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인디 보드게임 개발 "실패일지" - (1)권력이 있는데 없다
이 글은 노하우라기보단, 리버스-노하우. 저의 실패이력에 대해 다룹니다.
본 글은 아마 아래 한 줄로 요약될거에요.
내가 이게 재미없을거란 생각을 왜 못했을까?
혼자서 마구잡이로 개발을 하다보면 이러한 후회를 하곤 합니다.
아마도 내 아이디어에 너무 몰입해서...(저는 스스로 '홀렸다'고 표현합니다.)
혹은 정작 구현에 있어서 놓친 부분이 있어서...
등등.
각설, 이 글을 쓰는 취지는 저 스스로도 뼈저린 실수를 각인하고, 혹여나 자작 게임을 만드는 분들께서도
저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전문성이 없는 그저 매니아입니다! 프로작가가 아니기에, '반박시 여러분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ㅎㅎㅎ
오늘부터, 제 첫번째 실패담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1. 권력이 있는데 없다: 플레이어가 많아질수록, 개인의 권력은 희석된다
작년 연초쯤이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정치질' 이라는 메커니즘에 매료되어있었습니다. 마피아 게임, 아발론 등등...
그리고 이 '정치질'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보드게임화 시킬 수 없을까? 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에 나와있듯 전 다분히 공대생적인 사고로 일단... 이 '정치질' 이라는 메커니즘을 단순화한 후 치환하려 했습니다.
정치질: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다툰다.
왜 다투죠?
'이해관계는 서로 다른데', '공동행동을 한다'. 가 본질 같았습니다.
마피아는 시민을 죽여야 하고, 시민은 마피아를 죽여야하는데 이 둘은 낮에 처형자를 '함께 정합니다.'
아발론 역시 똑같이, 원정대를 '함께 정합니다.'
마치 절대반지를 두고 싸우는 듯 하죠? 그래서, 정치질의 메커니즘을 다음과 같이 치환하려 했습니다...
"필드 위에, 공용 말이 존재하고 모든 플레이어는 해당 말을 본인의 승리조건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어한다"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해당 룰을 기반으로 대강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컨셉은 대선게임, 공용 말인 민심토큰이 총 4개 존재 (국방/복지/교육/기업)하고, 플레이어는 영향력 카드를 행사하여 좌-우로 민심을 통제, 민심이 본인의 공약 카드(비공개)와 가장 부합하면 승리)
그런데... 재미가 없더군요.
아마 서론과 함께 제 글의 소제목을 보셨다면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의 액션이 너무나도 무의미했습니다. 물론 게임을 너무 단순화시킨 탓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4인플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그 경우에 비공개로 받은 공약카드 중, 국방토큰을 왼쪽으로 옮겨야 하는 사람이 3명, 오른쪽으로 옮겨야 하는 사람이 1명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결국 그 게임은 국방토큰은 무조건 왼쪽으로 가더군요.
(당연한 소리라 생각하시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다시 한번 서론으로 돌아갑니다. 내가 이게 재미없을거란 생각을 왜 못했을까...)
그래서 결국 이 게임은 폐기되었는데, 그때 당시 실패의 이유를 생각해보면 두가지가 있었습니다.
'블러핑'의 이유가 없었다: 정치질 게임은 마피아가 '시민인척' 하는것도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하는데, 이 게임에서는 굳이 토큰을 움직이는 방향을 숨길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일찍 드러내고 티밍하는게 이득이니까요.
'너무 대칭적이다': 다들 팀이 단번에 드러나는데, 게다가 영향력 카드는 모두 똑같은 덱을 씁니다. 인구수 게임이 되는거죠! ㅠㅠ 대칭적인 게임이면, 소속 팀을 숨기기라도 해야 하고. 소속 팀이 드러나는 게임이면, 약간의 비대칭 요소라도 있었어야 됐다는게 금번 실패의 교훈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실패록입니다. 무언가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머리속에서 구상하던 게임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일말의 경계심 (내 아이디어에도 저런 부분이 있나?) 을 떠올리셔도 좋겠고, 혹은 제 실패를 기반으로 곧장 훌륭한 패치를 떠올리셔도 좋겠습니다.
ex) 아니 그러면 블러핑할 수 있게 승리조건을 좀더 숨기면 되죠 ㅋㅋ 좌우 1차원 이동이 아니라, 2차원 이동이 가능하도록 평면 맵을 만들고, 거리에 따른 점수를 주면 되잖아요~ 등등... (실제 개선안으로 나왔던 결과중 하나입니다 ^~^)
