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인플 후기 모음 (장문/데이터 주의)
안녕하세요. 간만에 2인플 후기 모아서 올려봅니다.
1. 테오티우아칸 (+전고전기 확장)
펀딩 배송받고 바로 돌려봤는데요. 늦은 밤이었는데도 너무나 재밌어서 다음날까지 5판을 연달아 돌렸습니다.
자기 차례에 하는 액션은 주사위를 움직이고 1)코코아를 얻거나 2)그곳의 행동을 한다, 로 간결하지만 액션 이후에 챙겨야 할 것이 참 많긴 하더라고요. 제법 정확히 룰을 숙지했다고 생각했는데도, 2인플일 경우엔 매 일식이 끝난 후 중립 주사위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규칙을 놓쳤어요. 에러플의 위험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확장 모듈은 처음부터 넣고 진행했어요. 처음엔 조각상과 피라미드 구역 타일만 바꿔주는 4&5번 모듈만 넣었고, 4-5회플쯤부터는 전체 모듈을 다 포함시켜 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4&5번 모듈은 (본판에 넣지 않은 게 잘못이라는 생각이 드는) 필수 요소라 느꼈고, 2번 모듈(주황 신전)도 게임에 포함하면 플레이 양상이 달라져서 나름의 재미가 있었습니다. 3번 모듈(계절)은 비교적 존재감이 약해서 효과를 잊어버리기 일쑤였고요. 1번 모듈(족장)은 제일 호불호가 갈릴 텐데 저는 불호였습니다. 너무 강요된 플레이를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르코 폴로야 원래 그런 게임이라지만 테오티우아칸을 굳이 그런 방식으로 즐겨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2. 비티컬쳐 에센셜 에디션
정말 오랜만에 해본 비티컬쳐입니다. 비티컬쳐는 인원 수에 관계없이 일정한 재미를 줘서 2인플을 주로 하는 제게도 참 좋은 게임이죠. 워낙 여름/겨울 손님빨이 크다고 말이 많지만, 저희는 테마에 맞게 와인 만들기에 주력하며 플레이했습니다 ㅎㅎ
3. 워터게이트
총 4판 플레이했는데요. 2:2의 스코어였고, 정말 신기하게도 각자 닉슨과 편집장으로 한 번씩 이겼습니다. 닉슨이 '그 카드'를 써서 승리하는 걸 보면 닉슨이 너무 센 거 아니냐!! 싶다가도, 편집장이 단 6개의 증거 토큰만으로 제보자 연결에 성공해서 15분만에 끝난 판도 있었어요. 자신의 승리 조건을 추구하면서도 상대에게 적절히 견제도 들어가야 해서, 많은 수를 생각하게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4. 에버델
일단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취향 저격이고요. 웅장한 영원수 트리도 좋습니다. 플레이에 별다른 도움을 주진 않지만, 트리를 놓지 않으면 마치 에버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남편이 안 나와! 판사 어디 갔어! 이런 불만이 종종 터져나오긴 해도, 카드 드로우 운빨에 너무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눈과 마음 모두 호강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점점 점수가 높아지는 걸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문제는.. 제 점수가 올라가도 애인은 그보다 더 높아져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요 ㅠㅠ 6전 5패의 결과..
스파이어 크레스트 확장을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5. 오를레앙 (+무역과 음모 확장, 침략 확장)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라 기대가 컸는데 그만큼 만족스러웠어요. 무역과 음모 확장의 양면 보드를 한 번씩 써봤는데 음모 쪽 보드가 더 매운맛으로 재밌었습니다 ㅋㅋ 직접적으로 훅 찌르고 들어오는 인터액션이 생기더라고요. 그에 비해 무역 보드는 조금 더 얌전한 느낌.
침략 확장에 포함된 듀얼 모드도 해봤습니다. 듀얼 모드는 이벤트가 정해진 순서대로 펼쳐지는 가운데, 누가 5개의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하느냐의 싸움이 됩니다. 저희는 똑같이 12라운드에 목표를 달성해서 타이브레이커로 승부가 갈렸네요. 저는 목표에 집중할 수 있어서 듀얼 모드도 좋았는데, 애인은 정해진 길을 가는 것 같다며 기본판(+음모 확장)을 더 선호했습니다.
6. 케일러스 1303
저희는 각자 자기 것만 하는 것보단 서로 딴지를 걸고 방해도 하는 인터액션 요소를 즐기는 편인데요. 마침 케일러스 1303은 적절한 선택지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캐릭터도 뺏고 감독관도 뒤로 보내버리고 하면서 열심히 서로를 방해했는데요. 2인플로도 그런 '인성질' 요소를 즐기는 데 부족함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후반 라운드가 될수록 점수도 내야 하니까 방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더라고요.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많은 인원으로 플레이하면 더 난장판스럽게 흘러가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7. 카베르나
새로운 게임보단 익숙한 게임이 하고 싶었던 날 ㅎㅎ 이날은 최대 7점까지 감점을 방지해주는 타일이 꽤 강력하다는 것을 (또 졌기 때문에..) 깨닫게 된 판이었습니다.
8. 언더워터 시티즈 (+새로운 도전 확장)
테포마를 안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막연히 취향이 아닐 거라 지레짐작했는데 의외로 꿀잼이었습니다. 트리플 레이어 보드에 도시와 연구 시설들을 착착 끼우는 맛 때문에, 끝났을 때 무척 만족감이 드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본판의 종이 보드 절대 노노해..
둘 다 브레인 버닝하며 즐겁게 했어요. 다만 저희는 장고를 거의 안 하는 편인데도 플레이타임이 2시간을 넘기더라고요. 일꾼을 놓으면서 그곳에 맞는 색깔의 카드까지 연계하려다 보니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고, 핸드 제한이 넘어가면 무얼 버릴지도 생각해야 하다 보니 플레이타임이 길어질 수밖에 없긴 해요. 그래도 2인플이 훌륭한 다인 게임은 흔치 않으니 종종 하게 될 것 같습니다.
9. 북해의 침략자
심플한 액션과 명확한 점수 루트, 적절한 견제 요소까지 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에요.
제가 앱으로 몇 번 해본 경험이 있다 보니 계속 이겼는데 그래서 당분간 봉인되어야 할 운명입니다. (스키타이를 기대하고 있어요 ㅋㅋ 새로운 게임인 척..)
10. 파이오니어 데이즈
이날은 오랜만에 보드카페를 갔던 날이라 직원 룰설명이 가능한 전략게임 중 하나를 골랐던 건데, 둘 다 별 감흥이 없었던 게임이었네요.
주사위 굴려~ 가져가~ 어 난 이거 효과가 있어~ 재난 올려~ 호의 받아~ 그래~~~ 이렇게 계속 물결표(~)만 반복하다 끝나는 느낌.. 적당히 꾸며놓긴 했는데 하이라이트가 없다고나 할까요. 이 게임만의 독특한 재미가 무엇인지 저희에겐 딱히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11. 촐킨 (+예언 확장)
반면에 촐킨은 단숨에 푹 빠져버린 게임이죠. 한번만 플레이해봐도 이 게임만의 독특한 재미가 강하게 인상에 남더라고요.
막 10번 남짓 플레이했으니 (전략의 고착화 같은 건 고려하지 않고) 매 판마다 각자 최선의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요. 건물 짓기에 주력하기도 하고 해골 바치기 위주로 달려보기도 하고 초반 일꾼 늘리기 러시도 해보고.. 여러 루트를 타봤지만 각각의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었어요. 한번의 실수가 매우 아쉽기 때문에 그것만 잘했어도..! 라면서 쉽게 한 판 더를 외칠 수 있었고요. 이젠 생각나면 아레나에서도 가끔 하고 있습니다.
예언 확장도 섞어서 해보긴 했는데, 애인은 안 그래도 빡빡한 게임이 더 힘들다면서 빼자고 하더군요. 저는 빡빡하긴 해도 경쟁이 더 치열해져서 좋았지만요.
그런데 저는 이런 점이 확장의 본분(이라면 너무 거창하겠지만)이라고 느껴요. 이미 본판으로 완성된 게임에 작은 변형 요소만 넣어서 조금 더 다양한 느낌을 주도록 하는 게 확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부터 확장 낼 것을 감안하고 본판을 좀 나사빠지게 만드는 건 별로입니다.
12. 아컴 호러: 카드게임
 |
이 게임을 하기 전까지 크툴루 테마의 게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딱이 제 보드라이프의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ㅎㅎ
1인플로 던위치까지 다 깼을 때만 해도 너무 신나고 쫄리고 재밌었는데 2인플은 또 다른 경지를 열어준 느낌이었어요. 1인플로 2캐릭터를 굴리면 카드를 모두 알고 있으니 위협을 헤쳐나가기 비교적 수월한데, 2인은 서로의 카드를 모르는 데서 오는 상황들이 더 긴박하게 전개됐습니다. 코어 두 번째 시나리오까진 그런 대로 해냈지만 엔딩은 결국 동반 사망이었네요 ㅋㅋ (무모하게 데이지/제니 조합으로 덤비긴 했지만요.) 조만간 던위치도 같이 달려보고 싶습니다.
13. 나인 타일 패닉
좋은 퍼즐 게임이지만 2인으로 하기엔 덜 재밌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경쟁자가 많을수록 좋긴 하니까요. 비슷한 느낌의 퍼즐 게임들 중에서 제겐 아직 폴드잇이 으뜸이네요.
14.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저도 초플이라 룰을 설명하면서도 너무 길어져서 쓸데없이 좀 눈치가 보였는데요 ㅎㅎ 막상 게임은 경쾌하게 진행돼서 놀랐습니다. 아이콘이 낯설 뿐, 플레이어 턴은 시원시원하게 돌아가더라고요.
전 건축가를 노려봤지만 애인에게 다 짤리고 뒤늦게 카우보이로 갈아탔고요. 애인은 저를 통행료로 압박하기 위해 건물부터 착착 지어나갔습니다. 다만 초플이다 보니 건물을 놓는 위치나 타이밍까지 잘 고려하긴 힘들었는지, 막판에 제가 소를 많이 모으면서 역전하게 된 것 같아요. (마치 숙제처럼) 언젠간 해봐야지 하고 남아 있던 게임인데 직접 플레이해보니 꽤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다른 전략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좋은 게임이겠죠.
15. 칼리코
(귀여운 우리 고양이로 게임 사진을 대체합니다 ㅋㅋ)
일단 고양이 테마에서 가산점을 먹고 들어가는데, 일러스트도 너무 귀엽고 구성물도 튼튼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보는 것만큼 귀엽지 않습니다. 시작할 때는 목표를 다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점차 이거 하나만 포기하자, 고 타협하게 돼요. 저는 우리 고양이랑 제일 닮은 고양이 타일(코코넛)을 가져오겠다는 일념만으로 요리조리 놓아보다가 결국 디자인 목표가 죄다 망해버리는 대참사로 큰 비웃음을 샀습니다..
16. 미스터리 하우스
늦은 밤에 모든 불을 끄고 손전등만으로 비추며 '어느 가족의 초상'을 플레이했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어느 지점에서 탁 막혀버렸는데 힌트조차 없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니 매우 피곤해지더라고요. 벽 하나를 잘못 놓은 걸 뒤늦게 발견하기도 했고요. 3차원적인 공간과 단서 사용이 주는 재미는 분명히 있긴 한데, 첫 플레이는 좀 안 좋게 끝나버렸네요. 시간 제한이 60분이라고 해서 그 안에 끝낼 수 있겠거니 생각하면 안 될 겁니다. 그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