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의 후속작, 제국의 투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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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9 19:33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제국의 투쟁 박스 커버>

1.소개

황혼의 투쟁 디자이너 Ananda Gupta와 Jason Matthews의 후속작, 제국의 투쟁이 발매 되었습니다. 2016년 8월, GMT Games의 p500으로 프리오더를 시작한 게임은 하루만에 500개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고, 4년의 기다림 끝에 2020년 6월 초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보드피아에서 한글판 소식을 발표하며 2021년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황혼의 투쟁 후속작이라는 유명세에 비해 정보가 올라오지 않아 부족하지만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소련과 미국의 냉전시대를 담은 황혼의 투쟁의 후속작답게 2인 비대칭 게임으로 제작된 제국의 투쟁 역시 대영제국과 프랑스 왕국의 전쟁을 배경으로 1697년부터 1789년까지 약 100년간 투쟁의 역사를 그립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통해 계승, 제국, 혁명시대를 진행하고 유럽세계를 휩쓴 거대한 4개의 전쟁(스페인 계승 전쟁, 오스트리아 계승 전쟁, 7년 전쟁, 미국 독립 전쟁)을 거치며 자신의 국가를 승리로 이끌어야합니다.

2. 게임 규칙

게임의 턴은 두가지로 분류되는데, 6개의 평화 턴, 그리고 4개의 전쟁 턴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평화 턴에 액션 포인트와 카드를 사용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일구고, 세계를 점령하여 자신의 시장 이권과 미래에 다가오는 전쟁에 대비하게 됩니다. 매 턴 드로우하는 이벤트 카드로 CP를 결정했던 황혼의 투쟁과는 다르게 9개의 액션 토큰을 랜덤하게 세팅하고 플레이어들이 번갈아가며 4개씩 액션 토큰을 사용하게 됩니다. 각 액션 토큰마다 사용할 수 있는 액션의 종류는 정해져 있으며, 토큰의 추가적인 아이콘에 따라 이벤트 카드의 사용 유무가 결정됩니다. 액션은 군사, 경제, 외교로 분류되고 각 액션에 따라 상호 작용이 가능한 구역이 분리되있습니다. 기존의 숫자 표시를 제거하고 온전히 한 구역당 한 국가의 국기만 배치가 가능하여 프랑스, 영국, 혹은 빈자리가 되는 제로썸의 영향력을 가집니다.

<라운드가 시작할 때마다 뽑는 투자 타일들이 선택의 중심이 된다>

이벤트 카드의 수는 한 턴에 3장으로 고정되면서, 상황에 따라 이벤트를 1장만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보이게 됩니다. 카드들에는 항상 프랑스와 영국이 사용했을 때의 효과가 다르게 적혀있고, 반드시 액션 전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칙이 포함되면서 상대방의 액션에 따라 이벤트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만약 전쟁 턴이라면, 그 즉시 전쟁이 발생하는데 전쟁은 플레이어들이 평화 턴 동안에 투자한 군사력과 지도의 배치들에 따라 보너스 수치를 가감해 합을 더하고 힘의 차이로 자동적으로 승패가 결정되게 됩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점수를 획득하지만, 힘의 차이에 따라 상대방의 영토나 요새를 정복할 기회 또한 가지게 되며, 패자는 다음 턴을 기약하기 위한 액션 포인트를 획득하게 됩니다.

<가장 앞쪽 이벤트 카드를 예로 윗 볼드체가 영국, 아래 볼드체는 프랑스, 비슷한 수준이아니라 완전히 다른 효과를 가진다>

플레이어들은 번갈아 가며 총 8번의 액션이 끝나게 되면, 공개된 글로벌 시장 수요와 지역별 어워드에 따라 점수를 계산하고 다음 턴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게임은 황혼의 투쟁처럼 0-30점의 점수 줄다리기로써, 그렇게 총 10턴을 진행하며 각 턴이 끝날 때, 점수가 0점 또는 30점에 있거나 게임이 모두 끝나고 점수가 더 우세한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3. 특징

제국의 투쟁은 황혼의 투쟁의 후속작으로 등장하였지만 몇몇의 팬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투쟁이라는 이름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후속작보단 차기작에 가까운 게임이 되었습니다. 카드 드리븐 시스템과 황투의 영향력, 점수 시스템을 계승한 1989나 1960 이 오히려 황투의 후속작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제투는 디자인을 거치며 위 기존작들의 워게임에 가까운 형식을 버리고, 다양한 점수 루트와 일꾼놓기 시스템을 사용하며 유로게임에 훨씬 가까운 게임으로 디자인 되었습니다. 황투와 그 후속작들이 매 턴 드로우되는 카드의 무작위성과 이벤트 사용 순서, CP 사용, 상대방의 핸드 예측으로 전략과 리플레이성을 가져왔다면, 이번 작품은 대부분의 정보를 플레이어에게 공개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원하는 게임의 방향을 유도하게 합니다.

<전쟁 매트, 글로벌 시장 수요 6개, 어워드 8개, 턴 시작마다 각각 정해진 방식대로 점수 획득이 가능한 타일들을 공개한다>

점수 획득 방식으로 이벤트 카드, 내각 카드를 통한 액션 라운드 동안의 점수 획득과 6종류의 시장 점유, 4개 지역 영향력을 통한 평화 턴의 점수 획득, 또는 4번의 전쟁을 통한 정복과 점수 획득로 다양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평화와 전쟁을 반복하며 매 라운드 펼쳐지는 점수 마커와 액션 토큰, 그리고 시장과 요새, 정치적 구역들이 얽혀있는 지도를 바라보며 자신이 어디서 점수를 획득해야하는지 고민해야만 하죠.

또한 기존작들이 역사를 시스템에 녹이기위해 노력하면서 한쪽 진영을 위한 카드 효과, 반대 진영이 뚫기 힘든 지역들이 주요 지점들이 되있던 반면, 한쪽이 자신의 자리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우며, 이벤트 카드는 같은 카드라 하더라도 국가마다 다른 능력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지역들은 양쪽 진영이 모두 자신의 액션에 따라 결과가 바뀌며 기존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걷게 됩니다. 게임에 따라 미국의 독립전쟁이 실패하고 북미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거나, 미국이 탄생하기도 전에 영국의 패배로 북미에서 쫓겨날 수도 있습니다.

4. 평가

황혼의 투쟁과 struggle 이라는 이름만 같은 이 게임은 여러 방향의 점수 루트와 분리된 구역들, 카드에서 벗어난 액션 플레이로 다양한 전략적 깊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복잡하게 설계된 이 게임의 전략성은 이 게임의 커다란 장점이자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처음 제투를 접하는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선택하는 행동들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점수를 획득하게 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분명 각 액션들을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액션 외에 이벤트 카드, 전쟁, 내각 카드, 혜택 토큰들이 어떻게 이 상황에 개입되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혼의 투쟁이 등장한 당시 카드 드리븐, 핸드 관리, 점수카드의 딜레마와 테마의 긴장감을 살려내며 배우기 쉽지만 이기기는 매우 어려운 위대한 보드게임들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반면, 빼곡한 20페이지의 룰북, gmt트레이를 가득 채우는 토큰 종류들과 한번에 들어오지 않는 지도들은 플레이어들의 첫 진입장벽을 높히고 플레이어들의 플레이 시간을 늘어트리는 장고 요소가 되었습니다.

<처음 지도를 보면 전부 똑같은 토큰이 올라가기 때문에 어디가 어떤 구역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게임의 규칙이 가져오는 복잡성은 플레이어에게 많은 선택의 분기를 선사하고, 매 플레이마다 다른 상황을 연출하게 됩니다. 한 턴에 단 4개만 사용할 수 있는 액션 타일들은 우리에게 끝없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결정하게끔 합니다. 지금 당장의 점수를 획득할지, 아니면 미래를 준비하고 역전의 기회를 노릴지. 어떤 전장에서 패배해야하고, 어디서 승리해야 할지. 첫 진입 장벽을 넘는 순간 우리는 게임의 거대한 흐름과 승리를 위한 지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전쟁과 진영간의 갈등, 지도상의 위치, 시장 경쟁 및 대출 관리와 같은 메커니즘들이 우리를 끝없이 고민하게 합니다. 게임에 익숙해 질수록 게임의 플레이 시간은 짧아지며, 액션 하나 하나를 치열한 수싸움으로 만들어 냅니다. 이 장점들이 한 곳에 모여 우리에게 높은 리플레이성과 몰입도를 선사하게 됩니다.

황혼의 투쟁의 후속작이나 조금은 가벼운 또는 플레이 시간이 짧은 게임을 원했던 플레이어들에겐 아쉬운 게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2인을 위한 또다른 브레인버닝 게임을 원했거나 18세기 대서양 패권을 두고 싸우는 두 국가의 테마가 흥미로운 분들이라면 흥미로운 게임을 발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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