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작가의 변형 마피아게임, [I'm Good] 리뷰
먼저 Hand Games 21이 뭔지 알고 시작하면 좀더 풍성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Hand Games 21이란, 아발론 작가 Don Eskridge가 2021년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별다른 준비물 없이 사람만 모으면 할 수 있는, 말그대로 '맨손 게임'을 한 해 동안 21개 디자인하여 내놓는다는 계획인데요.
공식 홈페이지, 인스타 등에 몇 주 간격으로 하나씩 게임을 공개하고 있으며, 4.30일 현재까지 총 8개가 공개됐습니다.
1년은 52주, 즉 21개를 내려면 대략 2.5주에 게임을 하나씩 내야 하는데, 딱 그러한 템포대로 가고 있습니다.
MT게임 수준으로 간단한 것도 있고, 아발론 작가답게 심리전이 가미돼 깊이감을 준 토론-협상 게임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가장 마피아게임에 가까운, 6번 "I'm Good"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가 밝힌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 두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2명이서도 할 수 있다
2.시민이 될지, 마피아가 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하 리뷰는 부갤에 먼저 올렸던 것으로, 이런저런 수정을 거듭하여 아래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게시를 부갤에 먼저 했을 뿐, 비속어를 최대한 억제하여 드라이하게 적었으니 부담없이 읽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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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작가 돈 에스크리지의 맨손겜 시리즈 Hand Games 21 제 6번째 게임.
2-8인. 둘이서도 가능함. 사람만 모으면 별다른 준비물 필요없음.
각 사람의 기본 ID는 'Good'이다. 모두 눈감고있다가 원하는 사람만 눈을 떠서 서로를 확인한다.
이들은 ID가 'Bad', 쉽게 말해 마피아가 된다. 밑에 자세히 적겠지만, Bad쪽 인원수가 많다고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다.
확실하게 하려면 아발론처럼 모두 손 하나씩 가운데에 모아서 엄지들어 자기가 Bad가 됐음을 표시하는 것도 괜찮겠다.
이 상황, 당연히 Bad가 Good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만약 이 때 전원이 다 Bad하겠다고 눈떴으면 Good이 즉시 승리. 각자 반성한 다음, 다시 시행한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다시 전원 눈을 감았다가 동시에 뜨고, 게임을 시작한다.
얼마간의 토론을 진행한 후에, 하나둘셋 하고 지목하는 투표 실시.
투표할 때는 아무도 지목하지 않는 '기권'도 가능함. 이 경우엔 하늘을 가리킨다.
단독1위인 사람은 사망. 표수가 같으면 누군가 단독1위 할때까지 다시 지목.
죽은 사람은 ID를 말하고, 이후에 더이상 투표참여 불가능. 별다른 언급이 없는 걸 보니 말은 할 수 있나 보다.
위 과정을 2명 남을 때까지 반복. 토론-투표-토론-투표-...
그러다 마지막 2인이 남게 되면, 최종투표를 한다. 투표결과를 확인하여
1. Bad가 살아있다면 해당 Bad가 지목되어야 함
2. Good이 또다른 Good에게 지목되지 않아야 함
이 두 조건을 만족하면, Good 팀 승리.
그밖의 모든 경우, Bad 승리.
또한 게임 내에 Bad가 2명 이상 남아있는데 Good이 전멸하면 그 순간 Good 승리.
이 경우 남은 Bad 전원이 정체를 공개하고, Good이 이겼음을 선언한다.
이건 게임 시작 시점도 포함임. 이런 이유로, 대부분이 눈을 떠서 사방이 Bad천지인 상황은 각 Bad에겐 그리 좋지 않다.
최종 2인이 남을 때까지 Good이 적어도 한 명은 살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Bad끼리 죽고 죽이게 된다.
서로 정체를 아는 자들끼리 싸우기란 또 얼마나 거시기하겠나?
서로 모르는 척 연기를 해야 할지, 내가 할테니 넌 쉬라고 신호를 보내야 할지.
그러면서 Good에게 '쟤네 싸우는데 왜케 죽이 잘 맞지? 둘다 Bad인가?' 하고 정보를 흘릴 여지도 충분하다.
즉, 이 규칙은 다수의 Bad가 소수의 Good을 향해 가할 수 있는 압박에 명확한 한계점을 만든다.
결국 Bad는 한 명, 또는 그 이하만 남아야 이길 수 있으니까.
반대로 Good은 최종 2명이 모두 Good이어도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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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마지막 단계인 2인 투표 심리전을 결정적인 장면으로 설계했다.
게임 중간에 Bad끼리 내분이 일어나 터지지 않는 이상, 대개는 최종 2인투표까지 이어지며 여기서 승부가 결정난다.
경우의 수는 3가지. Bad 2명, Good/Bad 각 1명, Good 2명.
Bad 2명
: 위에 언급했던 조건 때문에 Good이 즉시 승리.
즉, Bad는 자신들이 전멸하는 한이 있어도 무조건 1명 이상의 Good을 최종 2인투표에 넣어야 한다.
그래야만 승리 시나리오가 남는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가능한 최종2인투표 시나리오는 다음 2가지다.
Good/Bad 각 1명
: Bad가 지목을 하든 기권을 하든 결과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Bad는 자신이 Good이라고 필사적으로 피력하며, 제발 기권해달라고 서로 기권하자고 요구할 것.
Good은 이 요청을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
이때 기권한다면 Bad가 지목되지 않았으므로 Bad 승리.
Good이 Bad를 지목하면 Good이 승리.
Good 2명
: 표면적으로는 위와 같은 상황이 된다. 서로 Good이라 주장하며, 같이 기권하자고 설득하는 그림.
서로를 신뢰하여 둘다 서로를 지목하지 않고 기권하면 Good 승리.
둘 중 한 명이라도 다른 하나를 지목한다면, Bad가 다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Bad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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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이 다수일 때
: Bad가 Good보다 현저히 많은 경우, 이기려면 결국 서로 죽고 죽여야 한다.
자연히 Bad하겠다고 눈을 뜨는 사람은 줄어들게 되어, Bad는 '잠재적 소수'가 된다.
그러나 Bad의 머릿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므로, Good끼리도 마지막까지 서로 온전히 믿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가정하여 이미 초반에 Bad가 전부 죽어버린다 해도, Good측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때문에 남은 Good끼리 치고박고 싸우면서 2인 투표 가서 결국 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서로에게 쌓일 불신의 깊이란 참...
인원이 소수일 때
: 2~4명이서 해도 마피아 특유의 긴장감을 나름 살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Bad가 1명일 수도, 최악의 경우 나 빼고 3명 다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언놈인들 믿을 수 있겠나?
심지어 최소인원인 2명만으로도 핵심 메커니즘은 유지된다.
'나는 상대를 믿을 것인가? 상대는 나를 믿을 것인가?' 하는 신뢰의 문제.
다른 사람이 눈을 떴을까? 안 떴을까? 혹시 나만 감고 있는거 아닌가? 아 그냥 확 뜰까?
문자 그대로 찰나의 순간, 이런 수많은 고민이 교차한다.
사람만 모을 수 있다면 꼭 시도해봄직한, 아주 흥미로운 게임이다. 아발론 디자이너다운 정교한 설계가 돋보인다.
투표시스템만 마련한다면 줌으로 비대면 원격 플레이도 가능해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