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케이프 룸 2탄 리뷰: 엑시트를 뛰어넘다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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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10 오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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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코리아보드게임즈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글

이스케이프 룸 방 탈출 게임 1탄 리뷰: 언락과 엑시트의 정반대편에 있는 게임

에 이어 이스케이프 룸 2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이 게임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1탄에서 아쉬웠던 개연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통해 굉장한 재미를 선사했거든요. 특히, 세 개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여태껏 해 본 방 탈출 게임 중 가장 재밌었습니다.

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1탄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이스케이프 룸 1탄의 특징

지난 글

이스케이프 룸 방 탈출 게임 1탄 리뷰: 언락과 엑시트의 정반대편에 있는 게임

에서 이스케이프 룸 1탄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1) 언락, 엑시트에 비해선 살짝 낮지만 그래도 높은 개연성

(2) 많은 물건 중에 어떤 것이 단서인지 가려내는 것이 중요해,

복잡한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 같은 플레이

(3)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자잘한 문제 네 개를 풀어야 해서,

진하게 느껴지는 성취감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았는데요, 2탄에서는 이 세 가지 모두에 변화가 생깁니다.

이중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개연성입니다.

2. 개연성

2탄의 경우, 단서를 세심하게 잘 심어서, 총 아홉 문제 중 실수로 못 푼

한 문제를 제외하고 나머지 여덟 문제 모두 힌트를 보지 않고 맞힐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한 번만에 맞혔구요. 게다가, 정확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만 하면

(1탄과는 달리) 답을 확인하기 전에 이미 정답을 맞혔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언락이나 엑시트만큼 개연성이 좋아졌다는 거죠.

개연성은 세 개의 시나리오 모두 좋았던 것에 반해, 다른 특징들은 시나리오마다

틀려서, 이제부터는 시나리오별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3. 첫 번째 시나리오

난이도가 낮은 첫 번째 시나리오는 개연성이 높은데다가

(복잡한 숨은그림찾기 없이) 문제 풀이가 강조돼 흡사 엑시트를 플레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만큼 플레이에는 만족했지만,

(1탄에서 느꼈던) 복잡한 숨은그림찾기 같이 이 게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없다는 아쉬움과 함께

‘엑시트를 흉내내려고 마음 먹었나?’

라는 생각이 들어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4. 두 번째 시나리오

난이도가 중간인 두 번째 시나리오 역시 개연성이 높고 문제 풀이가 강조됐지만,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1탄의 특징으로 꼽았던) 자잘한 개별 문제 네 개를

푸는 게 아니라 볼륨이 큰 문제 하나를 푸는 것으로 바뀐 겁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보통 방 탈출 문제는 단서 한 두개를 문제에 어떻게

조립(적용)할지 그 방법을 찾는다면, 두 번째 시나리오의 문제는 설계도면이

없는 상태에서 많은 부품을 조립해 복잡하게 생긴 가구를 완성해 나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조금 더 자세히 적어 보면요... 일단 처음엔 문제가 친절하지 않아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굉장히 막막합니다. 그러다, 관찰력을 발휘해 눈에 안 띄던

단서를 하나씩 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찾은 단서를 문제에 차례차례 적용해 보면

(개연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제대로 풀어 나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막막하지만

차근차근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거죠. 이렇게 조금씩 풀려나가는 재미가

아주 일품입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는 하이파이브를 하게 될 정도로 성취감이

아주 뛰어난데, 뭘 좀 해낸 거 같다고나 할까요? 엑시트 문제 두세 개를 동시에

풀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엑시트와

비슷한 게임이지만, 볼륨이 큰 문제를 풀다 보니 웬만한 엑시트보다 더 재밌었던 겁니다.

5. 세 번째 시나리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두 번째 시나리오의 특징에 (이스케이프 룸 1탄의 특징인)

복잡한 숨은그림찾기가 더해집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는 불필요한 물건 없이

단서만 뿌려져 있다면,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온갖 잡동사니 중에 뭐가

단서인지 가려내야 한다는 거죠. 이런 단서들이 보통 처음엔 단서같지 않아

지나치기 마련인데, 그러다 서서히

‘이게 혹시 단서인가?’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하죠. 하지만, 이 단서가 어떤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다시 지나치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르다, 문제가 안 풀려 코너에 몰리면

‘아, 혹시 아까 그 단서를 여기다 써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결국엔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지

깨닫게 되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장황하게 말씀드리면

뭔가 어렵고 답답할 거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협력 플레이가

잘 작동했기 때문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면... 각자 여기저기서 단서를 찾다가,

잘 안 된다 싶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 나 뭐 비슷한 거 봤는데? 혹시 이런 거 아닐까?”

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고, 이럴 때마다 하나씩 착착 맞아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이때의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단서를

찾을 때마다 (개연성이 높아) 해답에 다가가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저 멀리에서 비치는 한줄기 빛을 쫓아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조심조심 걸어가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계속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게임 중 ‘우와!’라며 탄성을 지르는 순간도 몇 번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아내가 방 탈출 게임을 플레이한 뒤 처음으로 감상을 말하더군요.

“이번 건 정말 재밌었어!”

라고 말이죠. 최근에 플레이했던 어사일럼 이스케이프도 아내가 재밌게

플레이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음 스토리가 궁금했던 거라면,

이 게임은 플레이 자체가 정말 재밌었던 거죠.

물론, 저에게도 최고로 멋진 경험이었는데, 문제를 푸는 재미도 정말 대단했지만,

협력하는 재미도 굉장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실

‘볼륨이 큰 문제 + 복잡한 숨은그림찾기’

라는 세 번째 시나리오의 특징은 1탄에서도 한 번 시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탄의 해당 시나리오는 다른 점에서 더 인상적이어서 혹은 충격적이어서

(덕분에 많은 분들에게 불호였습니다;), 이런 특징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2탄에서 높은 개연성과 함께 제대로 빛을 보게 됐네요.

6. 접근성과 난이도

이 시리즈의 게임이 다 그런 것 같은데... 이 게임 역시 접근성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열쇠에 적응하는데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문제 자체가 그리 친절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여타 방 탈출 게임과는 결을 달리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스케이프 룸 2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 시리즈에 대한 소개에 해당하는) 1탄을 먼저

플레이하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난이도의 경우는, 이스케이프 룸 1탄이 언락과 엑시트에 비해 낮았다면,

2탄은 문제의 볼륨이 커져 난이도가 조금 오르는 바람에 언락과 엑시트에 비해

난이도가 낮다고는 못 하겠네요.

7. 마무리

저는 그동안 해 봤던 방 탈출 게임 중 이스케이프 룸 2탄을 가장 재밌게

플레이했는데, (언락과 엑시트 시리즈 중에 이 게임과 겨룰 만한 게임은

하나씩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보드게임긱의 유저평점이 6.9에 머무르고,

보드라이프에서도 언급이 안 된 걸 보면 유난히 저의 취향과 잘 맞았던

게임이었나 싶기도 하네요;

저는 테마보다는 문제 풀이를 더 즐기고, 이런 이유로 언락보다 엑시트를

더 좋아하는데, 저처럼 엑시트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이스케이프 룸 2탄을

재밌게 플레이하시지 않을까 싶어, 강력하게 추천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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