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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단 리뷰] 꽝꽝나무 벌레버전, 버그헌트

1,419 조회

2022.06.22 20:05

▲ 이 리뷰는 보드엠으로부터 물품을 지원받아 작성한 글 입니다 :)

▲ 쥐를 잡자 쥐를 잡...아니 벌레를 잡자!

큰 기대 없이 지원했던 버그 헌트 사전체험단에 운이 좋게 선발되었네요.

평소의 틀과 조금 다르게, 후기를 기반으로 가볍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일단 꺼내서 세팅했을 때 "우와 이게 뭐야?" 라는 반응은 먹고 들어갑니다.

미플이 아기자기 하죠? 세 가지 모양의 벌레가 다섯가지 색상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미플도 미플인데 게임 박스 자체가 존재감을 뿜는데요, 일반적인 테이블에서 플레이했을 때, 박스 안쪽이 보이지 않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목을 쭉 뺀다거나, 역으로 손 넣는 구멍을 통해 보는게 아니라면 볼 수가 없어요.

그럼 이걸로 무슨 게임을 하냐....라는 말인데,

벌레의 배치를 10초간 관찰한 후에, 구멍에 손을 넣어서 안보고 자신의 벌레를 뽑으면 돼요.

자신의 벌레를 뽑는데 성공한다면 한 번 더
다른 사람의 벌레나 흰색 벌레를 뽑는다면 다음 사람에게 차례가 넘어가고, 흰색벌레를 세 개를 모은다면 리타이어,

자신의 벌레를 모두 뽑는다면 승리.

간단하죠? 보이지 않는 주머니에서 뽑아서 그 결과를 활용하는 시스템은 푸쉬 유어 럭 장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렇게 자주 활용되는 기믹을 차용한 게임의 경우 그 게임만의 독특한 요소를 추가하여 차별화를 시키는데,

버그헌트는 특이하게 반대로 다른 요소들을 모두 덜어내고 관찰>>채집 두 요소로 덜어내어 차별화를 한 게임입니다.

약 2주간에 거쳐 30대 직장인, 고3 남학생, 9살 초등학생 이렇게 세 그룹에서 플레이를 해 보았는데요, 게임 하기 전과 후의 이미지가 굉장히 달라졌어요.

▲ 이 날 나왔던 서로를 지칭하는 호칭중 가장 신사적인 단어는 "멍청아" 였습니다.

가장 핫했던 그룹은 의외로 고3 남학생이었어요. 사실 이 친구들이야 주사위 하나만 가져다놔도 재밌게 놀 녀석들이긴 하지만.

찐친 모먼트가 있는 플레이그룹에서 비교적 단순한 피지컬 게임을 하다보니 날것의 비난과 시커먼 모략이 난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뭐 하나 잡을때마다 그걸 뽑으라느니 말라느니 자기네들끼리도 서로 모순된 반응을 하고, 혹시라도 하나 더 뽑으려고 건방을 떨다가 실패했을 때, 서로를 극진히 존중(...)하는 발언과 야유 등이 굉장했죠.

9살 초등학생의 경우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에서 핫했는데, 이 친구들의 경우 하얀 벌레나 남의 벌레를 게임 시스템 외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3 그룹에서는 다른 색깔 벌레를 뽑는 행위를 "게임에서 불리해지는 요소"로 받아들여요.

반대로 어린아이들은 그냥 다른색상 벌레 자체를 시스템과 분리하여 "뽑으면 안되는 벌레"로 이해하더라고요. 테마에 몰입하고 있단 얘기가 되겠죠.

하얀 벌레를 뽑고나서 똑같이 탄식과 비명을 지르지만 고3 남학생의 경우는 차례를 잃은 데에 대한 아쉬움이고,

초등학생의 경우 해당 벌레를 몹쓸것이라도 본 것 처럼 비명을 지르면서 집어던지는 모습을 보였던게 단적인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 반응이 딱 이랬어요. 없었단 얘기죠.

30대 직장인의 경우 사회적 이미지가 있다보니 분위기를 띄우기가 힘들었습니다.

게임 볼륨이 얕다보니 다 하고 나도 "그래서 뭐?" 라는 분위기도 돌았구요. 사실상 성공하기 어려운 그룹...

여러분들 하라고 만든 게임 아닙니다. 적정연령이 5세에요!

아무튼 세 그룹에서 게임을 각각 한 시간 가량씩 해보고 느낀건데요, 규칙 설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게임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단순한 편이잖아요?

따지고 보면 다른사람이 벌레를 뽑아가면 뽑아갈수록 내 벌레 색상의 비율이 커지니까 굳이 먼저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부분을 보완하고자 딱밤이라거나, 연속해서 뽑는 사람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되, 초기에 뽑을수록 더 큰 어드밴티지를 준다거나

아니면 일종의 비딩 형식으로 이사람이 몇개까지 뽑을 수 있나 등을 예측해보거나 이런 저런 게임 아이디어를 도입을 해봤단 말이죠.

근데 모든 플레이어가 입을 모아서 얘기한게, "그냥 게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데요?" 였습니다. 물론 저도 그랬고요.

호흡 자체가 굉장히 짧은 게임이기 때문에, 굳이 이기려고 전략적으로 합을 짜고, 플랜을 세우고 이러는 것 보다는 그냥 손부터 집어넣어서 냅다 뽑아보고,

그걸 다른사람들이 지켜보면서 조마조마해하고 각종 야부리(...)를 통한 실황 중계를 한다거나, 남의걸 뽑았을때 다 함께 비웃어주는 날것의 재미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이런 견지에서 본다면 "덜어냄"의 전략이 정확하게 주효했다고 볼 수 있죠. 어느정도 안면이 튼 사이에서는 연령대와 상관없이 고른 재미를 보여줬습니다.

아, 다른사람이 벌레를 많이 뽑아가면 그만큼 박스 안에 자신의 벌레의 비중이 높아지는 시스템이 굉장히 굉장했어요.

사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 덕분에 초반에 좀 실수를 했더라도 뒤로 가면 갈 수록 자기 벌레를 뽑기가 쉬워져서 자연스럽게 다시 경쟁 무대로 뛰어들 수 있게되거든요.

심지어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실수로 본인것도 자주 뽑아줍니다. 역전을 하는 일도 굉장히 자주 일어났고요.

지난 잡담글에서 이야기했었지만 이런건 모두 즐겁게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좋은 장치인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나 이런 저연령 대상의 게임의 경우 아이들이 너무 압도적으로 지면 텐션이 같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좋은 점이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져주기도 좋구요!)

뭐 업계 선생님들에 비하면 저는 아직 꼬꼬맹이지만 저도 본격적으로 여기에 뛰어든지 거의 10년이 넘은 것 같아요. 졸리게임도 쳐준다면 30년은 됐군요 ㅋㅋㅋㅋ

암튼 그래서 어지간한 게임들은 대충 매뉴얼을 읽는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간접체험은 가능한 짬은 찼다고 생각해왔는데, 버그헌트에서 보기좋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이에요.

- 어쩌면 제가 저연령층 게임을 즐겨 하지 않아서 그런 부분도 있다고 생각은 되지만요.

게임 자체가 이것만 줄창 돌리라고 만든 게임은 분명히 아니에요.

하지만 사다리타기 같은 느낌으로 누군가 한 명을 정해야 할 때 가벼운 규칙에 다 함께 웃으면서 짧게 한 판 정도 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게임으로서의 포지션에 위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조카가 너무 재미있어 하길래 조카에게 과감하게 토스했어요! 친구들하고 벌레 잡고 놀아보렴!

덧)

고3 학생들과 게임하면서 소름이 돋는 플레이 씬이 있었는데

A라는 학생이 자기 미플이 두개 남은 상황에서 이미 손은 구멍안에 넣어서 하나를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뭐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나 보더라고요.

두개까지 추려내고 한참을 이건가 이건가 고민하던 순간에, 주변에서 누군가가 "야 그냥 섞어버려 다른쉐키들 못뽑게 ㅋㅋ" 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낄낄거렸는데,

그 친구가,

그것을,

섞어버렸습니다.

자기거도 어딨는지 모를만큼 심하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굉장한건 이녀석, 다시 한 웅큼을 쥐더라고요.

그리고 갤러리중 한 명이 "거기중에 니거 하나 있어" 라는 말을 했고,

이녀석이 몇번 흔들흔들 하더니만 정확히 자기 미플을 뽑아냈습니다. 뭐지-_-?

굉장한 환호소리가 나왔고, 이 친구는 덤덤하게 그걸 자기 돋보기 위에 올려넣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구멍에 손을 넣었습니다.

마치 "잔이 식기전에 돌아오겠소" 라고 말하며 전장으로 나간 관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다시 한 웅큼을 쥐는데, 이번에는 그 친구의 색상이 안잡혔더라고요.

당연히 친구들이 그걸 넘어가지 않겠죠. "오 이번에도 잡았어! 하나만 더 뽑으면 니가 이겨!" 라고 했는데,

그랬는데,

이자식 두어번 흔들더니 그걸 미련없이 홱 하고 던져버렸습니다. 뭐지-_-?

다시 굉장한 환호소리가 나왔고, 이 친구는 마치 아무것도 안들린다는 듯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더니만

다시 두 개의 미플을 쥐었습니다. 이번엔 자기거 하나를 포함해서요.

그 순간 그 어떤 갤러리도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만은 진짜 역작의 마지막 붓터치를 장식하려는 예술가의 고귀한 모습 그 자체였거든요.

그리고,

그 친구는 결국

그 두 개중 한개를 담담히 뽑아내고

쿨하게 교실에서 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엔딩.

게임 끝나고 문득 팔뚝을 보니 팔 전체에 소름이 올라와있더라고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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