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아 리뷰 - 산업혁명 엔진빌딩 게임

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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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16 오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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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미드나잇 정글의 협찬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뭔가 억지로 좋다 좋다 글쓰는 건 싫어해서 보통 협찬 리뷰는 거절하는 편인데, 간만에 좋은 게임을 만나서 리뷰 한 번 써봅니다.

인더스트리아는 '스마트폰 주식회사' 보드게임을 만든 러시아 보드게임 개발자 이반 라신이, 러시아 아티스트들과 함께 러시아 퍼블리셔인 'Hobby World'를 통해 발표한 'Индустрия(발음: 인두스트리야)'가 원제인 게임입니다. 원제를 'Furance'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원제 자체가 '인더스트리아'였다는 게 함정 'ㅁ'

작가 얘기를 먼저 해볼까요? '스마트폰 주식회사'를 처음 접해봤을 때, '수요/공급이라는 경제 개념을 누군가에게 알려주기에도 교육적으로 정말 좋은 게임이다, 작가가 경제 개념을 게임에 잘 녹여내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 인더스트리아에서도 그의 경제 관념은 잘 드러나 있습니다. '경매'라는 요소와 '엔진빌딩'의 조합으로 멋지고 깔끔한 엔진빌딩 게임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시다시피 이 게임은 '산업' 정확히 말하면 19세기의 '1차 및 2차 산업혁명' 시대를 다룬 게임입니다. 그래서 영문판 제목이 'Industry' 같은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라 산업혁명의 배경이 되는 'Furnace'로 선정된 것도 어느정도 수긍이 갑니다.

이왕 게임 제목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 거 게임 배경도 풀어볼 겸 'Furnace'에 대해서 좀 더 풀어보도록 할게요. Furnace는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용광로, 요로, 고로 등으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이 Furnace가 왜 산업혁명에 중요한 요소인가 하면, 제강 기술에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죄송하지만 여기서 잠깐 또 딴 길로 새봅니다. '르아브르' 얘기 좀 하겠습니다. 갑자기 웬 '르아브르'냐고요? 르아브르가 자원 흐름을 매우 잘 그려낸 게임이라서 그렇습니다. 처음 나무에서 철, 강철로 이어지는 자원의 향상 흐름이 기억나십니까? 나무는 그냥 줏어올 수 있는 기본 자원이었습니다. (주)철 역시 제철소가 있으면 더 생산할 수 있었지만, 기본 자원이긴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강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강 공장이 필요했고 숯이나 석탄으로 강철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에너지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강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실상 코크스가 필요했어요. 르아브르를 플레이해 보신 분들은 기억나시려나요?

이렇게 강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크스, 그리고 교련법을 적용한 용광로(Furnace)가 필수였고, 코크스와 제강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산업 혁명 전개에 필요한 막대한 철을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산업이 성장하며 1차 산업혁명의 배경이 되었지요.

그리고 우리는 이런 배경 속의 회사 집단인 산업체를 운영하기 위해 19세기 자본가로서 게임 속에 뛰어듭니다.

산업혁명 시대 배경이라는 건 항상 흥분되는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브라스'도 그렇지만 무언가 시대의 흐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무언가 연기 가득한 공장과 열기, 그리고 나무, 철, 등의 내음 나는 듯 한... 좀 덕후 같지만... '인더스트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자원을 얻어내서 운영하는 회사를 늘려가며 돈을 버는 이 일련의 과정이 저를 흥분시켰습니다.

잡설이 너무나도 길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 얘기를 해봅시다.

게임의 대표적인 매커니즘으로 경매(Auction)과 엔진빌딩(Engine Building)을 내세우고 있는데 - 엔진빌딩이 매커니즘이 아니라는 사실은 논외로 하더라도 - 이 게임은 경매를 빙자한 '오픈 드래프팅' 게임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경쟁작은 같은 드래프팅 엔진 빌딩 게임인 '원더풀 월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둘은 같은 듯 다릅니다. 아주 살짝만 이 '원더풀 월드'와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 게임의 매커니즘을 간략히 소개해 드려볼게요. 이 게임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바로 '돈'을 많이 버는 것. 게임 내 어떤 행위를 하든 결국 돈을 많이 버는 쪽으로 목표를 잡아야 합니다. 이 요소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어요. '원더풀 월드'와 같이 점수 내는 방식이 너무 다양하고, 게임 중간에 자신이 점수를 버는 목적을 재설정해서 만드는 과정이 저는 좀 조잡하게 느껴졌었거든요.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하는 목표가 생겼으니 '돈'만 벌 목적으로 게임을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점이 매우 맘에 들었습니다.

게임의 흐름은 단순합니다.

1. 경매 단계[경매 진행 및 처리]
2. 생산 단계[엔진 돌리기]

이렇게 4라운드를 돌면 게임이 끝납니다. 한 게임을 진행하는데 30~4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커다란 엔진 하나를 만들어서 돌리면 게임이 딱 끝납니다. 이 부분이 사람에 따라 아쉬울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1시간도 채 안걸리는 엔진빌딩의 입문작품으로 생각하면 적당한 볼륨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경매'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플레이어는 각자 1에서 4까지의 숫자가 적힌 경매 토큰을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선 플레이어부터 시작해서 경매 공간에 깔린 회사에 원하는 토큰을 하나씩 놓고, 이 4개의 토큰을 다 놓을 때까지 경매를 진행합니다. 경매에는 2가지 주의점이 있는데요, 내 경매 토큰이 있는 곳에는 재입찰을 하지 못하고, 같은 숫자의 경매 토큰이 있는 곳에는 입찰을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경매가 모두 끝나면 각 회사마다 가장 높은 경매 토큰을 놓은 플레이어가 해당 회사를 낙찰받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놓은 토큰의 수치만큼 카드 위에 적힌 자원(혹은 행동)을 받아 갑니다. 그렇기에 더 높은 수치의 토큰가 놓였어도 작은 숫자의 경매 토큰을 활용해서 그 회사의 자원을 얻어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Lower Bidding이 가능해서 필요한 자원을 수급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게임을 경매 게임을 가장한 오픈 드래프트 게임이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 매커니즘에 있습니다. 사실 내가 먹고 싶은 회사에 가장 높은 경매 토큰인 '4'를 박아버리면 확정적으로 내 회사가 되기 때문에 드래프트 매커니즘이나 다름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드래프트보다 좀 더 눈치 싸움을 해야 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나를 빼고 모두 '4'를 사용했다면? 이제 '4'가 놓이지 않은 회사는 '3'으로도 확보할 수 있으니 우선 '3'으로 필요한 회사를 획득하는 동시에 '4'를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3'으로 회사를 획득하려는 플레이어의 계획을 방해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3'으로 원하는 자원을 많이 획득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으니, 이러한 여러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고, 눈치 싸움을 해야 하는 이 매커니즘이 꽤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 경매라는 요소때문에 적은 인원, 특히 2인이 플레이할 때 많이 아쉽지 않을까 싶었는데 2인플을 여러 판 해봤지만 2인 플레이 때 들어가는 추가 규칙이 꽤나 깔끔하게 맞아 떨어져서 2인이 진행하는 경매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긴장감있게 게임이 흘러갑니다. 2인 플레이에서는 오토마가 추가되는데 한 번씩 경매 토큰을 놓고 나면 주사위를 굴립니다. 주사위 숫자에 오토마가 놓을 수 있는 가장 낮은 경매 토큰을 놓게 되는데요, 주사위로 오토마의 경매 위치가 정해지지만, 오토마가 사용한 경매 토큰을 보고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해서 이를 생각하며 게임하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요즘 같은 시국에 2인플이 대세가 될 것 같은데, 인원수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시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아그리콜라와 티켓투라이드가 최애인 제 옆의 2인 전용 플레이어(...)도 이 게임을 매우 좋아하더라구요.

이렇게 확보한 자원과 회사를 활용해서 엔진을 돌리면 됩니다. 기본으로 주어지는 회사에는 업그레이드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서, 획득한 회사를 더 좋은 효율의 회사로 업그레이드시킬 수도 있으니, 회사를 획득할 때는 업그레이드 된 회사가 생산하는 자원 및 돈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카드를 깔고 다음 라운드로 진행, 이렇게 4라운드가 지나고 돈을 가장 많이 번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획득할 때 회사의 순서를 정해야 하는 숙련자 규칙도 있는데, 사실 숙련자 규칙이라고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둘 간의 차이는 많이 못 느꼈습니다. 획득할 때 회사를 놓을 위치를 고민하느냐, 돌릴 때 어느 순서로 회사를 돌릴 지 고민하느냐...의 차이인데, 저는 오히려 매번 유연하게 고민할 수 있었던 후자의 기본 규칙이 좀 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임 준비할 때 랜덤하게 시작 회사(본사)를 받고, 또 능력을 가진 다섯 명의 자본가를 무작위로 받는데, 이것 또한 게임의 변주를 줍니다. 나름 밸런스는 잘 맞춘 것 같아요.

물론 캐릭터를 포함한 카드 풀이 적다는 점, 짧은 듯한 볼륨, 플레이어 순서로 인해 초반에 깔리는 회사에 대한 의존성 등 아쉬운 점은 가지고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굉장히 잘 설계된 초~중급자용 엔진빌딩 게임이 나온 것 같습니다. 작가의 전작인 '스마트폰 주식회사' 때 잠깐 느껴졌던 어설픔을 지우고 깔끔함으로 무장한 게임입니다.

누구한테라도 부담없이 꺼낼 수 있는 쉬운 규칙의 엔진빌딩, 쉽지만 즐거운 고민거리가 있는 경매 매커니즘, 그리고 무엇보다 일러와 분위기, 깔끔한 게임성에 취향 저격 당해버린 '인더스트리아'였습니다.

추가로 이 게임은 게임 매트를 게임 트레이 안에 보관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매트 따로 들고 다녀야 해서 사실 이런 부속품은 선호 안했었는데...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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