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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케이프 룸 방 탈출 게임 1탄 리뷰: 언락과 엑시트의 정반대편에 있는 게임

6,036 조회

2021.08.02 08:39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방 탈출 게임 중에 언락, 엑시트 다음으로 자주 거론되는

이스케이프 룸 시리즈의 첫 번째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요즘, 아내가 방 탈출 게임을 선호해서, 이쪽 후기를 많이 쓰게 되네요;

영문판 박스 일러.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이 게임은 사실, 언락과 엑시트 두 시리즈를 모두 끝낸 다음이라, 이들 게임의

아류겠거니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이 보여 준 두 가지 특징

1) 언락, 엑시트에 비해선 살짝 낮지만 그래도 매우 높은 개연성

2) 언락, 엑시트와 전혀 다른 문제

를 통해, 이 게임이 두 시리즈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 주고 있으며,

방 탈출 게임으로서 두 시리즈의 정반대쪽 포지션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차이로 인해, 언락과 엑시트를 먼저 플레이하신 분들에게 좀 저평가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편, (모순돼 보이지만)

3) 언락과 엑시트에 비해 낮은 난이도

4) 언락과 엑시트에 비해 낮은 접근성

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어, 난이도 및 접근성 면에서는 좀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특징들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이스케이프 룸의 문제가 보여 주는 특징

저는 예전 글

EXIT 방 탈출 게임 초보자 레벨 - 아내와의 간단 후기

에서 방 탈출 문제 해결 과정을 다음과 같은 단계들로 나눠 봤습니다.

① 단서 수집

관찰력을 동원해 단서를 수집하고

② 단서 분류

어떤 단서가 어떤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것인지 분류하고

③ 문제 선정

공개된 문제 중에 지금 풀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판단한 뒤

④ 단서 사용

단서를 문제에 적용할 방법을 찾습니다.

이렇게 봤을 때, 언락과 엑시트는 ‘④ 단서 사용’이 본질인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단, 엑시트의 경우엔 ‘③ 문제 선정’도 제법 중요하긴 하구요.)

언락 vs 엑시트 비교 리뷰

반면, 이스케이프 룸 1탄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① 단서 수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보통 ‘② 단서 분류’가 수반됩니다.) 이 게임은 늘상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찬 창고 같은 곳에서 탈출하느라, 많은 물건 중에 어떤 것이 단서인지

가려내는 것이 만만찮은 작업이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문제도 직접 찾아야

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뭔가를 계속 찾고 가려내다 보니 관찰력이 상당히

중요하구요. 복잡한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거 같다고 할까요?

한편, 단서만 찾으면, 이 단서를 문제에 적용해 해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언락과 엑시트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런 의미에서 이 글의 제목에

“언락, 엑시트의 정반대편에 있는 게임”

이라고 적은 거였습니다.

2. 난이도 높은 시나리오

‘① 단서 수집’이 중요한 이스케이프 룸 문제의 특징은 난이도가 높은

시나리오에서 더 도드라집니다. 갇힌 장소에 불필요한 물건이 점점 더

많아지고, 분명히 단서인 줄 알았는데 쓸모없는 것도 생기는데다가,

같은 정보를 중복해서 알려 주는 (그래서 쓸데없이 혼란만 가중시키는)

단서도 있고, 심지어 정답으로 가는 걸 방해하는 단서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온갖 그럴듯해 보이는 물건들 속에서 꼭 필요한 단서만 콕

집어내는 것이 중요해지는 거죠.

이런 특징 때문에 (아주 정제된 단서를 정교하게 배치하는) 언락이나

엑시트의 문제에 익숙한 분들은 스타일이 너무 다른 이 게임의 문제가

허무하거나 억지스럽다고 느끼고 실망하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 게임이 저평가되는 이유라고나 할까요?

3. 난이도와 접근성

이렇게 관찰력을 통한 ‘① 단서 수집’이 중요한 게임이라, 문제의 난이도는

언락과 엑시트 보다 낮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언락과 엑시트의 경우

(특히, 엑시트가) 죽어도 안 풀리는 문제가 제법 있다면, 이스케이프 룸의 문제는

시간만 충분히 들이면 다 풀린다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방 탈출 문제를 풀어 본 경험이 없는 분에게 권할 만한 게임이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방 탈출 문제를 처음 접하면, 정확한 문제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당황스럽기 마련인데, 이 게임은 심지어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스스로 찾아야 하니 더 당황스러울 거 같거든요.

또, 이 게임에서 사용하는 열쇠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이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거 같습니다. 열쇠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구요;

4. 개연성

저는 이 게임의 문제 퀄리티가 높다가 생각하는데,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스케이프 룸의 문제를 살펴 보면, 답을 정확하게 하나로

압축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둘 중에 하나가 답이라는 것까지는 짐작할 수

있도록 단서가 심어져 있었거든요.

앞에서, 이 게임의 문제는 시간만 충분히 들이면 풀린다고 했었는데, 실제로

아내와 저는 (이 게임의 개연성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던) 첫 번째 시나리오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힌트를 보지 않았는데 (대신에 시간은 좀 걸렸;),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높은 개연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거죠.

이런 점은 개연성을 믿을 수 없어서, 안 풀린다 싶으면 힌트를 봤던

어사일럼 이스케이프와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어사일럼 이스케이프 간단 리뷰

이런 이유 때문에, 또 다른 글에선 어사일럼 이스케이프를

‘B급 방 탈출 게임’이라고도 적기도 했었죠;

어사일럼 이스케이프 첫인상 후기

단, 답을 정확하게 하나로 압축할 수 없을 때가 있다는 점과 더불어, 정확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더라도 (언락과 엑시트에서처럼) 해답을 보기 전에 이미

‘드디어 문제를 풀었구나!’

라는 강력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점은, 이스케이프 룸의 개연성이 높기는

하지만 언락과 엑시트 만큼은 아니라는 걸 말해 주기도 합니다.

“에이~ 설마 이게 답은 아니겠지? ㅋㅋㅋㅋ 어! 진짜 이게 답이었네;;”

라고 말할 때도 꽤 있거든요.

5. 몇 가지 장점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이 게임의 장점을 조금만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는 이 게임의 장점으로 먼저 성취감을 들고 싶습니다. 암호 해독기에 열쇠

네 개를 꽂는 게임의 특성상, 보통 자잘한 문제 네 개를 풀어야 하나의 문제를

푸는 게 되고, 문제 하나 푸는데 평균 20분 이상 걸려서, 문제를 풀었을 때

성취감이 좋습니다. 복잡한 숨은그림찾기에서 오는 재미는 두 말할 필요도 없구요.

다음은, 방 탈출 카페에 못 가 본 저의 환상인 거 같지만; 문제의 특징이나

훼손하는 구성물, 그리고 암호 해독기-열쇠 때문에 왠지 방 탈출 카페에서

즐기는 느낌이 살짝 든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은 언락이나 엑시트보다는

훨신 나은 거 같네요.

한편, 암호 해독기와 열쇠라는 기믹이 들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네 개의

시나리오가 들어 있어 가성비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리플레이를 위한 자료와 공략집을 다운받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리플레이를 위한 자료는 특히 엑시트에서 아쉬웠죠. 엑시트가

1회용 게임이라고 하지만, 넉넉잡고 1년만 지나도 기억이 전혀 안 나는

저는 따로 리플레이 자료를 만들고 있거든요; 근데 이 게임은 그럴 필요가

없는 거죠. 한편, 공들여 만든 공략집도 게임을 끝낸 다음에 읽으면

‘이게 단서였어?;’,

‘이 단서는 필요도 없는데 왜 또 줬지?’,

‘이게 단서였다구? 좀 이상한데?’ 등

또 다른 재미를 주더라구요.

6. 마무리

이스케이프 룸 1편은 언락이나 엑시트와는 완전히 다른 방 탈출 게임이었습니다.

단서를 문제에 적용하는 기막힌 아이디어보다, 어떤 물건이 도움이 되는

단서인지 판별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이런 면 때문에,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경쾌하게 문제를 풀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좋지는 않아서 방 탈출 문제를 처음 접하는

분에게 선뜻 권하지는 못 할 거 같습니다.

한편, 관찰력이 중요한 게임인 만큼 힌트를 안 보고 문제를 풀고 싶은 분은,

게임이 좀 막힌다 싶을 때, 잠간 쉬면서 집중력을 환기해 보시는 건 어떨까

말씀드려 봅니다. 그렇게 하니 의외로 쉽게 풀릴 때가 많더라구요.

이스케이프 룸 1편은 사실상 이 시리즈에 대한 소개라고 할 수 있어서,

2탄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몹시 큰데, 빨리 플레이해 보고 싶네요.

이스케이프 룸 시리즈에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 이 글이 저의 100번째 후기가 되었네요 ^^ 네임드도 아닌 제가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400개의 추천과 많은 댓글로

격려해 주신 분들 덕분이 아닌가합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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