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 노바 솔플 간략 후기
TTS로 해본 솔플 후기입니다.
해외에서 아크 노바 평이 상당히 좋더군요. 특히 오랜 테포마 매니아 톰 바셀 아저씨는 최근에 올린 베스트 게임 1위로 주저없이 아크 노바를 꼽았습니다.
그런데 카드 일러스트, 특히 사람 들어간 일러스트가 너무 구려요. 토익 리스닝 문제에 나오는 사진처럼 생겼습니다. 작가 말로는 BBC 다큐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는데, 성공적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래서 한번 해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할까 싶어 TTS로 솔플을 해봤습니다. 결론은? 매우 재밌었습니다!
vs 테포마?
아크 노바와 테포마랑 비교를 많이 하던데, 카드 내려놓으며 엔진을 구성한다는 부분과 여러 태그 아이콘의 효과를 받는다던가, 카드 비용으로 쓰이는 돈의 단위가 10자리까지 간다는 부분을 제외하고 게임 플레이에서 테포마랑 그렇게 유사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테포마랑 유사하다는 분들의 의견도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물 카드를 내려놓기 위해서 우리를 미리 준비해야한다던가, 각종 스폰서 카드로 엔진을 구성한다던가, 여러 가지 액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하며 액션의 강도에 차이가 있다던가 하는 부분에서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이 생각나는 부분도 있더군요.
물론 그오호의 꽃인 보조(프리) 액션을 사용해서 발휘하는 콤보의 맛은 느껴지진 않습니다. 아크 노바에는 프리 액션이 없거든요.
여러가지를 섞어 넣은 비빔밥의 맛
아크 노바의 룰북 및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플레이해보니 생각보다 꽤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어딘가에서 한번씩은 다 봤던 요소들을 버무려 놨거든요.
물론 이런 류의 게임 경험이 없는 분이라면 조금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으나, 약간의 경험치만 있다면 게임 룰을 이해하기는 상당히 쉬워 보입니다.
행동의 가짓수 및 잡다하게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긴 한데, 행동 하나하나는 짧고 간단합니다. 잔룰도 크게 없습니다.
익숙하지만 재미있는 요소들을 다양하게 잘 버무린 비빔밥 같은 게임입니다.
그 중에서도 느껴지는 색다른 맛
아크 노바에서 제일 색다른 부분은 행동 선택의 요소와 스코어링 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행동 선택은 총 5가지의 행동을 카드로 구성해놓고 그 카드가 놓인 위치에 따라 다른 위력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 샷 아래 파란색 카드가 놓인 곳 바로 위의 숫자가 그 액션의 위력입니다.
이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액션을 원하는 위력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때 그 때 잘 계획하고 미리 프로그래밍 해두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추후에 이 액션 카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가능해서 어떤 액션을 먼저 업그레이드할지 고민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스코어링 또한 상당히 독특한데, 아크 노바의 점수는 Appeal 점수와 Conservative 점수의 투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두 점수 트랙이 상승할 수록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데, 어느 플레이어 한 명의 점수 트랙이 서로에게 맞닿거나 지나치게 되면 게임 종료 트리거가 발동됩니다.
게임 종료시 자신이 획득한 Appeal점수에서 Conservative 트랙이 위치한 곳에 해당하는 Appeal 점수의 가장 낮은 점수를 빼면 이 점수가 최종 점수가 됩니다.
이 부분은 살짝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솔플에서는 꽤 재미있는 요소였지만 멀티플에서는 어떻게 작용할지 저도 좀 궁금해지네요.
아, 정해진 라운드 방식이 아닌, Break 트랙 도달에 따라 수입/공용 시장 카드 리프레쉬/핸드의 카드 버림 등이 발생하는 요소도 색다르긴 합니다.
빡빡함을 완화해 나가는 엔진빌딩 요소
아크 노바에서 Appeal 점수 획득 수단인 동물 카드를 내려놓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크기에 맞는 우리도 필요하고, 태그 아이콘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하죠.
초반에 손에 들어오는 카드에 따라 당장 진행할 수 없는 부분들도 상당히 많기에 꽤 빡빡하게 느껴집니다.
이 빡빡한 부분을 스폰서 카드 및 협회 액션 등으로 엔진을 구성하면서 점차 완화시켜 나갑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테포마랑 가장 큰 차이를 느꼈는데, 테포마의 엔진은 처음에 걸어나가다 중후반에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엔진의 느낌이라면, 아크 노바는 처음엔 기어가다가 중후반이 되어서야 뛰어나가는 엔진의 느낌입니다.
그오호도 초반엔 빡빡하다가 직원 카드를 내려놓기 시작하면서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가 있죠. 게임 내용적인 측면에서, 제게 그오호가 더 떠오르는 부분도 바로 이 점입니다.
각 액션간 긴밀한 계획과 연계가 필요
빡빡한 조건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각 행동에서 얻을 수 있는 보너스를 연계하고 짜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렵긴 하지만, 달성했을 때의 쾌감도 큽니다.
액션의 연계는 마치 간숀클레버의 콤보와도 비슷해서, 이 행동을 하면서 얻은 보너스로 다른 보너스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퍼즐적인 요소가 꽤 큽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퍼즐을 푸는 재미, 이게 아크 노바의 가장 큰 재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랙션은 별로 크지 않은 수준
인터랙션은 사실 크게 없습니다. 업적, Donation 및 공용 카드의 선점 요소와 몇몇 카드에 붙어있는 상대 방해 아이콘이 다입니다.
상대 방해 아이콘은 이런 류 게임에서 보기 힘든 Take that에 가까운 요소라 굳이?라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뭔가 억지로 인터랙션을 만들려고 한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Conservative 점수를 올리는 부분에서 선점이 꽤 들어가 있습니다만, 선택지가 워낙 다양해서 빡빡한 선점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랙션을 상당히 좋아하긴 합니다만, 이 게임이 가지는 퍼즐적인 재미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정도 인터랙션이 적당하다 싶습니다.
솔직히 겨우겨우 효율좋게 맞춰놓은 내 계획을, 누가 다음 턴에 사정없이 망쳐놓는 느낌이 그리 달갑지는 않잖아요?
장고 요소가 꽤 높음
계획을 짜고 그에 맞춰 액션을 프로그래밍하는 퍼즐릭한 게임 성격 때문에 태생적으로 장고가 꽤 발생할 것 같습니다.
낮은 인터랙션과 더불어 멀티 솔리테어가 될 가능성도 충분할 듯 하구요. 솔플하면서 저도 꽤 오랜시간 고민을 하며 플레이했던지라, 이 게임을 4인으로 하는 건 어지간하면 피하지 않을까 싶네요.
최대 3인 정도까지가 가능할 것 같고 2인 플레이가 베스트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익숙한 분들끼리하면 인원 수가 늘어도 크게 상관없겠지만요.
덧붙여서 앞서 이야기한 Appeal 점수는 올리기 쉬운데, Conservative 점수는 올리기가 좀 어려워서 초플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분들끼리하면 장고와 더불어 게임 시간이 엄청 길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러스트는 구리지만 UI는 훌륭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사람나오는 일러스트는 정말 구립니다. 몰입감이 확 깨져요.
하지만 그 외의 카드 및 보드 UI는 상당히 직관적이고 잘 짜여져 있습니다. 아이콘도 한번 이해하면 큰 어려움이 없고 카드 겹쳐놓을 것을 대비한 UI 구성도 훌륭합니다.
전체적인 카드 디자인은 대학생 PPT를 보는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희생한 셈 치면 이해가 갑니다. 촌스러울만큼 선명해서 역으로 눈에 띈다고 할까요.
테마 연결성은 글쎄요..?
동물원을 구성하는 테마인데, 솔-직히 테마가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몇 가지 카드 능력은 테마랑 연결되기도 하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그저 테마는 거들뿐입니다.
동물원 테마를 느끼고 싶어서 구매를 고려하는 분이라면, 솔직히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솔플을 위한 요소도 충분
솔플 방식은 정해진 라운드 동안 게임을 진행하고, 자신의 최고 점수를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막 어마무시하게 좋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퍼즐적인 게임 내용과 더불어서 꽤 할 만합니다. 퍼즐 풀이가 너무 재미있어요.
결론 : 매우 재미있었고 살 생각도 충분
빡빡한 어려움을 헤치고 자신의 앞에 놓인 액션들을 계획적으로 잘 짜넣어서 만들어내는 달성감이 매우 크고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핸드의 카드도 모자란데다 원하는 건 안나오고, 뭐 하나 놓으려면 우리, 아이콘, 돈 각각의 요소가 부족해서 고통받지만 역으로 그 와중에 그걸 이기고 달성해나가면서 느껴지는 성취감이 한 턴 더를 외치게 만듭니다.
고구마만 퍼먹다가 사이다 들이붓기 시작할 때의 쾌감이라고 해야하나요. 다만 고구마의 뻑뻑함 자체를 싫어하시는 분들이시면 별로 안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플레이하면서도 사이다 언제 마실 수 있을지 감이 안 올때도 많았습니다.
솔플만 총 세 번 해봤는데, 이후의 멀티플에서 인상이 어떻게 변할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 저에겐 필구 게임이네요.
사족
개인적으로 전 테포마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훌륭한 게임인 건 이해하지만 엔진의 혜택이나 목표 달성 방식이 비교적 직관적이고 단순하다고 느꼈습니다.
반면 아크 노바는 행동 선택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요소를 하나씩 꼬아놨습니다. 테포마는 목적지 도달을 위해 엔진 기통을 키워서 빠르게 내달리는 느낌이면 아크 노바는 산도 넘어야하고 물도 건너야 하니 그에 맞춰서 엔진을 최적화하여 만드는 느낌입니다.
때문에 테포마를 좋아하셨고 그 엔진의 경쾌함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면 아크 노바는 엔진의 결이 살짝 다르기에 막 추천드리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참조가 되시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