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야인시대' 재방송을 보면서. '양적 피드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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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3 01:08

중국집에서 새벽에 식사를하던 와중, tv에서 야인시대를 재방송하더군요. 제가 어릴때 엄청 인기있었던 드라마였거든요. 아마 다들 보신적이 있을겁니다. 없더라도 '안재모'의 카리스마와, '김영철'의 "4달라!"는 아실거라고 봅니다.

하여간 야인시대를 보고있는데, 정말 짧은 순간을 봤는데도 재미가 있더군요. 물론 '작품성이 있다'고 칭할만한 최고의 드라마..이런건 아닙니다. 야인시대가 재밌는건 단순히 '적을 만난다 -> 쓰러트린다 -> 성장한다. -> 더 강한 적을 만난다...'의 반복, 즉 주인공의 성장하는 모습 자체에서 원초적인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드래곤볼'이죠. 애시당초 '손오공과 무천도사의 모험기'를 그렸던 드래곤볼이 인기를 끌게된 시점이 바로 '천하제일 무술대회'가 열리면서부터거든요. 거기서 야무치에 천진반에 프리저에 셀에.. 이런 '엄청나게 강력한 적'을 만나서 시련과 고난을 겪고, 마침내 손오공이 한단계 성장해서 이들을 물리치는 스토리는, 볼때마다 초조하고, 볼때마다 짜릿하며, 볼때마다 통쾌하죠. 최근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부분이 이 라인을 따라가더라구요. 원피스나 나루토나..

이런 '무한히 성장해가는' 스토리라인의 본질적인 문제점인 '파워인플레이션'은 논점은 아니구요.. 그보다는, 이런식의 양적 피드백에 따라서 무한히 성장하는것의 즐거움을 주는건 단순히 만화나 드라마 뿐만이 아니라, 보드게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관련된 게임으로는 1830이랑 러시안 레일로드를 들었지만.. 사실 대부분의 게임이, 초반에 엔진빌딩을 좀 하면, 후반에는 점수가 엄청 터지거나, 아니면 돈을 엄청나게 벌거나 하거든요. 그 초반의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면 찾아오는 그 통쾌한맛은 보드게임에서도 통하는 로직이라는거죠.

문제는.. 전 드래곤볼류의 스토리라인이 정말 별로라고 생각한다는거죠. 말하자면 원초적 욕구를 자극하는 포르노와 크게 다를바 없다라고 느낀다는겁니다.(물론 포르노는 불법이고, 드래곤볼은 합법이죠) 왜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많잖아요. 다크나이트나 와치맨이나 이런작품들은, '슈퍼 히어로물'임에도 굳이 '더 짱쌘 힘으로 적을 물리쳤다!'와는 거리가 멂에도 불구하고, 훨씬 스토리가 심오하고 깊이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아닐수도 있어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 단순히 '더 강력해져서 시련을 극복한다'의 통쾌함/사이다 서사 말고는 아무것도 안남는것 보단, 훨씬 철학적인 의미를 담는것이 더 작품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결론은 이겁니다. 보드게임에서도 양적 피드백으로 사람의 원초적 욕망을 충족해주는 게임들이 있는데.. 이게 과연 순수하게 '양적 피드백 요소는 보드게임을 훨씬 재밌게 만드는 필수요소야'로 끝날 문제인지.. 아니면 좀 더 고민을 해볼 여지가 있을지 말이죠.

ps : 물론 18xx시리즈는 단순히 양적피드백만 있는 게임은 아니죠. 그 외에도 여러 요소가 잘 녹아있는, 훨씬 깊이있는 전략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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