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월드 드래프트 규칙으로 원더풀킹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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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7 19:44

원더풀월드(이하 '월드')와 원더풀킹덤(이하 '킹덤') 중에 킹덤만 소장중입니다.

비슷한 게임은 웬만하면 중복소장하지 않기 때문에 둘 중 뭘 소장할까 하다가, 월드보다는 킹덤의 약간 꼬아놓은 2인플 규칙과 풍성한 모듈이 마음에 들어 제 픽은 킹덤 쪽이었습니다(1-2인플밖에 할 수 없는 킹덤의 단점은 3인플 이상은 좋은 게임들이 많아 굳이 월드를 할 필요는 없어서 제겐 그리 큰 단점으론 다가오지 않더라구요).

제 선호는 그랬지만 막상 킹덤으로 영업을 하려다보니 킹덤이 월드에 비해 진입장벽이 훨씬 높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보드게이머들에게는 그게 그거라 할 정도의 작은 난이도 차이지만, 비보드게이머가 느끼기엔 엄청난 차이로 다가온다더군요.

드래프트만 해도, 월드의 드래프트 규칙은 카드 한장 선택하고 나머지를 옆으로 넘기는 근본 중의 근본 드래프트라 무경험자들에게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카드 선택해. 나머지 넘겨" 하는 지시에만 따르면 되니까요)

그에 비해 킹덤의 드래프트 규칙은 두 영역에 카드를 배치하면서 상대방이 덜 좋은 조합을 픽하게 하고 나는 좋은 조합을 픽하기 위한 수싸움을 해야합니다. 이것만 해도 덜 직관적인데 거기에 함정토큰과 재난카드를 통한 블러핑까지 해야하니 비보드게이머들은 규칙 이해도 힘들어하고 운영도 많이 버거워하더라구요.

거기다가 모듈까지 하나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니, 사실상 킹덤(웨이트2.63)과 월드(웨이트2.32)의 체감 난이도는 비보드게이머에겐 웨이트로 표현되는 차이 이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난이도 차이가 (영업에 성공만 한다면) 킹덤을 월드보다 재미있게 만드는 지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엔 거기까지 데려가야 할텐데, 시작부터 질려 나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처음부터 킹덤 규칙을 다 적용하지 말고 월드의 드래프트 규칙으로 킹덤을 하는 것을 브릿지 단계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초3아들에게 시도해보았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세팅과 진행은 다음과 같습니다.

함정토큰, 재난카드, 모듈의 구성품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건설카드 70에 보물카드 10을 섞어 80장의 카드 풀을 만들고 9장씩 받습니다. 한 장 선택하고 나머지 카드를 서로 교환하며 선택한 카드가 7장이 될 때까지 드래프트를 합니다. (남은 카드 두 장은 버립니다)

계획단계, 생산단계는 동일합니다. 카드 드래프트만 킹덤 규칙이 아니라 월드 규칙으로 진행하는 거지요.

플레이해본 소감입니다.

비보드게이머에게 킹덤이 진입장벽이 높은 이유는, 원더풀시리즈의 핵심인 '건설과 자원생산순서를 통해 콤보 터뜨리기'만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이것만 해도 스플렌더의 콤보보다 훨씬 어렵게 다가옵니다) 거기에 킹덤 특유의 수싸움과 블러핑이 들어간 복잡한 드래프트 규칙까지 동시에 익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가르칠 때 월드의 드래프트 규칙으로 간소화시키면, 복잡한 수싸움과 블러핑 없이 카드 선택하여 건설과 자원생산으로 콤포 터뜨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초심자들이 더 쉽게 재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시시한가 하면, 월드의 드래프트 규칙도 나에게 좋은 카드 선택하기와 상대방 좋은 카드 견제하기가 함께 일어나는 클래식한 드래프트 특유의 고민이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구요(월드 자체도 훌륭한 게임이니까요)

이렇게 게임의 기본 골격을 익혀가며 3-4판 정도 돌리고 나면 카드도 눈에 익고 카드 사이의 연계, 콤보 메커니즘 등에 익숙해집니다. 이 때 드래프트 규칙을 킹덤 방식으로 바꾸고 모듈만 더해주면 끝입니다. 완전 초짜 비보드게이머나 어린이도 쉽게 킹덤에 안착했습니다.

간단한 이야기인데 쓰다보니 장황해졌네요.
주위에 원더풀킹덤을 영업하고픈 일반인이나 어린이가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