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X라는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는, 브라질: 임페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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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8 오후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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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미드나잇 정글의 협찬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서문 – 장르에 대해

사실 이 리뷰를 작성하기 전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브라질: 임페리얼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말이죠. 익숙하지만 좀 색다른 느낌을 받은 게임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기존에 있던 후기들과 간략한 소감들을 살펴보면 ‘4x 장르의 입문 게임’이라는 평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브라질: 임페리얼(이하 브라질)’을 게임을 4x라는 장르의 그릇에 담기에는 약간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브라질이 4x 게임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막상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저는 이 게임이 본래 의도하고자 했던 바인, ‘Euro X’라는 장르로 규정짓는데 동의하고자 합니다. Euro X란 자원 수집 및 관리가 주 매커니즘인 유로 게임에 4x(탐험, 확장, 개발, 섬멸) 요소를 ‘접목’한 장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접목’이라는 단어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브라질은 기본적으로 유로 게임 바탕에 4x의 조미료를 추가했다라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4x하면 가장 떠오르는 게임이 무엇인가요? 아마 대부분은 PC 게임인 ‘문명’을 꼽으실 텐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요즘의 문명은 ‘문화 승리’, ‘과학 승리’ 등 비섬멸적 요소도 승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서 기존에 4x가 표방하는 범주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으나, 결국엔 무력으로 주변국을 압박하거나 그에 준하는 무력을 갖춰 안정적인 발전을 이룬다는 측면에서 ‘섬멸’이라는 요소가 큰 작용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문명’ 초기작이나 다른 4x 게임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스텔라리스’에서는 더더욱 그러한 면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브라질과 종종 비교 언급되고 있는 ‘사이드(Scythe)’만 해도 결국 승리에서 중요한 요소인 ‘별’을 얻기 위해서는 전투에서 승리도 해야 하고, 공격 측이 유리한 점 등 군사로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기가 쉬운 편이며, 게임의 흐름이 탐험 -> 확장 -> 개발 -> 섬멸의 흐름으로 귀결되는 만큼 어느 정도 ‘섬멸’을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사이드도 정통 4x 장르라고 말하기는 어렵긴 합니다).

브라질은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 완전히 4x 장르라고 말하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유로 게임이 가진 매력을 확실히 갖추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뷰에서는 유로 장르의 브라질과, 4x 장르의 브라질을 나누어 설명해 볼까 합니다.

배경

그보다 앞서 이 게임이 그리고 있는 배경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으면 섭섭하겠죠. 이 게임의 세력(?)은 총 4개로 나눌 수 있는데요, 초록색은 기존 브라질 제국과 관련된 인물, 파란색은 카스티야(스페인)를 기반으로 한 인물들, 보라색은 그 외 유럽 국가들(영국, 프랑스), 주황색은 기타 세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브라질: 임페리얼’이라는 그 이름처럼 1822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브라질 제국을 건국한 과정을 담고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1500년 포르투갈이 처음 신대륙을 발견하고 식민지로 삼았던 시기보다 그 이전, 심지어는 브라질 제국이 탄생한 그 이후 역시도 다루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브라질 제국을 전후로 브라질 역사를 총망라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심지어 브라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도 않은 나폴레옹과 빅토리아 여왕까지 등장시키면서), 이 인물들이 ‘브라질 제국을 건국했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그린 가상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마치 ‘문명’처럼 말이죠.

브라질 원주민 투피니킹의 지도자였던 티비리사가 브라질 제국을 건국했다면? 아니면 원래 역사대로 페드루 1세와 페드루 2세가 브라질 제국을 그대로 잘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그도 아니라면 포르투갈을 카스티야로부터 독립시키고 현존 가장 오래된 포르투갈의 국경을 만들어낸 정복왕 아폰수 엔히케스라면 어땠을까요? 브라질 땅에서 네덜란드의 영향력을 뽐냈던 마우리츠라면요? 영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주앙 6세를 포르투갈에서 브라질 땅으로 몰아내 그의 아들 페드루1세로 하여금 브라질 제국을 건국의 계기를 마련했던 제왕 나폴레옹이라면 과연?

이런 수많은 ‘What if’를 여러분들 손에 맡겨 두고, 이 브라질이라는 게임에서는 브라질 제국을 건국할 영웅을 찾고 있습니다.

유로 게임에서의 브라질

브라질이라는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레이싱’과 ‘퍼즐’일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시작할 때, 1시대, 2시대, 3시대 목표 카드를 각각 한 장씩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하는데요,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에서의 플레이 가이드라인을 잡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게임을 시작할 때, 목표 카드와 영웅을 선택하는 것으로써 이 게임에서의 어느정도 큰 그림의 밑바탕을 그리고 시작하는 거죠. 가장 효율적으로 달려나가려면 이 시대 목표들로부터 어떤 공통점을 찾아서 목표들을 정해야 할까? 그리고 이 목표들을 달성하려면 어떤 영웅이 좋을까? 이 사전 설정 과정이 꽤나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은 그러한 과정을 남들보다 효율적으로 찾아 나가야 하는 일종의 레이싱, 그리고 퍼즐 형태로 귀결됩니다. 이 게임은 누군가 세 번째 시대의 목표를 달성하면 종료가 되는데요. 목표를 달성하면 점수도 따라오고, 추가 점수를 부여하는 궁전도 건설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빠르게 진입해야 더 높은 승점의 건물을 지을 기회도 먼저 갖게 되고, 고급 자원을 생산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도 있어서, 좋은 점수를 얻는 지름길이 됩니다. 그렇기에 그 결승점으로 어떻게 하면 내 행동을 최소화해서 잘 맞아떨어지게 할 수 있을 지 고민하는 ‘퍼즐’의 요소도 강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국엔 승점을 많이 얻는 게임이라 누군가 이번 게임의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파악하고 시대 목표와 상관없이 크게 승점을 불려 나가려는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뒤늦게라도 따라갈까?’, ‘그냥 내가 시대를 더 빠르게 종료시켜서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걸 막아볼까?’ 사실 어떤 경우가 좋을지는 저도 정답은 잘 모르지만, 후술할 1인 게임 모드를 보면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먼저 효율적으로 빨리 치고 나가는 것이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과 간접적인 견제를 통해 이 브라질이라는 게임을 좀 더 스피디하고 경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2인플이면 1시간 안팎, 4인플이어도 2시간 내로 게임이 끝날 수 있는 충분한 장치가 되어있는 것이죠.

간혹 후기에 ‘사이드(Scythe)’와 비슷하다는 평이 많이들 올라왔었는데 좀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플레이하면서 그런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거든요. 누군가 ‘사이드’ 얘기를 하니, 그제서야 행동을 선택하는 방식이나 자원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방식은 조금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네... 정도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두 게임이 주는 공기나 흐름은 서로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마 공개된 정보(사이드)와 공개되지 않은 정보(브라질)에서 주는 차이일 것 같습니다.

사이드는 어떻게 보면 공동 목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누가 몇 등인지 거의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인터액션이 권장되는 것 같아요. 브라질은 좀 더 안개 속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누가 치고 나가는 지, 상대방의 시대 목표가 무엇이고 어느정도 게임이 진행되었는지 좀처럼 감 잡을 수 없습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점수를 계산을 하면 어느정도 누가 1등인지 알 수 있겠지만 점수 요소가 많아서 당장 따지기에는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내가 최대한 낼 수 있는 속도로 최대한 점수를 챙기면서 달려나가면서 상대에게 적절히 발을 걸어야 합니다.

발을 걸 때도, 사이드는 승리를 위해서 억지로 누군가를 때려야 하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브라질은 좀 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인터액션을 처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사이드는 닭장에 가둬 놓은 듯한 인터액션이라면, 브라질은 좀 더 광활한 평원에 놓인 듯한 인터액션이라고 느꼈습니다. 강제 요소가 없기에 어찌 보면 인터액션이 부족할 수 있겠다 싶지만, 좀 더 적극적인 브라질의 4x 요소가 이를 해소해줍니다.

4x 게임에서의 브라질

브라질의 4x는 기본적으로 탐험, 확장에 치중된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섬멸’ 요소가 약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유로 게임과, 4x 게임 측면을 나누어 말씀을 드리는 이유도 바로 이에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차례 순서는 명확하게 두 단계로 구분됩니다. ‘행동’ 단계와 ‘이동’ 단계입니다. 즉, 4x의 ‘개발’ 요소는 온전히 ‘행동’ 단계에 남겨놓고, 나머지 ‘탐험’, ‘확장’, ‘섬멸’은 별도의 단계에 구현해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무슨 행동을 하더라도, 유닛의 이동, 탐험, 전투는 매 차례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단계를 나눠 놓았다는 것은 그만큼 4x 요소를 무시하면 손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랜덤 요소가 있으나 탐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명확하고, 전투에서 지더라도 소환한 유닛을 다시 뽑아야 할 뿐 그 유닛을 통해 얻었던 승점이나 자원이 낭비되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나보다 앞선 플레이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 플레이어의 건물을 먹으면 그만큼 나에게는 + 점수, 그 플레이어에게는 고스란히 – 점수로 다가오기에 이 게임의 4x 요소는 굉장히 적극적인 환경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제 경험상 순위가 항상 1, 2점 차이로 판가름 낫던걸 생각해 보면 전투를 통한 이점은 굉장한 메리트인 듯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방어가 유리한 시스템이기에,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 ‘탐험’하고 ‘방어’하기 위해 유닛을 뽑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이는 유로 게임 다운 간접적인 견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해 마지 않는 ‘쓰루디에이지스’도 이런 스탠스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 군사력을 올리면 나도 덩달아 올리지 않으면 맞으니까 나도 따라 올리고... 문화 점수로는 도저히 못이길 것 같으니 군사력에 좀 더 집중해서 조심스레 때려 보기도 하고... 제 기준에서는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되는 인터액션 수준 같아요. 환경은 적극적이되 강요는 하지 않는.

병력을 뽑으면 왜 뽑지? 내 영토 쪽으로 다가오면 왜 다가오지? 날 때리려고 하나? 의도를 잘 모르기에 나도 견제를 하고, 의도치 않은 과대 해석으로 전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정리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좀 종합해보면, 브라질은 ‘레이싱’ ‘퍼즐’의 유로 게임을 ‘4x’ 라는 조미료의 인터액션으로 잘 버무린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고민할 거리도 적절히 있고 경쾌한 게임 흐름에 많은 요소들이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어설프게 4x를 표방한 게임보다는 이렇게 유로 게임 요소를 강조한 Euro X 형태의 브라질이 훨씬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보라면 브라질의 인터액션이나 게임 흐름이 플레이어의 플레이 성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게임 내의 가이드라인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시대 목표가 이 게임에서 주어지는 가이드라인의 전부이다 보니, 플레이 경험이 좋은 말로는 굉장히 다양하고, 나쁜 말로는 들쭉날쭉할 수 있을 듯합니다. 최대한 승점 뽑아 먹을 대로 다 뽑아 먹고, 다 같이 눕는 플레이를 한다면 플레이 타임이 굉장히 늘어나기도 하고, 이동 단계 때 병력을 전혀 이동시키지 않고 혼자 할 것만 하다 보면 혼자 하는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플레이 학습에 의해 이러한 게임 흐름은 결국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수렴될 것 같습니다. ‘아, 내가 따라가는 것보다 빠르게 시대를 전진시켜서 다른 방법으로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좀 더 좋겠구나’, ‘아, 내가 내 거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 상황을 보고 군사로 적절히 견제를 해야 겠구나’ 하는 깨달음 등이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게임을 할 때마다 브라질이라는 게임에 레벨 업되는 모습이랄까요?

번외 - 1인 게임

이 게임 1인 게임이 생각보다 난이도도 적당하고 재밌더라고요. 1인 게임은 레이싱과 퍼즐 요소, 4x 요소를 극대화시킨 묘수풀이의 형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공식 규칙에 포함된 1인 게임의 목표는 20라운드 내에 ‘3시대 진입’, ‘모든 병력 유닛 생성’, ‘적 수도 점령’입니다. 첫 판에는 코웃음 치고 덤볐다가 발렸는데요... 한 차례라도 허투루 쓰면 안 되더라고요. 한 게임에 30분도 안 걸렸었는데 시간도 매우 적절하고 무엇보다 1인 게임 해 본 것 중에 꽤나 상위권에 속하는 재미였습니다. 어서 훨씬 더 많은 1인 게임 모드가 공개되었으면 하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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