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고르기, 재미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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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7 00:29

게임 고르기, 재미에 대해

1. 게임 고르기에 대해

뿐아니라 그밖에도 모든, '즐거움을 위해 여러 사람이 같이 할 무언가를 고르기'에 대해
'어떤 걸 좋아하는지'를 표명하기보다 '어떤 걸 싫어하는지'를 표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움/괴로움을 숫자로(~100) 말해보면
즐거움이 1~10인 편이, 누군가 마이너스가 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티츄를 하면 즐거움은 전혀 없고 괴롭기만 합니다.
모두가 즐거움을 위해서 시간을 내고 모였는데, 누군가 한 명이라도 괴로워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지 못합니다. 부정적인 말이니까요. "저는 이 게임이 싫어요"라고 말하면
"저 사람은 부정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못 합니다.

대신 다른 게임을 제안하죠. "이거 하실래요?" 하고요. 정말 그 게임을 하고 싶어서이기보다는, 사실은 싫어하는 게임을 피하기 위해서요.

얘기를 하는 시점은, 중간에보다 모임 시작 때에
"저는 이러이러한 것을 좋아하고, 이 게임은 싫어합니다"라고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2. 재미에 대해서

'게임에 대해 재미를 느끼는, 개인의 취향이 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렇죠. 개인 취향이 있죠.
그런데 재미를 느끼는 건 비단 '개인 취향'에만 달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이 "나는 어떤 게임이냐보다, 어떤 사람들이랑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라고 하신 걸 듣고, '나도 그런가? 그렇다면/아니라면 왜일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컬킹을 그룹A와 했을 때 정말 재미 있었는데, 그룹B와 했을 때 정말 재미 없었습니다.

먼저 내려본 답은,
"거의 아는 게임이 없을 때에는, 새롭게 배우는 재미가 있다. 게임을 여러 개 알게 되면, '내가 거의 확실히 재미를 느끼는 게임'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 게임 중에서 좋은 사람들과 하면 되니까, 어느 정도 게임을 알게 되고부터나서는 그런 게임을, 어떤 사람들이랑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였습니다.

그런데 또 스컬킹을 그룹B와 다시 했을 때에는 정말 재미 있었습니다.
게임도 그대로, 인원도 그대로였고 그 사이에 친밀도가 딱히 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때에는 제가 게임 이해도를 좀 높인 상태였습니다.

그다음에 또 어떤 그룹에서 제가 게임이해도가 높은 게임을 했는데, 재미가 별로 없었습니다.
저는 이 때 꼴찌를 했습니다.
저는 승부욕이 비교적 강한 편인 것 같은데, '져서 그런가?' 하고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그런데 또 언제는 져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떨 때 재미를 느끼는가?'에 대해 지금 생각하는 답은
'자기가 생각해본 대로의 플레이를, 실현해보게 되면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입니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될 것 같다', '이렇게 해보고 싶다'는 것을, 실제로 해보게 되면 재미가 있고, 해보지 못하면 별로 재미를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그리콜라에서 '나는 점수로 1등은 못하더라도, 양이 새끼를 낳게 해보고, 양을 구워먹어봤으면 좋겠어' 하는 생각을 하고 실제로 해보면, 점수로 1등을 못해도 재미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겼을 때 재미 있는 건, '이렇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맞았구나' 하고 자신의 전략의 실현 결과를 긍정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자기가', '생각해본 대로', '실현'

1) 먼저 '실현'.
초심자에게 새로운 게임을 권해서 플레이할 때, 이렇게 할 수 있게 해주어야 초심자가 재미를 느끼고, 다음에 또 하고 싶어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푸에르토리코를 할 때 초심자가 '빠른 담배 전략'을 가보려고 하는 것 같으면, 하고 싶어하는 걸 한 번은 해보게 기회를 줘봅시다.
실현 못하게 손발을 묶지 말고요.
그렇다고 경험자가 져주는 게 아니라 아니라 경험자는 다른 전략으로 열심히 플레이해보고요.

2) 다음으로 '생각해본 대로'
'뭔가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해보는 것은, '게임 이해도'가 어느 정도 되어야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아컴리추얼은 겉보기에 간단해보이는데, 생각보다 '이게 유리한 선택인가?'를 이해하기 어려운 게임입니다.
처음 플레이해봤을 때
내가 들고 있는 카드도 볼 수 없고, 새로운 카드도 볼 수 없어서
'새로운 카드를 선택하는 게 나은지, 아니면 새로운 카드를 선택 안 하는 게 나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선택하고 나서도 내가 든 카드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다음 번에도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유리한지 모르겠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경험자가 초심자에게 설명을 해줄 때, 초심자로 하여금 '게임 진행 방식이 어떻게 되는구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고득점하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유리하겠구나'까지 생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마지막 '자기가'
그렇다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면서 자유로운 선택의 여지를 빈틈 없이 안 주면 또 재미가 없습니다. '자기가 생각한 대로' 해볼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뻔한 게임이 재미가 없고, 리플레이성이 떨어지는 것은,

'더 나은 전략을 모색해보는 데에서 느끼는 재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생각해 보았자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게 확실하게 보이면, 유인이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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