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아름다운 게임 co2 세컨드 에디션
개인 블로그에 남긴 글인데, 리뷰가 많이 없는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이안 오툴의 작업 중에,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저는 비딸의 ‘co2 두 번째 기회’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대부분 오툴 작업들이 그렇듯, 평면적이면서 깔끔한 라인 위주로 정리되는 그의 일러스트는 여기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됩니다. 하지만 좀 특이한 점은 색감의 변화인데, 옐로우에서 짙은 오렌지로 그라데이션 되면서 기존 오툴이 선호하던 저채도 기반의 차분함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탄소 배출에 의해 붉게 타오르는 지구의 대기를 묘사하기 위한 방편 같은데..그 느낌이 상당히 강렬하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발전소를 짓기 위한 3단계 과정을 (설계, 기반시설 구축, 발전소 건설) 나타내기 위해서, ㄷ자 타일에 나무 토큰을 끼워 넣고, 또한 격자로 두번째 나무 토큰을 연결시켜, 발전소를 최종적으로 완성하게 되는데요. 이 기믹의 기능적, 구조적인 아름다움이 너무나 훌륭합니다. 특히 지나친 묘사를 피하면서 각 발전소의 특징들을 심플하게 정리한 외형 또한 상당히 미려합니다. 오밀 조밀~ 수직으로 세워진 기하학적 건물들이 마치 어느 붉은 노을빛 호수의 마을 전경과 닮아 보이는데요, 이렇듯 아름다운 모습과 분위기와는 정 반대로, 게임성은 너무나 잔인하게 흘러갑니다.
각각의 대륙은 필요한 에너지 량이 있습니다. 우리는 10년을 주기로 각 대륙이 요구하는 에너지 량에 맞추어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해야 합니다. 만약 그 기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면, 화석 발전소가 지어지게 되고, 지구는 점차 온난화가 가속화됩니다. 인력들을 배치해서, 기술과 탄소 배출권, 그리고 돈등을 확보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UN이 원하는 타입의 친환경 발전소를 만들어야 하는데 턴이 너무 모자랍니다. 비딸 작품의 특징이죠!! 자신의 턴을 압축해서 낭비 없이 잘 사용해야 합니다.
게임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완전 협력’과 ‘반협력 경쟁모드’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게임의 미션 자체가 너무 어렵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인류는 결국 어느 누구도 이 재앙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닌가 내 맘대로 생각했음, 어차피 인류는 최악으로 알려진, 폐름기 대멸종 때보다도 40배나 더 빠른 속도로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고 있기에) 암튼 경쟁모드가 사실 성립되기 힘듭니다. 자신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우위에 둔 선택을 몇 번만 하게 되면, 금새 co2의 농도가 올라가서 결국 전체가 패배하게 됩니다.
어차피 지고 있는 상태라면 굳이 상대방을 위해 게임을 진행할 명분이 없거든요..이런 류의 게임들은 보통 도중에 엎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씨오투의 치명적 딜레마가 이 부분에서 옵니다. 피할 수가 없어요. 거의 다 망합니다..다만 이 겜을 완전협력 모드로 하게 되면 전혀 다른 게임이 되고 맙니다. 어려운 달성 과제로 인한 무한한 리플레이성을 갖추게 되죠. 주변에 10번을 실패하고 망겜이라고 저주하며 팔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이 지점에서 많은 분들이 출구 없는 퍼즐처럼 답답함을 느끼셨지만, 전 그 점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꼭 성공할 필요가 있나요? 그냥 도전 하는거죠..그러다 성공하면 대박! 대박! 소리치며 흥분하는 것이고..이러면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도 한번 해보고..그런거죠. 저는 이 부분에서 이 게임이 주는 거친 난이도와 함께 망해가는 과정이 상당히 즐겁더군요. 협력게임 중에 상위 랭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에 이 게임이 선사하는 굴복의 느낌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 자신 만의 목표치로 살짝 하향 조정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성공과 패배의 기준이란 자기가 정하기 나름이니깐요.
올해 유난히 덥네요..씨오투 농도가 원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오늘 하루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 모두 건강하세요..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