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보드게임 "블루 로드" 후기 [로빈슨 크루소: 저주받은 섬의 모험, 테케누: 태양의 오벨리스크]

2,432 조회

2021.09.25 20:20

1. 로빈슨 크루소: 저주받은 섬의 모험

조난당한 섬에서 탈출하는 테마의 게임 로빈슨 크루소입니다. 많은 유저들이 테마 게임의 최고로 꼽았던 게임 중 하나에요. 젤쿠님에게 부탁해서 이번 모임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됐네요.

개인적으로 로빈슨의 독특한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하는 건, 크죽죽이나 아컴 호러와는 다르게 이벤트 덱을 빌딩 할 수 있다는게 매력이라고 생각되네요.
사냥, 제작, 채집, 탐험 액션을 진행하면서 나오게 되는 물음표 카드들이 플레이어들의 선택으로 버려지거나, 달콤함 유혹에 못 이겨 이벤트 덱에 섞여 들어가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들어간 카드들은 후에 이벤트 단계에서 공개될 때 상당히 골치 아프게 작용할 수 있죠. 하지만 당장에 생존이 급급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대비할 시간을 주기는 합니다. 대부분은 대비를 못하고 당하지만요. 작가 이그나시 셰비첵은 변태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기상천외한 방법들로 플레이어들을 괴롭힙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암울한 테마와 어우러지면서 상당히 높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의견을 조율하면서, 오늘 밤의 추위와 허기를 견디기 위해서 그리고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각자가 해야 할 일을 해나갑니다. 물론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결국은 주사위 굴림이기 때문에 때로는 어부지리로 성공하기도, 때로는 정말 심각한 부상이나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다친 동료를 위하 대신 굶기도 하고, 위험 요소가 많은 사냥에 앞장서기도 하는 등 모두가 탈출을 위해서 희생하는 과정이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의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이벤트 카드 + 물음표 카드 + 날씨의 그림 같은 연계로 플레이어가 순삭 당하면서 게임이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벤트 덱의 드로우, 주사위 판정, 토큰 주머니 등 요즘 나오는 테마 게임들 과는 다르게 클리어를 위해서는 분명 더 많은 행운이 따라줘야 합니다. 하지만 클리어를 목적으로 두지 않고 과정을 즐겨본다면, 테마에 흠뻑 젖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2. 테케누: 태양의 오벨리스크

플레이어는 고대의 파라오가 되어, 이집트의 신들을 기리기 위해 석상, 건축물, 기둥을 세우고, 인구와 행복도를 증가시키는 이집트 테마의 게임 테케누입니다. 요즘 T 시리즈에 관심이 생기던 중 보드엠에서 저렴하게 구매했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주사위 드래프트 방식을 메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액션도 정말 간단하죠. 주사위를 가져오면서, 해당 색깔의 자원을 눈금만큼 생산하던가, 오벨리스크 주위에 있는 각 신들의 능력을 이용하는 겁니다. 2번의 액션마다 자전이 일어나고 자전이 두 번 일어나면 온전함과 부패함의 균형을 평가하는 마앗이라는 단계라는 발생해요. 이것을 반복해서 총 16개 주사위를 사용하면 마지막 점수를 계산하고 종료됩니다. 게임 판 중앙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오벨리스크가 있죠? 이 주변으로 온전함, 부패함, 암흑 구역으로 나눠져 있고, 여섯 신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의 재미있는 부분은 플레이어들이 두 번의 액션을 진행할 때마다 중앙의 오벨리스크가 자전하면서 각 구역에서 사용 가능한 또는 금지되는 주사위가 결정되는 겁니다. 당장의 이득에 급급하면 오벨리스크의 자전 후할 수 있는 액션이 없어지게 됩니다. 자전을 예상하고 마앗 단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간단한 액션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즉시 점수를 계산하는 부분과 두 번의 점수를 계산하는 부분에서 잔룰이 있습니다. 심지어 시작하기 전에 나눠주는 테크를 정해주는 법령 카드까지 빼먹어서 첫 플레이에서 많이 답답한 느낌을 받았었네요. 어떻게 점수를 내야 하는지 크게는 뭘 목표로 해야 하는지 다들 우왕좌왕했습니다. 설명부터 게임의 끝까지 3시간을 했네요. ㅠ 하지만 두 번째 플레이부터는 룰 설명부터 게임의 종료까지 2시간이 넘지 않았습니다. 익숙해지니까 법령 카드를 중심으로 테크를 정하고, 부가적으로 다른 구역에서 점수를 만들어 나가는 재미가 확실히 느껴져요. 그리고 게임을 진행할수록 준수한 아트 워크의 게임 판에 색색의 컴포넌트들이 올라오면서 테마를 한층 더 살려줍니다. 룰을 익히기에는 좀 힘들지만, 룰 마스터가 하나하나 잡아준다면 게임을 진행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전략 게임을 입문하는 유저나, 기존에 하던 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를 찾는다면 추전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