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뒤적뒤적 간단후기
한동안 보드게임은 가이아밖에 안하고 그마저도 자주 못했어서 그닥 후기 올릴 거리가 없었는데, 요즘들어서 다시 이겜저겜 새로운겜 하는 데에 재미가 붙었네요. 갤러리 사진들을 뒤적이면서 기억을 되살려서 간단하게 후기를 작성해봅니다. 점수는 10점만점 기준입니다.
1. 배런파크 - 7.3
잘만든 타일놓기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진저브레드하우스가 더 재밌다고 생각하지만, 배런파크도 훌륭합니다. 1년에 한 두번 하면 재밌을 게임인데, 생각보다 단기간에 5회플 정도 했더니 다시는 안할 겜이 되어버렸습니다. 확장이 궁금하기는 해서 다음 플레이는 확장을 꼈을 때 하게 될 것 같네요.
2. 글렌모어 연대기 - 7.0
기억이 좀 흐릿하긴 합니다만, 게임성에 비해 박스크기나 컴포가 과분한? 느낌입니다. 게임은 딱 알레아 미들박스 수준. 초급전략 수준입니다. 굳이 이런게임을 이렇게까지 볼륨을 키워서 출시해야 했는지가 의문입니다. 이 게임 뿐만 아니라 최근들어서 게임들을 (특히 구작들을) 죄다 deluxifying해서 출시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그 중 게임성에 비해 과도하게 볼륨이 뻥튀기 되고 덩달아 가격까지 뻥튀기되는 경우들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맘에 안드는 부분들이 조금 있습니다. 다만 저도 보드게임을 콜렉팅하는 입장에서 삐까뻔적한 디럭스판들이 소장욕구를 당긴다는 점은 동의하기에 이러한 경향에 반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암튼 1년에 한 두번 하면 괜찮을 만한 게임입니다.
3. 드랍 더 네트 10점 만점에 4점
어린 자녀들과 보드게임을 자주 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덱스터리티인데 테마가 살아있는 규칙들이 꽤나 재밌습니다ㅋㅋㅋ 특히 마지막에 각자 잡은 물고기들을 던져서 넘어지지 않고 곧게 선 물고기 개수마다 +1점을 주는 싱싱한물고기라는 규칙이 있는데 골때리면서 웃깁니다ㅋㅋ 물론 저는 평생 다시는 안합니다. 그냥 남는 시간에 궁금해서 해봤을 뿐
4. 문명(+확장) - 8.8
저는 제가 국내에서 문명 최다플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문명은 여러모로 애착이 가는 게임입니다. 저는 8살 때 또래 애들 피씨방가서 메이플 하던 시절에 보드게임카페 가서 카탄과 갱오브포를 하던 아이였습니다. 중딩 때까지도 보드게임카페에 있는 웬만한 게임들은 다 섭렵하며 보드게임을 취미로 삼았었는데,고딩 때 본격적으로 전략게임에 입문한 첫 게임이 문명입니다. 어디가서 배운 것도 아니고, 그냥 보드게임 매장에서 재밌어 보여서 사서 룰북읽고 친구들이랑 돌렸습니다. 에러플 잡는 것만 1년 넘게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근데 에러플을 하는 와중에도 너무 재밌어서 시간만 나면 저희 집으로 모여서 문명을 돌리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고딩때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는 그냥 보드게임을 문명밖에 안했습니다. 어디 여행을 가도 문명은 무조건 들고가서 했습니다. 대구에서도 문명하고, 부산에서도 문명하고, 전주에서도 문명하고, 경주에서도 문명을 해봤습니다. 여행 갈 때마다 어차피 문명하는거 서울집에서 하면 되는거 뭐하러 여행오냐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ㅋㅋㅋㅋ 많이 돌렸습니다. 그렇기에 날잡아서 좀 자세한 리뷰를 써보고 싶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다음 기회에!
게임의 장점은 쓰루나 네이션스 등에 비해서 훨씬 더 문명 게임의 테마성이 살아있습니다. 각 문명의 비대칭적인 능력도 매우 뚜렷하고, 맵이 존재하며, 유닛간 직접 전투요소 등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점수로 승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승리, 경제승리, 문화승리, 기술승리 등 좀 더 문명의 테마성이 살아있는 다양한 승리방법이 존재하는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2, 4인플 베스트이며, 자원거래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동맹을 맺기도 하고 어느정도 정치협잡이 가능한 부분도 있습니다.
단점은 일단 백판 정도를 해 본 결과, 다른 문명게임들도 보통 그렇지만 군사테크가 강제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건 제가 이 게임을 고정멤버로만 돌려서 멤버들이 전부다 썩은 물이어서 이런 경향이 심한 점도 있고, 저는 3인플을 제일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심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게임은 군사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보통 1명이 군사를 달릴 때 나머지 두명이 협력해서 그 한 명을 견제할 수 있어야되는데, 이 게임은 그냥 군사력 쎈 한명이 나머지를 싹 다 후들겨 패면서 협박할 수 있습니다ㅋㅋ 물론 이건 썩은물이 되기 전까지는 논외일 수 있기는 합니다만, 제 친구들끼리는 어느정도 고정된 기술테크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확장에서 본판의 상비군카드를 아예 교체하는 패치와 정치체제 능력이 패치되는데 이게 필수 확장입니다. 또 3인플로만 수십판을 한 입장에서 3인플은 맵이 밸런스가 좀 안맞습니다. 그래서 긱에서도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나왔는데 저희도 그거 따라해보면서 거의 모든종류의 맵 형태를 시도해본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사진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온 형태의 맵이 그나마 밸런스가 젤 잘 맞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소 진입장벽이 높아 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다는게 조금 아쉽습니다. 집에 묵혀두고 계시다면 한 번쯤 꺼내서 플레이를 시도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반년에 한 번씩은 하고싶은 게임입니다.
5. 가이아 프로젝트 - 10점
제 인생 올타임 넘버1 갓겜입니다. 제 보드게임 인생은 가이아를 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은, 이 게임을 접한 이후로 나머지 게임들이 재미없어졌다는 점입니다.
다만 예전에는 그냥 어떤 상황에서도 가이아만 할 수 있다면 행복했는데, 지금은 좀 가려가면서 합니다. 일단 3인플은 안합니다. 10점 만점에 10점은 4인기준이고 3인플을 기준으로 하면 더 재밌는 게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뉴비들이나 처음 배우는 사람과는 안합니다. 이겨도 재미가 없어서.. 4인플+고인물과 함께하는 가이아라면 언제 어디서든 환영이고 인생갓겜입니다.
6. 마작 - 8.5점
요새 별로 못하고 있지만, 마작 좋아합니다. 상대 버림패를 읽어내고, 내 대기패를 선택하는 그 고민의 과정들이 즐겁습니다. 4명이라면 언제 해도 좋습니다.
7. 돌 vs 인간 - 5점
이거 한번 씩 해보세요 은근 재밌더라구요. 좀 난이도 높은 상식?퀴즈 같은 문제들이 잔뜩있는데 그 문제들의 정답은 무조건 0, 1, 2중에 하나입니다. 문제를 듣고 답을 선택한 후에 통안에 돌을 넣고 흔듭니다. 돌을 흔들고 통을 열었을 떄 돌에 그려져 있는 값도 무조건 0, 1, 2중에 하나가 나옵니다. 이 때 플레이어가 정답을 맞췄고, 돌은 틀렸다면 플레이어가 점수 획득. 플레이어가 맞췄는데, 돌도 맞췄다면 둘 다 점수X. 플레이어가 틀리고 돌만 맞췄다면 돌이 점수 획득. 이 메커니즘으로 인간이나 돌 중 5점 먼저 달성하는 쪽이 이깁니다. 저는 답을 맞출 때마다 돌도 답을 맞춰대서 억울하게 점수를 못올라갔습니다. 졸지에 돌대가리가 되는 게임입니다.
8. 1889 - 8.8점
처음 18시리즈 입문을 89로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바로 핸메 해버렸습니다. 근데 핸메하고 나서는 정작 못하고 오랫동안 봉인했다가 최근에서야 여러번 돌렸는데 역시나 재밌습니다. 근데 5판쯤하니까 89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흘러가는 양상이 비슷해져서 할 때마다 재미가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도 누군가를 18에 입문시킨다면 89로 입문시킬 생각입니다. 이 사진도 문명 같이하는 애들한테 18알려주고 한건데 재밌어해서 내리 여러 판을 했네요. 근데 단기간에 몰아서 했더니 좀 물린 감이 있어서 쿨타임이 1년에 한 번 하면 재밌을 게임이 되었습니다.
9. 테케누 - 7.9
테오티우아칸을 확장은 못해봤는데 본판으로 비교했을 때는 테케누가 더 재밌습니다. 다만 한 판만 해봐서 테크간 밸런스가 맞는 것인지는 조금 의문이기는 한데 겜 자체는 재밌게 했습니다. 테오티우아칸은 그냥 자원 획득 -> 자원을 점수로 치환이라는 단순한 패턴이라서 두 판째부터 재미가 급감했고, 세 판째 되니까 다시는 안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테케누는 큰 줄기의 테크 + 매 턴 마다의 선택 두 가지가 점수에 적절하게 반영되며 고려할 점들이 많아서 재밌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판 더 해봐야 평가가 확실해질 것 같은데, 두번 째판을 못해보고있어서 아쉽습니다.
10. 타르기 - 7.1
저는 2인플을 별로 안좋아하고, 특히나 2인전용겜은 더더욱 안좋아합니다. 근데 타르기가 평이 워낙 좋아서 궁금해하다가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잠보, 자이푸르, 장미전쟁, 크작피, 패치워크 등의 2인겜 보다는 재밌고, 세듀보다는 덜재밌는 그정도인 것 같습니다. 같이 한 여자친구는 잠보보다 재밌고 자이푸르보다 재미없다고 했습니다. 2인플을 자주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드립니다. 저는 아마 평생 다시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확장 껴서 한 판 정도는 더 해볼 수도..
11. 1849 - 8.8점
핸메했습니다. 빡빡하다고 들었는데, 생각한 것 보다 막 엄청 빡빡하지는 않았고, 선로가 3가지 있다는 점이나 게임 중간에 지진이 발생하여 타일이 사라지는 등의 독특한 요소들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기업 등장 순서가 매판 랜덤으로 깔려서 89에 비해서는 판마다 양상이 조금씩 다르게 흘러갈 확률이 높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다만 그렇다고해서 89보다 훨씬 뛰어난 재미를 줬다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고 그냥 적절한 변주를 준 느낌?이었습니다. 암튼 재밌습니다 1년에 한 두번 하면 좋을 겜
12. 1862 - 9.2점
18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62를 드디어 해보게되었는데, 기대한 만큼이나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재밌다고해서 다른 18의 무조건적인 상위호환 느낌은 아니어서, 앞으로 18은 62만 한다! 이런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18을 좋아하신다면 꼭 해봐야할 게임. 종종 생각나서 한두달에 한 번씩은 하고싶은 게임입니다.
나눠서 써야겠네요 그럼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