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 - 세 자매 : 자그마한 농장 속 보너스 액션이 난리나는 롤앤라이츠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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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30 오후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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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년도 : 2022년

게임 타입 : 롤앤라이츠 + 론델

플레이 타임 : 30-60분

플레이 인원 : 1-4인

오랜만에 쓰는 리뷰네요. 오늘의 리뷰는 세 자매 입니다!

P.S. : 기존에 쓰던 리뷰 방식을 탈피하고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리뷰 포맷을 바꿔가며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다양한 피드백을 주시면 적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D

P.S. : 흥미로운 게임을 접할 수 있도록 지갑을 털어준 개굴개굴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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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어떻게 진행되냐면요.

게임은 총 8라운드로 진행됩니다.

론델 보드에는 총 7칸의 둥그렇게 배치 된 액션칸이 존재하는데요.

매 라운드마다 주사위를 굴리면 농부 에디스(검정 기물)이 있는 곳을 기준으로 낮은 숫자부터 주사위를 차례차례 배치합니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로 농부를 옮기죠. 이렇게 8라운드 동안 농부 기물은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시작지점을 설정 합니다.

이제 시작 플레이어는 이 주사위 중에 하나를 가져오며 두 가지 행동을 하게 됩니다. 첫째는 주사위 눈을 이용하여 해당 번호의 밭에 작물을 심거나 해당 밭의 모든 작물에게 물을 줄 수 있어요. 자신의 개인용지에 해당 칸을 슥슥 지워나가면 됩니다.

론델 액션은 칸마다 다르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배/물주기를 한번 더 한다던가, 꽃 / 양봉업에 투자한다던가, 비료와 상품을 채운다던가, 마켓 나가기 등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다양하죠.

각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하나씩 고른 뒤 액션을 끝냈다면, 이제 남은 주사위 중에서 가장 낮은 눈을 가진 주사위를 활용하여 다 같이 추가 액션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라운드별로 찾아오는 이벤트 (헛간 기능 채우기, 비를 통해 밭 전체에 물주기, 마켓 나가기 등)의 행동을 다 같이 진행합니다.

위와 같은 행동을 8번 반복하면 게임 끝!

밭에서 기른 작물 점수, 양봉업을 통한 점수, 꽃을 통한 점수, 헛간에서 획득한 기능으로 얻은 점수를 합쳐서 점수가 가장 높으면 승리합니다.

물론 주사위 눈을 조작한다던가, 헛간에서 능력을 개발하여 특정 행동을 강화한다던가 하는 부수적인 내용이 있긴 하지만 게임의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아요.

그럼 간략한 규칙 설명은 여기까지. 그럼 게임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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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냐면요.

세 자매란 이름은 어디에서 온걸까요? 남아메리카 인디언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독특한 농법에 사용되는 세 가지 작물을 뜻합니다. 옥수수, 콩, 호박인데요. 이 작물을 한 데 섞어 재배하면 콩은 질소를 유지하여 옥수수와 호박이 자라도록 도우며, 옥수수는 그러한 콩이 타고 오를 수 있는 지지대가 되어주고, 호박은 넓은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땅의 수분을 유지하고 벌레들의 침투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 '향모를 땋으며' 라는 책에서 이 세 자매 농법에 대해 자세하게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의 식물학자 로빈 월 키머러라는 작가가 풀어내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재 사이에서 피어나는 호혜성, 그리고 관찰과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혜를 대대로 전해주는 인디언들의 지혜를 책 한 권에 아름답게 풀어낸 책이죠.

당연히 선조들의 지혜에 깊은 감명을 받은 이 세 자매 농법을 제목으로 내세운 작품인 만큼 테마에 대한 기대치는 굉장히 높았습니다.

"무엇을 주제로 했을까? 역시 세 자매니까 콩,호박,옥수수가 주를 이루겠지?"

"세 작물 사이의 호혜성을 어떻게 표현할까?"

"이걸 론델과 롤앤라이츠로 어떻게 풀어냈을까?"

"식물이 가진 각각의 개성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그런데 이 기대치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록 점차 떨어집니다. 세 자매 농법을 전면에 내세웠을 뿐 실 테마는 전반적인 농장 운영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예요.

물론 콩, 호박, 옥수수가 게임 내에 등장합니다. 밭을 크게 둘러싼 호박. 밭 중앙에서 빼곡하게 자라는 옥수수. 옥수수를 타고 성장하는 콩. 세 자매 농법에 대한 핵심적인 특징은 잘 표현하고 있죠. 다만 후술할 양봉, 꽃, 상품 보관함, 헛간에서 벌어지는 액션들이 워낙 다채롭다보니 상대적으로 세 자매가 조명을 덜 받지 않는가- 하는 인상을 주더군요. 물론 이 세 자매가 게임에선 중요하지 않단 뜻은 아닙니다. 씨앗을 잘 뿌리고 물을 꾸준히 주면 점수를 확실하게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소홀히 하면 게임에서 패배하기 쉽거든요.

하지만 좀 더 이 세가지 작물을 중점으로 액션과 효과들이 구현되어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잘못된 방향으로 기대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테마가 제 예상을 벗어났더라도 게임성과는 별개죠!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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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은요

세 자매는 론델과 롤앤라이츠 두 개를 중심으로 합니다. 두 시스템 모두 낯설다고요?

론델은 특정 방향으로(보통은 시계방향) 기물을 계속 이동시키며 기물의 눈 앞에 놓인 여러개의 행동 중 하나를 골라 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앞으로 찾아올 라운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꽤 심도있는 전략 게임에 자주 쓰이는 시스템인데요. 세 자매에선 계속 우측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액션 주사위가 배치 될 공간을 정해주는 농부 에디스(Edith)가 이 역할을 맡고 있죠. 이 론델 시스템 덕분에 세 자매 게임은 매번 심기/물주기 지점에서 시작하더라도 이후의 진행은 계속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주사위가 고루 나오는 날은 액션의 순환이 빨라서 진행이 시원시원 하지만, 반대로 주사위가 뭉쳐나오면 특정 행동을 다시 하기 위해선 1~2 라운드 정도 더 기다려야 하죠.

롤앤라이츠는 주사위를 굴려 나온 선택지를 보고 자신의 개인보드/개인용지에 표기를 하며 점수를 착실하게 쌓아가는 시스템을 뜻해요. 상당히 제한된 액션을 가지고 광활한 공간을 채워나가야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플레이어들의 액션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특수효과나 연쇄작용을 여기저기 심어놓기도 합니다. 꼭 이런 스타일의 롤앤라이츠만 있는 것은 아니예요. 반대로 상당히 비좁은 공간을 주고 최대한 효율적인 액션만 골라서 사용하도록 강제하기도 하죠. 굴린다는 뜻의 "롤" 이라는 단어 때문에 주사위만 사용한다 생각하기 쉽지만 카드를 뽑아 사용하는 식도 존재합니다. 물론 이런 경우엔 "드로우앤라이츠" 같은 식으로 이름을 살짝 비틀어 부르기도 하지요.

심도 있는 전략 게임에 자주 쓰이는 론델과 캐쥬얼한 게임에 자주 쓰이는 롤앤라이츠가 잘 어울리는 조합일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비중으로 치면 롤앤라이츠가 9. 론델은 1 정도인 듯 합니다. 론델에 비중을 조금 더 준다면 8:2 정도겠군요.

9의 역할을 맡고 있는 롤앤라이츠는 그야말로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 넓게 펼쳐진 농장에 다양한 연쇄작용을 끌어내는 액션들을 흩뿌려 놓아 플레이어가 여러가지 방법을 탐허 할 수 있도록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데요. 충분한 선택지를 통해 재미와 깊이를 담당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기 때문에, 게임 내내 의미 있는 선택을 꾸준히 했다는 만족감이 뛰어납니다.

1에 해당하는 론델은 롤앤라이츠의 단점, 즉 매 게임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적절하게 상쇄시키고 있어요. 그런데 이 녀석도 선을 넘지않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니 게임을 잘 떠받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미 롤앤라이츠에서 많은 선택지를 주어서 머리가 복잡한데, 론델 시스템까지 복잡한 경우의 수를 끼얹는다? 롤앤라이츠에 써야할 정신력을 양분하게 되어 피로도가 급 상승하겠죠. 하지만 세 자매의 론델은 그렇지 않아요. 주사위로 사용가능 액션을 무작위로 정해버리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하나하나 경우의 수 헤아리며 게임을 할 필요가 없거든요. 농부 기물은 그저 주사위 눈에 따라 성큼성큼 나아가고. 나는 주사위를 보고 내게 주어진 선택지만 비교하면 되거든요. 론델 하나만으로도 게임을 뽑아낼 수 있는 묵직한 시스템인데, 게임을 흐름을 살짝 돕는 정도에서 선을 그은게 참 좋았습니다.

하하, 리뷰를 쓰면서 느낀건데요. 참 재밌게도 밭에 해당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콩, 옥수수, 호박에게서 찾을 수 없었던 호혜성을 론델과 롤앤라이츠 시스템 사이에서 발견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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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요

자, 게임을 처음 접하면 밀물처럼 찾아오는 감정은 막연함 입니다. 팔락거리는 종이 두 장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첫 라운드의 주사위를 가져오는 순간 이 종이만큼 광활하게 느껴지는 것이 또 있을까 싶어요. 시트 여기저기에 적힌 능력은 머리론 이해하지만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할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습니다. 일단 해당 번호의 밭에 작물을 심어두고 론델 액션을 하나씩 더듬어가며 시작하죠.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끄적끄적 지워나가다보면 점점 기본적인 액션의 흐름이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서로 머리를 푹 숙인채 종이에 끄적거리며 게임이 초중반에 접어들면 게임이 다소 편해지는 단계가 찾아옵니다. 액션을 옮기는 과정은 어느새 익숙함으로 바뀐데다 이미 칠해둔 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위주로 계속해서 지워나가다 보니 부담이 없거든요. 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찾아오죠.

그런데 머지 않아 두번째 위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여기저기에서 폭발하기 시작하는 연쇄작용(콤보). 그리고 찾아오는 혼란함이죠. 그 중심엔 호박, 꽃, 양봉, 상품이 있습니다 -_-. 반쯤 미완성으로 방치되었던 이 녀석들이 채워지기 시작하면 "이것을 마쳤더니, 저게 채워지고, 저기에서 발동된 효과가 얘를 채우고, 그걸로 쟤가 채워져서 보너스 액션이 생기고, 이 보너스 액션으로 이것을 또 채웠더니 그것 때문에 저게 또 완성되고..." 같은 상황이 자주 벌어져요. 정신을 잘 차려야 합니다. 정신을 놓고 멍하니 지우고 있다보면 내가 무엇으로 이 효과를 적용시키는 중인지 까먹고, 어? 어? 하며 되짚어가다보면 내가 어디까지 연쇄작용을 처리 했는지 까먹게 됩니다.

"너는 뭐하고 있냐? 난 일단 지우긴 하는데 내가 뭘 하는지 모르겠어." 상태로 중반을 어찌저찌 지나가면 게임의 후반에 접어듭니다. 이 때부터 게임이 다시금 쉬워지는데요. 게임이 던져대는 보너스 액션이 대부분 정리된 상태이다보니 마무리 작업에만 조금 신경을 쓰면 되거든요. 숨통이 조금 트입니다. 각자 마무리를 짓고 승자를 가른 뒤 서로 눈을 꿈뻑거리게 되는데, "이거 재밌는데? 근데 내가 뭘 했는지 잘 모르겠어. 한번만 더 해보자" 라고 말하며 종이를 뒤집게 됩니다. 이 롤러코스터 같은 학습과정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막연함이 낯설음으로. 낯설음이 익숙함으로. 익숙함이 혼란으로. 혼란이 깨닳음으로 바뀌는 매 순간이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특히 단계마다 점점 강해지는 몰입감이 상당히 좋은데요. 여기저기 계속 벌어지는 자잘한 효과를 놓치지 않으려고 눈은 종이에 고정한 채 손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지우며 동시에 입은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중얼거리게 됩니다. 분명 다 같이 게임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내 개인 용지만 바라보고 있는 그런 몰입감 강한 순간이 지속적으로 찾아옵니다. 롤앤라이츠 게임이 가지고 있긴 공통적인 특징이긴 해요. 용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는 게임과 게임을 하는건지 사람과 게임을 하는건지 알 수 없게 되죠. 하지만 그런 점이 롤앤라이츠의 매력이기도 하니, 플레이어의 집중력을 계속 유지시키는 세 자매는 잘하고 있는 셈이죠.

서너차례에 걸쳐 게임에 익숙해지고 햇병아리 티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게임은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큰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게임이 가진 전략성이 수면 위에 드러나죠. 처음엔 눈 앞에 있는 액션만 처리하기에 급급하니 큰 그림을 볼 여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경험치가 쌓이고 여유가 생기면서 다음 라운드엔 어떤 액션이 가능한지, 어떤 라운드 이벤트가 벌어지는지, 어떤 주사위를 가져가야 최대한 이득을 볼 수 있는지, 무엇을 남겨야 내가 원하는 액션을 추가로 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계산이 가능해지거든요. 각 영역별로 어떤식으로 공략해야 할지 알게 되니 게임이 시작되자마다 큰 가닥을 잡고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만 고쳐가며 달려가게 됩니다.

일부 롤앤라이츠 게임은 첫 게임부터 꾸준히 비슷한 경험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학습곡선이 험하지 않은 게임은 첫 게임과 마지막 게임에서 받는 인상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세 자매는 여기적 흩뿌려 놓은 다양한 능력을 접하고 게이머가 험난한(?) 학습곡선을 뛰어넘어 익숙해지고 성장할 수록 더 깊은 경험을 주기 시작합니다. "한판만 더"를 외치게 되는 좋은 동기가 되죠. 내 안에서 무언가 성장한다는 재미. 세 자매가 가진 좋은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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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요

세 자매에서 벌어지는 연쇄작용은 여느 롤앤라이츠 게임과 마찬가지로 깊이보단 폭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헛간, 꽃, 호박, 양봉, 과일... 이 모든 것들이 다양한 효과를 주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1차적인 업그레이드에서 끝나요. 게다가 영역마다 두루두루 전반적인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니, "꽃은 OOO에 특화 되었다!". "양봉은 OOO 테크트리가 최고다". "호박은 무조건 OOO부터 해야 한다." 같은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좋게 말하면 영역이 가장 자그마한 특징들을 한데 모아 효율을 끌어올리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하나의 엔진을 날카롭게 벼려내어 점수를 폭발시키기 어렵다고 할 수 있죠. 이건 장단점이 아니라 세 자매가 가진 특징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게임의 시작 및 전체적인 전략의 방향을 온건히 플레이어에게 맡기고 있단 점인데요. 언제나 같은 지점에서, 같은 조건으로, 같은 라운드의 흐름대로, 같은 용지로 시작하기 때문에 게임이 방향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게임이 자체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제약을 걸거나, 특정 액션을 강화/약화 시키는 일이 없기 때문에 테이블에 모인 플레이어가 첫라운드를 진행하며 나온 눈을 보고 "오늘은 이런 쪽으로 진행해야겠다" 라고 마음 먹으면 그게 그 날의 전략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장비 하나 쥐어주고 "알아서 하고 싶은걸 해봐" 라고 등을 떠미는 샌드박스 같은 느낌을 주죠. 뭐, 론델 액션이 소소한 방해는 하겠지만 대응책을 마련하기 쉽기 때문에 방해라고 느껴지진 않아요. 빡빡함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러한 느슨함과 편안함이 되려 심심함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에 익숙해지는 동안엔 여기 저기에서 벌어지는 특수능력을 챙기느라 정신 없겠지만요.

다만 진행에 대해 다소 우려할 만한 점이 존재합니다. 연쇄작용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게임의 복잡성이 크게 올라가는데요. 극단적으로 보너스액션을 활용해보았더니 3-4개의 보너스 액션을 처리하는데, 그 보너스 액션 때문에 또 다른 보너스 액션이 생겨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조그마한 저널 칸에다가 기록을 하며 하나씩 처리하면 된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자잘한 오류가 나오기 쉽습니다 게다가 이 복잡성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의 것만 몰입하며 깊은 생각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장고를 4명이 한번씩 한다? 자연스레 플레이가 상당히 늘어지는 경험을 하기 쉽습니다. 보드게임긱에서도 누군가 "5인 이상은 안되나요?" 라고 물었을 때, 디자이너가 "플레이 시간 때문에 4인으로 정했습니다." 라고 공식적으로 말했을 정도죠. 하지만, 어차피 플레이어간의 상호작용은 주사위를 가져가는데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용지를 채우는 부분은 동시에 해도 전혀 무리가 없어보입니다. 만약 모두가 게임에 익숙하다면 파트너를 정하고 동시에 진행하는게 게임의 흐름을 끊지 않을 수 있는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주사위가 사용되는 방식은 타 롤앤라이츠 게임에 비해 상당히 평범하기에 학습곡선이 더욱 가파라지는 불상사는 없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즐긴 롤앤라이츠 중 간츠 숀 클레버(aka 댓츠 프리티 클레버 / 영리한 여우)와 Metro X를 가장 인상깊게 즐겼는데요. 간츠숀클레버는 각 영역마다 주사위를 활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빙고, 주사위의 합, 눈의 제한, 오름차 순, 무제한 등 주사위를 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하죠. Metro X는 내가 칠했던 공간이 영역의 파편화를 유발하며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걸림돌이 되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고요. 세 자매는 이런 부분에서 다소 약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콩이 옥수수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는 재미난 제약. 그리고 양봉은 중간에 이르면 3가지 방법으로 전략이 파생된다는 점이 재밌긴 했지만 나머지는 그저 가장 아랫칸부터 채워가는 것의 전부. 주사위를 활용하는 점에서 플레이어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매력은 딱히 없었습니다. 뉘앙스가 나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이게 나쁜 것은 아니예요. 만약 세 자매가 가진 다양한 테크트리에 위와 같은 요소까지 섞는다? 그러면 아마 두뇌가 지끈거리다 못해 폭발하는 경험을 했을테니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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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무슨 생각을 했냐면요.

좋은 말도 했고 싫은 말도 했지만 게임은 굉장히 잘 만들었습니다.

매년 어쩌구앤라이츠 류의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중에서도 여러가지를 해보았지만 세 자매만큼 "오~ 이거 괜찮은걸!" 하는 반응을 이끌어냈던 작품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용지를 빤히 들여다보며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전략이나 조합이 존재하는건 아닐까?', '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어느 영역을 활성화 하면 될까?', '이 능력은 어느 타이밍에 여는 것이 좋을까?', '이 능력 하나만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나?' 등 다양한 생각이 드니까요. 리뷰를 충분히 쓸 수 있다고 판단 될 정도로 게임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파고들만한 요소가 있는 셈이죠. 이러한 생각을 받쳐주듯, 실제로 게임을 서너차례 즐기고 나서 친구에게 "이건 롤앤라이츠가 아니라 보드게임이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용지를 사용하는게 너무 아까운 걸." 라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니까요.

세 자매를 충분히 즐기고 나서 게임 자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나라면 어느 사람들에게 이 게임을 해보자고 권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어요.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롤앤라이츠를 약간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이었는데요. 이 사람들이라면 기존에 롤앤라이츠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자매가 가진 친근한 테마와 적절한 전략이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많긴 해요. 하지만 큐윅스 같은 게임은 가볍지만 전략성이 크게 떨어지고, 지도제작자는 전략보단 테마성이 더욱 크게 부각된 게임이며, 간츠 숀 클레버는 테마따윈 포기하고 깊이에만 모든 걸 갈아넣는 느낌이라 좀 부담스럽죠. 같은 작가의 플릿 더 다이스 게임처럼 테마와 전략을 동시에 살린 게임도 물론 있습니다만... 생선잡이보단 밭에서 키우는 작물이 더 친근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세 자매는 좋은 밸런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롤앤라이츠를 경험해보지 않은 성인들이었습니다. 가능하면 세 자매부터 롤앤라이츠를 시작하기보단 좀 더 간단한 게임으로 이쪽 장르의 물꼬를 트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긴해요. 하지만 숙련자와 함께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가며 사소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흐름만 잘 잡아준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미 롤앤라이츠를 경험한 분들에 비하면 다소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경험이 될 거예요. 하지만 다행히도 간츠숀클레버 같은 게임엔 없는, 세 자매의 개인용지가 가진 예쁘고 아담한 그림들이 초보자들의 탈출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빼곡하게 채워진 자신의 밭을 바라보는 기분도 꽤 좋구요.

가장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이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실제로 게임의 권장 연령은 14세예요. 롤앤라이츠 게임치곤 상당히 높은 편이죠 -- 지도제작자는 10세, 큐윅스 8세, Metro X 8세 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라고 해서 이 게임을 못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어른들의 지도하에 하나씩 차분히 개인용지를 지워나가는 재미는 아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자신만의 밭을 가꾸는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는 남녀노소 같을 테니까요. 아이들이 어려워 할 부분인 폭발적인 보너스 액션은 어른이 대신 헤아리며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더 할 수 있는지 알려주면 될 것 같네요. 일단은 초3 정도라면 어른의 지도하에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아이마다 발달의 차이도 있는데다 성격상 이런 자그마한 디테일을 챙기는 /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로 나뉘는 점 등을 감안하셔요.

제가 기대했던 게임의 테마와 방향이 꽤 어긋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좋은 인상을 심어준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론 '조금 더 어려워도 좋지 않았을까?', '주사위를 활용하는 방법이 조금 더 풍부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 여기에서 학습곡선을 더 높혀버리면 좋은 롤앤라이츠를 접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폭이 더 크게 줄어들겠죠.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과 즐기기 위해서 그 정도는 충분히양보할 수 있습니다 :) 대신 좋은 확장이 많이 나와서 게임의 깊이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롤앤라이츠라는 장르 자체에 다소 지루함을 느끼던 중 오랜만에 즐거운 롤앤라이츠를 해보았습니다. 작가가 또 다른 롤앤라이츠 게임을 만든다면 해볼 의향이 있어요 :)

< 모든 사진은 보드게임긱에서 발췌 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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