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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 리뷰 2부 2편

2,485 조회

2014.11.01 00:54

2부 1편에서부터 이어집니다. 앞의 글을 보지 않은 분들은 거기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3. 협력 게임 : 어려우면서도 쉽게. 짧으면서도 깊이있게.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협력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간의 경쟁 요소는 전혀 없고, 모두가 힘을 합쳐 3개의 씬을 돌파하고 미션을 성공 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만약 도중에 한 명이라도 치명상(Critical) 을 입으면 미션에 실패하는 빡빡한 협력 게임이죠.

협력 게임은 과거에는 그리 많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몇년 사이에 많은 게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협력 게임이 흥하는 데는 협력 게임이 가진 몇가지 장점 덕분일 것입니다.

1) 일단 경쟁이 없다. 승부욕이 너무 강한 나머지 우정이 박살날 수준이라면 차라리 경쟁보단 협력이 나을 때가 있다.
2) 경쟁 게임에 비해 복잡한 상황과 어려운 조건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3) 클리어 했을 때의 성취감이 크다.
4)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공하여 리플레이성을 높인다. (게임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단점도 명확한 편입니다.

1) 경쟁이 없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하나? 시스템과의 경쟁은 취향이 아니다.
2) 셋팅이 너무 길다. 플레이 타임도 길다.
3) 규칙이 복잡한 경우가 많아 설명하기 힘들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4) 초보자는 숙련자가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되어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 도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가 협력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이런 협력 게임의 장점은 잘 살리고, 단점은 상당히 해결 한 좋은 협력 게임입니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규칙과 좋은 접근성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가 쉬운 게임이라는 주장부터 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루트를 통해 이 게임이 극도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분이라면 이상하게 느껴지실겁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입니다. 어렵지만 쉬운 게임이죠. 풀어서 설명하자면, 클리어 하기는 어렵지만 시작하기는 쉬운 게임 정도가 되려나요.

먼저 쉽고 직관적인 규칙을 들 수 있습니다.

많은 협력게임이 규칙이 복잡하고 잔 룰이 많은 편입니다. 제 경우 패스파인더를 하려고 설명을 하는 동안 진이 빠져, 설명이 끝난 후에 약간의 휴식이 필요할 지경이었죠. (심지어 그게 가장 복잡한 협력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 함정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협력 게임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오직 시스템을 상대로 하는 게임이기에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고, 거기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주지 않으면 금방 재미를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협력 게임인 동시에 덱 빌딩 게임이고, 그 덕분에 게임의 규칙이 간단하고 직관적입니다. 초보자에게 설명하기도 쉽고,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자신의 의견을 말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협력 게임은 한판을 다 돌려도 초보자가 게임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반면, 이 게임은 숙련자가 진행하는 한 턴만 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잘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황의 변수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숙련자도 모든 상황을 읽어낼 수는 없기에 오히려 초보자의 의견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이렇게 협력 게임 치고는 진입 장벽이 극도로 낮은 것이 이 게임의 첫 번째 장점입니다.

직관적인 규칙의 개념을 확장하면 추가로 주사위 같은 랜덤 변수가 거의 없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패스파인더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주사위를 사용한 체크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스파인더는 자신이 취하는 행동의 성공률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나의 체크에 여러 종류의 주사위를 섞게 되어 있고, 그러다보면 숙련자도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 힘들죠. 왠지 어려울 것 같으니 카드를 추가로 사용할지말지 갈등하게 만드는 것이 이 게임의 매력이면서도 감점 요소가 됩니다. 카드를 더 사용했지만 숫자가 잘 나와서 넉넉하게 성공할 때가 많고, 애매하지만 안썼다가 안타깝게 실패할 때도 많습니다. 이 시스템이 좋은 순간은 딱 하나, ‘그냥 귀찮아서 대충 굴렸는데 큰 숫자가 나와서 성공!’ 이 때 뿐입니다. 결국은 주사위 신께서 선택 하십니다.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그런 면에서는 매우 직관적이고 변수가 적은 게임입니다. 몇몇 카드가 운에 의해 피해가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으나, 패스파인더 수준으로 널뛰기를 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쉽게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죠. 내려놓은 카드에 그려진 피해 아이콘 만큼 피해를 주는 직관적인 규칙이기에 카드 사용에 따른 결과가 명확합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어떤 카드를 어떻게 어디에 사용할 지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술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셋팅의 용이함과 짧은 플레이 시간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덱 빌딩 게임의 장점이 드러나죠.

로빈슨크루소 같은 게임은 매우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규칙은 협력 게임치고는 단순한 편이고, 각종 카드의 카드가 발생시키는 상황도 다양할 뿐 더러 텍스트가 재미있게 씌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지요. 게임 플레이는 적절하게 도전욕을 자극하고, 설정과 스토리가 모두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제 경우 몇번 돌려본 후 더이상 손이 잘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바로 긴 셋팅 시간, 그리고 긴 플레이 시간입니다.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캐릭터 선택을 마치면, 4 종류의 카드만 종류별로 섞어서 내려놓으면 셋팅이 끝납니다. 게임을 하자! 라고 마음을 먹은 후 5분 내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 타임도 짧은 편 (2인 기준 20분-30분 정도) 이며 끝난 후의 정리도 셋팅 만큼이나 간단합니다.

직장인이 평일에 보드 게임을 즐기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안그래도 피로한 몸과 정신으로 셋팅에 십여분, 플레이에 두시간 정도 걸리는 게임을 하기엔 너무나 힘들죠. 아무리 게임이 재미있어도 말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깊이있는 전략 게임을 좋아하고, 주로 구매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구매 한 후 몇 번만 플레이만 하고 더 꺼내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달랐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계속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가 최고의 보드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을겁니다. 사람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플레이 접근성 만큼은 최고 수준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가족 게임 수준의 접근성에 깊이있는 전략성을 가진 게임이란 흔치 않죠.

어려우나 도전적인 난이도

협력 게임은 일반적으로 난이도에 대한 딜레마를 갖고 있습니다.
협력 게임 자체가 주어진 과제를 달성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때 얻는 성취감이 곧 협력 게임을 즐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취감이란 게임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게임을 너무 어렵게만 만들어버리면 플레이어의 도전을 자극하기는 커녕 의욕을 꺾어버리고 책장에 넣어 놓은채 플레이 하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협력 게임의 특성상 조그마한 실수나 약간의 불운으로도 게임의 클리어가 좌절됩니다. 저에겐 패스파인더가 좀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약간의 방심 + 주사위 망함 콤보는 한 방에 캐릭터를 사망으로 몰고 가버립니다. 게임의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 수록 실패했을 때의 허무감이란 말할 수 없이 커지죠. (내가 두 시간 동안 어떻게 여기까지 끌고왔는데!!!)
제작자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난이도가 적절한지 결정 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호쾌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냥 대놓고 어려운 게임을 만들어버렸어요.
얼마나 어려운 수준이냐 하면, 제 기준으로 현재 미션 성공률은 25% 정도입니다. 이게 그나마 성장을 통해서 뒤로 갈수록 성공률이 좀 올랐는데도 이정도 수준이라는 것이죠. 이 게임을 처음 도전한다면 성공률은 거의 0% 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덕에 미션 성공의 성취감은 보장 됩니다. 그런데 그러면 어떻게 계속 게임에 도전 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미션 성공률은 25%. 그렇다면 나머지 75% 는 아무 의미 없이 허무함만 남는 실패였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이게 이 게임의 묘미이죠.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일단 실패가 거의 당연시 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미션의 목표는 3개의 씬 (Scene) 에 걸쳐 배치되는 장애물을 모두 제거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미션에 성공 하고 3점의 카르마 (Karma : 일종의 경험치) 점수를 받게 됩니다. 이 미션에 성공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전략, 그리고 결정적으로 운이 필요합니다.
캐릭터들의 기본 최대 생명력이 5점 내외인데, 장애물의 공격력은 2 인 것들이 수두룩 합니다. (다행히 3 짜리는 없네요) 한번에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장애물을 상대하는 경우도 잦고, 만약 공격력 2 짜리가 두개라도 놓이면 순식간에 쇼크 상태 (Staggered) 가 되고 곧 이어 치명상 (Critical) 을 입습니다. 핸드에 카드가 아무리 많아도 특정 속성이 없어서 위험한 장애물을 처치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 라운드 뽑게 되어 있는 크로스파이어 카드는 게임에 계속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내며, 하나하나가 치명적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불합리한 게임이죠. 그런데…
누군가가 치명상을 입고 미션에 실패하는 순간, 이 게임의 가장 특별한 반전이 발생합니다.

미션이 실패하면 이제 목적이 미션의 성공이 아닌 생존으로 변경됩니다. 치명상을 입은 러너를 제외한 나머지 러너들은 순차적으로 매우 특별한 최후의 턴을 갖게 됩니다. 게임에 놓여진 장애물들은 생존자를 찾아 추적하며 죽이려고 합니다. 극한의 위기 속에서 러너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살아 남아야 합니다. 모든 러너들의 턴이 끝나고, 단 한 명이라도 생명력이 1 이상인 상태로 종료 한다면 비록 미션에는 실패했어도 생존에는 성공한 상태 (Mission Aborted) 로 간주하여 1 점의 카르마 점수를 모든 러너가 받게됩니다.

미션 성공률은 25% 이지만, 생존에 성공한 경우까지 합치면 50% 를 살짝 넘습니다. 비록 미션에 실패한 경우라도 생존이라는 목표를 추가로 제공 하고, 그것을 달성 시킴으로써 약간의 성취감을 주는 동시에 다음에는 성공하고 싶다는 도전욕을 자극 해 줍니다.

일반적인 협력 게임에서 패배는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패배하면 그 순간 게임이 끝나고 더이상 돌이킬 수 없습니다.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미션에 실패해도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최후의 탈출 라운드는 말하자면 플레이어들이 미션의 실패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됩니다. 비록 미션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플레이어의 턴이 종료되는 진짜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을 수 있으며 그 덕분에 허무함은 사라지고 진한 아쉬움만이 남게 됩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게임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해 주지요.

반복 플레이와 성장을 기반으로 한 게임 디자인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계속된 반복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그래서 이토록 어렵지만 가벼운 게임을 만들어 낸 것일 겁니다. 그런데 설명을 듣다보면 이제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셋팅이 간편하다는 말은 컴포넌트 수가 적다는 뜻이고, 게임 내에 랜덤 변수도 없다면 매번 똑같은 플레이를 하게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죠. 여기에도 훌륭하게 답을 내 놓고 있습니다.

일단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에서 각 라운드의 상황은 3 종류의 카드의 조합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그것은 바로 암시장 카드 - 장애물 카드 - 크로스파이어 카드 입니다.

암시장 카드는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총 60장이 제공되는데, 이 카드는 4개의 색깔로 구분되고, 각 색깔마다 6종류의 카드가 존재 합니다. 때문에 24종류의 고유한 카드가 존재하게 되죠. 그런데 암시장에는 항상 6장만 공개되어 있고, 카드의 구매는 이렇게 공개된 카드 중에서만 고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매번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갖출 수 없게 되고, 할 때 마다 덱의 구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어떤 카드가 암시장에 나왔느냐에 따라서 게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센션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애물 카드는 일반 장애물 40장과 어려운 장애물 40장을 합쳐 총 80장이 제공됩니다. 장애물 카드들은 모두 다른 고유한 카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게임에는 80종류의 서로 다른 장애물이 있고, 게임에 등장하는 것은 2인 기준 9장, 4인 기준 15장 뿐이므로 어떤 장애물이 나오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상황과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또한 한번에 나오는 장애물이 어떤 조합이고, 누구의 앞에 깔리느냐에 따라서도 상황이 달라지게 되므로, 플레이 할 때 마다 다른 상황을 맞게 됩니다.

크로스파이어 카드는 일종의 이벤트 카드입니다. 매 라운드를 시작할 때, 이번 라운드에 적용될 카드를 공개하게 됩니다. 이 크로스파이어 카드는 50장이 제공되며, 역시 같은 카드가 하나도 없습니다. 크로스파이어 카드는 각각이 모두 치명적인 효과를 갖고 있으며, 깔려있는 장애물과 조합되어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어떨 때에는 현재 상황에서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카드가 나올 때도 있지만, 확실하게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상황이 크로스파이어 카드 한장 때문에 망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이렇게 게임 자체가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게임의 성격이 극단적으로 오갈 수 있기에, 게임성은 매번 달라집니다.
가끔은 정말로 운이 좋아 생각보다 쉽게 클리어 할 때도 있기는 합니다. 물론 그보다는 완벽한 전략이 이벤트 한장에 무효화 되고 미션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죠. (그런데도 게임이 부조리하고 말도 안된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먼저 느껴지는 것이 이 게임의 신기한 부분입니다.)

거기에 추가로 3 개의 미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패스파인더 같은 게임은 시작 패키지 내에도 훨씬 많은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있다 보니, 3개의 미션이 적어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좀 다르죠.

패스파인더에서 제공하는 각각의 시나리오는 스토리 라인, 보스 몬스터, 그리고 방문하게 되는 장소가 다르지만, 게임의 플레이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게임을 클리어 하는 공식도 대부분 동일하죠. 이것은 애초에 게임 자체가 TRPG 캠페인을 옮겨놓았기 때문으로, 플레이어는 각각의 시나리오를 따라 어떤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두고 있습니다.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그것과는 좀 다릅니다. 일단 앞서 언급했듯, TRPG 기반이라는 부분은 그냥 잊어버리는 편이 이 게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독립적인 덱 빌딩 보드 게임이며, 하나의 게임 시스템을 기반으로 즐길 수 있는 방식이 세 가지 제공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비슷한 예는 룬 에이지 같은 게임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경우에는 각각의 미션들이 모두 완성도가 좀 미묘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았죠.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 에서 Crossfire, Extraction, Dragon Fight 라는 제목을 가진 미션들은 미션마다 그 목표와 플레이 양상이 완전히 다릅니다.
기본 Crossfire 미션은 게임의 제목이 ‘Crossfire’ 인 만큼 가장 기본적이고 자주 플레이 하게 되는 미션입니다.
Extraction 미션은 호위 미션입니다. 어떤 의뢰인이 자신을 보호 해 달라는 의뢰를 해왔다는 설정으로 그는 거대 기업과 악당들의 추적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7 라운드가 종료될 때까지 의뢰인이 죽지 않도록 보호하면 됩니다.
Dragon Fight 는 유일하게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미션입니다. 앞의 둘 과는 다르게 4인 전용으로 디자인 되었으며, 상당히 성장 한 후에야 비로소 도전할 수 있는 어려운 이 게임에서도 특히 어려운 미션입니다. (이건 아직 못해봤습니다.)
미션마다 진행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게임의 난이도 요소도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장 요소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미션을 완수하면 3점, 미션을 취소하고 탈출 하면 1점의 카르마 점수를 획득하고, 그 점수를 소모하여 새로운 능력을 캐릭터에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성장 요소는 게임을 더 자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지요.

성장에 관한 영리한 대안

성장 이야기가 나왔으니 약간만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장 시스템을 갖는 보드 게임은 난이도 조절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할 때 얼마나 강한 캐릭터를 갖고 있을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성장에 의한 파워업에 한도를 두면 성장의 보람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풀어주면 게임이 쉬워지는 것을 막을 수 없죠.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영리하게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일단 컴퓨터 MMORPG 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경험치 감소 개념을 도입하였습니다. 캐릭터가 습득한 능력과 소지한 카르마 점수가 일정 수치에 달할 때 마다 미션을 종료했을 때 획득하는 카르마 수치가 감소합니다. 결과적으로 캐릭터가 강해져서 성공률이 올라갈수록 획득하는 보상이 줄어들게 되죠.

만약 플레이어가 자신의 캐릭터가 충분히 강해졌고 받는 보상을 늘리고 싶다고 생각된다면, 게임을 시작할 때 난이도를 증가시키는 도전 옵션을 추가하여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도전 옵션은 미션 마다 다른데요, Crossfire 미션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도전 옵션을 제공합니다.

다 덤벼! (Bring It On!) : 매 씬을 시작할 때 추가로 장애물 하나를 더 추가합니다. 모든 러너가 받는 카르마 점수 +1
위험 지역 (Danger Zone) : 게임을 시작할 때 크로스파이어 카드 한 장을 미리 버리고 시작합니다. (시작시의 크로스파이어 레벨이 1) 모든 러너가 받는 카르마 점수 +2

이 두 가지 도전 옵션은 하나만 적용할 수도 있고, 둘 다 동시에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둘 다 적용하면 획득하는 카르마 점수가 3점 증가하지만, 게임의 난이도는 지옥과도 같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자연스럽게 게임의 난이도를 높여가면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물론 어느날 그저 다 때려부수고 싶은 기분으로 난이도 옵션 없이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항상 미션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함정이지만요.

일단은 실패부터. 협력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

협력 게임으로써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를 정의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접근하기는 쉬우나, 클리어는 극도로 어렵고. 게임 내내 플레이어들간의 극한의 협력을 요구합니다. 그럼에도 리플레이 성이 높아 자주 플레이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어집니다.”

이 게임이 요구하는 플레이어의 선택의 고민은 그 폭이 넓으면서도 결과가 거의 즉각적으로,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때문에 극도로 집중된 상태를 만들어주고, 게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치치 않게 하지요.
반면 플레이 타임은 짧고,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이 게임은 ‘짧고 굵은’ 게임이 됩니다. 몰입해서 게임을 하다가 게임이 종료되고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밀도 있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이지요.

게임은 잦은 실패를 플레이어가 감수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여기도 짧은 시간이 한몫 하죠.) 미션에 실패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고, 또한 성장에 대한 욕구가 계속 도전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저는 이 게임으로부터 협력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느꼈습니다.
수많은 협력 게임이 있지만, 플레이어가 일단 실패할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또 어디 있을까 싶네요.

짧고 굵은 밀도 있는 게임성. 그리고 협력이 가능하다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협력 게임, 아니 어떻게 보면 생존 게임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플레이하게 되는 게임이 바로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입니다.

4. 그 외 몇 가지 감상

매력적인 테마 : 사이버펑크 x 판타지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SF 중에서도 사이버펑크 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으며, 거기에 판타지 종족과 마법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말만 들어도 뭔가 멋지고 매력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죠.

이런 테마성은 각각의 카드와 컴포넌트 들에 은은하게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카드의 일러스트는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며, 쉐도우런 세계를 잘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캐릭터는 모두 개성적이며, 그 종족의 특징을 잘 나타낸 퀄리티 있는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다만 여캐가 이쁘지 않습니다. OTL

크로스파이어 이벤트 카드의 이름과 효과는 나름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디자인 되어 있어 내용을 알고 보면 나름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상품을 들고 튀어라 (Take The Merchandise and Run) 크로스파이어 카드의 효과는,

공개되는 즉시 생명력이 5 이상인 러너가 2의 피해를 입는 대신 암시장 덱의 첫번째 카드를 핸드로 가져오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이 카드가 버려지게 되는 경우에는 각각의 러너가 1 점의 피해를 입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상인의 추적을 뿌리치지 못했나봅니다.

장애물 카드의 데미지 트랙도 장애물에 따라 특색있게 부여 되어 있습니다. 나름의 설정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아스틀란 데커 (Aztlan Decker) 는 실력있는 해커이므로 그 정체는 숨겨져 있습니다.

그런 그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한 정보 수집이 먼저 이루어 져야 하겠지요. (데미지 트랙의 두 번째 빨간색 속성 피해)

그리고 그를 쓰러뜨리는 치명타는 해킹을 통한 공격이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의 초록색 속성 피해)

다만 이런 부분들은 플레이어가 신경쓰지 않으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게 안타깝습니다.
특히 영어의 압박이 심한 경우에는 이런 것들을 찾아볼 여유조차 갖기 힘드니까요.

영어 텍스트

말 나온 김에 이야기 하자면, 이 게임에는 (당연하게도) 영어 텍스트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워낙 마이너한 게임인 탓에 한글화도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다행스러운 점은 이 게임이 요구하는 영어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인데요.
일단 이 게임내에서 자주 사용되는 몇몇 단어에만 익숙해지면, 나머지는 그리 어렵지 않은 단어와 문법으로 씌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규칙의 특성상 게임 내에 등장하는 카드가 한 번에 하나씩 순차적이고, 그 때마다 시작 플레이어의 손을 거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카드를 공개하고 그 능력을 설명해 줄 수 있으며, 카드의 기능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만 설명 해 줘도 쉽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런고로 너무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4인용 게임?

다른 루트를 통해 리뷰를 보신 분 들 중, 4인용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평을 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확실히 4인용 게임이 완성형으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2인용이 별로인 게임은 아닙니다. 실제로 저는 2인용만 돌리고 있습니다만 대만족입니다.

게임의 규칙을 살펴 보면 4인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긴 합니다. 4개의 역할을 4명이 분배 해 가는 규칙이 그러하고, 각각의 이벤트가 특정한 역할 색을 지정하여 대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2~3인 플레이 시에도 누군가가 추가 역할을 받아야 하는 점이 또한 그렇습니다.

그러나 2~3인용의 게임성이 부족하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어려울 수는 있으나, 밸런스가 적절하게 유지되기 위한 장치를 마련 해 두고 있으며, 2인 플레이시에도 충분히 재미 있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적은만큼 (이기든 지든) 빨리 끝나는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네요.

다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2~3 인 플레이시에는 특정한 속성 공격이 부족하여 장애물을 처치하지 못함으로 미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명은 반드시 데커 (Decker) 역할을 맡기를 추천 드립니다. 녹색 Skill 카드 ‘Icon Grab’ 은 원하는 색의 속성 공격력을 발생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적은 인원수에서 더욱 더 빛을 발합니다.
개인적으로 2인 플레이에서는 각각 데커 - 페이스 역할을 맡는 것이 가장 좋지 않나 싶습니다.

2인용 게임에서 가격대비 매우 훌륭한 능력을 보여주는 Icon Grab 카드 입니다.

녹색 Hacking카드를 추가로 사용한 경우에는 원하는 속성 피해 하나를 더 줄 수 있으므로,

게임을 시작할 때 이 카드가 암시장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미션 성공률이 달라집니다.

약간은 부족한 패키지 볼륨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 패키지에 포함된 카드는 약 20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미니언 같은 경우 기본 패키지에 500장. 패스파인더도 500장 정도 들어있는 것에 비하면 적은 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가격은 도미니언보다는 비싸고, 패스파인더와 비슷한 수준이죠.

변호를 약간 하자면 일단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도미니언이나 패스파인더에 비해 같은 카드가 여러장 있는 것이 적고 카드 하나하나가 비중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게임성의 볼륨이나 재미는 앞의 게임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카드 각각의 퀄리티가 훌륭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패스파인더는 카드 제작비를 너무 아껴서 만들었다고 봐요.)

그래도 내용물을 기준으로 하면 조금은 더 쌌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조금 들 수 있습니다. 케이스를 열면 살짝 실망감이 들 수도 있을겁니다.
그리고 몇번 플레이 해 보면 이 감상은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200장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으니, 100장 정도 더 넣어줬으면 얼마나 더 재미있었을까.’ 하는 탄식으로요.

아무튼 가격대비 볼륨이 좀 부족한 점은 분명 약점일 수 있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다른 게임에 없는 스티커의 존재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스티커 시트가 10매, 총 스티커 수 100개로 이것이 만약 카드였다고 생각하면 볼륨이 확 커지죠. 이 이야기는 바로 다음에 이어집니다.

스티커? 스티커!

패키지를 열면 총 10장의 스티커 시트가 눈에 띕니다. 이 스티커들은 자신의 캐릭터 시트에 붙여서 캐릭터의 성장을 표현하는데 사용됩니다.

일단 게임에 스티커가 들어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대부분의 보드게임 매니아들에게 부정적인 첫인상을 줄 것이라는 데에 동의 합니다. 저 역시 똑같은 부분이 마음에 걸렸으니까요.

“감히 내 소장품에 스티커를 붙이라고?!”

딱 이런 느낌이죠.

저는 고민끝에 결국 스티커를 붙여버렸습니다. 붙인 이유는 좋아서… 라기 보다는 ‘이 게임에 대한 리뷰를 쓰려는 인간이 스티커를 붙여보지도 않고서 논할수는 없다.’ 라는 것이 이유였지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냥 붙일 예정입니다. -_-ㅋ

제 캐릭터와 항상 함께하는 플레이 하는 분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래의 오크 남성은 ‘브루스’ 로 부르고 있습니다. 묘하게 브루스 윌리스를 닮지 않았나요 -ㅁ-)

대체 왜 스티커를 넣었을까 하는 고민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제작팀이 초보도 아니고, 그들 역시 보드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니 만큼 똑같은 고민을 했을겁니다. 타일이나 카드 등 스티커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많죠. 게임 내에 지퍼백 몇개를 넣어 주고, 자신이 획득한 카르마 점수 토큰이나 업그레이드 카드를 여기에 넣어서 구분하여 보관하게 만들 수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스티커를 붙여보면 왜 그렇게 했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티커는 붙이는 순간부터 캐릭터에 돌이킬 수 없는 영구적인 변화를 부여합니다.
타일이나 카드는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어느 누구의 감시도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 바꿔가며 써보고 테스트 해 보고 싶어집니다. (저만 그런가요? ㅎㅎ) 이렇게 계속 바꾸다 보면 캐릭터 자체에 대한 애착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패스파인더 역시 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결국 체크 박스를 넣었을 겁니다. (동시에 캐릭터 시트도 출력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죠.)

스티커는 패스파인더의 체크 박스보다 더욱 강력한 방식입니다. 지울 수도 없어요.
때문에 스티커 구매가 보통 일이 아니게 됩니다. 항상 확실한 이득을 주는 스티커는 많지 않고, 그 위력도 떨어집니다. 강력한 스티커는 대부분 특정한 조건에서만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어느 것을 사는것이 좋을지 스티커를 붙이는 그 순간까지 고민하게 되죠. 그리고 그 긴 고민 끝에 스티커를 붙이고 나면 더이상 돌이킬 수 없고, 좋든 싫든 계속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선택은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라는 게임이 가진 게임성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카드를 사용할 때, 카드를 구매할 때 매번 고민하게 만들고, 그 결과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죠. 캐릭터의 성장마저 그런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일관성이 있네요.

캐릭터 시트에는 그런 지울 수 없는 고민의 흔적이 남게 됩니다. 능력은 4개만 보유할 수 있으므로, 그 후에는 기존의 스티커 위에 새로운 스티커를 붙여서 기존 능력을 삭제 하고 새로운 능력을 부여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그 캐릭터 위에는 스티커가 겹겹이 붙어있는 모양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그 캐릭터의 히스토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게임 룰 북 : 아직 스티커를 두 개는 못 붙인 관계로 룰 북의 이미지로 대체합니다.]

그 결과로 그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생깁니다. 바로 이 캐릭터가 ‘내 것’ 이라는 강한 애착이 말이죠. 이것은 흡사 과거 TRPG 를 즐길 때 자신의 캐릭터 시트를 소중하게 보관하던 기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스티커의 수는 충분히 많고, 혼자 플레이 하는 것으로 그 모든 스티커를 소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추후 발매될 예정인 캐릭터 확장팩에서 추가 스티커가 들어 있다고 하므로, 일단 저는 앞으로도 그냥 스티커를 붙일 계획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스티커를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대체 방법이 있을 수 있죠. 저같은 경우에는 원래 얇은 플라스틱 시트에 스티커를 붙이고 그것을 토큰처럼 이용할 계획이었습니다.
스티커를 시트에서 떼는 것 조차 마음에 걸리는 분들은 스캔 후 출력해서 사용하거나, 또는 그냥 포스트 잇에 필요한 정보를 적어서 대신 붙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스티커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공감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스티커가 싫어서 해 보지도 않기에는 이 게임이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 아무리 그래도 카르마 점수를 시트에 직접 기록하게 한 것은 좀 별로였어요 제작팀 여러분. -ㅅ-)

5. 총평

쉐도우런 : 크로스파이어는 아주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TRPG를 기반으로한 사이버펑크 테마 게임으로써도 훌륭하고
테마를 빼고 덱빌딩 게임으로만 평가하더라도 매우 뛰어납니다.
우수한 컴포넌트 퀄리티(보관함마저 훌륭합니다)와 카드 일러스트는 덤이지요.

게임의 장단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장점

- 쉽고 직관적인 규칙

- 짧은 셋팅 & 플레이 타임

-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이있는 전략성과 이전의 덱 빌딩 게임에는 없었던 치열함

- 어렵지만 도전적으로 다가오는 난이도

- 뛰어난 리플레이성과 성장 요소

단점

- 박스 오픈시 느껴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볼륨

- 스티커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 대체 왜 카르마 점수를 시트에 쓰도록 만들어서 이토록 귀찮게 만드는가….

개인적으로는 근래 구매한 게임 중에 최고의 게임이라고 감히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 횟수로만 따지면 보유한 게임 중에서 단연 탑입니다. (가장 최근에 구매한 게임인데도요)
게임의 리플레이성이 너무나도 뛰어나고, 특히 저처럼 동일한 멤버 (가족 등)과 주로 게임을 돌리는 사람에게 최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명도가 낮다 보니 존재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그냥 묻히기에는 분명 아까운 게임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좋겠네요.

개인 평점 : 9.0 / 10.0

왠지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10점을 줘버리면 뭔가 전문성이 떨어져 보일 것 같으므로 아무 이유 없이 0.5점 감점
그리고 시트에 카르마 점수를 쓰게 만든 점이 0.5점 감점입니다.

이 게임은 다음과 같은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 도미니언이나 어센션 같은 덱빌딩 게임을 좋아하는 분

- 그리고 그런 덱 빌딩 게임들에 치열함이 부족한 점이 못내 아쉬웠던 분

-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분

- 퇴근 후에 즐길 수 있을만큼 가벼우면서도 깊이 있는 게임을 찾는 분

- 사이버펑크 테마라면 일단 사고 보는 분

- 게임 하나 사서 뽕을 뽑고 싶은 분

- 동일한 멤버와 자주 게임을 돌리시는 분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분들께는 추천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 협력 게임에 실패는 감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

- 위에 덧붙여 잘 나가다가 이벤트 카드 한장 잘못 뽑아서 실패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하시는 분

- 양키풍 일러스트를 너무나도 싫어하시는 분. (나의 엘프 여캐는 이렇지 않아! ㅠㅠ)

- 매번 다른 사람과 게임을 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