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보면 칸츄리 콘이 먹고 싶어지는 게임… "쓰리 시스터즈" 리뷰
0 안광고
먼저 새해에 처음 쓰는 글이니 복 많이받으시라는 인사부터 남기고요. 아직 한글판의 발매명이 미정이라 명칭이 중구난방인점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예전에도 썼던 글 같은데 아래 글은 순전히 해당 게임이 맘에 들어 작성한 글입니다. 그래서 사실 리뷰라기보단 헛소리 대모음집이라고 해야하나...
전문성같은건 없고요. 지금 경고합니다! 자꾸 삼천포로 빠져도 읽으시는 분이 정신 바짝차리고 읽으셔야 길을 잃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전문성이 없지, 돈이 필요 없다는건 아닙니다. 금전적 지원은 바라긴 하거든요? 계좌번호는 이 글 끝에 적어뒀습니다. …장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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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옥수수
제가 쓰는 글이 대부분 그렇긴 한데 바로 게임 이야기로 들어가기엔 너무 팍팍하니 옥수수 얘기부터 해볼까요? (게임 이야기는 3-1부터 입니다.)
옥수수는 엄청난 생산력을 가지고 있다고합니다. 그러나 재배하는 데에 질소 요구량이 벼의 2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땅에서 계속 재배하게 되면 땅의 지력이 약해지게 된다고 합니다. 지력이란 흙 속에 포함된 유기성 영양분을 말하는데요.
식물이 성장하고 열매를 맺고 열매를 제외한 부분들이 퇴적물로 변해서, 다시 영양분으로 흙에 흡수되는 일련의 과정이 식물 재배의 사이클입니다.
그래서 지력을 유지하기 위해 농사를 한 해 쉬는 것을 휴경이라고 하고, 그 땅을 휴경지라고 합니다.
보통 소유한 땅 전체를 휴경하지는 않고 땅을 나눠서 돌아가면서 농사를 한다고 하네요.
옥수수밖에 재배하지 못해서 야구장에서 파는 간식이 팝콘뿐이라고 불평하던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1-2 퇴비, 화학비료
현대에는 효율이 화학비료가 더 좋으므로 화학비료를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요. 비료도 지나치게 많이 투입하면 흙이 산성화되어 오염된다고 합니다.
비료 얘기를 하니까 저희 학교가 시골에 있었거든요. 봄만 되면 닭똥 소똥 냄새가 엄청났었는데... 아니 이게 아니지.
어쨌든 이 비료 없이 지력을 빨리 소모하는 식물을 재배하면 낭패를 보게 됩니다.
북한에서 화학비료 없이 옥수수 재배 시도하다가 토양의 지력이 엄청 소모돼서 고난의 행군이라는 국가적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었죠.
비슷한 사례로 남아프리카의 말라위 공화국이라는 나라는 옥수수가 주식인데 대통령이 원래 무상으로 공급되던 비료를 유료로 전환한데다가,
2000년대 초반에 가뭄이 몰아치면서 2005년에는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었다고 하네요(지금은 극복했습니다.)
1-3 방귀 금지
참고로 말라위 공화국 정부는 방귀 금지법을 제정하려다가 욕먹고 흐지부지되었다고 하네요.
이 얘기 하려고 옥수수부터 빌드업 했습니다.
https://www.khan.co.kr/world/tidbits/article/2011020118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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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콩과 호박
콩 중에서 가장 유명한 콩은 무엇일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10위 안에 이 콩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먹으면 10일 동안 배가 부르고 잘린 팔도 자랍니다.
선두.. 아니 콩의 뿌리에는 뿌리혹박테리아라는 박테리아가 서식하는데, 이 박테리아는 질소화합물을 합성하므로 지력을 배양하고 땅을 되살려줍니다.
하지만 콩은 햇볕이 강하면 잘 못 자란다고 하네요. 적당한 그늘로 보호해 줘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콩은 40퍼센트의 단백질과 30퍼센트의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쌀이 주식이던 한반도에서는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과 지방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콩밥 좋아하시나요? 이렇게 영양도 많고 열량도 높은 '식물계의 소고기'라고 불리는 콩인데, 왜 콩밥은 맛없을까요?
아프리카 친구들도 콩은 남깁니다. 이 점도 선두와 닮았네요.
호박은 덩굴식물인데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다는 속담도 있죠? 호박 덩굴은 막 굴려도 잘 자란다고 합니다. 심어놓기만 하면 알아서 잘 크고,
관심을 안 줘도 잘 자라서 호박 열매도 잘 맺는다고 합니다. 농작물인데 잡초랑 경쟁해도 잘 자라는 게 신기합니다.
황산화 성분이 있어서 피로회복과 면역력에 도움이 되고, 펙틴으로 붓기를 가라앉혀서 임산부들이 호박을 많이 먹고요.
칼륨도 함유되어 있어 나트륨과 혈압을 낮추므로 고혈압과 혈액순환에도 도움 되며, 비타민 C, E도 많습니다.
칼로리도 엄청 낮아서 다이어트식으로 필수랍니다.
저 호박팔이 아닙니다. 근데 호박잎 쌈도 맛있잖아요? 아 갑자기 호박전 땡기네요.
아니 그래서 어쨌든 이 호박도 토양의 영양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어느 정도 주는데,
잡초에게 빼앗길 영양분을 덩굴로 자연 그늘을 형성해서 빛을 차단하므로 잡초들이 쉽게 자랄 수 없게 만든다고 하네요.
2-2 세 자매 농법
위의 소개한 세 식물을 함께 재배하는 게 three sisters 즉 세 자매 농법입니다.
호박을 먼저 심고, 그 뒤에 옥수수를 심고, 마지막으로는 콩을 심습니다.
호박은 거친 호박잎이 해충으로부터 콩과 옥수수의 새싹을 보호해 주고, 잡초를 자라지 못하게 하며,
옥수수는 콩이 자랄 때 타고 올라가는 지지대 및 기둥 역할을 하므로, 콩을 심을 때 노동력이 덜 들어갑니다.
콩이 자랄 그늘도 만들어주고요. 다시 콩은 옥수수가 소모시킨 지력을 회복시켜줍니다.
2-3 인류를 먹여살린
언뜻 보면 그게 뭐? 할 수 있는데요. 세 자매 농법은 무려 5,000년에서 6,500년의 역사를 가진 농법이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호박의 가축화(식물용 용어가 뭐지 모르겠네요) 시기는 무려 1만 년 전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인류를 먹여살린 식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요?
이런 지식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바위 절벽에 살던 부족(아나사지 유적지에서 흔적이 발견)들도 식량 걱정은 없었다고 합니다.
잉카 마야 등 인디언 문명도 이 세 자매 농법 덕분에 번창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촐킨, 테오티우아칸도 이 농법이 없었다면 여러분과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주식은 콩이었다고 하니 아컴시리즈도 다 없었겠네요. 경배하세요!
그런데 오천 년 전 사람들도 알던걸 북한에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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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드디어 게임 이야기
길고 긴 잡설이 끝나고 드디어 게임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쓰리 시스터즈'는 뭔데?'라고 물으시면, 그냥 평범한 롤앤 라이트 게임입니다.
농경 테마의 가진 흔한 게임입니다.
3-2 끝
이 아니고요. 위의 농법을 게임 메커니즘으로 훌륭하게 담았습니다.
해당 게임은 두 장의 종이와 주사위, 주사위가 이동하는 경로판으로 되어있는데요. 아, 게임 설명 보다 다른 얘기가 더 하고 싶네요.
정원의 일부입니다. 밭은 옥수수와 콩, 호박과 남은 정원을 채우는 꽃들로 구획이 되어있고요.
사진을 보면 감이 오시겠지만, 이 정원을 채우고 수확을 하게 되면 파란색은 게임 종료 시의 점수, 빨간색은 즉시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채워집니다.
호박 사이의 꽃들은 양쪽의 호박을 수확하게 되면, 즉시 채우고 보너스를 얻게 되는 구조에요. 평범하죠?
3-3 비
근데 보통의 롤앤라이트 게임과의 차이점이 게임의 배경이 된 농법에서 발생합니다. 테마구현도가 꽤 높아요.
옥수수와 호박은 바로 씨앗을 심을(맨 아래 칸을 색칠할) 수 있지만, 콩은 옥수수가 두 번째 칸까지 올라와야 심을 수 있습니다.
그럼 두 번째 칸은 어떻게 하면 성장(두번째 칸 색칠) 시킬 수 있을까요? 바로 비가 내립니다. 비가 내리면 식물이 성장한다구요!
식물의 성장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비가 내려서 정원의 모든 (씨앗을 심은) 식물들이 한 칸씩 성장을 하는 경우가 있고요.
두 번째로는 인위적인(?) 수분 공급으로 한 구획의 식물들만 성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게임적 허용으로 비가 내리는 시기는 정해져있습니다.
이 게임에는 다행히도 가뭄은 없습니다. 기우제 확장같은게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농담이고요.
다만 빗물 통을 설치해서 비가 내린 후에 물을 한 번 더 준다던지, 기르던 벌집을 분열시키고, 복숭아나무를 심으면 물을 줘서 세 자매들을 자라게 할 수 있습니다.
3-4 빗물통? 벌집? 복숭아나무?
이게 뭔 소리야? 이 게임 옥수수 콩 호박 심는 게임 아니야?라고 하시겠죠. 아님말고요.
농작물이 당연히 메인이지만 세 자매를 비롯한 꽃을 보다 원활하게 자라게 하기 위하여 세 가지 보조적인 요소들이 있습니다.
양봉장, 과일 재배, 보조설비를 만들기 위한 헛간이 바로 그것입니다.
양봉장과 과일, 헛간에서 각종 설비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널은 점수 계산하라고 만들어둔 메모용 공간입니다.
그 밑에는 상품과 퇴비가 있고요. 상품은 점수인데 5점마다 농장을 제외한 나머지 칸을 채울 수 있습니다 일종의 조커가 생기는 거죠.
퇴비는 사용해서 주사위의 눈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벌써 게임 설명이 끝났네요. 이렇게 테마만 얘기해도 게임에 대한 핵심 메커니즘을 흐름에 따라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릿 다이스 아직 못 파신 분들 계시죠? 이제 늦었습니다. 소장하세요.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 내 세상처럼 누벼가며~
아니 이게 아니지. 플릿도 좋은 게임입니다. 팔지마세요. 아니다, 그냥 파세요.
이렇게 포장하니 누구에게나 재밌는 게임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단점도 꽤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단점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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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답습과 계승
사실 다른 롤앤라이트 보드게임이나 작가의 전작 플릿다이스에서도 드러나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는데요.
흔히 말하는 '벽겜'에 가깝습니다. 인원수에 따라 재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물론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인원수에 따른 재미 변동이 없다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사실 이건 게임 장르적 한계라고 볼 수 있어서,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롤앤라이트를 싫어한다면 좋아할 수 없는 게임이죠.
반대로 롤앤라이트를 좋아한다면? 안 좋아할 수 없는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플릿 더 다이스게임과 비교해봤을때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고는 말 할 수 없어요. 당연히 같은 작가이니 시스템적인 계승이 이뤄졌죠.
전작 있으면 안사도 되는거 아니야? 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근데 후속작인데 당연히 긍정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4-2 그럼 왜 사야할까?
개인취향인지는 모르겠는데 부둣가를 발전시키고 개발하고 어업하는 것보다, 정원을 가꾸고 물주며 헛간에서 설비들 개발하는게 더 좋았습니다.
배멀미가 심하거든요. (조크에요.) 단순히 주사위로 모든것을 컨트롤 할 수 없고, '비'라는 요소로 식물을 성장시켜야 하는 점도 신선합니다.
물론 비에 모든것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고, 물을 준다거나 하는 기능들도 연계되서 재밌는 요소로 다가왔고요.
게임 시스템과 테마가 농장에 빗물 흐르듯 자연스럽습니다.
즉, 쓰리 시스터즈는 좀 더 '받아들여지기 쉬운', 친숙한 게임이 아닐까? 합니다.
플릿 더 다이스는 선택지가 다양한데 친숙하지 않고, 초보자들에게 친절한 게임은 아닙니다.
할것도 많고, 이리 왔다가 저리 갔다가, 챙길 것도 많고 놓치는것도 많고, 주사위도 여러번굴리고(?) 불편한 점이 많죠.
가장 재밌다거나 가장 쉽다기 보다는, 저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롤앤라이트 였습니다.
가만히 있는 플릿 더 다이스야 미안해...
4-3 마무리
항상 글을 벌려놓기는 쉬운데 마무리 하기가 참 어려워요. 저만 그런가요? 이번 글도 어떻게 좋게 마무리할지 고민을 좀 해봤습니다.
바로 갑자기 끝내는 것이에요. 여러분 2022년도에는 10인 이상 마피아게임을 꼭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복 많이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RLANoPbs1o
https://en.wikipedia.org/wiki/Three_Sisters_(agricultu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