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게임 "용의자들" 체험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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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9 00:13

아스모디코리아의 [용의자들]이라는 추리 보드게임의 체험판을 플레이 해봤습니다.
평소에도 추리게임을 좋아해서 셜록 디텍티브, 언락, 엑시트, 클루, 크립티드 등 추리, 방탈출 게임들을 종종 했었는데요. 이 [용의자들] 체험판도 꽤 재밌게 해서, 아스모디코리아 체험판 이벤트에 신청하고 받아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이 게임은 아래 사진과 같은데, 본판에는 3개의 시나리오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건 체험판이라 1개 시나리오만 들어있습니다.

게임은...

주인공: 클레어 하퍼

[용의자들]은 플레이어가 '클레어 하퍼'라는 범죄학자가 되어 살인사건을 추리, 해결하는 게임입니다.
추리책자에 있는 게임 개요를 읽은 후 카드들을 펼치며 플레이 하면 됩니다. 게임인원은 1~6인까지 입니다.

[용의자들]의 추리 메커니즘은 대략 이런 느낌입니다.

- 게임 개요를 확인하고, 이번 시나리오에서 플레이어들이
답해야 할 질문(살인범은 누구?, 동기는 무엇? 같은...)을 확인.

- 카드에 표시된 '질문/장소 이동/물건 조사 기호들 중 원하는 것을 선택.

해당 기호의 적힌 번호의 카드를 가져와 내용을 확인.

- 내용확인을 통해 현장 조사, 용의자 심문, 증거품 수집 등을 하게 됨.

그렇게 진상을 차근차근 알아감.

- 언제든지 질문의 답을 할 수 있고, 이를 수정할 수도 있음.

카드의 장수에 따라 점수가 달라져서 질문의 답을 적은 시점의 카드 장수들을 그때그때 기록해야 함.

- 모든 카드를 확인하면 게임이 종료되고 점수를 계산.

- 적어둔 답변 중 최종 답변으로 할 답변을 선택하고, 기록해둔 것에 따라 점수를 받음.

2인으로 용의자들 체험판을 했었는데, 마치고 나서 저희는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좋았던 것으로는...

1. 주체적으로, 진짜로 추리하는 느낌
[용의자들]은 소거법이 아니라, 카드를 통해 진상을 알아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개된 기호라면 언제든 그중에 원하는 기호를 선택해 카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켓 디텍티브처럼 순간의 선택이 게임의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운적인 요소가 아닌, 자기가 조사하고 싶은 방이나 심문하고 싶은 용의자를 선택할 수 있어 주체적으로, 진짜로 추리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선택들이 추리과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은 주지 않습니다. (점수에는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추리하는 맛을 즐기는 것이니까요...)

2. 시각적인 구성으로 몰입도, 이해도 상승
셜록 디텍티브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고, 그림이나 아이콘 등 '시각적인 면'이 잘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의 모습, 지도, 방의 모습 등이 잘 그려져 있어 몰입도가 높고, 텍스트로만 보는 것보다 이해하고 추리하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아래 본판 소개 페이지 인데, 실제 카드에도 이런 식으로 그림과 텍스트가 함께 나와 있습니다.

3. 다채로운 맛 기대
단순히 범인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하는데, 이 질문이 시나리오마다 다를듯 하더군요.
저는 체험판만 해봤지만 추리책자에 나와있는 예시와 체험판의 질문이 다르더라고요. 각 시나리오의 특징에 맞춰 알아내야 하는 것들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시나리오를 즐기는 맛이 다 다를 것 같아 흥미로울 듯 싶습니다.

4. 잘 짜여진 내용. 특히 해설이 좋았음.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하는데, 이 답은 주관식으로 해야 하더군요. 그런데 진상을 찾다보니까 꽤 자세한 답들이 나와요. 그리고 해설도 그만큼 자세히 설명되고 있어요. 구체적인 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탄탄히 짜여져 있다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상을 찾아가는 과정도 재밌고, 진상을 알게되면 자연스레 답이 장문으로 줄줄 나오게 됩니다.

5. 시간적 구애X, 조급함X
카드 장수에 의한 점수 산정방식이라서 타이머가 따로 없습니다. 이 말은 신중하게 생각하거나 조금 길게 생각해도 된다는 거죠. 시간에 쫓기듯이 하지 않아도 되고, 고민하면서 차근차근 카드를 확인할 수 있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게임들은 1시간 제한시간이 있어서 그 안에 다 못 풀면 실패하고 그런 것들이 있는데 [용의자들]은 그런 게 없어서 좋은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선 방탈출 카페보다도 효율은 높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1시간이 지나도 자기 페이스에 맞게 끝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6. 난이도는 14세 이상이라 가볍지 않음
앞에서 말한 여유롭고 자기 페이스 대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부, 커플, 가족, 친구들이랑 즐기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보드게임 초보자나 추리게임 초보자들은 빨리빨리 진행하는 거나 머리쓰는 게임에 바로 몰입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천천히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는 14세 이상이라 가볍지 않으나 이해력과 추리력이 있다면, 초등학교 고학년도 함께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성인'이라면, 누구랑도 할 수 있을만큼 규칙이 간단하고(추리는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간제약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쉬워서 성인들이 하기에 시시한 정도도 아니고요. 저는 대학생 딸이랑 둘이서 했는데 모든 카드를 확인하고서야 정답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ㅎㅎ 그만큼 적절한 난이도이죠.
인원은 1명도 가능하고 3명이서 해도 좋지만 2명이서 해보니 이것도 좋더라고요. 최대 6명이서 다같이 회의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듯합니다. 협력해야 하는 게임이니만큼, 각자 의견을 이야기해보고 추리해보는 시간 자체가 꽤 훈훈하고 재밌습니다.

7. 카드를 다 확인한다고 해서 실패가 아님!
카드를 적게 보는 게 점수가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드를 다 보는 게 0점은 아닙니다. 이 점이 중요한데요, 저는 딸이랑 하면서 카드를 다 확인했지만 답변이 다 맞아서 9점을 획득했습니다. 적절하게 추리한 것이죠.
신중하게 추리하고 확신을 가질 때까지 모든 걸 의심해보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점들이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정답을 맞추는 게 중요하지, 카드를 다 확인했다고 해서 0점을 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신중하게 추리하는 맛이 있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1. 선택빨? 운?도 조금 필요하긴 함...
최고점을 받으려면 약간의 운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선택지가 많이 제시되다 보니 그중에서 적절한 것을 선택해서 진상에 가깝게 다가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A~K까지의 선택지가 열려있다고 치면, 그중에서 정말 자유롭게 선택해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A가 별로 안 중요할 거 같아서 안 살펴봤다가 한참 후에 보니까 조금 중요한 힌트였더라~, 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저희도 이번 판에서 다른 거 다 살펴보다가 마지막 즈음에야 중요한 힌트를 찾았습니다.(아마 초기에 발견했어도 궁금해서 다 살펴봤을 겁니다.ㅎㅎ) 표면적으로만 봐서는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약간의 선택의 운도 필요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날카로운 추리력이 있으신 분은 실력으로 도달할 수도 있겠구요.
근데 정답을 맞추는 데 절대적 영향이 적어서 추리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맛을 느긋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크게 상관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2. 글자가 조금 작은 느낌?
만약에 가족들끼리 한다면 여러 명이서 카드와 책자를 봐야하는데, 크지 않은 추리책자의 글씨크기가 조금 작은 느낌이 듭니다. 여러 명이서 할 때 작은 카드에 몰려있기도 조금 그렇고요. 그래서 2인 또는 커플이나 친구 3~4명 같이 소수로 하는 게 더 능률은 오를 듯 합니다.

맺으며....

체험판이라 카드 장수가 32장밖에 안 되어서 스피디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체험판은 10장 이상만 넘어가도 4점으로 내려갔지만, 본판은 46장 이상의 카드 수로, 1~30장 사이에 정답을 찾으면 15점 만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얼만큼의 난이도인지는 모르지만 만점에 도전해볼 법 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딸과 2인으로 했는데 부부, 연인들에게 커플보드게임으로 추천하며, 소거법 게임이 아닌 탁 트인 환경에서 진짜 조사하는 것처럼 추리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타이머에 쫓기듯 게임하는 것이 싫으신 분들, 자기 페이스대로 차근차근 추리하고 싶지만 약간의 긴장감(카드 장수에 따른 점수차등)은 있으면 좋겠다! 하는 분들께 강추합니다.

활동적인 것은 싫어하나 추리하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도 잘 맞는 게임인 듯합니다. 방탈출 카페 가지말고 집에서 [용의자들] 한 판 하는 게 가성비는 훨씬 좋을 겁니다. 다 못 풀고 나오는 아까움, 아쉬움은 전혀 없죠.

체험판을 해보니 이미 아스모디코리아에서 출시된 [용의자들] 본판에 대한 기대감이 개인적으로 높아져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상 용의자들 체험판 후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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