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오브 레전드 잔다르크. 주저리 주저리해봅니다
최근에도 시나리오 작가와의 법적분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잔다르크. 무려 A4 80여 장에 이르는 경이로운 분량의 오타와 미스 프린팅으로 수많은 욕을 처먹었지만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욕을 처먹을지 모를 게임이기도 합니다. 잔다르크 개발기업인 미식컴퍼니가 막 설립된 곳이라 하지만 마치 '이 게임. 미완성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들게 만드는 게임의 완성도는 별로 유쾌한 기분을 들게 하지 않았습니다. 1.5 킥스에 들어 매주 수요일마다 꾸준하게 게임의 업데이트와 소식들을 전하는 미식 컴퍼니의 노력은 참 고마우나.... 1.0 킥스유저를 위한 1.5 업그레이드 킷을 35달러에 판매하는 처사를 보니 속에서 천불이.. ㅜㅜ(이 게임이 한 두푼 하는 게임도 아니고!!)
불평불만은 이정도만 하고요. 잔다르크가 어떤 게임인지 후기겸 그냥 주저리 주저리 얘기해보고 싶어 글을 적게되었습니다. 1.5 킥스를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잔다르크가 어떤 게임인지 알려드리고도 싶구요.
(출처: 보드게임긱)
엌.. 사진만 봐도 세팅의 압박이... (숙련된 저의 손길로 30분 예상합니다)
잔다르크는 미니어처 전쟁겜입니다. 멋진 미니어처와 각양각색의 병종들, 역사속에 등장하는 인물부터 신화에 등장하는 괴수 등등이 등장하여 한 판 붙는 게임입죠. 게임웨이트가 3.5로 되어있는데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그것보다 조금 낮아도 무리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룰을 이루는 뼈대는 스커미쉬형의 대표게임인 메모아44랑 비견해도 될 만한 수준이거든요.
잔다르크는 시나리오 게임과 배틀모드라는 스커미쉬형 게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위 사진은 시나리오 게임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구성된 시나리오입니다. 전방의 프랑스 정규군(파랑)이 영국(빨강)의 도시를 공격하였다 격퇴당하여 패퇴하는 상황이고 이에 잔다르크가 지원군을 이끌고 등장한 것이죠(지원군이 죄다 농꾼들인 건 안비밀) 프랑스의 목표는 잔다르크 부대를 이끌어 패퇴중인 정규군들을 다시 규합하여 영국의 도시를 점령하는 것입니다. 영국은 이를 저지하는 게 목표이구요.
이처럼 매력적인 내용의 시나리오가 게임에 수십여가지가 들어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전투부터 늑대인간을 색출하는 술래잡기, 성직자들을 악마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숨겨가야하는 숨바꼭질까지 정말 다양하게 준비되어있죠. 시나리오가 부족하여 리플레이성이 떨어질 우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각 시나리오마다 들어가는 잔룰들이 꽤 되기에 시나리오를 즐겁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잔룰을 미리 익혀가야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합니다. 시나리오를 네 다섯개 정도 플레이해봤는데 잔룰들을 미리 익히고 플레이하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작업이었습니다ㅜㅜ. 게임하면서 내용을 까먹기 일수였구요. 시나리오 게임을 플레이함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이 아닐까합니다.
(출처: 보드게임긱)
잔다르크하면 공성전도 빼먹을 수 없죠. 도색하고 시프네요 ㅎㅎ
(출처: 보드게임긱)
괴수들이 대거 추가되는 아포칼립스 확장.
(출처: 보드게임긱)
꾸아악!!!! 나는야 도!래!곤! @.@
스커미쉬형은 각 플레이어마다 포인트를 주고 그 포인트에 맞추어 자신의 부대를 구성하여 붙은 방식입니다. 피시겜 토탈워 해보셨나요? 똑같습니다. 병력구성 시트가 있는데 거기에 나와있는 병력들을 포인트에 맞추어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자신의 병력을 자신이 꾸려야한다는 압박이 있지만 잔다르크는 크게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그냥 비싼 거로 구성하면 장땡이거든요. 거기에 한 병종으로 스팸을 못하게 최대구매 제한까지 걸려있어서 그냥.. 처음하시는 분들은 비싼 순으로 사셔서 꾸리시면 됩니다(원래 이런 종류의 게임이 그렇죠) 게임방식은 전면전, 점령전, 암살, 전면전(사기조건)이 있는데 제가 해본 걸로는 점령전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둘러가지 않고 화끈하게 들이받는 게 좋았거든요.
스커미쉬 게임은 자신의 군대를 꾸리고 처음 부대배치부터 자신의 결정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미리 지정해두었던 시나리오게임에서 느꼈던 전술적 답답함을 마음껏 해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나리오에서는 대채로 공격자와 수비자가 명확히 갈리기 때문에 공격자는 내내 공격을 하고 수비자는 끝까지 방어를 해야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플레이에 다양성을 느끼기 힘들 수 있거든요.
(출처: 미식 컴퍼니 유투브)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스커미쉬 게임에 참으로 많은 이슈가 있었죠. 밸런싱 문제.. 시나리오에서도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스커미쉬 게임에서 이 밸런싱 문제가 가장 크게 두드러졌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일명 데쓰스타 전술. 특정한 병종(중기병, 천사군사 등)들이 한 곳에 모이면 강력한 공격력과 괴랄한 방어력을 지니게 되어 누구도 그 앞길을 막을 수 없는.. 1.0 버전 밸런싱의 참담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욕을 오지게 처먹으며 미식은 1.5 버전을 내놓았고, 많은 것들을 뒤갈아엎어버립니다. 원래 근접공격이 없던 캐릭터에게 강력한 근접공격을 부여하고, 상대방의 피를 빨며 불사신의 역할을 하던 드라큘라는 아예 그 이빨을 뽑아버렸습니다(미식형.. 너무 과격한 거 아님??) 하지만 개인적으로 게임의 양상을 아예 바꿔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떡상된 괴수들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해본 스커미쉬형 게임은(사진이 없습니당 ㅜㅜ) 조금 밋밋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첫 게임인 만큼 기초적인 병력들로만 구성하여 그랬겠지만 괴수들의 역할이 좀 더 튼튼하고 좀 더 강한 병졸이란 느낌이 강했거든요. 상대병졸들에겐 괜찮은 압박을 주었지만 강력한 데쓰스타가 등장하면 한없이 약해지는 괴수들은 임팩트에 있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렇기에 외국의 플레이어들은 괴수들의 떡상을 외쳤고,, 미식 행님들은 모든 괴수들에게 거대 주사위를 주었죠.
(출처:유일한 제 사진 ㅋㅋㅋ)
일반 주사위보다 2배 정도 더 큰 크기. 이 거대 주사위 능력은 초거대 대빵괴수들에게만 주어지던 능력인데 이 능력을 모든 괴수들에게 부여해준 것이죠.
거대 주사위는 주사위 결과값을 상대방 유닛의 머릿수만큼 부여합니다. 상대방 유닛이 5개면 부상결과값이 나왔을시 부상5개로 적용인 것이죠.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도 좋지만(아니 무조건 킬 면이 뜨면 좋아요. 상대방 다 갈아버림) 일반 주사위에는 없는 거대주사위만의 특징은 짓밟기(trample)라는 결과값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짓밟기 능력은 상대방의 방어굴림을 무시하고 상대방 유닛 모두에게 푸쉬를 적용하는 것인데, 방어력이 강력함을 넘어 괴랄한 수준인 천사부대에 카운터로 사용할 수도 있는 능력입니다. 직접적인 피해를 주진 못하지만 유닛들을 사방으로 흩어버림으로 2칸씩 뛰어댕기시며 괴수들을 썰어잡수시던 천사누님들을 와해시킬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것이죠. 물론 다른 병졸들의 진형을 와해시키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입니다(그렇다고 주사위 하나 믿고 아무데나 던져버림 상대방 궁병에 바로 화살꽂이 되어버립니다) 밋밋했던 괴수들을 매우 매력적으로 만들었고 전선관리를 더욱 신경쓰게 만드는, 게임성에 있어 많은 부분을 향상시킨 변화라 생각합니다.
테마적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이죠. 병졸들이 서로 붙어 무기를 쑤셔대는 전선에 들이닥쳐 상대방 진형을 와해시키는 괴수들.. 크.. 얼른 다시 플레이해보고 싶네요.
하지만 좋은 점만 있겠나요. 괴수들을 떡상시켰으니 괴수가 들어간 시나리오 게임의 밸런스는 어쩔 것이며 아직 1.5 버전의 게임을 플레이해본 분들이 없기 때문에 스커미쉬형 게임의 밸런스가 얼마나 들어맞을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죠. 그래도 미식 쪽에서 매 업데이트마다 사이트에 공지를 해주고 업데이트되는 프로필들은 자료를 공개해주니 1.5 버전이 풀린 이후에도 꾸준히 업데이트해주길 바랄 수밖에요(이렇게 업데이트가 많이 되는 게임은 처음입니다. 무슨 피시게임도 아니고;;)
코로나의 영향으로 맘 편히 게임도 못하는 상황이구 또한 게임자체도 워게임이라 상대방을 찾기가 무척 어려우니.. 마음 속으로만 플레이를 수십번 하고 있습니다 ㅋㅋ. 게임을 쳐다볼 때마다 밸런싱이 의심되지만 다시 한 번 더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게임이 그만큼 매력적이란 거겠죠??
이제 같이할 사람만 구하면 되는데... 그 분은 어디계실지 ㅜㅜ
완전히 새로운 병졸들과 괴수가 추가되는 1.5 튜토닉 확장. 80달러.... 배송비도 아마 비슷하게 나오지 않을까하는데... 아마 난 못 구할거야 ㅠ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