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와이프와 2~3인플 보드게임 후기
지난주말 지방에 있는 동생이 저희집에 놀러왔습니다. 오랜만에 와서 lol 만하고 있길래 보드게임을 소개해줬습니다. 의외로 동생은 보드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없더라고요. 설명을 듣는것도 곧잘 알아듣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습니다. 보통 보드게임 입문자들에게 게임을 소개할때면 두부류로 나뉘는것 같습니다.
"너무 어려워...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한다고?"
"보드게임 그 까짓거. 종이쪼가리로 하는건데 별거 있겠어. 다 갖고와봐~"
등이죠..아마 동생은 후자일것 같은데요. 엄청난 자신감으로 다 갖고와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난 주말엔 동생과 2인플,
그리고 와이프껴서 3인플 게임들을 몇개 돌려봤습니다.
1. 워체스트
↑↑↑ 다시 복기해보니 굉장히 큰 에러플을...같은 병종은 게임판에 둘 수 없다는 에러플을 범했네요...근데 에러플을 해도 잼나요~ ㅋㅋ
최고의 2인플게임으로 많이들 추천해주시는 워체스트입니다. 주로 와이프랑 2인플을 하기에 구매한 게임인데요. 사실 구입할때 많이 망설이고 걱정도
많았습니다. 반추상전략 이라는 리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플레이해보니 이거 물건이네요. 재밌습니다. 상당히 재밌어요. ㅋㅋ. 추상전략의 탈을 쓴
뽑기게임? 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몇턴 돌자 동생의 태도가 싹 바뀝니다. "어라? 이거 생각좀 해야겠는데?" 라는 표정으로 심각하게 게임에 열중하네요. 사실 장기느낌도 있다는
평가가 있어서 너무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게임이 아닌가 라고 했는데 실제 플레이해보니 생각할꺼리는 많지만 중간중간 이런 고뇌를 토큰
뽑는걸로 분위기를 전환해줍니다.
상대방의 거리,상대방의 남은토큰수 등 다음수를 위해 생각할꺼리가 많긴 하지만 이런 장고의 여지속에서도
토큰을 뽑을때의 그 쾌감 및 허탈함이 장고의 긴장감을 풀어줍니다.
"사거리 들어왔으니 다음턴에 00만 뽑으면 된다."
"다 둘러쌋으니 다음에 00만 나오면 바로 공격하고 점령하면 되겠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원하는 토큰이 딱하고 나왔을때의 그 희열과 쾌감. 또는 어이없는 토큰+국왕 토큰이
나왔을때의 그 허탈감이 추상전략게임의 외나무타는 듯한 팽팽한 긴장감을 풀어주죠.
플레이하다보니 뽑은 토큰을 가리는게 중요하더라고요. 손에 쥐고 있는것도 불편하고 해서 급히 모던아트에서 가림막을 빼왔습니다.
아쉬운점은 요약표나 토큰 거치대가 기본으로 들어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펀딩할때는 줬던거 같은데 그 이후엔 없나봐요.
토큰 사용법을 요약표로 줬으면 입문자들이 좀더 사용하기 쉬웠을것 같아요.
이건 좋은 상황일까요? 안좋은 상황일까요?
테플겸 내리 3판을 플레이할 정도로 동생과 정말 재미있게 했는데요. 결국 단 한판도 점령이 다 되서 끝난적은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이동을 할 수 없거나 토큰이 다 떨어져서 GG를 쳐서 종료되는 경우가 많이 나왔네요. 특히 제가 점령지에 두 곳을 토큰으로 막아버려서
아군이 전장에 투입할 수 없는 아주 바보 같은 상황을 만들어서 종료가 됬던적도 있어서 그때 또 빵터졌네요.
워체스트는 보기완 다르게 그리 무겁지 않는 아주 좋은 2인 전략게임이지 않나 싶습니다. 죽어라 장고하면 바둑이나 장기처럼 장고러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플레이하지 않는다면 2인 커플로 정말 추천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2. 사운드퀴즈쇼
유튜브에서 재밌어 보이길래 구입해본 사운드퀴즈쇼입니다. 이걸 보드게임으로 봐야하나 고민되기도 하지만
모임을 시작하는 또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드는데는 좋은 게임입니다.
게임방법은 게임이름답게 사운드로 퀴즈를 내주는 게임입니다. 5인플까지 되는데 게임 시작전 각자 색깔을 고른후 게임이 시작됩니다.
각 주제별로 랜덤하게 퀴즈가 나오고 정답을 알경우 자신의 색깔 버튼을 빠르게 눌러 정답을 말하면 됩니다. 문제는 예를 들면
"지금 나오는 소리의 악기는?"
"지금 나오는 노래의 제목은?"
"지금 나오는 노래의 가수는?"
등등 사운드와 관련된 각종 퀴즈가 나오게 되고 그에 대한 정답을 맞추는 게임이죠.
정답여부는 다른 버튼으로 다시 한번 눌러주면 되는데요.
이 게임의 장점이라면 참가자가 준비할게 하나도 없다는겁니다. 게임기기가 알아서 문제도 내고 점수도 채점해서 마지막에 누가 승리를 했는지까지도
다 알려주죠. 가끔씩 센스있는 질문과 문제를 잘 못맞추는 유저에게는 직접 문제를 물어보기도 해서 참 똑똑했습니다. 하다보니 꼭 가족오락관하는
느낌이더라고요.
암튼 하나쯤 있으면 돈값은 하는 녀석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이렇게나 무지했나 라는 자괴감도 들 수 있고요. ㅎㅎ
3. 페이퍼사파리
혹시나 다음게임에 부담을 느낄까봐 한번더 몸을 풀기로 하고 플레이한 페이퍼 사파리 입니다. 3인플로 했는데요. 요녀석도 아주 발군이네요 ㅎㅎ
손에 카드를 안들고 각자 공개된 정보만으로 플레이를 하는게 특징인데요. 저희집에서 작은 카드게임 3대장을 꼽아보면 러브레터,펭귄파티 그리고
페이퍼 사파리 입니다.
그만큼 카드게임답게 쉬운룰,빠른 플레이,적당한 재미까지 보장하는데요. 특히 타잔카드의 의외성이 빵빵터지는 상황이 잘 나오죠.
그리고 뒤집어진 카드가 공개되었을때 여기저기서 나오는 탄식과 환호까지.
의외로 카드운이 잘 따라줘서 제가 승리를 하긴 했거든요.
타잔 돌릴때 방향을 헷갈려서 자폭하는 상황이 꼭 한번씩 나오더라고요. ㅎㅎ
가볍지만 참 좋은게임.
4. 어콰이어
드디어 어콰이어 리테마 + 카지노칩의 완전체로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근데 역시나 어콰이어는 타일빨 게임입니다 ㅠㅠ. 아무리 테마가
좋아도 초반 1~2번에서 주주 보너스를 못먹으니 완전히 게임이 기울어버렸네요. 그게 저라서 다행입니다. 아마 동생이었다면 다시는
어콰이어를 안했겠죠.
초반에 대주주를 동생이 먹어서 돈이 잘 도니 아주 신나게 주식을 구입해대더군요. 여기서 경험자와 비경험자의 차이가 있었는데요.
돈이 많더라도 주식은 딱 내가 대주주 될 정도만 먹고 남은돈으로 다른 주식을 투자하는게 좋죠. 하지만 동생은 그냥 막 달리더라고요.
나중에 주식 공개했더니 막 14개, 16개 이러는데 막 질렀더라고요.
결국 게임 종료시 와이프가 승리. 저와 동생은 크게 차이는 나지 않는 선에서 제가 꼴찌를 했습니다.
이날 플레이 결과 다시 한번 카지노칩을 잘 샀구나 라는걸 느꼈습니다. 어콰이어+카지노칩은 필수인거 같아요.
비록 졌지만 마지막에 10,000원짜리 칩으로 환전할때 기분은 참 좋더라고요. 동생도 간만에 돈지x 한번 해봤다고
FLEX한 게임이었다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ㅎㅎ
5. 렉시오
오늘의 메인게임되겠습니다. 바로 렉시오!!. 오늘 물건인게임 많이 나오네요. 이녀석도 진짜 물건이네요. ㅋㅋ.
이날 플레이 느낌만 가지고 한줄로 렉시오를 평가하자면
"이거 밤새도록 할 게임이다."
이렇게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재미있게 플레이를 했는데요.
저희는 처음부터 장성룰로 시작했습니다. 룰 딱 읽어보니까 일반룰은 그냥 타일빨 게임이더라고요.
타일 잘들어오면 이기는거고...해서 바로 장성룰로 시작했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렉시오를 플레이할때마다 느낀건데 결국 승리는 "찢을까? 기다릴까?" 의 선택의 순간인것 같습니다. 메이드를 쥐고 있더라도 낼 기회가
오길 기다리냐 아니면 과감하게 찢어버리고 다음턴을 생각하던지 아니면 타일수라도 줄이던지.. 그런점에서 저랑 아주 잘 맞는 게임이었습니다.
안될것 같으면 과감하게 버리고 타일수를 줄이기로 했는데요. 동생과 와이프는 계속 쥐고 있다가 지는데 나중에 패까보니
스티플에 포커에 ㅎㄷㄷ 하더라고요. 지독한 사람들같으니라고...
그리고 손맛이 정말 좋습니다. 큼직큼직하면서도 새하얀 타일을 만지고 뒤집고 할때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기에 카지노칩까지 더하니까 진짜 꼭 마작판이나 카지노에 온것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일반룰로 했을때는 주어진 패에서만 뭘 할려니 답답할것 같은데요.
장성룰로 했더니 "하나만 뜨면 된다" 라는 은근히 쪼는 맛이 있더라고요.
그러다 결국 2 먹고 독박 쓰는 사례도 많았고요.
손맛 좋은 게임을 좋아해서 참새작도 구입을 했는데 렉시오와는 좀 결이 다른것 같더라고요. 룰의 직관성과 진입장벽은 렉시오가 훨씬 뛰어납니다.
물론 1,2 가 포커의 족보와 다르기에 약간의 변칙이 있지만 충분히 이해할만한 수준이고요. 반면에 참새작은 족보와 용어 자체가 좀 생소하기도
하고 반드시 메이드를 만들어야 점수를 날 수 있다는점도 조금 어렵게 느낄수도 있고요.
어쨋든 이번 모임의 히어로는 렉시오가 아닐까 싶은데요. 타일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흰색타일은 거의 모르겠더라고요. 잘 보이지도
않고 별로 신경쓸 정도도 아니고요. 이제 가족들 모이면 화투 대신에 렉시오를 들이밀어야겠습니다.
6. 워터딥의 군주들 + 스컬포트의 악당들
위에까지가 동생과 3인플을 했다면 와이프와 경건하게 주말을 마무리하며 일요일밤에 플레이한 2인플 워터딥의 군주들 입니다.
하...이날 플레이는 정말 안풀려도 이렇게 안풀릴까 하는 날이었습니다. 물론 와이프가 너무나 얄밉게도 잘한 플레이도 있지만
저는 정말 최악의 플레이였네요..
워터딥의 군주들 확장은 이날 처음 플레이했는데요. 확실히 확장이 재미있습니다. 이건 확장이 top의 수준을 넘어선 그냥 게임의 완성입니다.
필수확장이래서 해구로 구매를 하고 이날 첫 플레이였는데요. 해골트랙의 존재가 게임의 분위기 자체를 확 바꿔버리네요.
해골토큰이 양날의 검이긴 하지만 보상의 유혹이 너무 좋기 때문에 나중에 독이될것을 알면서도 계속 먹게 만들더라고요.
위험을 감수하고더라도 더 많은 보상을 할것이냐.작은 보상으로 위험없는 플레이를 할것이냐를 계속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와이프의 신의 한수가 되는 퀘스트카드입니다.
게임중후반 제가 승점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회심의 일격으로 40점짜리 퀘스트를 준비하고 있었죠. 액션수와 일꾼수까지 다 맞춰놓고
마지막턴에 완료를 앞두고 있는데 갑자기 와이프의 모략카드 공격...하....진짜 빡치더라고요. 갑자기 귀까지 빨개지면서 부들부들.....
나 : "정말 이러기야?"
와이프 : "어디 감히 40점짜리를..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대놓고 하래?"
라고 하는데 제 잘못도 있죠.점수에 눈이 멀어서 대놓고 "나 40점짜리 퀘스트 합니다" 했으니...결국 신음소리만 내면서 조용히 gg를 쳤습니다.
하....사실 초반부터 와이프의 플레이가 정말 얄미웠거든요. 앞에서 좋은 액션들 다 짤라먹고
해골토큰은 은근히 저랑 갯수를 맞춰가면서 플레이를 하고. 좋은 퀘스트는 또 다 잘라먹고...저와 보드게임을 해준 와이프가 항상 감사해서 인자한(?)
마음으로 게임을 했는데 이날은 정말 얄미웠습니다.
그래도 게임 자체의 재미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테마는 단 1도 느낄 수 없지만 왜 필수확장인지 알만했습니다. 본판만으로 플레이하면 너무
단순하죠. 그래서 일꾼놓기 게임의 교과서라고 불릴만한 게임이고요. 석기시대와 더불어 입문용 일꾼놓기게임의 쌍두마차지만 확장을 넣는순간
워터딥이 압승입니다. 그만큼 게임의 긴장감도 살려주고 더욱 다양한 선택과 마지막에 빵터지는 상황까지 만들어주기 때문에 확장은 꼭 구해서
플레이해보길 강추합니다.
이렇게 또 한주가 지났네요. 다음주 주말을 위해서 또 한주를 버텨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