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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후기 by Libera

2,442 조회

2022.05.01 21:28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우주항성 왕복선인 네메시스호에서 전투병으로 일하는 나는 불현듯 동면캡슐에서 깨어났다.

분명히 초공간이동 후 지구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네메시스호에서 중간에 동면캡슐에서 깨어난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선장님!!!"

정찰병인 날카로운 외침에 선영이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나를 제외한 3명이 동면에서 깨어나 있었고 네메시스호의 선장은 핏기없는 얼굴로 주저앉아 쓰러져 있었다.

네메시스 호를 지키는 전투병이기에 나는 캡슐에서 바로 뛰어내려 선장의 경동맥에 손을 댔다.

"사망했어... 아직 체온의 온기가 남아있어서 사망한지 1시간 안쪽이야"

난 아직 잠겨있는 쉰 목소리로 말하고 주위를 날카롭게 둘러봤다.

주위는 평상시와 같았지만 선장의 죽음과 갑작스런 동면캡슐의 정지는 평범한 일이 아니라고 나의 육감이 외쳐되고 있었다.

"네메시스 호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제이는 네메시스 호의 과학자로 각종 임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가장 빠르게 인식한 것 같았다.

"아니...야...네메시스 호 뿐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문제가 생겼어."

1등 조종사인 인유는 대답했다

"네메시스 호의 구조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비록 두 다리를 쓰지못하는 핸디캡이 있지만 빠른 휠체어를 조종하는 제이는 인유의 말에 수긍을 하면서 열려있는 옆방으로 이동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무언가 약물의 영향인지, 동면캡슐의 영향인지 우리의 기억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아마.."

'스르륵 쾅!'

옆방의 통로로 들어가자마자 마치 기다렸단 듯이 바로 제이 앞에 문이 닫혀버렸다!

난 바로 뛰어가서 문을 두드리며 소리질렀다!

"제이!"

안쪽에서는 당황한 듯한 제이는 대답했다

"아! 이렇게 바로 문이 작동할 줄은 몰랐어...이렇게 된 이상 난 이쪽으로 가서 조종실 쪽으로 가볼께. 난 괜찮아 걱정마!"

잠시 패닉에 빠졌던 남은 우리 셋은 머리를 맞대고 이 상황을 해결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조종사인 인유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마.....지금 상황은 좋지않아 보여. 네메시스호의 모기업인 "게보코"는 만만한 회사가 아니야 이 비싼 네메시스호는 아무리 승무원이 깨어있더라도 자동으로 지구로 초공간이동을 하게 되어있어. 그리고 동면캡슐에 들어가있지 않으면 초공간이동시 반드시....죽게돼"

"그럼 다시 동면에 들어가야 하겠네?"

선영이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지금은...불가능해 초공간이동 카운트다운이 되야 다시 동면캡슐이 작동할꺼야. 그리고 지금 이 우주선...뭔가 이상해. 좌표도 불안정하고 엔진소리도 정상이 아니야 아마 점검이 필요할 것 같아."

아까부터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있던 나는 결단을 내렸다.

"그래! 난 옆으로 돌아가서 조종실로 가볼테니, 너희 둘은 엔진쪽을 점검해줘. 그리고 시간이 되면 동면실로 돌아오자!"

난 신중하게 제이가 사라진 옆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이번에도 바로 문이 닫힌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바로 앞쪽 방으로 이동하자 이번에는 앞쪽에 뭔가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네메시스호에 저런게 있었나?' 생각이 들자마자 그 무언가가 몸을 일으켰다

웅크렸던 몸을 일으키자 그 괴생명체는 2미터가 훌쩍 넘는 큰 키에 누가봐도 위협적인 턱과 칼날같은 손톱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전투병의 육감으로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고 바로 반응했다.

옆으로 몸을 날려 적의 기습을 가까스로 피했고, 바로 일어나서 가지고 있던 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탄약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고 저 괴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치열한 전투끝에 간신히 놈을 제압했다.

'언제부터 저런 놈들이 침입했지?'

난 거친 숨을 몰아쉬고 다시 생각했다. 지금 과학자인 제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을 것같다. 아마 공격수단이 없는 제이는 속수무책이겠지

'하지만, 선영이....가....'

선영이는 네메시스호에 정찰병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눈빛이 불안정했다. 정찰병은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정찰이란 명목하에 가장 먼저 총알받이로 쓰이는 하층 계급의 목숨을 건 직업이다.항상 슬픈듯한 눈동자를 가진 선영이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 가슴이 아팠다.

항상 술잔을 기울이면서 우리 둘은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이 절박한 순간...내 머릿속의 이성은 날아가버렸다.

엔진실 쪽으로 달려가며 부디 늦지 않기를....기도했다.

"으아악!"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이 소리는 조종사인 인유의 목소리인데....'

비명소리쪽으로 달려가보니 엄청난 크기의 괴물과 조우한 조종사의 모습이 보였다.

"세상에!"

크기는 5미터는 넘어보였고 전신에서 풍기는 악취와 위협도는 아까 만난 괴물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많은 애벌레를 이끌고 있어 여왕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이 괴물들이 숫자가 무한히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인유! 내가 시간을 끌고 있을테니 일단 도망가!"

난 달려들어 엄호사격을 하며 인유가 도망칠 길을 열어주었다.

"이건 안 되겠어...네메시스 호는 끝난거 같아 탈출선으로 탈출하자. 이 괴물들이 지구에 도달하는 순간 인류는 끝날꺼야! 어서 따라와야 해!"

"어서 가기나 해. 오래 버티진 못 할것 같아"

몸에서 식은 땀이 흐르고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작은 실수하나가 죽음을 만드는 전장...이 녀석은 크기와 다르게 너무 빠르고 강력하다.

'하아...진짜 오래 못 버티겠어.'

이미 녀석의 발톱에 다리와 팔 그리고 전신에 상처가 남았고 난 남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옆방으로 도망쳤다.

"영대씨! 들리나요?"

인트라넷으로 제이가 다급하게 말을 걸어온다.

"오~ 제이! 살아있었군...다행이야."

"다행히 제 휠체어가 녀석들보다 빨랐어요. 그리고 조종석에가서 좌표를 지구로 확인하고 수정했습니다."

'아~ 안돼...이 괴물들이 지구로 향했다가는 전멸이야.'

아마 제이는 압도적인 아까의 괴물들의 여왕을 보지 못했기에 잘못된 결정을 한 것 같다.

제이는 미안한듯 말을 이어갔다.

"근데 정말 미안합니다 저랑 인유씨는 탈출선에 무사히 탑승했어요. 하지만 여기에 탈출선이 한대밖에 없어요. 정말....미안합니다."

뒤에서 인유는 거의 울먹이며 말을 이어받았다.

"선영이가...선영이가.....저에게 탈출선을 양보해줬어요. 중간에서 만나서 같이 탈출하려 했는데 괴물을 만났고 선영이는 제 총을 뺏어서 싸우면서 저를 탈출할 수 있게 해줬어요."

우는 인유는 혼이 나간듯이 보였다.

"도와줘요...선영이를...."

'이미 많이 다쳤지만...그래도 할 일을 해야겠다.'

"선영이는 어디있나요?"

"선영이는 점액방 옆에 공기차단실에서 괴물 2마리와 싸우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난 연결된 점액방으로 달려갔고 저멀리 괴물을 상대하는 선영이를 보았다.

"빨리 이쪽으로!"

난 소리지르면서 괴물들을 향해 마지막 탄환을 쏟아부었고 그 틈을 타 선영이는 이쪽으로 탈출했다.

"고마워요~ 영대씨"

"으~ 다행히 다시 만났네! 선영아~ 몸은 괜찮아?"

이미 수많은 부상을 입은 나보다는 그래도 선영이는 별로 다치지 않아보였다.

나는 결심한 듯 말을 이어나갔다.

"넌 아마 만나지 못 했겠지만, 여기는 여왕도 있는 듯해 아마 네메시스호가 지구에 도착한다면 인류는 살아남지 못 할 수도 있어. 난.....네메시스호를 폭파하려고 해. 이 옆의 방이 아마 자폭 시퀸스를 작동하는 방이라서 가능할꺼야 그리고 넌 일단 다른 탈출선 쪽으로 탈출해 나는...뒤따라갈께"

사실 반쯤은 거짓말이었다. 네메시스호를 자폭하는 프로그램은 쉽게 가동할 수 있겠지만 아마 나는 이 괴물이 우글거리는 방들을 돌아다니면서 탈출선을 타기 어려울 것이다.

"흠....그런가요?"

선영이의 눈빛은 뭔가 이상했고, 묘했다. 그리고 방금 사지를 걸어나온 사람 치고는 너무 고요했다.

그때 아까 느꼈던 위화감이 다시 엄습했다.

아~! 내가 느꼈던 부조화가 뭔지 깨달았다. 선영이의 캡슐은 절대 죽은 선장을 발견할 수 없는 가장 안쪽이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선영이는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는 깨끗했다.

방금 캡슐에서 깬 사람의 목소리는 잠겨있기 마련이다. 아마 정찰병인 선영이는 이번 탐사때 괴물을 발견하고 괴물을 네메시스 호에 태웠을 것이다. 괴물이 둥지를 만들도록 하고 타이머를 앞당겨 가장 먼저 캡슐에서 깨서 선장을 죽이고 태연하게 다른 사람을 깨웠을 것이다.

"아마....영대씨는 모르시겠죠. 지구에서의 제 삶이 어땠는지...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취급을 한번도 받아본적이 없어요. 그 누구도 절 무시했죠. 하층 계급 출신이라서 아무리 일을 해도 제대로 대우받을 수 없고, 결국은 이런 험한 일만 하게 되더라구요. 전 아마 지구로 돌아가도 다시 버려질 꺼에요. 회사는 절 해고할꺼고, 밑바닥에서 괴로워하겠죠."

선영이는 유인장치로 보이는 기계를 만지작 거리며 조금씩 나에게 다가왔다.

"전 이제 그 복수를 하려고 해요."

기계를 작동시키자 큰 소리가나며 괴물들을 유인했다! 바로 이 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