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중고 사태에 대한 단상
2017년 10월, 팬데믹 레거시 시즌 2가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듯 되팔렘도 나타났습니다.
이 글은 팬데믹 레거시, 그리고 보드게임 전반에 이르는 보드게임 되팔이에 대한 단상입니다.
제가 예전에 봤던 만화 중에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개와 가위는 쓰기 나름' 이라는 만화였는데, 작중 유명한 소설가의 소설을 불태우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유인즉슨, 나는 이 소설을 매우 감명깊게 봤는데 중고로 파는 건 존경하는 소설가의 소설이 한 부 덜 팔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었죠.
극중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작위적인 장치(아무리 그래도 소설을 태우는 건)였지만, 아무튼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고거래는 제작사 입장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야기입니다.
재판 예정이 없는 제품이 시간이 지난 뒤에 정가보다 고가에 거래가 된다면, 그건 중고거래 주최자의 이득이지 회사의 이득은 아니니까요.
하물며 재고가 소진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밀봉 상태의 물건이 돌아다니는 건 '난 품절되면 더 비싸게 팔아야지~' 라는 걸 드러내는 행동입니다.
인터넷에서는 그런 분들을 되팔렘이라고 부르지요.
되팔렘은 사실 보드게임 시장 정도면 제법 양호한 수준입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암표라는 게 있었죠.
왜 유독 보드게임에 대해 되팔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느냐, 한다면
그 이유는 이미 위에서 만화의 에피소드를 빌려서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보드게임 재테크 아니냐, 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런 건 재테크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암표가 재테크라면 경찰들이 잡아갈 일도 없겠지요.
희귀한 매물이 보드게임 몰에 입고되었는데 금세 품절이 나고, 그 다음에 중고거래에서 프리미엄 가를 붙여서 나오는
'나는 이 물건을 산 이유가 더 비싸게 팔아서 차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라는 행위를 비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입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 딱 한 가지는, 프리미엄가를 붙여서 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보드게임 시장이 커졌다는 것이겠네요.
저는 보드게임을 좋아합니다.
보드라이프에 오는 많은 분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 앞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봤습니다.
부디 건전한 보드게임 거래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기며 사담을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