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8월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 후기입니다. (10,11차)
안녕하세요.
회사 동료들과 보드게임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라쓰입니다.
오늘은 8월 모임에 대한 후기입니다.
* 지난 2021년 모임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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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2~4월 모임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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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4월 모임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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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5월 모임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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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2년 6~7월 모임후기 *
https://www.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0252&tb=community_post
이번 여름은 비가 엄청 오네요. 다들 여름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동료들과는 하계 휴가일정이 다들 다르고 여행계획들이 잡혀있어 8월에 모임은 좀 쉽지 않았네요. 뭐 그래도 시간되는 인원이 모여 3인팟으로 두번 정도 모임을 가졌습니다.
얼마전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풀세트를 받고, 플레이는 해보고 싶은데 동료들에게 선뜻 내밀기는 왜인지 좀 조심스러워 지더라구요. 그래서 혼자 왼손과 오른손의 대결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왼손의 공격을 오른손이 알고, 오른손의 대응기를 왼손이 아는... ㅋㅋ
'아 이건 아니다..'
납작 엎드려 와이프님께 수시로 졸라 봤지만, 지난번 3판 해준 이후로는 쳐다도 안봅니다.. 그래도 너무 해보고 싶은 마음에 고레벨 보드게이머 고씨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씨, 그 혹시... 아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일본 그림체에 반감있어요? ㅎㅎ"
"저는 일본 미소녀 이런거 너무 싫어요. 왜 그러세요?"
"아 그래... 그 사실... 그게 말이야..."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펀딩 당시 이야기부터 와이프한테 까인 이야기까지 고씨에게 털어놓으며, 테스트삼아 한판 해줄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고씨는 제가 처량해 보였는지 그러자고 하더군요.
"근데 그거 플레이 타임은 얼마나 걸려요?"
"유투브 영상 좀 찾아보니까 한판 하는데 길어야 30분정도더라구요. 그래도 룰설명하고 한 3판정도 하면.. 2시간? ㅎ"
"쓰읍... 하... 근데 그게 그렇게 투자할 정도 게임이에요? 간만에 모이는거라 빨리하고 재밌는거 하는게 좋을거 같은데.."
"오케이. 한두판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접는거로. ㅎㅎ"
8월6일 토요일.
아침9시. 이날 멤버는 집주인 이씨와 고씨, 강씨. 이렇게 3명이서 단촐하게 모였습니다. 그리고 예정된대로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을 첫 게임으로 시작했습니다. 작은 테이블에 매트를 깔고 게임박스를 가져왔는데 고씨와 강씨의 반응이 의외로 나쁘지 않습니다.
"아 이거에요? 그림체 나쁘지 않은데요? 전 사실 유희왕?처럼 팔에 뭐 차고 이렇게 생긴건가 했어요 ㅋㅋ"
"맙소사.. 이건 뭔가요... ㅡ,.ㅡ; 강씨는 이거 괜찮아요?"
"아 이 게임이 둘이서 대결한다는 그거에요? 그림체 좋은데요? 벚꽃 컴포도 이쁘게 생겼다."
일단 룰 설명을 하고 첫 시작덱으로 강씨와 고씨가 대결을 시작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양쪽 모두에게 훈수를 두며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몇 턴은 뭘 하면 되는건지 감도 못 잡다가 중후반부터는 전진/후퇴를 능숙하게 하며 자신에게 맞는 공격거리를 맞추어 가더군요. 첫판은 아슬아슬한 고씨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다음판은 마찬가지로 시작덱에서 주어진 추가카드 3장을 교체하여 진행했습니다. 시작덱이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걸 느낀점이, 교체카드 3장에는 게임 진행에서 추가로 알아야할 부여패와 초극, 재기, 불가피 등의 키워드가 박혀있어 플레이 하며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어 있더라구요. 튜토리얼 둘째 판도 아슬아슬하게 고씨가 이겼네요.
"이씨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요? 게임도 쉽고 할만 하네요."
"이게 대응쓰는게 좀 재밌네요. 마치 이런느낌 ㅋㅋ"
"ㅎㅎㅎ, 자 이제 그럼 튜토리얼은 끝났습니다. 본게임 넘어가시죠. 대충 쉬운 캐릭터들 추천해줄테니 맘에 드는거 2개씩 골라요."
"이게 다 캐릭터들이에요? 엄청 많네요.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네.."
"대충 맘에 드는애 골라요. 고민해도 의미 없어요 ㅋ"
고씨와 강씨는 퀵하게 캐릭터를 고르고 각 카드들을 살펴보며 대전에 쓰일 카드를 선정하는데, 모두 처음 보는 카드들이니 여기서만 30분 이상 걸리더군요. 그러나 사실 지루할 틈은 없었습니다. 저도 양쪽을 번갈아가며 카드를 봐주고 설명해주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본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3번째 게임만에 강씨와 고씨의 플레이는 엄청나게 능숙해 보였습니다. 카드를 선정할때 투자한 시간만큼 본인들 카드에 대해 잘 알고, 써야할 타이밍과 거리개념이 확실했습니다. 제3자의 시각으로 구경만 하는데도, 수싸움에 따른 긴장감과 심리전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시작덱으로 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쓰읍.. 하.. 저 비장패가 뭐지.. 음.. 일단 휘감아서 가드 올리고 마쳐요."
"자, 현재 거리 4입니다. 공격들어갑니다. 버닝스팀 2/1. 그리고 기동으로 간격 좁힐게요."
치열한 접전끝에 강씨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1시가 넘었네요. 점심을 시키고 다음게임으로 넘어가려 했습니다.
"와 이씨! 이거 겁나 재밌네요. 진짜 잘 사셨어욧!! 와 이거 어떡하지. 그냥 우리 다른게임 하지말고 이거나 줄창 하는거 어때요?"
"에이~ 그래도 메인디시 맛은 봐야죠. 강씨 잘하던데요? ㅎㅎ"
"보드게임 세계가 정말 다양하네요. 이런건 처음 느껴봐요.."
'벚꽃 내리는 시대에 결투를' 대전 카드게임은 정말 대성공이었습니다. 게임이 재밌는만큼 불호였던 일러스트까지 극호가 되버리네요. 모두의 아쉬움을 잠시 접고, 식사 후 빠르게 다음 게임으로 넘어갔습니다. 오후에 진행한 게임은 요즘 전략부 긱 순위 정점을 찍은 '브라스 버밍엄'입니다.
브라스 버밍엄은 영국의 산업시대를 테마로 한 건설게임입니다. 운하시대를 거쳐 철도시대를 플레이 하며 공장을 짓고 철도를 놓으며 승점을 따냅니다. 긱 웨이트에 비해 네트워크 개념만 잘 이해하면 크게 어려울게 없고 잔룰이 없이 깔끔합니다. 그러나 플레이할 줄 아는 것과 승점을 크게 내는것은 항상 그렇지만 별개지요.
고씨와는 작년 몇번 같이 돌린 적이 있었지만, 강씨는 초플입니다. 경험상 버밍엄은 초플인 경우 게임 돌아가고 승점 올리는 메커니즘 이해만 해도 성공입니다. 결국 게임은 강씨를 곁들인 고씨와 이씨의 대결구도 형태로 진행될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초플인 강씨를 배려하여 저와 고씨는 조언?를 아끼지 않았죠.
"강씨, 철도 깔려구요? 여기요. 여기가 꿀자리에요."
"엇 강씨, 해외시장에 강철이 많이 비었네요. 지금 강철공장 지으면 급쩐을 이득볼 수 있어요."
"흠, 강씨..."
룰설명을 포함하여 게임은 3시간 정도로 조금 오래걸렸네요. 오후 5시경 게임이 마무리되고 점수를 따져보니, 제가 우승. 다음으로 강씨가 고씨를 근소한 차이로 이겼네요. 초플이라 마음놓고 이씨와 고씨 양쪽에서 훈수같은 조언?을 받은 효과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와~ 이것도 진짜 재밌네요. 대출땡겨 내 사업장 키워서 수익금 내는 맛이 있네요."
"오호 초플에 재미 느끼기 어려운 게임인데, 강씨 잘하네요! 무려 고씨도 이겼어요. ㅋㅋ"
"아.. 매번 랭커셔만 하다가 간만에 버밍엄 하니, 역시 버밍엄이 더 머리 아프긴 합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게임을 마무리하고 저녁약속이 있는 강씨는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듯 저는 고씨와 다시 '벚꽃내리는시대에 결투를'을 세팅했습니다.
"이씨, 어서요 어서! 와 어떡하지.. 우와 이씨, 개재밌어요!!!"
"ㅋㅋㅋ 재밌는데 와이프는 안해줘!!!! ㅋㅋㅋㅋ"
고씨와 신나게 플레이를 하는 도중, 외출나간 와이프가 돌아왔습니다.
"고씨 오랜만이네요. 벚꽃 저거 재미도 없는데 억지로 해주지 마요."
"아녜요. 형수님 이거 너무 재밌어요~."
"고씨 사회생활 하느라 정말 힘드시겠어요..."
"아니라고~. 이친구 정말 재밌어서 같이 하는거야..."
와이프는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절래 지으며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네요.
그건 그렇고..ㅋ 이야~ 직접 해보니 정말 너무 재밌었습니다. 라이프1씩 남은 상황에서 초조 데미지를 오라로 받으며 버티면 이길듯 한데, 그래도 마지막은 고씨에게 승리를 안겨줬습니다. 게임이 끝나고 고씨는 다음번 모임은 하루종일 이거만 하자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고씨와의 대전은 바로 다음날 계속 이어졌습니다. 너무 재밌어서 유투브 영상을 보던중 Table top simulator(TTS)로 대전하는 영상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다음날인 일요일 저녁. 회사에서 화상 미팅때만 쓰던 웹엑스로 음성통화를 하고 TTS로 플레이를 이어나갔습니다. 생각보다 TTS 구현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이후 살면서 이런 열정을 가진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일 퇴근후 밤마다 저는 고씨와 TTS로 만나 '벚꽃내리는시대에 결투를'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와이프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지만요; ㅎㅎ
8월19일. 금요일.
"이씨, 내일 모임은 메인 오전에 짧게 끝내고 오후에 벚꽃 어때요?"
"그래 플레이 타임 짧은 녀석으로 오전 갈게요. ㅎㅎ"
8월20일. 토요일.
이날 모임은 집주인 이씨와 고씨, 그리고 김씨가 함께했습니다. 이날의 메인 게임은 고전명작 '푸에르토리코'입니다. 예.. 사실 (벚꽃에 중독되어) 플레이 타임이 짧아서 선정했습니다;
푸에르토리코를 테마상으로 보았을때는, 아무리 보드게임이라지만..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플레이어는 중남미 푸에르토리코 지역에 파견된 스페인 주지사가 되어, 흑형 노예들을 옥수수나 인디고, 커피농장 등에 배치하여 작물을 얻고 그걸 본국에 수송하여 승점을 따냅니다. 본국에서는 각 플레이어의 건물의 빈칸수만큼 T.O를 확인하여 흑형들을 보내주는데, 이들을 데려오는 액션 토큰 이름은 무려 '시장'입니다. 노예시장을 이야기 하는건 아닌지 의심스럽네요.
어쨌든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보드게임이며, 고전명작으로 불릴 정도로 게임은 엄청 재밌었습니다.
빠르게 룰 설명을 마치고 본게임을 들어갔습니다. 다들 처음인만큼 견제도 없고~ 돈도 없고~. 플레이 타임은 룰설명 포함 한시간 반정도 걸린듯 하네요. 다들 어찌할줄 모르는 사이에 가볍게 집주인 이씨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봐요, 본국에 잔뜩 생산해서 보내기 쉬운녀석이 옥수수여. 대량생산. 대량납품. 대량승점. 세관(4승점당 추가승점)"
"아하~"
"봐요, 다품종 소량생산. 생산공장 많으면 상인조합(공장당 추가승점)."
"아하~"
대략적인 전략을 대강 알려주는데 이제 고씨와 김씨의 눈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판.
어리버리했던 첫판과는 다르게 이제는 다들 다른 플레이어 농장까지 보면서 어떤 액션이 필요한 상황인지 눈치채고 견제에 들어갑니다. 김씨는 옥수수 대농장을 키우기 시작하고 고씨는 다품종과 경작지를 빠르게 확충하더군요. 흥미진진한 게임 끝에 고씨가 근소한 점수차로 우승했습니다.
"와! 이런 게임이 있었어요? 왜 아직도 이걸 못해본거지.."
"말했잖아요. 왕년에 긱 왕좌를 차지했던 고전 명작이라고."
"우와 진짜 재밌네요. 그리고 신기한게 정말 테마가 살아있어요. 정말 주지사가 된거 같아요.ㅎㅎ"
푸에르토리코는 짧은 플레이타임에 다양한 전략 트리와 견제가 어우러진 정말 멋진 게임이었습니다. 두 게임정도 하니 12시가 가까워 오더군요. 식사를 시키고 빠르게 다시 세팅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판.
다들 욕심내어 돈을 긁어 모으고 건물을 지어나갔습니다. 그러자 본국으로 수송도 몇 번 못했는데, 금방 흑형이 다 떨어지더라구요. 다들 얼떨떨한 플레이 끝에 1~2점 차이로 이씨가 우승했습니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치고 게임을 정리하려 하는데, 이전판이 좀 찝찝했는지 다들 한판더를 원하더군요. 그리고 네번째 판.
빠른 플레이 템포속에서 다들 눈치싸움으로 전략 테크를 짜며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익숙해진 만큼 게임이 정말 빨리 끝나더군요. 마지막 게임은 김씨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전에 두판정도로만 즐길줄 알았던 푸에르토리코를 이날 4판이나 했네요. 그리고 다들 돌아가며 우승을 한 번씩 해서인지 게임 마치고도 훈훈한 분위기가 기분좋았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정도 되었습니다. 그렇죠. 이제 다시 중독된 벚꽃을 달릴 때입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시작덱으로 김씨와 제가 대결하고, 고씨가 김씨의 옆에서 조언을 하며 진행했습니다. 시작덱으로 2판이면 게임이 이제 익숙해 진다는걸 알았습니다.
본게임은 김씨에게 초보가 다루기 쉬운 '유리나', '사이네' 조합을 추천해주고 제가 조언가로 붙었습니다. 그리고 고씨가 상대로 '히미카','토코요' 조합을 가져갔네요. 그리고 치열한 대결 끝에 김씨(이씨 조언)가 이겼습니다.
"어우 조합이 엄청 다양하네요. 게임 박스 표지와는 다르게.. 되게 공격적이고 무서운 게임이었네요.."
"어때요, 재밌죠? 김씨, 혹시 TTS 깔고 같이 해볼래요? ㅎ"
"아니요.. 저는 이거하면 와이프 눈치보일거 같아서요..;"
"아쉽구만.. 아쉬워.."
자, 이제 김씨는 구경하고 저와 고씨가 붙었습니다. 또 열심히 치고받는 사이.. 외출했던 와이프가 돌아왔네요.
"또 그거해? 동료들좀 그만 괴롭혀."
"아이~ 아니라고.. 다들 정말 재밌어서 하는거여..."
"ㅉㅉ..."
와이프는 아직도 제가 동료들을 협박해서 강압적으로 게임하게 하는줄 압니다. 언제즘 제 마음을 이해해 줄까요...
5시경 김씨는 먼저 일어나고, 고씨는 이후로 저와 한판더 진행하고 밤에 TTS에서 만나자며 헤어졌습니다.
'벚꽃내리는시대에 결투를' 대전 카드게임은 수많은 카드 조합에서 나오는 경우의 수와 전략의 다양성으로 한판한판이 매번 새롭고 재밌습니다. 사실 요즘 너무 여기에 미쳐있어서, 다른 보드게임이 눈에 잘 안들어오네요.
시간이 정말 빨리가는것 같습니다. 9월에도 또 두세번 모임이 쌓이면 후기남기러 올게요.
매번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