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했던 모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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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17:04

안녕하세요. 7살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 보드게임은 하고 싶고, 모임은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길테니 아내에게는 육아의 부담도 주며, 아이는 아이대로 심심할 것 같아 아예 "아이와 함께 하는 보드게임" 모임을 처음 모집해보았습니다. 모집이라고 하기엔 한 가정만 초대한다고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좋았습니다. 무려 6시간 정도를 놀고 저녁도 함께 (집에서) 먹고 헤어졌습니다. 물론, 많은 고심 끝에 만반의 준비로 방문해주신 아버님과 아이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 보라 회원님들이 후기를 원하셔서 안 쓸 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글을 남기도록 강제성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뭔가 별 것 아닌데 기념비적인 건.. 육아하시는 분들은 다 아실 듯) * 경황이 6시간동안이나 없어서 사진 찍을 생각은 못했습니다. 스압 주의 sorry 먼저, 이 모임의 후기가, 모든 육아하시는 분들의 보드게임 욕구는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은 보여주되, 서로 상당히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추진해서 코로나에 대한 불감증으로 번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같이 담습니다. 약 3주 전쯤에 모임 글을 올렸고, 코로나 걱정+집 방문..??이상한 사람이 오진않을까+아이들끼리 어울릴까..?+게임을 돌릴수나 있을까 등의 막연함으로 조심스럽게 작성했습니다. - 코로나 걱정 :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정방문으로 대체한다면 모임의 성격이 많이 퇴색되므로 그나마 안심할 수 있고 게임욕구도 채울 수 있지 않을까+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욱이 조심할 수 밖에 없는 환경 + 모임 예정 3주 전쯤 모집 글을 올려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자 함 - 집 방문..이상한 사람이 오진 않을까 : 이건 순전히 보드라이프 유저들에 대한 믿음+"아이와 같이 오는 아빠" 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보라를 악용하시는 분들 더러 보입니다만, 주거침입으로 강도질을 하거나 고의로 전염병을 전파하거나 그 외 어떤 위법 악행을.. 자기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그럴 위험성은 0%에 가깝다고 결론내렸습니다. - 아이들끼리 어울릴까..? : 어른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특성상 자기 것 챙기기,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거나 맞다고 배운 것에 대한 고집, 어렵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도전, 오래앉아있는 지루함을 이기기 등 이 모든 것들은 어른들이 상황에 맞게 기민하게 행동했느냐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 걱정도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 게임을 돌릴 수나 있을까 : 안되면 레고나 팽이 돌리거나 닌텐도하거나 정 안되면 헤어지면 된다. 라고 생각하니, 드디어 작성 완료 버튼을 누를 수 있었습니다. 아내에겐 나가서 친구랑 놀든지, 원하면 집에 있든지~ 하니 아무래도 좋다고 하더라구요. 와이프가 보겜은 몰라도 보겜 세계처럼 매니악한 세계로부터 니알라토텝(아컴호러) 같은 사람이 오지 않는 것 정도는 금방 이해해주더라구요. "띵똥" 2시쯤 벨이 울리고 화면에 아이와 아빠가 등장했습니다. 쑥스러워하는 아이들끼리, 또 어른들끼리 인사 간략히 하고 제가 보유한 몇 안되는 게임들을 구경하신 뒤, 슬라이드뱅뱅을 했습니다. 6살 아이가 방문했기에 글과 숫자는 모른다 했지만, 슬라이드뱅뱅은 그럴 필요도 없었고 초대된 아드님이 룰을 숙지하고 있었기에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슬라이딩하는 사람모양의 컴포넌트가 가시적으로도 도움을 주었는지 처음 게임 접하는 저희 아이도 몰입했고, 저희 아이가 1등 초대된 부자가 공동 3등을 했지만 꼴찌라고 아쉬워하지 않는 아이 모습을 보고 엄청나게 안심했습니다. (저희 아이도 그렇고 많은 아이들이 지는 걸 매우매우 힘겨워 하고 게임을 더 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다음으로 포켓몬사다리게임을 했는데 주사위 두 개를 더하는 것과, 한 칸이 주사위 점 하나에 해당한다는 걸 아는지에 대한 걱정을 무색하게 아이들 잘 따라주어 좋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들어있던 게임말 대신, 포켓몬 미니 피규어로 대체했그요. 역시 가시적인 환경이 바뀌니 좀 더 몰입하는 게 보였습니다. 그다음 루핑루이, 몬자 를 했습니다. 역시 재미있게 했고... 어느덧 4시간동안 했는데.. 그 시간에 놀랐습니다. 보통 1시간도 제대로 앉아 있기 힘든 게 아이들의 일반적인 모습인데, 물론 과자먹느라, 이것저것 정신 두느라 이래저래 정신없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로또 4등 정도 만족감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가 없으시거나 육아 간접 경험 없으신 분들은 어쩌면~ '아... 진짜 소확행들 쩌네' 하실 수도 있겠죠? ㅎㅎ 아이들은 친해져서 이제 팽이도 조금 하고 나선 욕조에 물받고 거품목욕도 같이 하고 탕수육 볶음밥 시켜먹고.. 그러고 헤어졌습니다.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저희 아이의 감정을 관찰하고 보듬어주신 아버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저도 그에 못지않게 방문한 아이의 감정에 섭섭함이 남지 않고 재미있던 추억으로 기억되도록 노력했는데 잘 마무리 되어 보람찹니다 ㅎ 그리하여.. 장기적으로는 아이들끼리 친해지면, 더러 아이들끼리 노는 시간을 가질 찬스타임 때! 어른들끼리 헤비한 게임을 돌려보고 싶은 게 원대한ㅠㅠ 꿈이죠. 물론 중간에 "아빠 이거봐!!!!" X 100번 때문에 방해받고 자리로 돌아오면 누구 턴인지 까먹고 결국 푸에르토 리코 3인플 네 시간동안 했던 경험은 있습니다만... 그래도 지겨워도 하고 싶어요 육아 보드게이머들 응원합니다. 씨 유 앳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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