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보드게임] 9. 왜, 도대체 같이 하면 이길 수가 없는지,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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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6 22:08

※ 주의사항

- 모든 플레이어가 초보이며 이들을 입문시키는 저도 초보입니다. 따라서 글 안에 에러플이 자주 등장할 수 있습니다.

- 리뷰 카테고리에 집어넣어 쓰지만 리뷰보단 후일담의 느낌이 강합니다. 규칙설명 없이 게임 얘기를 하기 때문에 다소 이해 안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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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왜, 도대체 같이 하면 이길 수가 없는지, 팬데믹

제가 부대 안으로 들여온 보드게임은 생각이상으로 많았습니다. 어느 정도였냐하면 모임이 토요일 점심즈음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그 때 마다 거의 매번 새로운 보드게임을 경험할 수 있게 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부대 안에 짱 박혀있는 다빈치코드나 왜 있는지 모르는 언락 2의 한 시나리오 팩이라던가 젠가라던가, 부가적인 보드게임이 있었지만 제가 들여온 보드게임의 갯수를 논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원체 한게임에 쉽게 질리는 편이기도 하고 모임을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에 추가로 월급이 들어오면 20만원의 적금과 (티끌의) 주식 투자금을 제외하면 거의 쓰는곳도 없다시피해서 충동적인 구매가 반복되는 일상이 계속되었고, 그게 이제 제 보드게임이 부대에 넘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굴러 들어온 몇가지 보드게임 중 하나가 바로 팬데믹이었습니다.

사실 별 이유는 없고 그냥 사서 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지른 아이일 뿐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싸다고 생각한 것도 컸고, 레거시를 하고 싶지만 물량도 없고 모임인원들이 약간씩 변동되다보니 오래동안 묶어놓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차선택이라고 하기도 뭐한 대안으로 골라 산, 무책임의 보드게임이었습니다.

-첫플레이

후임이 이시국게임이라고 별칭을 불러주더군요. 뭐...틀린 말은 아닌데 나온 시점이 좀 된 애라니까 예언서라는 별칭도 같이 붙여주었습니다.

규칙이야 세상을 구하는 협력게임이다, 치료제 4개 만들면 된다, 절대 경쟁이 아니다, 를 강조했습니다. 선임은 이런 류의 게임을 좋아할 성향이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경쟁에 목마른 이 후임들은 많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경쟁이 아니라고 강조, 또 강조를 했습니다.

팬데믹이 규칙이 어려운 게 아니어서 다들 편안하게 하고 편안하게 졌습니다. 난이도는 감염카드 네개 넣는 최하 난도였지만 역시 팬데믹은 어려웠습니다. 문제가 뭘지 고민해봤지만 모르니 한번 더 해보고 또 지면 다음에 하자는 마인드로 다시 하고 다시 실패했습니다. 그렇게 첫 두판은 그냥 말아먹고 한동안 봉인 되었습니다. 사실 승리가 잘 안되는데 다른 대체제가 많았기에 그냥 그냥 다음에 하자 하는게 많아서ㅋㅋㅋㅋㅋ 유야무야 넘어가고야 말았습니다.

한달 뒤... 제가 코로나 격리를 한 번 더 하고 난 뒤에 다시 꺼냈습니다. 멤버는 단 한명 바꿔서 했습니다. 한 친구가 게임이 되는 pc방이 부대 안에 생긴 뒤로 이 모임에 잘 안오더군요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다른 친구가 대타가 되었습니다.

여튼 새롭게 판을 깔고 진행을 했습니다. 이번엔 꽤 버텼습니다. 폭발적인 확산이 일어나지 않게 위생병이 싸악 훑어주는 사이에 연구원이 최대한 빠르게 치료제를 만들게 연구소를 지어주는 등, 손발이 맞는 모습으로 치료제를 만들었습니다. 파란색 치료제만 만들면 된다는 희망으로 계획을 짜고 4턴이면 충분하겠다고 결론 지은뒤 카드 덱을 보니... 카드가 3장 남아있었습니다. 와... 한 끝으로 게임을 지다니... 다들 말없이 한숨만 나오더랍니다.

첫 승리는 거진 7판 할 즈음에 달성했습니다... 그 전에 성공했던 판이 있었지만 에러플로 인하여 마지막 카드 더미를 섞지 않은 상태로 카드 더미를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감염카드가 강제로 마지막 카드가 되어버리면서 강제로 난도 조절이 되었기에... 오기로 버텨서 결국에야 에러플 없이 게임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플레이한 용사들의 후기

전...정말 한번 이기자 싶어서 계속 돌렸는데 할 때마다 어지러웠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제 그만 하고 싶은게 제 심정이었지만 모임의 선후임들은 정말 오기가 굉장했습니다. 왜 패배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략을 수정해서 해보는 등, 평소에 보여주지 않았던 굉장한 흡입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승리하니 더이상 이 게임이 꺼내지진 않더랍니다. 게임을 반복할 수록 행동이 반복되다보니 질린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노력에 비해 승리가 그렇게 잘 되는 것도 아니다보니 흥미가 자연스럽게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안해본 보드게임들이 남아있었기에 점점 후순위로 밀려가버렸습니다.

-후기

제가 제 풀에 죽어서 플레이를 질려하지만 않았다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드물게 먼저 질려버린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첫 협동게임을 즐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