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만 그게 안되면 게임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사위 게임이다보니 충분하게 준비를 해서 몬스터를 잡으러 갔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확률로 내 병력이 전멸하는 상황이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초반부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꽤나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생기기도 해서 주의해야합니다. 저는 초반에 최소한의 주사위로 극한의 효율로 드라구르를 잡고, 거기서 얻은 돈 보상으로 빠르게 일꾼 늘리는 전략을 주로 씁니다만, 이런 리스크 플레이를 하다가 쫄딱 망하기도 부지기수입니다ㅎㅎ 다만 이 과정을 즐기실 수 있다면 상관이 없고, 또 본인이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면 안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긴 합니다.
2. 전략적 깊이를 크게 기대하지는 말 것.
- 숙련자와 비숙련자의 갭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전략적 깊이가 얕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조금만 게임머리가 있다면 꽤 많은 상황에서 최선의 수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뒤로갈수록 병력과 자원이 많아도, 전투지역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다보니 서순싸움, 눈치싸움이 발생하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많은 병력or자원을 얻을 수 있는 칸에 들어간 뒤, 내가 잡을 수 있을만한 몬스터칸에 들어가는 구도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꾼놓기 자체에서의 전략성으로 재미를 느끼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주사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의 재미를 기대하는 편이 더 좋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 단순화하기에는 룬 카드, 퀘스트 카드, 트롤로 인한 비난토큰, 종특 등 상황마다 특별하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너무 단순할까봐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3. 풀확장은 뇌절
- 사실 이렇게 좋아하는 게임이다보니 확장에 대한 기대를 안할 수가 없었는데요. 처음 확장을 해볼 기회가 생겼을 때, 한 번에 풀확장을 넣고 진행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실망감이 컸었습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이고 시원시원한 맛에 했던 게임이 지저분하고 늘어지는 느낌이 생겨버리더라구요. 마치 미니빌을 아그리콜라로 만들기 위해 발악한 느낌이랄까요? 태생이 주사위겜이면 주사위겜다운 재미요소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는게 좋았을 것 같은데 두 번 째 확장인 발할라 확장이 애매하게 전략적인 요소를 추가하려다가 되려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굳이 전략성 좋은 겜 찾아서 할꺼면 널리고 널린 전략갓겜들이 많은데 이 게임에 확장넣어서 할 필요가 있나 싶은거죠. 플탐도 많이 늘어납니다. 다만 이부분은 제가 확장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고, 꼭 풀확장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모듈만 차용해서 게임을 즐기실 수 있기에 단점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저도 가격과 구성이 너무 혜자라서 결국 풀셋을 사게 되었으니 말이죠. 다시 확장을 해보면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내심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펀딩은 순항중인 것 같지만 꽤나 애정하는 게임이다보니 리뷰를 꼭 남기고 싶어지더라구요.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