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은 오븐에 넣어 두자 <머핀 타임>
※ 용량이 큰 파일이 첨부되어 있으니 데이터 소모에 주의하세요.
이 글은 아스모디코리아 체험단 후기입니다. 이 후기가 있게 해 준 아스모디코리아와 원작자 Tomska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후기를 위해 같이 게임을 해 주신 분들, 정말로 고맙습니다.
2008년 2분도 안 되는 짧은 영상이 인터넷에 등장합니다.
asdfmovie라는 그 이름만큼이나 의미 없는 뜬금포로 가득한 영상이죠.
주의: 의미 없음
코 떼는 장난을 하는데 갑자기 들이닥쳐서 총을 쏘는 경찰(코는 은어로 '끄나풀'을 의미)
나무 초능력을 발휘하니까 말 그대로 나무가 되는 히어로
칼을 댔더니 울부짖으며 가족을 찾는 케이크 등등
템스강에 정신을 떠내려 보낸 듯한 이 영상은 당연히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이후에 마찬가지로 뜬금없는 여러 편이 나오면서 asdfmovie 시리즈로 발전합니다.
이 시리즈의 7편(성인 인증 필요)에서는 웬 머핀이 나오는데요.
죽고 싶다고 여기저기 찾아가서 먹어달라는 친구입니다.
나올 당시에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고 후속 시리즈에 간간히 얼굴을 비추다가
이 노래가 나오면서 대박을 치게 됩니다.
누가 제발 이 귀여운 친구 좀 먹어 주세요.
보드게임 후기에서 갑자기 웬 영상에 머핀 얘기냐고요?
바로 이 머핀의 인기를 바탕으로 이번 보드게임이 탄생했거든요!
원작만큼이나 뜬금없는 파티 게임
<머핀 타임>입니다.
이 게임은 아기자기한 14세 이상 파티 게임입니다.
- 이름: 머핀 타임
- 사용 연령: 14세 이상
- 플레이 인원: 2~8명 (추천: 4~5명)
- 플레이 시간: 30분 이상
구성
구성물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사진처럼 11㎝X11㎝X11㎝ 상자 안에 전부 들어가는데요.
파티 게임 규칙서는 1장이 정석이죠.
상자 안에는 차곡차곡 접힌 1장짜리 규칙서와
?
…음?
플텍은 어떻게 씌운담…?
…카드 200장뿐이죠.
애매한 규칙은 깔끔하게 폭력 사태 없이 합의를 보라는군요.
규칙은 양면 한 장으로 끝이며
나머지는 카드 효과에 따라 진행하는 구성입니다.
규칙
그림만 봐도 분위기가 대충 짐작되는군요.
처음에 카드 3장을 받고 자기 차례에 카드를 쓰거나 먹으면서
먼저 10장의 카드를 모아 손에 들고 있으면 이기는데요.
손에 카드가 정확히 10장이 모인 사람은 차례에 상관 없이 반드시 '머핀 타임'을 외쳐야 하고
외친 사람은 다음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손에 10장을 사수해야 합니다.
그 전에 카드가 1장이라도 줄거나 늘면 다시 10장을 맞춰야 하죠.
원작 분위기가 이따위입니다. 게임은 잘못이 없어요.
카드는 3종류가 있는데
행동은 자기 차례에 카드를 먹는 대신 쓰는 카드
카운터는 남이 쓰는 카드에 대응하는 카드
함정은 행동 카드를 쓰거나 먹기 전에 자기 앞에 깔아두고
고대 이집트의 전통 놀이처럼 조건에 맞춰 발동하는 카드입니다.
누군가에겐 최악일지도 모르는 미니 게임
그리고 행동 카드 중 미니 게임은 카운터로 못 막는다는 것도 알아두세요.
어쩌면 평생 쓸 일이 없을 카드들
추가로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신 분들을 위한 커스텀 카드도 있답니다.
보라에 영상이 안 올라가서 대신 올린 9메가짜리 플레이 gif
체험단 후기 조건에 영상 올리는 게 있는데 이걸로 어떻게 안 될까요?
정리하자면 이 게임은 위 gif처럼 카드를 뺏거나, 카드를 먹거나, 카드를 바꾸는 등
손에 든 카드를 가만히 두지 않는 게임이에요.
플레이 후기
규칙을 보고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카드가 도무지 손에 모이질 않습니다.
차례 때마다 카드를 뽑거나 쓰거나 둘 중 하나만 하는데
카드가 한번에 서너 장씩 드나드니 승리 조건을 맞추기가 정말 어려워요.
그런 와중에 한 쪽은 카드가 10장 넘게 있는 경우도 있었고요.
저는 이 게임을 저 포함 4명이서 2판 하는데 2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200장이나 되는 카드뭉치가 다 떨어지기 전에 끝나겠다 싶었는데
서로 너 죽고 나 죽자 하면서 하다보니 거의 다 쓰기 전까지 갔죠.
아예 작정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게임이 끝도 없이 늘어지겠더군요.
게임 중에 웃기는 상황도 많았는데요.
남이 주는 건 함부로 받지 않는 법입니다.
다른 사람 앞으로 카드를 밀어 넣고는 그거 집었다고 카드를 버리게 하질 않나
이 게임은 액서서리 많이 한 게 죄입니다.
카드 효과 안 받으려고 약지에 낀 반지를 빼려고 하질 않나
이 꼴 날 줄 알았으면 이 게임 하자고 안 했지…
후기 쓴다고 게임 하자고 한 제 카드를 뺏질 않나 등등…
수많은 카드 덕분에 저런 상황 말고도 다양한 상황이 계속 터졌고
그 덕분에 웃고 소리 지르고 하다 보니 2시간은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비슷한 게임
저는 고양이를 사랑합니다. 절대로 고양이를 학대하거나 혐오하지 않습니다.
이 게임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익스플로딩 키튼>입니다.
디자인이 조금 기괴하고, 독특한 효과로 남을 견제하는 카드 파티 게임이라는 점이 특히 닮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머핀 타임>이 더 재밌었습니다.
<머핀 타임>은 카드가 전부 달라서 다양한 상황이 나오는 반면에
<익스플로딩 키튼>은 반복되는 카드가 있어서
어느 정도 하다 보면 비슷한 상황이 자주 나오면서 게임이 단조로워졌거든요.
평가
이 게임은 여느 파티 게임과 다르게 참가자의 성향을 크게 탑니다.
사실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점이죠.
쓰레기통에 처박히든 말 머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든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법입니다.
일단 제 기준으로는 아주 재밌었습니다.
원래 asdfmovie 시리즈의 팬이라 카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별의별 뜬금없는 상황이 끊이질 않아서 게임하는 내내 웃고 떠들었으니까요.
유연한 규칙 덕분에 카드를 어떻게 쓸지 자유롭게 궁리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게임은 없습니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반대로 안 맞는 사람에게는 재미를 보장하긴 어렵습니다.
파티 게임이다 보니 이기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건 좋지 않고
상호작용이 중요한 요소라 조용히만 있는 것도 삼가야 해요.
유연한 규칙으로 발생하는 애매한 부분은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죠.
카드 효과에 종속되는 게임 시스템 상 누군가 질질 끌면 템포가 끝도 없이 늘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원작을 잘 모르는 경우에는 아기자기하면서도 기괴한 카드가 꺼려질 수도 있고요.
즉, 다른 사람과 선을 지키면서도 같이 그냥 웃고 떠들겠다는 자세와
남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 거 없이 마음 맞는 친구 4명 정도를 모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요.
그리고 구성 자체가 아쉬운 것도 있는데요.
위 사진대로 게임 보관함이 크질 않습니다.
때문에 카드에 플텍을 씌우면 상자에 보관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카드 자체 내구도가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에요.
(엠보싱 처리는 되어 있지만 카드 측면 내구도가 약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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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없지만요.
사실 이 게임을 시작할 때만 해도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체험단 모집 때 어디까지나 팬심으로 이 게임을 선택한 거고
후기를 쓸 만큼만 하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 생각이었거든요.
하지만 게임이 정말 재미있어서 다른 게임은 할 시간도 안 났죠.
그만큼 재밌고 만족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
만약 asdfmovie의 팬이라면 꼭 이 게임을 하세요.
서로 친한 사람끼리 뜬금없지만 웃기는 상황을 맛보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엉뚱한 원작에 못지않는 엉뚱한 보드게임
<머핀 타임>입니다.
어쨌거나 It's Muffin Time!
요약
- 장점: 전부 다르고 수많은 카드에서 비롯된 자유롭고 다양한 상황, 취향 맞는 사람에게 어필하는 디자인
- 단점: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시스템, 약한 카드 내구도, 플텍을 고려하지 않은 게임 보관함
- 추천 대상: asdfmovie 팬, 파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게임을 원하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