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부라보 부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0 안광고
아래 글은 MTS로부터 아무런 금전적 지원이 없이 쓰인 글입니다. MTS 관계자분과 함께 모임을 종종 하던 차에 "원더풀 킹덤"의 테스트 플레이를 하게 돼서 구매자 여러분들께 해당 게임에 대해 알려보고자 두서없지만 몇 글자 써내려보겠습니다. 물론 저 덕분에 게임이 몇 개 더 팔리게 된다면 저도 은퇴해서 보드게임 리뷰어가 될 의향은 있습니다. (평생 업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1 월드와 킹덤
세계에서 왕국으로 줄어든 스케일. 보통의 매체에서 후속작은 세계관이나 스케일이 커졌으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원더풀" 시리즈의 후속작은 여타 매체의 후속작과는 다르게 스핀 오프를 택했죠. 시점도 과거로 돌아갔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이가 먹어갈수록 지갑이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더군요. 스케일이 작아지는 게 아니고 선택과 집중입니다.
세계에서 성으로
시리즈의 이름을 달고 나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수준의 판매량과 시스템을 보장받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또 당연하게도 전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이게 아닐까 싶은데요, 제가 단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점은 "원더풀 킹덤"은 "원더풀 월드" 2인 플레이와는 다른 게임이란 것입니다.
누가 더 낫다고는 개인 취향의 영역이지만 원더풀 월드가 있다고 해서 이 게임을 사는 건 사치다!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저는 심리전/눈치싸움을 좋아해서(좋아한다고 잘 하는 건 아니지만요.) 킹덤의 시스템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2 2인플 2인플
듀얼이라는 이름을 달고 기존의 다인플 게임을 2인으로 컨버전하는 시도가 많았었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가장 성공한 이식작과 가장 최근에 경험해 본 게임을 꼽아보자면, 가장 성공적인 게임은 역시 세븐원더스 듀얼이겠죠. 또 제가 최근에 해구해서 즐긴 임호텝 듀얼도 전 만족스러웠어요. 그런데 제가 이런 2인 컨버전 게임들을 즐기면서 느낀 게임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컨버전되면서 해당 게임이 가장 차별되는 특성을 가지게 되는 요소가 있었어요. 과연 무엇일까요? (잘난척하는 거 아니고 그냥 개인적인 느낌이요)
바로 플레이어 자체에게 밸런싱을 맞추게 하는 것입니다. 별거 아니죠? 근데 제가 생각할 때 이 플레이어 밸런싱에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좋게는 플레이어 간 치열한 수 싸움을 유도하고 거기에 맞춰 대응하며, 서로의 플레이 성향을 알아갈수록 더 깊은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나쁘게는 압도적인 실력차로 게임이 무너져버릴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시스템이 "파이 자르기"의 핵심요소라고 생각합니다.
3 아이 컷 유 츄..즈..?
"파이 자르기" 게임은 다들 아시겠지만 설명충이라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10의 파이가 있는데 a플레이어가 자르고 b플레이어가 먼저 파이를 선택하는 간단한 게임이론입니다.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이 이론의 기본 골자죠. 덕분에 대부분의 2인 플레이 게임은 상대방의 테크트리를 보면서 내가 약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파이의 적은 양을 떼어갈 필요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재밌는 점이 있습니다. '모두가 만족'한다는 말은 곧, 서로에게 '손해를 덜 봤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죠. 손해를 입혔지만 아니라는 생각만 들게 하면 되는 거예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 2인 게임의 요소에 원더풀 킹덤만의 매력인 재난 카드와 함정 토큰으로 표현했습니다. 내가 자르면서 검은색 물체 하나를 박아놨는데요. 딱 봐도 맛있어 보이는 파이인데 파이 뒤편에 살짝 보이는 검은 알갱이가 초코칩인지..? 건포도인지.. 상대방은 쿠키를 씹기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어요. 끝까지 씹어야 합니다.. 근데 반대라면..?
건포도는 안돼!! (서양에서 우스갯소리로 건포도를 악마의 젖꼭지라고도 한답디다..)
4 각종 모듈에 의한 가성비
원더풀 킹덤은 최신 게임답게 다양한 모듈로 꽤나 만족스러운 가성비를 줍니다. 초코칩 건포도칩 말고요. 룰북 순서대로 크게 나눠보자면(룰북도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최신 게임을 판매하는 최신 게임회사 M*S 파이팅!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선물 주세요...) 첫째로 위협 모듈입니다. 이건 재난 카드 대신에 특수능력이 추가되는데 일종의 포켓몬스터처럼 가라 서리 거인! 가라 거대 쥐! 하면서 능력자 배틀을 하게 됩니다. 재난 카드는 끝까지 씹어야 하는 건포도인데, 위협 모드의 포켓몬들은 자원을 지불한다던가 해서 떼어낼 수 있습니다. 벌써 흥미롭죠? 근데 설명이 끝났습니다.
두 번째로 조언자 모듈입니다. 조언자는 보물 카드 대신에 덱에 섞여들어가며, 사용하면 조언자 영역이 추가돼서 조언자 카드를 뽑았을 때 스킬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와! 스킬! 놀랍긴 하지만 오히려 가장 "원더풀 월드"스럽긴 하더라고요.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습니다. 세 번째로는 퀘스트 모듈인데요. 공통의 퀘스트보드가 생기고 퀘스트보드에는 총 4가지의 퀘스트들이 있어서 달성하면 각기 다른 혜택이 있습니다. 퀘스트 모듈은 올림픽 예선전과도 같습니다. 4번째 퀘스트는 필수로 성공해야 되거든요. 4번 퀘스트를 달성하지 못하는 자, 올림픽 본선에 출전도 못하고 패배합니다. 달성해야 그제야 점수 비교할 자격이 생깁니다. 치열해요.
이렇게 세 가지의 모듈로 인해서 같은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확실히 덜 들게 됩니다. 그야말로 올림픽이죠.
5 플레이 성향에 따른 추비추
참고로 추비추는 제가 방금 지어낸 말입니다. 추천 비추천의 줄임말이에요. 저 완전 신세대같습니다. 이 게임은 단둘이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강한 상호작용이 동반됩니다.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죠. 선택에 따른 스트레스가 큰데 반해, 계획할 수 있는 요소는 적습니다. 하지만 이 요소는 이 2인플 게임을 이루는 대전제이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습니다. 내가 자르고 내가 선택한다? 그럼 게임이 아니죠. 여기서 오는 딜레마를 견디고, 나아가 즐기며, 더해서 이걸로 상대방을 괴롭히면서 즐길 수 있는 분들에게 최적화된 게임입니다.
내 보드게임 파트너를 괴롭히는 게 재밌다! 혹은 접대를 해야 되니까 좋은 걸 주고 내가 안 좋은걸 가져서 보드게임을 또 구매해야겠다! 이런 분들에게는 아주 추천드리지만, 난 절대 상대를 봐주지 않고 부숴버릴 것이다! 선택도 스트레스인데 내가 가져가고 싶은걸 상대가 가져간다! 와! 이런 분들에겐 확실히 부담스러운 게임이죠. 하지만 이런 분들에게 2인플 게임 자체가 큰 메리트가 없을 테니, 플레이 타임도 부담스럽지 않고 블러핑이 함께하는 파이 자르기 게임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최적화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6 마무리
어수선한 글 숫자와 목차까지 붙여가며 정리해 보려 했지만 글솜씨가 미흡하여 정신없는데 원더풀 킹덤의 매력이 전해졌을지 모르겠네요. 저에게 처음 어필 요소는 일러스트였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잖아요? 원더풀 월드의 일러스트들도 수려했지만, 중세의 왕국으로 옮겨간 일러스트가 너무나도 취향이라 일러스트만 봐도 즐거웠습니다. 물론 그림이 예쁘다고 게임이 재밌지는 않겠지만 재미도 꽤 준수합니다.
블러핑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상대방과 눈을 마주하며(아이러니하게도 함정 토큰의 뒷면은 "감은 눈"입니다.) 뻥을 치고, 그 뻥이 성공했을 때의 희열, 내가 그 블러핑에 역으로 당했을 때의 분함. 이게 라운드마다 반복됩니다. 희열과 분함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원더풀 킹덤이었습니다.
부족하고 횡설수설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