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후기

무이

블로그

쪽지

언락 vs 엑시트 비교 리뷰

10,910 조회

2021.07.07 21:11

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방 탈출 보드게임의 양대 산맥인 언락과 엑시트를 한 번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단, 시리즈별로 난이도가 낮은 게임들이 (문제를 꼬지 않아서)

게임의 성격을 잘 보여 주는 거 같아, 아래의 게임들만 참고해서 비교했습니다.

언락1 제조법, 언락1 찍찍이와 소시지, 언락2 언덕 꼭대기 저택,

언락3 김종말의 역습, EXIT 버려진 오두막, EXIT 저주받은 섬,

EXIT 북극 탐험기지 (한국어판 출시가 너무 늦네요!)

- 아직 난이도 낮은 게임이 한국어판으로 출시되지 않은 엑시트 시즌 3은

배제했습니다. (시즌 3의 ‘심해의 보물선’은 난이도가 낮은 게임이지만,

초보자 레벨에 속하는 게임으로, 엑시트의 다른 게임들과 성격이 많이 달라

역시 배제했습니다.)

EXIT 방 탈출 게임 초보자 레벨 - 아내와의 간단 후기

(0) 제가 생각하는 방 탈출

두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예전 후기에 썼던) 제가 생각하는

방 탈출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추리로서의 ‘왓슨 앤 홈즈’

방알못의 ‘엑시트 심해의 보물선’ 간단 후기

EXIT 방 탈출 게임 초보자 레벨 - 아내와의 간단 후기

저는 주어진 문제를 푸는 퍼즐과는 거꾸로, 주어진 단서들을 써먹을 만한 문제를

찾는 것이 방 탈출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방 탈출에서 결정적인

힌트는 구체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거니까요.

한편, 이런 방 탈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관찰력, 눈치, 경험, 문제 해결력

이렇게 네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경험과 문제 해결력이

더 필요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방 탈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다섯 단계로 나누어진다고 생각합니다.

① 단서 수집: 관찰력을 동원해야 될 때가 많습니다.

② 단서 분류: 단서가 어떤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것인지 짐작합니다.

③ 문제 선정: 공개된 문제들 중에 지금 풀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판단합니다.

④ 단서 사용: 방 탈출 문제는 단서의 사용 방법만 파악해도 풀릴 때가 많습니다.

⑤ 퍼즐 풀기: 모든 단서를 사용하고서도 답이 안 나와서, 그야말로 퍼즐을

풀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④ 단서 사용’ 단계가 방 탈출을 대표하는 핵심적인 단계라고 생각하구요.

(1) 방 탈출로서의 언락

언락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게임이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빨간 숫자와

파란 숫자를 더해) 아이템을 사용하는 어드벤처 게임과 (언락의 영문명에는

항상 ‘Adventure’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암호를 입력하는 방 탈출 게임 말이죠.

이 둘 중에서 아이템을 사용하는 어드벤처 게임은 테마상 그리고 스토리 전개상

매우 중요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고 엑시트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후자인 방 탈출 게임을 주로 살펴보겠습니다.

(2) 개연성

예전에 저는 추리 게임의 개연성은 높지만, 방 탈출 게임의 개연성은 그다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못 푼 문제는 다 어거지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ㅋ

그런데, 방 탈출 카페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 언락2, 3의 쉬운 에피소드를 마치

‘5분 던전’ 플레이하듯 엄청난 스피드로 클리어하는 걸 보고 제가 잘못 짚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언락과 엑시트를 플레이한 후에는 꼭 확인차 복기를 해 보고 있는데,

실제로 개연성이 상당히 높더군요. 디자이너가 단서를 꽤 촘촘하게 심어 놓아서

말이죠. 디자이너가 문제를 잘못 내서 못 푸는 게 아니라, (인정하기는 싫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능력이 부족했다는 거죠.

단, 언락의 문제가 깔끔하게 잘 풀리는 편이라면, 엑시트의 문제는 한 번에

풀리기 보다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겨우 풀린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런 차이는

엑시트의 개연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3) 난이도

시스템상 언락은 입력한 암호가 틀리면 시간이 단축돼서 페널티를 받는 반면,

엑시트는 암호 해독용 원판에 페널티 없이 얼마든지 답을 입력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한 번에 답을 못 맞히도록 문제를 낼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예전 후기에 쓴 것처럼) 플레이어가 헛발질을 하도록 미끼를 던져 놓기까지 하면서

말이죠. 이러니 난이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겠죠?

EXIT 방 탈출 게임 초보자 레벨 - 아내와의 간단 후기

그래서, 언락의 문제는 대체로 관찰력과 눈치로 풀 수 있는 반면, 엑시트의 문제는

경험과 문제 해결력도 살짝 동원해야 할 때가 있는 거 같습니다. 한편, 방 탈출

문제를 해결하는 다섯 단계 중 언락에서는 별로 필요 없는 ‘③ 문제 선정’ 단계를

엑시트에서는 자주 거치는데, 이것 역시 난이도를 살짝 올립니다.

(4) 디지털 vs 아날로그

두 시리즈를 구분 짓는 특징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언락의 앱과 엑시트의

(규칙서에서 ‘이상한 물건’이라 부르는) 추가 구성물이 아닌가 합니다.

언락이 앱 덕분에 그럴싸한 배경 음악을 들으며 다양한 문제를 즐길 수 있다면,

엑시트는 책과 이상한 물건만으로 (구성물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아날로그 감성

넘치는 문제들을 맛볼 수 있으며, 진짜 방 탈출 카페에서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 탈출 카페에 못 가봤지만요;;)

(5) 규칙 파괴

한편, 두 시리즈 모두 정해진 규칙은 적지만, 플레이어가 막연히 규칙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이겠지만, 디자이너들은 이런 약한 고리를

파고 들어 막연한 규칙을 파괴하는데,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이럴 때 신선함을

느끼게 됩니다.

두 시리즈 모두 이런 시도를 자주 하는 걸 볼 수 있지만, (언락처럼 다양한 문제를

즐길 수 없어서인지) 엑시트가 여기에 더 몰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버라고

생각될 정도로 말입니다.

(6) 테마성과 재미

두 게임의 테마성을 비교해 보면, 언락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템을

사용하는 어드벤처 게임과 앱의 배경 음악 덕분에 말이죠. 그에 반해, 엑시트는

방 탈출 문제에만 몰빵함으로써 방 탈출 자체에 대한 몰입감이 좋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의 구성물도 이런 몰입감을 헤치지 않고요.

그래서, 두 게임의 재미는 이렇게 요약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언락은 난이도는

살짝 떨어지지만 덕분에 깔끔하면서 경쾌한 방 탈출을 즐길 수 있고, 거기에다

테마와 잘 맞아떨어지는 어드벤처 게임도 함께 즐길 수 있는데, 심지어 이 두 가지가

아주 잘 어우러져서 각각을 따로 즐기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재밌다는 거죠.

시너지가 좋다고나 할까요? 종합적인 재미에서는 엑시트보다 확실히 위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 엑시트는 언락처럼 경쾌한 맛은 없지만, 그야말로 방 탈출만 하는 게임이라

머리 싸매고 덤비기에 좋고, 방 탈출 본연의 재미를 잘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7) 마무리

이 글에서 참고한 게임들을 놓고 봤을 때, 저는 종합적인 재미는 언락이 위,

방 탈출 문제는 엑시트가 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는

모르겠네요. 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언락이 여러모로 더 멋진 게임을 선보이기에

유리해 보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게다가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 게임인;)

언락3만 봐도 본래의 장점인 테마성을 더더욱 강화하는 한편 엑시트처럼

추가 구성물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니 말 다 한 거죠. 그래도, 엑시트 역시 시즌 3부터

(높은 난이도를 의식해서인지) 초보자 레벨을 새로 만들었고, 방 탈출에 추리 게임을

섞어 ‘오리엔트 특급열차 살인사건’ 같은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 걸 보면 기대를 아예

접을 필요는 없는 거 같네요. (더구나 저는 엑시트를 원래 더 좋아해서 말이죠!)

언락과 엑시트 사이에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내용 보기

팔로우

피드

저장

무이

님에게 댓글 작성

댓글 등록

후기

2024년 후반기에 해봤던 게임들(순서 상관 없이 사진들로만 나열해 볼게요!...

히트 게임즈 신작 체험회 간단 후기 - [자연의 수호자], [교토의 고양이]

[보드포웰]모임 후기#48(24.11.20)

[서울 성동구]성수보드게임 모임 마흔번째 후기

성수헤이븐에서 즐겼던 게임후기 - 서른 여섯번째

보드게임 십여년차. 작가별 게임 감상평 (9)

[강서구 보드게임 모임] 다이나믹 24.11.15 금요일 정기 모임 후기 (시계탑...

내가 가진, 내가 해본 게임들을 정리해보자 39

보드게임 십여년차. 작가별 게임 감상평 (8)

도곡동 말랑말랑 집합소. 11월 3주차 모임 개인 회고록.

히트게임즈 체험회(11/16) 참석 후기

(동해 보동보동) 동해시 보드게임 동호회 5월 27일 모임후기

아크스: 황폐화된 외곽 확장 소개 및 후기 - 액트 1

보드게임과 사람을 잇다 1탄 - 블랙 포레스트

11/13~11/20 루트 디지털 모임

버라지 - 와이프에게 처절하게 2연패..

보드게임을 나눠주던 날, 딸과 함께한 사이베리온 이야기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