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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스매쉬 업 - 두 종족의 기묘한 만남!

1,782 조회

2022.08.01 07:16

발매년도 : 2012년
게임 타입 : 카드게임, 영향력게임
플레이 타임 : 45분
플레이 인원 : 2-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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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블 챔피언스를 틈틈히 즐기고 있습니다. 리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해보느라 히어로 덱 + 성향 덱 + 기본 카드 조합을 이리저리 바꿔보며 테스트하고 있죠.

한참 그러던 중 "히어로 덱과 성향 덱을 섞어쓰는 이거... 예전에도 두 개의 덱을 섞어쓰는 게임이 있지 않았나?" 하고 기억을 더듬다보니 스매쉬 업이 생각났어요.

10년전 스매쉬 업이 발매 되었을 땐 이름 좀 날렸습니다. 두 개의 종족을 섞어서 사용한다는 개념이 꽤 기발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죠.

당시 한국에선 반응이 어떨까 싶어 간단히 찾아보았지만 후기만 좀 존재 할 뿐 별 다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아마 3가지 중 하나겠죠.

1) 처음부터 인기가 없었다.

2) 커뮤니티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기에 알 수 없다.

3) 나름 인기가 있었으나 당시에 사용되던 사이트(다다)들이 사라지거나 개편되며 당시 자료가 모두 사라졌다

전 3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15개가 넘어가는 확장이 나왔고 심지어 마블버전도(의외네요) 디즈니 버전도(성의없는 일러스트는... -_-) 나온걸 보면 아직도 수요층이 있긴 한가보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즐겁게 하던 게임이기도 하고 리뷰 하나 없이 잊혀지기엔 아쉬운 게임이기도 해서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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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진행되냐면요.

플레이어는 각 20장으로 이뤄진 종족 2개를 하나로 합쳐 40장짜리 덱을 구성합니다. 두 개의 종족으로 세계를 정복(15점 이상 달성)하면 게임에서 이기죠.

인원수+1장만큼 기지는 3개의 점수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좌측부터 1등,2등,3등이 가져가는 점수예요.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가 되면 손에서 미니언 카드 1장. 액션 카드 1장. 도합 2장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미니언은 기지를 정복하기 위해 보내는 유닛이며 각 미니언은 일정 수치의 힘과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함께 기지를 공격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기지를 공격하는 미니언의 공격력의 합이 기지의 수치보다 높으면 해당 기지는 함락되고 점수를 나눠가집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지가 공개되죠.

액션카드는 쓰고 곧바로 버리는 카드이며 내 미니언의 능력을 강화하거나, 상대방의 미니언을 제거하거나, 특수한 반영구효과를 부여하는 등 게임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드는 역할을 맡죠.

차례가 끝나면 카드를 두 장 뽑아가면 끝!

종족이 가진 능력을 조화롭게 사용하여 승리를 쟁취하면 되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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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특징이 있냐면요

스매쉬 업에는 총 8가지 종족이 등장합니다. 외계인, 공룡, 닌자, 해적, 로봇, 트릭스터, 마법사, 좀비죠. 각양각색의 능력을 가진 두 종족을 골라 한데 섞어 사용합니다. 여기에서 우린 두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1) 그렇게 섞은 덱을 뭐라고 불러요?

매직더개더링에는 두 색을 섞은 덱에 고유한 명칭을 붙입니다. 백색+청색은 아조리우스, 적색+백색은 보로스, 청색+흑색은 디미르 등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이 즐비하죠.

"내 덱은 디미르야."

"아조리우스 쪽보단 역시 보로스가 내 성향에 맞아."

크~ 잘 모르겠지만 뭔가 전문적이고 어렵게 들리네요.

그렇다면 스매쉬 업은 어떨까요? 에일리언과 공룡을 섞으면 "에일리언 공룡" 덱이 됩니다. 로봇과 마법사를 섞으면? 놀랍게도 "로봇 마법사" 덱이 되죠! ...그냥 이름 두 개 가져가 붙이는게 끝입니다 ㅋㅋㅋ

"나는 닌자 해적 덱이야"

"나는 좀비 마법사 덱이야"

"나는 에일리언 로봇 덱이야"

음... 이해하긴 쉽지만 무언가 입에 담기 부끄러운 이름이죠...ㅋㅋ

2) 서로 융화가 되긴 해요?

그런데 다소 낯뜨거운 이름과 달리 덱을 운영하는 느낌은 덱마다 제법 차이를 보입니다. 각 종족이 가진 개성 때문이죠.

1. 외계인은 사용한 카드를 손으로 되돌리고 다시 사용하길 반복하며 이득을 취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2. 공룡은 한장 한장의 힘이 어마어마하여 무력으로 승점을 쟁취하는 스타일이죠.

3. 닌자는 상대방의 미니언과 액션카드를 부수며 핸드에 들고있는 패와 미니언 교체 및 득점시 미니인을 잠입시키는 교활함을 보입니다.

4. 해적은 공략중인 기지를 떠돌아다니며 점수를 빨아먹고 득점 계산시 상대방의 약한 미니언을 부수기도 합니다.

5. 로봇은 자잘한 미니언을 여럿 뿌리며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게 하는 물량전을 중시합니다.

6. 트릭스터는 상대방이 공략하고 싶은 기지나 유닛에게 페널티를 주며 계속 훼방을 넣어요.

7. 마법사는 카드를 많이 뽑고 많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8. 좀비는 덱에서 카드를 버리고, 버린 더미에서 카드를 꺼내와 사용하는 식으로 운영하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인 힘으로 찍어누르는 종족인 공룡을 기준으로 살펴볼까요?

공룡만 두고 본다면 꽤나 우직하고 정직합니다. "나는 이 기지에 이만큼의 영향력을 끼칠거야." 라고 선언하고 힘으로 밀어붙이죠. 액션 카드도 대부분 파워업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 단순무식한 종족에게 또 하나의 종족을 섞이는 것으로 이미지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1. 외계인을 섞어 넣으면 공룡들이 손에 들어갔다 다른 베이스에 나타났다 신출귀몰하는 홍길동이 됩니다.

2. 트릭스터를 섞으면 안그래도 힘 싸움이 쉽지 않은데 상대방은 다양한 페널티까지 안아가며 경쟁하니 체감 파워는 더 높아지죠.

3. 마법사를 섞으면 덱의 회전률이 빨라지며 아까 본 묵직한 공룡/액션 카드가 더 빠르게 더 자주 압박을 줍니다 .

4. 좀비를 섞으면 이미 사용되어 석유가 되어야 할 공룡이 현세에 강림하며 또 다시 습격해오는 정신나간 광경도 볼 수 있어요.

종족이 8개이고 그 중 두개를 고르니 조합은 무려 28가지. 게다가 확장을 넣으면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나죠.

말 그대로 "종"이 다른데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융화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보이지만 실제론 굴러갑니다.

게임 내에선 모든 유닛을 "미니언"이라는 단어로 통일하기 때문이예요. "에일리언은 ~~~을 한다." 식으로 특정 종을 지정하지 않고 "미니언은 ~~~ 한다" 식으로 다른 카드를 지칭 하기 때문에 어떤 카드라도 서로 연계가 가능합니다. 종족을 바꿔 끼우며 테스트 해보는 재미가 있어요.

게다가 카드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 카드 한장 한장의 범용성은 더 어마어마하죠. 연계를 극한으로 끌어내면 "좀비 마법사? 미친듯 ㅋㅋㅋㅋ" 하며 낄낄 웃는 친구들의 반응을 "좀비 마법사 미친듯 ㅠㅠㅠㅠ" 으로 바꿔버릴 수 있죠.

이름이 좀 우스워보인다고 하여 덱을 얕보면 안됩니다.

3. 그게 다예요?

그럴리가요. 게임에는 16종의 기지 카드가 담겨있습니다. 각 기지별로 공략시 필요한 힘, 점수 배분 방식도 다르지만 무엇보다 재밌는건 기지의 효과예요.

기지마자 특정 조건이 맞으면 어떤 효과를 주는지 씌여있는데, 미니언마다 힘을 1씩 추가한다던가, 2등이 혜택을 받는다던가, 1등이 혜택을 받는다던가, 자신의 미니언의 힘 합산에 따라 보너스 점수를 더 받는다던가 하는 다채로운 효과가 달려있습니다. 심지어 승자가 손패를 다 버리고 새로 5장을 뽑는 효과도 있죠 (중요한 키 카드를 들고 있다가 이걸 당하면 눈물 납니다). 약하고 물량으로 밀어대는 유닛과 궁합이 좋은 기지도 많기 떄문에 무조건 힘이 높은게 유리하진 않도록 설계된 점도 좋아요.

플레이어들이 내려놓는 카드의 상호작용도 재밌지만 기지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체적인 능력도 게임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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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을 했냐면요

1) 테마가 나쁘진 않은걸?

놀랍게도 테마가 나쁘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두 종족을 데려다가 세계를 정복한다. 그게 테마냐 싶을 정도로 터무니 없는 한줄짜리 배경이지만... 게임에서 내가 하는 짓을 생각해보면 영락없이 딱 그 짓(...)을 하고 있어요. 틈만나면 상대 미니언을 부수고, 기지에 총력을 다하여 정복하고, 다른 플레이어와 협잡을 벌이고 뒤통수를 때리는 등 다 때려부수는(스매쉬 업의 뜻) 짓을 하고 있거든요 -_-;

나중에 마블 챔피언스 리뷰에서도 언급하겠지만 테마를 느끼는덴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게임의 배경/소품/시스템 자체에서 생겨나는 수동적 테마

2) 플레이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는 능동적 테마

이 두 개가 있다고 보는데요.

저는 스매쉬 업이 후자에 속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적이고 마법사고 하는 행동이 그들의 종족을 대표하진 않아요. 일러스트를 아무거나 덧씌워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 내내 쉴새없이 무언가를 때리고 정복하는 과정은 게임의 배경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질감은 느끼지 못했어요.

2) 의외로 2인은 별로인걸...

뚱뚱한 덱으로 서로 치고 받는 게임은 일반적으로 다인플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카드 하나하나의 효과를 처리하는데 제법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그러는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은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죠. 난 할게 없는데 남은 오랜시간 턴을 가진다? 당연히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지겠죠.

그럼 스매쉬 업도 2인플이 재밌겠네?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의외로 2인플이 재미가 떨어집니다.

첫째 이유로 힘의 구도가 일방적일 확률이 높습니다.

2인이 게임을 하면 기지를 두고 싸울 때 일방적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일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힘으로 기지를 밀고 있는데 제 손에 그걸 견제 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해보죠.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곳을 노리거나 적당히 미니언 하나를 던져놓고 2등 점수를 적는 것 뿐이예요. 하지만 3인, 4인에서는 다른 누군가가 이런 독주를 제압 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기에, 고래 싸움을 지켜보던 제게 기회가 생깁니다. 틈을 비집고 들어가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순간이 몇번이고 생기죠. 이 난투 사이에 비집고 끼어들어가 게임을 꼬아버리는 트롤링이 굉장히 재밌어요.

둘째 이유로 카드의 효과 적용이 비교적 빠릅니다.

카드 게임에서 플레이가 늘어지는 이유는 효과를 읽고 적용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스매쉬 업의 경우 다양한 행동을 요구하는 카드가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 큼직한 1~3줄의 지시가 전부입니다. 용어도 아주 쉽기 때문에 참조표를 찾아볼 필요가 없어요. 애초에 그런게 동봉되지도 않았습니다. 전문용어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다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OOO가 무슨 효과야?" 같은 질문으로 게임이 딜레이 되는 상황이 없습니다.

게다가 효과가 남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플레이어들의 집중도를 높게 유지하는데 도움 됩니다. 카드 한장 한장이 내 미니언을 부수고, 이동시키고, 약화 시키는데 멍 때리며 딴짓을 할 겨를이 있을리가요.

3) 계산, 쉽지 않다.

기지의 방어력을 넘으면 득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게임 내내 미니언의 힘을 다 합친 값을 대강 알고 있어야 합니다. 기지 방어력은 높아도 대략 20 언저리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계산량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승점을 제때 챙기려면 지속적으로 바닥에 깔린 미니언들의 힘의 합을 알고 있어야 해요. 특히 '각 미니언에게 +1을 한다' 같은 효과 카드가 적용되면 계산이 조금 더 까다로워지긴 하죠. 계산을 척척 해내지 못하는 친구가 많이 끼어있다면, 카드 효과보다도 합산을 하느라 게임이 더 지진부진 흐르는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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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무슨 생각을 했냐면요.

가끔 테마를 듣자마자 실소가 나오는 게임을 만나곤 합니다. 김정은을 맹렬하게 풍자한 "디어 리더". 시체를 방부처리 하는게 일인 마피아 게임 "차가운 그녀가 눈을 뜨기 전에" (이거 의외로 재밌습니다). 최근엔 보라에서 본 어떤 게임이 있겠네요 (보자마자 테마에 너무 놀라서 정작 게임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요... 차마 테마를 설명하기도 좀... -_-;) 이런 게임은 테마적인 이유로 손사래를 치기 쉽죠.

스매쉬 업도 처음에 테마 설명을 들으면 ㅡ_ㅡ 하는 표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런 류의 게임이예요. "야! 공룡, 닌자, 마법사, 좀비 같은거 섞어서 싸우는 카드게임 할래?" 같은 설명을 듣고 "재밌겠는데?" 하고 반응할 사람은 많지 않죠.

그런데 해보면 엉뚱한 발상치곤 제법 괜찮은 게임입니다.

나온지 무려 10년이나 된 작품이다보니 최근에 나오는 게임에 비하면 투박한 맛도 강한데다, 공격 일변도이며, 덱을 매끄럽게 굴리며 조합의 깊이를 즐기긴 어렵습니다. 차라리 때리고, 부수고, 방해하며 웃어대는 굉장히 원초적인 게임이지요. 거기에서 재미를 느끼고요. 현실로 비유하면 말뚝박기 같은 느낌일까요? 요즘은 위험하다, 가랑이에 머리를 비집어 넣는다, 코로나 감염 때문에 위험하다 등의 이유로 좀 더 안전하고 잘 설계된 놀이를 권장합니다. 그럼에도 높게 점프해서 상대방의 등에 중력+체중의 힘을 가하는 맛은 말뚝박기에서만 느낄 수 있듯 스매쉬 업도 그런 맥락에서 무려 10년 동안 장수하고 있다 생각해요.

확장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일단 저는 스매쉬 업의 확장을 단 하나도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확장은 보드게임의 생명을 연장 시킵니다. 그 방법에 있어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는데요. 스매쉬 업의 확장은 게임의 깊이를 강화하기보단 선택지의 폭을 넓힘으로써 게임의 생명을 유지하는 방법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게다가 확장마다 그 테마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가서 (크툴루, 일본, 마블, 디즈니, 원탁의 기사, 프리티 프리티 버전...) 확장이 추구하는 방향이 뭔지 잘 안보이더라고요.

물론 하나 같이 실소를 터뜨리는 일관성은 있었네요.

그런 의미로 저는 풀셋 구매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본판만으로도 재미는 충분히 뽑아낼 수 있으니 즐겨보시고 마음에 든다면 확장을 하나 둘씩 골라보시는게 현명한 소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