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점보드게임 서른두번째 모임(2021. 10. 7. 목)
1. 인더스트리아(10:00~11:20)
나왔을 때 협찬을 많이 뿌려서 후기가 우후죽순 올라왔던
것으로 알고 있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약간 관심을 가졌는데 알고 보니 무거운 쪽이랑은
거리가 있는 게임이라 바로 관심을 접었지요.
막상 해 보니 시간 대비 재미가 나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카드 시장에서 카드(테마상으로는 공장입니다)를 사 올
때의 눈치싸움이나, 사 온 카드들을 원하는 순서로 배치하여
왼쪽부터 돌려서 자원이나 돈(돈이 곧 점수입니다)을 얻는
솔리테어 느낌도 재미를 주었습니다.
다만 숙련자 규칙으로 하면 내 플레이 영역에 놓은 카드들의
위치를 게임 끝날 때까지 못 바꾼다고 하는데, 숙련자 규칙
말고 자유롭게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일반 규칙으로 진행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하면서도 '숙련자 규칙이 훨씬 더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다른 분도 같은 의견을 얘기하셨거든요.
그래야 배치할 때 더 신중해야 하고, 머리도 더 아프고,
나중에 아 내가 왜 아까 저런 순서로 카드를 놨을까하는
후회도 생기고요.
다음에 숙련자 규칙으로 한다고 하면 무조건 콜!
2. 본파이어(11:20~01:45)
진짜 간만에 스테판 펠트 형님 게임을 해 보았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예상하시겠지만 설명거리가 한가득입니다.
그런데 설명 시간이 오래 걸렸음에도 지루하지 않았던 건
그 설명을 들을 때부터 이미 게임이 그려지고 벌써부터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설명 들으면서도 감탄이 나왔습니다.
진짜 점수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그걸 어쩜 이렇게
조화로운 비빔밥처럼 잘 버무려 놨는지요.
그런데 또 포인트 샐러드같은 느낌은 안 든 것이,
이것저것 찔끔찔끔 해도 점수가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우직하게 테크를 파야 했습니다.
왜냐면 가이아의 게임 종료 미션 2개같은 게 무려 5개!인데
(본파이어 6개 모으기, 길 7개 모으기, 선지자 5명 모으기 등)
예를 들어 길을 6개 모으면 전혀 점수가 없거든요.
그것 말고도 게임 끝날 때 얻는 점수가 엄청 다양했습니다.
반대로 게임 중에는 점수를 전혀 받지 않고요.
점점 복잡해지는 전략 게임의 유행을 받아들이면서도
펠트의 게임이라는 걸 안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기 정체성 또한 뚜렷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어요.
그리고 제가 해 본 게임 중에 제일
행동 선택에 제약을 많이 느껴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하면서 내내 실제로 소화불량 비슷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하고 싶은 행동을 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행동을 해도 별 이득이 없이 거의
한 턴을 날리는 느낌마저 들고요...
펠트형이 플레이어를 점점 더 괴롭히는 걸 즐기시는 듯...
테마는 그저 컴포 모양과 색깔을 정할 때 쓰일 뿐이었고요.
제 마음 속의 펠트겜 1위는 멀린이었는데,
이제는 공동 1위 자리를 본파이어에게 주었습니다.
더구나 규칙서를 보니 1인플도 지원하더라고요?!
읽어보려고 게임 주인분의 양해를 구하고
1인플 설명 부분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읽어보고 맘에 들면 구입까지 할 생각입니다.
3. 빌리저(01:45~03:00)
원래 듄을 할까 하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빌리저라는 게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해 본 게임 중에서는 역사의 흐름과 닮았어요.
자기 마을을 키워 돈을 가장 많이 번 사람이 승리입니다.
테크 타는 방법이 생소해서 잘 이해가 안 갔는데
해 보니까 금방 알겠더라고요.
인더스트리아와 걸리는 시간이나 무게감이 비슷했는데,
저는 빌리저가 조금 더 나았습니다.
상대가 원하는 카드를 잘라먹었을 때
상대가 받는 피해가 더 커 보였거든요. 그 쾌감!
자원도 인더스트리아는 석탄 석유 철 톱니 돈 5개라 좀
번잡스러운 데 비해 빌리저는 그저 돈 1개이고요.
하지만 둘 다 모임 때 들고 나가면 시간이 애매할 때
하기 참 좋은 게임이네요.
이번에 이지님은 인더스트리아와 빌리저 딱 2개 들고 오셔서
100% 성공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