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지] 버밍엄을 좋아하는 보드게이머의 버라지 몇 줄 후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드게임후기 글을 남겨볼까 합니다.
사실 불과 최근까지만해도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던 시기라 선뜻 보드게임을 하기 꺼려졌으나, 최근에 조금 잠잠해진?! 느낌에 와이프, 친구 2명, 총 4인으로 전략게임을 돌려보았습니다.
오늘의 간단후기는 '버라지'입니다.
버라지는 2쇄 출시되자마자 구매해두었으나, 플레이 해볼 엄두 및 시간이 나지않아 꽤나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게임 입니다.
테포마, 푸에르토리코, 버밍엄과 같은 전략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평일 연차 날짜까지 맞추어 작정하고 모였습니다 ㅎ.
평소에 저희 넷 모두, 브라스 버밍엄을 너무 좋아하는지라 버밍엄과 비교하며 후기가 작성될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제가 쓴 다른 게임후기 글에서 브라스 버밍엄 장문후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무튼, 버라지는 테스트 플레이 1회, 본 게임 2회 총 3판 후기입니다. 아직 게임의 진면목을 모르는 상태에서 쓰는 글이니 참고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았던 점>
1. 테마가 잘 녹아있는 전략게임
- 주관적으로 브라스 버밍엄, 테포마, 푸에르토리코를 최애 게임으로 뽑는 공통된 이유 중 하나가 전략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테마가 잘 느껴지느냐 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 버라지는 가히 저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테마만큼은 뛰어넘을만 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댐, 발전소, 도관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며 전기를 만들어내는 과정, 건축행동 및 액션행동 하나하나가 실제 국가의 수장이 되어 전력개발 전쟁에 뛰어든 느낌을 주었습니다.
특히 게임의 기본이 되는 (버밍엄에서 맥주만큼 소중한) 물 흐름 단계는 댐과 전력발전이라는 칙칙한?! 테마를 있는 그대로 굉장히 잘 살려내었다고 생각합니다.
건설 휠은 단순히 굴착기나 레미콘이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사가 완료되면 다시 회수되는 점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2.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돌아오는 턴, 전체적인 게임플레이타임
- 사실 게임 시작 전에는 테포마 이상으로 시간이 오래걸릴 것 같았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플레이 해보니 생각보다 턴이 금방금방 돌아왔습니다.
한 라운드에서 자신의 일꾼이 모두 소모될 때까지, 한 번씩 돌아가며 진행하다보니 꾀나 스피디하게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테포마, 버밍엄보다 단연코 빠르다고 생각됩니다.
3. 직관적인 룰,
- 확실히 버밍엄보다 익히기 쉽습니다. 보드게임긱에 적힌 웨이트보다 0.5점정도는 낮다고 보입니다.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도 금방 이해되는 수준이고, 아이콘도 잘 되어있어서 좋았습니다.
예외적인 부분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액션보드에서 설명할 갯수는 많지만, 그 내용이 간단하여 한번 쓱 훑고 지나가면 물음표는 생기지 않습니다.
4. 큰 그림을 차곡 차곡 그려나가는 재미 & 다른 플레이어의 액션에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재미.
- 두 가지를 모두 잡았습니다. 자신의 국가&부관 그리고, 초기 중립댐, 라운드별 물방울 배치 등을 고려하여 시작부터 큰 그림을 그림과 동시에, 매 턴, 매 라운드마다 다른 플레이어의 액션에 영향을 받으며 유동적으로 액션을 변경하는 재미가 동시에 느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아쉬웠던 점>
1. 버밍엄과 비슷한 긍정적인 인터액션은 맞는 것 같은데...
- 전략게임에서 상호작용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테포마가 그 무궁한 재미와 테마몰입도에도 불구하고 저만의 탑1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호작용이 있습니다. 반대로, 상호작용이 너무 과하면 경쟁하는 전략게임임을 감안하더라도 자칫 기분이 상할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버밍엄은 다른 사람의 액션이 나에게 긍정적으로 주는 효과들이 많기 때문에 큰 칭찬을 줄 수 있었습니다.
버라지도 물론 그런 요소들이 존재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ex. 타인의 도관을 사용할 때, 물놓기로 인해 밑에서 물을 받아 사용할 때?,)
하지만, 버밍엄의 네트워크&자원의 공공사용으로 인한 시장가 변동만큼 긍정적이고, WIN-WIN하는 액션이 많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반대로 일꾼놓기 게임이 갖는 근본적인 선점효과가 제일 크게 느껴졌고, 계약타일 선점, 상류에서 물 컨트롤 등이 원인으로 보였습니다.
2. 공간을 생각보다 많이 차지함.
- 저희집 거실 테이블의 크기는 1800x 800입니다. 가로가 많이 길고, 세로가 조금 아쉬운 사이즈이지만 여태까지 많은 게임들을 돌려보면서 작다고 느껴진 적은 딱 한번, Axis & allies 50주년 기념판 뿐이었습니다. (다른 후기글 사진 보시면 납득이 가실 겁니다 ㅎㅎ)
허나 버라지는 기본 보드판 외에도 행동보드 등 사이드 보드가 꽤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개인 보드판 및 구성물이 평균 이상으로 많은 게임 입니다.
역시 게임의 무게감에 걸맞게 한 번 돌리려면 작정하고 세팅이 필요한 게임입니다.
이상하게 버밍엄 개인타일판 세팅은 안 귀찮은데 버라지는 손이 좀 많이 가는 느낌입니다... (각종 타일 및 구성물 종류가 많아서 그런듯 합니다)
3. 모듈러 보드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 사실 본 게임을 두 번만하고 이런 평을 적는 것이 조금 우스울 수 있지만, 메인맵의 구성이 변경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국가와 부관의 다양성, 목표타일 계약타일 등 각종 타일의 랜덤성으로 인해 지금도 충분히 리플레이성은 우수해보입니다.
이상으로 짧은 버라지 후기를 마치며, 같은 날 플레이 했던 버밍엄 사진도 슬쩍 넣어봅니다.
얼른 5인 이상 게임도 마음껏 돌릴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