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리뷰 쓰는거 도와줘" 모임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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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21 오전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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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밴쿠버에서 "밴쿠버나이츠" 라는 보드게임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육아 + 슬금슬금 재확산 중인 코로나 덕분에, 모임보단 단독 행동을 자주하니 최근 후기 제목은 아무말 대잔치가 되어가네요 ㅋㅋ

오늘 등장하는 피해자는 여러분들도 후기에서 몇번 보셨던 그 친구 입니다.

본의 아니게 저와 엮이며 여러가지 실험(?)을 당하고 있죠.

내가 같이 놀아줄게 - 모임 (놀러가서 원하는거 게임 다 해주기)

내가 (니가 빈사 상태에 빠질 때까지) 같이 놀아줄게 - 모임 pt.2 (상대방이 지쳐 GG 칠 때까지 게임 하기)

"시간 없어. 이해 못하면 낙오한다." 모임 (최소한의 룰설명+알아서 게임 도중 배우기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게임 하기)

그럼 오늘은 어떤 방식으로 또 이 친구를 괴롭히고(?) 있는지 이야기 해볼까요!

리뷰를 쓰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납득이 될 때까지 플레이 할 수 있는 환경" 이지요. 이건 자발적 리뷰든 협찬 리뷰든 상관 없는 불변의 진리예요.

이 친구는 보드게임에 대한 지식도 어느정도 있고, 다양한 보드게임 유튜브를 구독하며, 자주 만나기 쉽다보니 리뷰 소재를 모으기 위한 제물이 될 때가 잦습니다.

"와, 그럼 다양한 구/신작 게임을 자주 할 수 있겠네?" 하고 부러워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맞는 말이긴 한데요... 그게 꼭 그렇진 않습니다.

대략 리뷰 작업 단계는 이렇습니다.

1. 쑥쓰러운척 대놓고 협력 요청을 보냅니다.
2. 날을 잡고 점심 쯤 방문합니다.

3. 리뷰를 쓸 게임을 설명하고 시작합니다.

4. 한판 해보고 머리 속으로 첫 인상을 기억합니다.

5. 게임을 마치고 잠깐 생각에 빠집니다.

6. 리뷰의 흐름과 형태가 머리 속에서 정리되면 게임을 덮습니다.

7. 감사의 뜻으로 친구가 하고 싶은 게임을 함께 즐깁니다.

8. 밤 10시쯤에 귀가 하면서 리뷰에 들어갈 내용을 구체적으로 생각합니다.

9. 1~2일에 걸쳐 작성합니다.

10. 업로드 합니다.

11. 끝.

보기보다 간단하죠?

하지만 제물의 고통이 시작되는 부분은 바로 여기입니다.

6. 리뷰의 흐름과 형태가 머리 속에서 정리되면 게임을 덮습니다.

이 말을 뒤짚으면 "머리 속에서 정리가 안되면 게임을 계속 합니다." 거든요.

그래서 이해가 갈 때까지 계속하려 합니다.

너굴: "...한번만 더 해봐도 돼요?"

개굴: "넵!"

(잠시 후)

너굴: "...흠. 한번만 더 해봐도 될까요?"

개굴: "넵!"

(잠시 후)

너굴: "...흐음"

개굴: "...한번 더 할까요?"

너굴: "그래볼까요?"

(잠시 후)

너굴: "아하..."

개굴: "...한번 더?"

너굴: "아뇨, 얼추 알겠어요.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 일단 여기까지만! 그럼 다른 리뷰용 게임을 해볼까요?"

이렇게 납득할만큼 게임을 해본 뒤 귀가 길에 생각에 잠깁니다.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이 남아있다면 집에 도착해서 다시 직접 해보기도 하죠.

그리고 며칠 뒤.

(아직 올리지 않은 리뷰라 게임 이름을 가렸습니다)

납득이 될 때까지 다시 합니다.

충분히 만족스러울 정도로 생각이 정리되면 "감사해요. 이제 리뷰를 쓸 수 있겠어요." 라며 게임을 치워버리죠.

사실상 저 말이 고통의 끝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ㅋㅋ

다행이라 해야할지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반강제적으로 같은 게임을 계속 반복하니 같이 해주는 입장에서도 절대 쉽지 않을거예요.

만약 저를 물리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다면 "리뷰용 테플 경험 해보고 싶어요!" 라며 한번 요청 해보시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지박령처럼 의자에 박혀서 "한번만 더 해볼 수 있을까요?"를 반복하는 집념의 인간을 볼 수 있을거예요 ㅋㅋ

(좌측에 쌓인 게임 중 아직 리뷰가 올라오지 않은 것은 가렸습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디 달죠. 리뷰용 게임 체험이 끝나면 친구가 가진 게임을 마음껏 돌려줍니다.

같이 리뷰 게임 테스트 하느라 고생했으니 상대방이 좋아하는 게임 /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간에 함께 즐겨줘요.

단,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을 하다가 재밌는 게임을 발견하고 리뷰 후보에 오르는 순간... 며칠 뒤 리뷰 악몽이 다시 시작 될 수 있습니다 ㅋㅋㅋ

위 게임은 왓슨 앤 홈즈예요. 라운드마다 특정 장소를 방문하며 정보를 모으고 추리를 통해 정답을 맞추는 재밌는 게임입니다.

하면 할수록 느끼지만... 4-5인이 베스트라곤 해도 쓸데없는 마차토큰 싸움 없이 온전히 추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2인플이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최근 아주 좋은 평을 들었다며 구입한 쇼 매니저라는 게임이래요. 간단한 셋 콜렉션 게임인데 4개의 연극(파랑/빨랑/초록/노랑)에 필요한 배우들을 모아다가 연기를 시키는 (가치를 합산하여 보드에 등록하는) 게임입니다.

저 합산 된 가치를 단 한번만 깎아내릴 수 있는데, 그만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 아주 흥미로워요. 점수를 낮게 받는 위험을 감수하며 돈을 보충하거든요.

얼마의 가치를 내려야 순위를 최대한 유지 할 수 있는가? 하는 딜레마가 재밌습니다.

다인플이 더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2인플도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이거... 리뷰 쓰고 싶어지는데요 ㅋㅋㅋㅋㅋㅋ

옛날 게임이다보니 카드 디자인이나 센스에서 90-2000년대의 냄새가 폴폴 납니다. 이런 느낌도 나쁘지 않네요.

리프트 오프라는 게임입니다. 매 라운드마다 카드를 드래프팅 해서 로켓/연료/특수 능력을 활용하여 로켓을 하늘로 쏘아대는 게임이예요. 간단해보이지만 의외로 계산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로켓을 발사할 때마다 드는 고정비용이 있는데 다양한 효과로 인해 금액이 증가, 감소하거든요. 허투루 운영하다간 1달러가 모자라 로켓 발사를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이 게임 설명을 들으며 "드래프팅에 사용되는 카드 종류가 너무 한정적이라 아쉽다" 라고 설명을 들었는데요.

오히려 그런 평을 듣고 게임을 시작해서 그런지 "어차피 준비단계부터 쏘는 순간까지 모두 계산이라 카운팅 요소로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걸-" 싶더라고요 ㅋㅋ

예전부터 이 게임을 살까말까 많이 고민했는데... 저는 좀 더 빡빡한 계산이 필요한 지구를 떠나다가 좀 더 취향에 맞는 것 같아요.

말 나온김에 나중에 이 친구에게 지구를 떠나다를 알려줘야겠어요.

뻘소리 하나 추가.

최근 불릿이라는 게임에 흥미가 많이 생겨서 구입했는데... 오늘 받은 메일. 하드코어 게이머 등급에 도달했답니다.

하드코어 게이머라니.. 난 그냥 보드게임을 많이하고 글쓰는걸 좋아하는 게이머인데... 내가 왜 하드코어 게이머야 ㅡㅡ

"남들보다 덕후지만 남이 날 덕후라고 부르는건 못참아!!"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필이면 박스 커버도 이래서 두배로 당한 느낌이예요.

난 믿고 사는 Level 99 Games 라서 지른 것 뿐이라고요!!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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