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인티드 그레일 리뷰

가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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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17 오후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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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그냥 아발론을 떠나는게 상식 (출처:beastiegeeks.com20200302tainted-grail-after-campaign-review)

테인티드 그레일은 아서 왕의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아서 왕이 아발론의 섬에 정착하고 오랜세월이 지난 시대가 게임의 배경입니다. 위어드니스라는 이상한 안개는 이 대륙을 잠식해가고 있으며, 이 땅을 지켜오던 멘히르라는 석상의 불빛은 점점 힘을 잃거나 꺼져버리고 있습니다. 멸망해가는 세상을 되살리기 위해, 나선 영웅들의 소식도 끊겨버렸습니다. 선발대의 운명을 뒤쫓아, 모험을 떠나는 이들이 플레이어들이 맡아야 할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개성있는 능력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갖고 있습니다. 육체에 한정되지 않은 과거의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고 있고, 게임 플레이의 약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 프리뷰격인 스토리만화가 있습니다. 소르피님이 번역하신 게시물이 있으니 게임전에 한번 읽어보길 추천!

링크:테인티드 그레일 코믹스- The Keeper_short

플레이어들은 전투와 교섭으로 나누어진 덱을 각각 15장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투덱은 사냥이나 전투를 할 때 사용하고, 교섭덱은 대화나 이벤트에 대한 해결을 위해 쓰입니다. 캐릭터는 6개의 성향을 갖고 있는 각각 쌍을 이루어 대칭되어 있습니다. [공격성]은 [공감], [용기]는 [신중함], 그리고 [실용성]은 [영성]과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들은 조우와 탐험을 통해, 플레이어들의 선택을 넓혀주거나 제한합니다. 캐릭터들은 자원의 일종으로 [경험치]를 쌓게 되는데, 이것을 사용하여, 덱을 발전시키거나, 6개의 성향을 향상시킵니다. 캐릭터별로 성향은 각각 다르게 분포되어 있지만, 업그레이드를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 긴 여정을 책임져 줄 나의 힘과 지혜 (출처:www.stlfinder.com3dmodelstainted-grail)

라운드는 하루를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멘히르의 불빛은 약해져가고,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수호자들이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멘히르의 불빛을 밝혀가며 아발론을 탐험합니다. 탐험은 기본적으로 일지를 통해 진행할 수 있으며, 캐릭터의 결정에 따라, 이 후의 진행방향이 정해집니다. 중심축이 되는 이야기는 정해져 있지만, 어떤 지역을 탐험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루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캐릭터별로 수치에 차이가 있으며, 기준치를 넘기게 되면 다음날 회복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에너지] 소모량을 잘 계산해야합니다. (* 하루동안 소모할 수 있는 액션수치, 이것을 넘겼을 때 받게되는 손해등은 또다른 판타지 보드게임 '안도르의 전설'을 상기시킵니다.)

캐릭터들의 [생존트랙(개인보드판)]에는 [에너지]수치를 포함해서, [체력], [공포]트랙이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육체와 더불어 정신적인 부분도 못지않게 관리해야 합니다. 체력수치가 0이 되면 바로 사망하지는 않고, [죽어가는 중]이라는 카드를 받게 됩니다. 정말 간신히 살아만 있는 상태이고 그대로 두게 되면 곧 캐릭터의 사망과도 연결될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체력을 회복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반대로 공포는 일정수치를 넘기게 되면 광기에 빠지게 되는데, 이후 플레이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온갖 수단을 써서라도 빨리 회복해야 합니다. (* 체력과 정신력 관리는 FFG의 대표게임 '아컴호러'가 생각나게 합니다.)

자원은 [식량], [재산], [명성], [마법] 그리고 [경험치], 총 5가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루를 마칠 때, 캐릭터를 [식량]을 소비해야 하는데, 못할 경우에는 [에너지] 회복과 [체력]관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에 힘써야 합니다. (*디워마 트라우마가 또....)

[재산]은 플레이들의 아이템 구매나 조우와 이벤트발생시 소모를 요구하는 경우에 필요합니다. [명성] 관리는 탐험, 조우, 이벤트등 다양한 경우에 사용됩니다. [마법]의 경우엔 마법에 관련된 특정 캐릭터들에게 주로 사용되는 자원입니다. 다만, 자원들이 특정캐릭터에게만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몰아주다가는 게임진행중 큰 차질이 일어날 수 있으니, 적정량을 분배해주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대장정의 시작. 약해진 멘히르의 불빛만이 모험가들의 출발을 격려해준다. (출처:www.everythingboardgames.comtainted-grail-fall-of-avalon-review)

앞서 서술한 이 게임의 대표적인 특징은 덱빌딩 시스템입니다. RPG게임에 주로 차용되는 주사위를 배제하고 오로지 카드만으로 조우를 진행합니다.(경우에 따라, 다이얼체크를 요구) 카드의 양끝에는 캐릭터성향과 카드그림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해당 성향이나 마크를 연결시켜 카드 능력을 발동시키고, 해당조우가 요구하는 큐브를 채우거나, 트랙을 진행시켜 해결합니다. 해당 마크중에 노란색 번개카드나 파란색 마법칸에 마법자원을 소모시켜 체인콤보를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턴을 마치게 되면 결과에 따라 피해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냥을 하는 도중 체인콤보를 발생시켜, 몬스터를 그로기 상때까지 몰았는데, 하필 해당 단계가 몬스터의 도주를 발생시킨다면, 그 처럼 허무한 일도 없습니다. 해당 조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보상이나 전리품을 받게되니, 최단시간에 끝낼 수 있는 카드조합을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 체인콤보가 잘 떨어지면, 한턴 킬도 가뿐하다! (출처:www.ultraboardgames.comtainted-grail-the-fall-of-avalondiplomacy.php)

그런데 반대로 이 게임의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애매한 덱빌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호를 참조하여 카드를 연결시켜 나오는 시원시원한 콤보시스템이 매력적인 부분으로 어필되었고, 대다수 플레이어들은 이 부분을 기대했는데도 불구하고, 반대로 카드의 활용성에 제한을 두게 됨으로써, 경우에 따라, 지리한 카드 맞추기로 전락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 카드 업그레이드를 통해 덱을 강화하는 재미가 느껴져야 하는데, 카드를 고르는데 있어, 3-4장을 뽑아서 골라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셋팅하기가 어렵습니다. 기껏 지불해 카드를 모아놔도, 구매한 카드가 반드시 나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연계기가 아닌이상, 카드를 많이 쓸 수 없고, 턴을 많이 받을 수록, 그만큼 피해량이 극심해지기 때문에, 짧은 카드매수로 끝을 봐야 합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카드능력과 연계가 제한적이라, 결국 도망다니기에 급급하게 되어, 게임의 인상마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카드시스템은 신선했지만, 그림맞추기라는 태생적한계와 긴 시나리오의 상성이 좋은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카드 구성도 맞추고, 캐릭터들의 능력치도 업그레이드되어 할만할 때가 되면, 반복되는 플레이때문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션을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다보면, 전투나 교섭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명확한 목적지에 대한 설명이 많이 없다보니(이 부분은 플레이어가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할 것 같습니다.), 계속 돌아다니게 되는데, 그만큼 인카운터도 반복상승되어, 나중에는 이길 수 있는데도, 이야기를 좀더 빨리진행하기 위해, 승리해도 얻는 효과가 미미한 경우들이 종종 있어, 도망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합니다. 자원의 과잉이 플레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위험이 생기는 겁니다.

* [그것]찾으려 두시간째 아발론을 헤메다. "인카운터 오토 안됩니까?"

자원의 과잉부분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하자면, 후반부에는 특정 자원들이 넘쳐납니다. 차곡차곡 쌓았던, 자원들이 넘쳐 흐를때, 이중레이어의 의미가 무실해집니다. 다른 색의 큐브를 추가해서 가치를 높여주던지, 아니면, 다이얼같은 기능을 더했다면, 이런 불편은 많이 해소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건 플레이만이 아닌 게임을 이어갈 때 셋팅 시간문제와도 직결됩니다.

* 자원칸 젠가놀이는 이제부터!

게임에 익숙해지기전에, 다인으로 플레이하게 될때에는, 한사람당의 플레이가 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작부터 지칠 수 있습니다. 참고글에는 익숙해지면, 카드플레이는 각자에게 맡기고 바로 진행하면 된다고 하는데, 이야기가 중요한 게임이다 보니, 따로 따로 플레이를 진행하게 되면 오히려 이야기에 대한 몰입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비추천입니다. 따라서, 1-2인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의 장점을 말하자면 무엇보다도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야기의 몰입도에 한해선, 글룸헤이븐보다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기존의 아서 왕 전설을 바탕으로 어두운 느낌의 중세 판타지로 새롭게 재구성한 이야기는 대단히 매력적이며, 시나리오를 이어갈수록 파편화된 이야기들을 잘 규합하여 다음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잘 이끌어냅니다. 또, 다양한 분기가 있어, 한번의 플레이만으로는 모든 이야기를 즐길 수 없기에, 시나리오 게임치고는 리플레이성도 높은 편입니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뛰어난 일러스트 디자인은 플레이어가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죠. 좋은 이야기가 장점이라면, 차라리 소설을 읽는게 낫다고 평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주인공의 입장으로 체험하는 재미도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타이밍에?!!" 앞으로 겪게될 무수한 상황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시나리오와 게임 플레이의 연출입니다. 하나의 큰 줄기를 이어나가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의 사이사이에 극적인 이벤트를 적절히 넣은 것도 포함시킬 수 있지만, 게임의 진행방향에 따라, 극적 반전 또는, 게임의 전개를 뒤흔드는 연출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탄탄한 구성이라는 건, 타이밍이 맞아야 빛을 발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매번 다른 상황을 경험하게 될텐데, 적절한 타이밍을 계산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나의 상황과 이야기의 구성이 빛나는 합일을 이루었을 때의 감동의 여운은 게임이 끝나고도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더불어, 다음 이야기를 계속 플레이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킵니다. 마치, 드라마의 끝에 보여지는 절정에 감탄하며, 다음화를 기다리는 시청자의 마음과 같습니다. 이를 통해, 촘촘한 구성으로 게임 전체 밸런스가 얼마나 잘 구성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어드벤처 게임에 익숙하시고, 어두운 판타지계열의 창작물을 좋아하신다면, 테티그는 추천을 드릴만한 게임입니다.

* 그대가 말하는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리라. 바람이 불고, 비가 젖고, 태양이 회전하며, 바다가 에워싸고, 땅이 이어지는 한. 다만 오직 내 배와, 내 망토, 내 검 칼레드불흐(=엑스칼리버), 내 창 흐롱고머얀트, 내 방패 위넵구르투헤르, 내 단검 카른웬하이, 그리고 내 아내 그웬휘바르(=기네비어)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 아서 펜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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