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레이크 후기 (오토마 2회, 4인플 1회)

1,916 조회

2022.05.28 14:07

- 오토마 후기 -

모임을 갖기 앞서 룰마를 하고 감을 잡으려고 솔플을 두차례 해보면서 룰을 익혔습니다

먼저 오토마 시스템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다른 게임의 오토마와는 다르게 아이콘도 적고 방법도 직관적입니다
난이도 조절도 간단합니다
A,B 타일 갯수만 조금 조정하면 끝이구요
무엇보다 다른 게임에서는 번거로웠던 오토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이 신선했는데요
정사각형의 타일로 이루어진 오토마 타일을 하나 공개하면 네 귀퉁이에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더미를 보면 오토마 타일의 뒷면의 한 귀퉁이에 오토마 그림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 오토마 그림의 위치와 현재 고른 타일의 숫자를 보고 정하기 때문에 진행이 굉장히 수월해져서 고민의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1인플을 해보고 놀란 것은 시간이 2시간이 지나있었다는 것인데요 (어? 내 시간?)
아무래도 오토마의 메인 액션 선택 때 나도 서브 액션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만큼 체감 시간은 짧지만 실제 플레이 시간은 긴, 몰입도가 높은 게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몰입도의 체험은 다인플에서도 똑같이 유지가 됩니다

- 4인플 후기 -

[몰입과 상호작용]

4인플 기준 처음부터 끝까지 시끌벅적합니다
초플이기 때문에 룰을 묻기 위한 부분도 있지만 현재 플레이어가 행동 띠를 선택하여 메인 액션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서브 액션을 수행하기 때문에 현재 플레이어의 선택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물론 후반부에는 본인 계획에 심취해 '어? 벌써? 어떤 행동을 골랐지?' 하고 주의를 놓치는 면도 있긴 합니다

게임을 함축적으로 요약하면 행동 띠를 골라 수행하고 배를 전진한다 입니다

행동 하나부터 배의 전진까지 다른 사람과 영향을 주고 받게끔 설계가 되어 있어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게임이 됩니다

이것은 초반의 텐션을 후반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을 보여 주지만 이 때문에 즉홍적이면서 반강제적인 행동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행동 선택]

우선 행동 띠를 선택하면 행동판의 가장 아래로 내려갑니다
가장 아래와 바로 윗칸은 선택하게 되면 마이너스 점수를 받게 됩니다
1,2점으로 순위를 갈릴 수도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선택하지 않게 되겠죠

(여기서 잠시 행동 선택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럼 이제 상단 행동들이 남았네요
내 손의 카드를 봅니다
내고 싶은 카드의 색깔과 행동 띠의 색깔이 다릅니다
다른 행동을 봅니다
배의 전진 칸 수가 적어 도착할 곳의 보상이 별로입니다
그럼 상단의 행동 띠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카드가 아닌 다른 카드를 냅니다(<- 이 부분은 레버를 통해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행동을 하고 배가 전진합니다
다음 차례에 다른 플레이어의 배가 댐을 넘어 가 중간 점수 단계에 들어갑니다
방금 전에 내가 내고 싶었던 카드를 내지 못해 점수 타일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마이너스 점수를 받습니다

네,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지만 이런 식으로 게임이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행동 띠에는 배의 전진과 카드의 색상이 연결되어 있어 손의 카드와 도착한 곳의 이득까지 고려하면 계산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척지와 소를 키우게 되면 고민거리는 더 복잡해집니다

[개발과 목축]

분레이크는 아직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그곳을 개발하여 사람과 소가 살 수 있는 땅으로 일구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초반에 주어진 땅들에 추가로 목장과 건설 지역을 연결해가며 게임판을 덮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소와 사람이 살고 사람이 모여 집을 짓고, 집들이 모여 정착지가 들어서게 됩니다
소를 놓을 때 주위에 집이 있다면 집마다 2동전을 받게 됩니다
중간 점수 단계 때 소는 주위의 정착지마다 1점을 받게 됩니다
작가는 사람과 소를 붙어 있게끔 디자인을 해놓았습니다
그리하여 빈 목장에 들어가는 선점 눈치싸움과(소를 놓을수록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중간 점수 단계 전에 집을 정착지로 바꾸는 타이밍을 신경쓰게 하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다만 이후부터 플레이어는 약간 방황하게 됩니다

[동기 결여]

여기서 이 게임의 아쉬운 점을 잠시 말하려고 합니다
집을 지을수록, 정착지를 지을수록, 소를 키울수록 개인판의 보상이 커집니다
그리고 카드 종료 조건으로 해금한 만큼 점수를 주기도 합니다
좋습니다 해금할수록 수입과 보상이 늘어나니까요
하지만 어떤 플레이어들은 게임 도중 이 행동을 왜 해야하는지 동기를 찾고는 합니다

가이아 프로젝트를 예를 들면 플레이어가 건설을 연결되게 하는 이유는 연방을 구성하기 위해서고 연방을 구성하면 여러 보상 타일 중에 하나를 가져갈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 가이아를 처음하는 사람이라도 자연스럽게 연방을 구축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 거죠

그에 비해 분레이크에서는 그러한 동기 부여가 적습니다
점수 타일도 단순히 해금한 갯수를 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소와 사람을 게임판의 빈칸을 찾아 중구난방으로 퍼뜨리게 됩니다
이러면서 '어, 그냥 의미없이 해금해버렸네' 하는 생각이 들고 테마의 몰입도가 깨지게 됩니다
소와 사람을 뭉쳐서 지어야 하는 이유를 부여한 것은 좋았지만 그 이상의 달성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 동기 부여 방면에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풍족한 자원]

아쉬운점을 한가지 더 보태자면 자원의 의미입니다
중반부터는 여러 생산지가 +2로 되기 때문에 그후로는 동전과 사람만 열심히 수급하면 못할 것이 없게 됩니다
초반에는 자원을 어떻게 배치할까하는 퍼즐적인 고민이 좋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풍족해져서 마치 치트키를 쓰고 게임할 때 느끼는 김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자원 만큼은 걱정하지 말고 게임을 하라는 작가의 의도 같습니다

[레버 시스템]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눈에 띄게 추가된 것이 있다면 바로 레버 입니다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죠
거의 언제든지 사용가능하고 한 번 쓰면 중간 점수 단계 때 다시 복구가 됩니다
기능도 강력하고 유용하기 때문에 안 쓰면 손해인 부분이 있습니다
패시브 능력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 원할 때 딱 한 번 발동할 수 있다는 제한 때문에 여러 선택지 속에서 본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기분을 내게 합니다
게임 종료 후 레버 4개 이상 설치부터 점수가 되기 때문에 3개까지만 설치한 사람은 점수를 받지 못합니다
이 부분에서 '내 작품에서 레버 처음보쥬? 신기하쥬? 여기에다 점수도 받고 싶쥬? 그럼 4개 이상 설치하고 활용해 보세유' 하는 작가의 푸쉬가 느껴졌습니다

이 레버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분레이크를 플레이하시는 분들은 꼭 다양하게 활용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에 대한 기대?]

보드게임을 구매할 때 작가의 영향은 생각보다 대단합니다
기존의 작품을 즐겼던 팬들의 입장에선 이번 신작은 우리에게 어떠한 재미를 줄까 하는 기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론 기대가 크기에 실망이 커질 때도 있고 기대에 부응하는 만족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렉산더 피스터, 이 작가의 새로운 작품 분레이크도 이러한 기대를 받고 한국어 정발판으로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여기서 익숙한 즐거움을 맛보실지, 새로운 자극을 받으실지 한 번 확인해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